어째 개학하고 책을 더 많이 읽는 거 같다.
역시 나의 책읽기는 현실 도피용인가보다.
1.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여러 플친님들의 리뷰를 읽었다. 그때마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읽어보니 너무 좋았다!
나는 여성 과학자들의 글을 좋아하나 보다. 호프 자런의 「랩걸」도 넘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은 한국인이라 그런지 더 친근감이 느껴졌다.
한편 연구하랴 애보랴 -아이가 둘임. 진짜 여기서 경악- 비정규직으로 다음 직장(?)을 찾으랴, 강의하랴 진짜 인간이 이게 가능한가 싶은 맘이 들어 이질감이 느껴졌다. 잠을 대체 얼마나 안 자야해?ㅠㅠ
중간 중간 감동도 있고, 처음 듣는 얘기도 있고, 천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다 들을만 하고 재미있다.
2. 「요가, 몸으로 신화를 그리다.」
작가의 취지가 신화를 알면 그 동작을 할 때 참뜻에 가깝게 수행할 수 있다 그랬나? 하도 오래 되어서 가물가물하지만 대충 그런 맥락.
내가 요가를 좋아하니 망정이었지만 새삼 나는 신화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걸 알았다. 읽고 싶은 신화는 참 많은데 어쩐지 안 읽히더라..ㅎㅎ
내가 아는 아사나(동작)가 나올 때의 반가움이란!!
매 동작 그림이 없는 건 너무 아쉽다. 느낌 상 5개 동작 중 1개 정도만 그림이 나온다.(다행히 전갈 자세는 나왔었다. 전갈자세 튜토리얼 보고 해봤는데 문제점을 알았다. 팔과 어깨힘 부족. 오늘부터, 아니 내일부터 여기 힘을 기르도록 한다.) 궁금해서 찾아보고 다시 책 보고 하느라 좀 번거로웠다. 학교에 두고 오래오래 읽은 책.
3. 【읽다 만 책】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처음엔 너무 재밌어서 막 넘어갔는데, 어느 순간 재미가 없어졌다. 나는 그 시점이 금정연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걸 알아버렸을 때다. 알바하던 과거 시절 얘기하면서 ‘누나‘라고 하더라.. 하...
여기 전까진 와~ 이 언니 너무 멋져! 너무 당차! 이러면서 홀릭이었는데.. 남자? 남자라닛!!! 흑흑..
제2의 정희진샘이 탄생하는 건가 설렜잖아. 암튼 땡 탈락. 결정적으로 중반부부터 내가 아는 책이 어쩜 이렇게 하나도 없냐? 그만 읽자.
4. 「악의 평범성」
마지막 이 책이 이 리뷰의 하이라이트다.
먼저 플친님 중 꾸준히 시읽기를 하시며 좋은 시집 소개를 해주시는 행복한책읽기님께 무한 감사를 드린다! 덕분에 인생 시집을 만났다!!
나는 임용고사를 준비하며 비로소 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때도 내 맘을 울린 시는 사회적 약자를 보지 못함을 우려하는 김광규의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나 작은 일에만 분개함을 반성하는 김수영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등이었다. 시가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가 더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 나 자신이나 사회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을 경우 나는 그 시에 쏘옥 빠진다.
이 책이야 말로 그런 시들의 향연이니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아!하는 탄식과 감탄이 흘러나왔고, 어머, 이건 사야해! 소장 욕구가 뿜뿜했다.
그의 삶이 진솔하게 그려진 것들, 감동의 쓰나미라는 말로는 부족해 한동안 한 페이지에 머물러 있었지만, 또 다 읽고 싶어서 빨리 읽게 된 시집이었다.
정의가 무엇인지 알지만 나의 안위가 더 중요한 소시민인 나에게 시인 이산하는 그저 위대해 보였다. 사실 그냥 동네 아저씨같아서 더 위대해 보였다.
사서 재독할 거고, 언제고 펴서 또 읽을 거다.
아, 제 인생 시집이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