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플친님들이 잘한다 잘한다 해주시고 날씨도 너무 좋고 등산 만화로 뽐뿌도 오니 이번 주도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6월에 얼리버드로 예매한 오페라 티켓이 오늘 것이었다.
이게 약간 마지막까지도 취소할까 고민했던 게 장소가 바로바로 대구!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오페라 뽐뿌가 왔던 6월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오페라 축제가 얼마전 막을 내린 걸 알게 되었고, 아쉬운 마음에 마구 검색을 해보니 9월부터 대구에서 오페라 축제를 하는 것이었다. 머리털 나고 단 한번도 대구에 가보지 않은 나는 사실 대구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으니, 거기서는 누구나 박근혜를 찬양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근데 한 번도 안 가본 도시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라 과감히 티케팅을 했었다.
이번주 초에 기차표를 예매했고, 돈보다 시간이 많은 나는 무궁화를 끊었다. 기차에서 책 읽기. 하.. 생각만 해도 너무 멋져~ 너무 낭만적이야~ 목욜부터 점점 설렜다. 아시다시피 무궁화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열차가 없기 때문에 3시 오페라였음에도 12시에 대구에 도착했다. 3시간은 대구에서 점심 먹고 차 한잔 마시려고 했으나, 마침 내가 가려는 식당으로 가는 길이 근대로라고 해서 볼 거리가 엄청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내 발길을 사로잡은 그곳! 대구문학관!!
대구에 문인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네~ 표 끊어 주시는 분이 너무 친절하셔서-짐 많다고 100원 빌려 주시면서 다 맡기고 편히 보라고까지 해주심-기분 좋게 관람 시작. 근데 막상 나 혼자 있으니 마네킹이 무섭게 느껴져서 마침 날이 더웠는데 서늘하고 좋았다. 그리고 원래는 따로 국밥을 먹으려고 가는 길이었는데, 전시물 중 ‘냉면‘을 보고는 바로 냉면집으로 계획 변경. 뭐 이런게 여행의 묘미지. 하하!! 냉면 먹고 영상 박물관 하나 더 보고 가면 시간 딱 맞겠다 싶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로 휴점 중이었다.
다시 반대방향으로 걸어서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했다. 오늘의 오페라는 <토스카>.
성악가들 노래와 연기 너무 좋고, 오케스트라도 훌륭하고, 대구가 오페라 축제 할만하구나 싶었다.
대구는 사람들도 친절하고, 축제도 많고, 관광지도 잘 되어 있고, 시민들 위해 투자도 많이 하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이래서 편견은 무서운 거구나 싶었다. 생각보다 대구에서 자유시간 3시간이 너무 짧았다. 혼자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니 너무 좋았다. 혼자여도 이렇게 재밌구나. 그동안 관계 중독으로 이 재미를 몰랐네... 다음에 또 가서 못 먹은 따로 국밥도 먹고, 근대로 다 걸어다니며 스탬프도 찍고 싶었다. 첨 가보는 곳이라 그런지 진짜 외국 온 느낌이 들었다. 말만 통하는 외국! 좀 아쉬웠던 점은 대구 사투리 많이 듣고 싶었는데, 진짜 심하게 쓰시는 분이 없더라. 그냥 살짝 억양 정도. 아쉽아쉽.
그리고, 오늘 나의 충실한 동반자.
오가는 기차에서 다 읽었다. 완전 책 선정 탁월! 새로운 등장 인물 나올 때마다 새롭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아는 괴물-괴물의 범위가 넓다-이 확실히 더 재밌긴 했다. 그리고 구운몽까지 읽다닛!! 진짜 ‘성진‘ 등장할 때 놀라움!! 너무 재밌고, 작품의 구석진 인물을 조명해 보는 새로움에 읽은 재미가 쏠쏠했다. 알베르토 망겔이 왜 이리 사랑 받는지 바로 알겠는. 삽화도 너무 귀여웠다.
아침 7시 50분에 나가서, 밤 10시에 들어왔다.
기차 탄 시간만 6시간~ㅋㅋㅋㅋㅋ(올땐 무궁화 직통이 없어서 무궁화+KTX) 너무 알찬 거 아닌가 싶은 토요일.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