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레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건 3년 전 이맘 때 쯤이었다. 지금으로 부터 4년 전 마르크스가 쓴 '공산당 선언'을 읽고 감동했었던 필자는 러시아 혁명을 성공 시킨 레닌을 알고 싶었다. 그때 까지만 해도 사회주의나 혁명사에 대해 지식이 전무했던 필자는 레닌 하면 뭔가 찬양을 하고 사상을 따르기에는 알 수 없는 이상한 거부감 같은 것이 존재했던 것 같다. 현 민중당 계열에 가까운 어떤 단체에서 활동 하면서, 개인적으로 여러권의 책을 읽었던 2016년 필자는 레닌을 알기 위해 처음에는 현 노동자 연대 대표가 쓴 '러시아 혁명과 레닌의 사상'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러나 그 책은 레닌과 러시아 혁명에 대해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 정도였기에, 이쪽 출판사에서 출간한 레닌 전기를 읽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이 책갈피 출판사에서 출간한 레닌 평전이다.
이 책은 영국 트로츠키주의 계열 사회주의자인 토니 클리프가 쓴 레닌 평전이다. 토니 클리프에 대해 조금 소개하자면 그는 사회주의 계열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국가 자본주의'라는 이론을 창시해낸 인물이다. 국가 자본주의란 무슨 뜻이냐면 레닌 사후 등장한 소련의 스탈린 체제가 사회주의를 져버리고, 국가라는 시스템이 주도적으로 자본주의를 컨트롤 한다는 얘기다. 즉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소련, 중국, 북한과 같은 국가들은 당과 관료계급이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본가들이 하는 역할을 대신 하기에, 구공산권 국가들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는 비운의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가 창설한 제4인터내셔널이 주장하던 "소련은 타락한 노동자 국가"라는 이론과는 다른 해석이다. 박노자가 쓴 '러시아 혁명사 강의'에 따르면 토니 클리프가 이끌던 사회주의 단체는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당시 다른 사회주의 단체들이 이를 '민족해방전쟁'이라는 관점에서 지지했던 것과 달리 그 어떠한 지지도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즉 그 당시 토니클리프 계열의 단체들은 한국 전쟁을 "미국과 소련 간의 제국주의적 전쟁"으로 봤고, 따라서 국가 자본주의 대 미제자본주의의 전쟁을 지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사회주의의 실패로 생각했을 때, 이들은 국가자본주의의 몰락으로 봤고,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트로츠키, 로자 룩셈부르크 그리고 안토니오 그람시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를 내세웠다. 즉 현재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국내의 노동자 연대라는 단체가 이쪽의 이론을 그대로 계승한 셈이다.
따라서 토니클리프가 쓴 이 4부작 짜리 레닌 평전은 당연히, 레닌 사후 건설된 소련 체제와 정권을 잡은 이오시프 스탈린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이 사회주의로의 이행 단계였다고 보는 시기는 1917년 러시아 혁명부터 1924년 레닌이 사망하기 이전까지이다. 즉 그 이후는 스탈린이 정권을 잡았기에 사회주의가 아닌 국가 자본주의로 갔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스탈린에 대한 그들의 비판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 다만 비판을 하는 방법과 전술에 있어선, 분명한 오류가 있다. 스탈린의 권위주의적 독재체제나 대숙청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스탈린이 건설한 체제는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었다. 이는 분명히 사회주의 체제였다. 당시 소련엔 자본가 계급이 없었고, 스탈린 체제는 사회주의로의 이행 단계인 제1차 과제인 국유화를 마침으로서, 사적소유 철폐에 기반한 공업화를 이루어 냈다. 그 이면엔 일부 관료들의 부패가 존재하였으나, 현 자본주의 체제에 있는 재벌들 처럼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자본가는 없었다. 비록 양질은 아니더라도, 사회주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복지, 의료, 주거, 교육이라는 것이 적어도 자본주의였던 박정희 정권보다 우선시 되었고, 이는 대기업 위주의 박정희식 경제성장과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필자는 토니 클리프가 주장하는 국가 자본주의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고, 책을 읽을 때 이런 부분은 좀 걸러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과거 소련 시절 스탈린 체제가 만들어낸 필요이상의 우상화 된 레닌의 이미지를 조리있게 비판했다는 것이다. 그저 절대적이고 사실상 전지전능적인 인물로 묘사되던 레닌도 실수도 하고, 프롤레타리아적 대의를 위해 헌신도 하는 인간이자 혁명가였던 레닌을 잘 재조명 했다. 그리고 적백내전 당시 백군 파시스트들과 제국주의의 침략과 테러에 맞서 볼셰비키들이 왜 체카를 창설하여 맞서 싸운 것은 당연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 혁명의 비극인 크론슈타트를 왜 레닌과 볼셰비키들이 진압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잘 설명했다. 그 외의 독일 혁명 당시 독일 사민당의 배신이나 코민테른의 변질화 또한 잘 조명했다.
즉 토니 클리프의 레닌 평전은 5~6개월전 필자가 읽었던 영국 우익 학자 로버트 서비스가 쓴 레닌 평전하고는 확실히 다르고, 보다 진보적인 관점에서 레닌의 생애를 잘 조명해냈다. 과거 우리는 반공주의라는 전근대적인 사고에 빠져 레닌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비록 토니 클리프의 레닌 평전은 일부 오류가 있긴 하지만, 혁명가 레닌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 체제는 실패했다고 한다. 그건 단순히 소련 해체라는 표면적인 현상만 가지고 판단한 생각일 뿐이다. 사회주의의 실패는 자본주의의 성공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의 부패와 제국주의의 악랄함을 고발하는 역할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사회주의를 공부해야 한다. 혁명가 레닌의 생애는 사회주의를 원하는 이들에게 분명 영감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