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 먹어도 될까요 - 약국보다 더 친절한 약 성분 안내서 edit(에디트)
권예리 지음 / 다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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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보다 더 친절한 약 성분 안내서

매일 먹는 30가지 성분 수록!

 

문화는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책도 그렇다.

코로나시대가 된 이후로 질병과 약에 대한 책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실은 코로나시대가 되기 전부터 일상적으로 약을 먹는게 자연스러운 시대였다. 여기저기 병원간판과 약국간판이 자주 보이는 길거리, 조금만 몸에 이상이 생겨도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약, 그런 일상적 약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약을 살 때도 때로는 증상을 설명할 필요 없이 바로 약이름을 말하며 사먹으면서도 그 약이 어떤 성분인지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현직 약사인 저자는 그렇게 일상적으로 우리가 먹고 있는 약에 대하여 성분을 중심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성분을 알면 다른 이름의 약이 결국 같은 약인 것을 알게 되거나 비슷한 약이름 속에서 전혀 다른 약임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여하튼 약을 잘 알고 먹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약을 잘 알고 먹으려면 한 가지 습관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 바로 약을 성분명으로 부르는 것이다. 성분명은 약을 약이게 하는 물질에 붙인 고유한 이름이다. (p. 6)

우리가 더 많은 성분명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기를 바라며, 이 책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서른 가지 약 성분명을 소개했다. (p. 7)

책은 전체적으로 깔끔한 구성이 돋보였다. 약 성분별로 시중에 유통되는 약 이름과 용법, 복용간격, 용량, 임신과 수유시의 위험성, 주의점 을 간단하게 표로 보여주고 뒤이어 작용, 부작용, 복용법, 사용법 을 간략하게 설명해줌으로써 정리와 이해가 쏙쏙 되는 책이었다.

처음 등장하는 성분은 가장 대표적인 해열진통소염제 성분인 '이부프로펜' 이다.

이부프로펜은 우리 몸이 프로스타글란딘이란 물질을 만들지 못하게 방해한다. 프로스타글란딘은 통증, 염증, 열을 일으키므로 이 물질의 합성을 억제하면 진통, 소염, 해열 작용이 가능하다. 이부프로펜 이후 약으로 개발된 것이 무려 수십 가지다. 이들을 통틀어 엔세이드라 부른다. 복잡한 용어처럼 보이지만 뜻은 간단하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라는 뜻이다. 소염제를 크게 스테로이드류와 비스테로이드류로 나누기 때문에 비스테로이드성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p. 31)

엔세이드의 대표적 부작용은 위장장애다. 위장장애의 주범 역시 프로스타글란딘이다. 프로스타글란딘이 통증, 염증 발열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위벽도 보호하며 멀티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엔세이드를 반드시 식사 후에 복용하도록 권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p. 32,33)

엔세이드끼리는 약효와 부작용이 비슷하므로 두 가지 이상의 엔세이드를 함께 복용하면 위험하다. 진통 효과가 부족해서 약을 더 먹고 싶을 때는 엔세이드가 아닌 다른 진통제를 고르자. 예를 들어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 있다. (p. 35)

'엔세이드' 라는 단어는 알아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자주 언급되고, 스테로이드성이 안좋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으니.

성분별로 그 성분이 들어간 약이 효능을 갖는 원리와 부작용을 알게 되는 것은 무척 유익하면서도 새로운 정보들이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약성분 '이부프로펜'의 경우 '부루펜시럽' 이라던가 '그날엔정' 같은 이름은 기존에 익숙하게 알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 약들이 결국은 비슷한 약이고 복용시 중복되면 안되는 이유까지 이해하게 되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 듯 했다. 앞으로 약을 먹게 될때 깨알같은 정보들도 꼼꼼이 보게 될 것 같고. ㅎㅎ

두번째로 설명되는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 인데, 위에서 언급한 타이레놀의 성분이다. 해열, 두통, 치통, 생리통, 근육통을 가라앉히긴 하나 '이부프로펜'과 달리 소염 기능은 없다고 한다. 대신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위장장애가 없어 식사와 상관없이 먹어도 된다고 한다.

약을 구분할 때 스테로이드성이냐 비스테로이드성이냐도 따지곤 하는데 이것은 달리 보면 중독성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마약성에 따라 나누어보게 되기도 한다.

진통제는 크게 마약성, 비마약성으로 나눌 수 있고, 비마약성 진통제는 아세트아미노펜, 엔세이드가 대표적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체온조절중추에 작용해 열을 내리고 통증을 해소한다. 수십년 전부터 널리 쓰던 약인데도 놀랍게도 정확한 작용 원리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엔세이드와 비슷한 일을 해도 온몸이 아니라 뇌에서만 작용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약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엔세이드의 가장 큰 차이는 두 가지다. 소염 작용 유무와 위장장애 우무다. (p. 41)

비마약성 약이 아무래도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흔하게 걸리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감기도 사실 정확한 치료약은 없는 거라고 하던데 질병의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지만 흔한 질병의 약도 없고, 이미 흔하게 쓰는 약의 작용원리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걸 보면 약학과 의학의 갈길이 생각보다 먼 것 같다.

아스피린은 1899년에 처음 약으로 판매되었다.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해열, 진통, 소염제였다. 그렇다면 아스피린이 없었을 때는 열이 날 경우 어떻게 했을까? 한 가지 방법은 버드나무 껍질을 물에 넣고 끓여 마시는 것이었다. 버드나무 껍질의 해열, 진통 효과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도 알고 있었고 무려 5,000년 전 고대 문명인 수메르의 기록에도 나온다. 요즘에도 숲이나 밀림에서 아프거나 열이 날 때 버드나무 껍질을 모아 물에 끓여 마시는 것이 생존 비법으로 전수될 정도다. 이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물질은 살리실산이다. 그런데 살리실산을 그대로 투여하면 위를 심하게 자극하고 심장에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살짝 변형을 했고 그것이 아스피린(아세틸살리신산)이 되었다. (p. 48)

약의 개발 과정이나 역사속에서 발견된 약의 이야기들이 나올때면 더 재미있게 읽혔다. 정확한 성분명이 붙여진 것은 최근에서였겠지만 고대부터 이용되던 민간요법은 의외로 타당한 근거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 수십년 연구해서 약성분을 밝혀내는 과정이 긴 과정 같지만 고대에 몇백년 혹은 몇천년 동안 직접 먹어보고 체득했을 조상들의 지혜는 훨씬 더 지난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많은 항생제가 설사를 일으키는데 이는 항생제가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 중에서 우리 몸에 이로운 세균도 같이 죽이기 때문이다. 이로운 세균이 사라진 틈을 타서 해로운 세균이 증식해 장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항생제만 먹으면 설사하거나 변비가 생기는 사람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항생제 복용 중이나 복용이 완전히 끝난 후에 프로바이오틱스를 챙겨 먹으면 좋다. 단 항생제와 프로바이오틱스를 동시에 먹지 말고 몇 시간 간격을 띄우고 먹어야 한다. (p. 91)

그야말로 약에 관한 상식덩어리 책이었다. 해열제 부터 시작해서 진통제, 피임약, 스테로이드제, 항생제 까지 알아두면 좋을 약 상식들이 정말 많았다. 이런 주의사항들을 진작 알았으면 좀덜 번거로웠을 텐데;;;

감기는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감기 자체는 세균과 무관하다. 세균은 미생물의 한 분류이고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형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감기약에는 항생제를 처방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대체 왜 병원에서는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일까?

일단 첫째로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세균 감염이 추가로 생겨 정말로 항생제가 필요할 수 있다. 둘째는 과거부터 해오던 처방이라서다. 어린이는 귀의 구조 때문에 어른과 달리 감기에 걸렸다가 중이염으로 발전하기 쉽다. 의학이 발전하지 않은 과거에는 아이들이 중이염으로 청각에 심각한 손상을 입는 사례가 많았다. 그래서 예방 차원에서 항생제를 처방했는데 이것이 관행으로 남아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p. 95)

전부터 정말 궁금했었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것이고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인데 대체 왜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일까?

저자의 설명을 읽고나서 속이 뻥 뚫리는 듯 했다. 그렇지 감기약에 항생제가 있을 필요는 없는 건데 말이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답답해져 왔다. 저자가 말하고 있지만 가벼운 감기에 무조건 항생제를 처방하는 관행이 항생제 남용과 저항성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는 현실때문이다. 인간이 항생제를 너무 자주 써서 항생제로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생겨나고 있는 이때에 항생제는 꼭 필요할때만 최소한으로 쓰는 것이 새로운 관행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카페인이 약으로 쓰일 때는 보통 복합 제제의 성분 중 하나로 들어간다. 예를 들어 인구의 약 10%는 이부프로펜이나 아세트아미노펜에 카페인을 첨가해 함께 복용했을 때 진통 효과가 커닌다. 그래서 진통제, 종합감기약에 카페인이 흔히 들어 있다. (p. 110)

카페인은 거의 모든 약에 10~50mg씩 들어 있다. 커피 한 잔에는 50~150mg, 초콜릿 1개에는 30mg, 콜라 한 캔에는 50mg이 들어 있다.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종합감기약, 커피, 콜라, 초콜릿을 먹고 마시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계산해보면 이런 식으로 카페인을 생각보다 많이 먹게 된다. (p. 113)

게보린, 그날엔, 콜대원콜드시럽, 판피린큐액 등 이름만 들어도 무슨 약인지 알 수 있는 흔한 약들 속에 카페인이 들어 있는지 몰랐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약을 먹고 카페인이 들어 있는 식품을 또 먹게 되면 카페인이 과다 복용되어 두통, 불안, 흥분, 불면증, 홍조, 위장장애, 부정맥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감기때 입맛이 써서 단것들을 찾아 먹곤 했다. 그러고 나면 졸리다는 감기약을 먹었어도 잠이 잘 안들어서 피곤하곤 했었는데... 이래서 약 성분을 아는 것이 중요하구나 싶었다.

키미테 패치를 떼어낸 후에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특히 스코폴라민 성분이 눈에 들어갈 경우 눈에 직접 작용해서 문제가 생기므로 주의해야 한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필요가 없어지면 바로 제거하고, 약이 다른 곳에 묻지 않도록 부착면을 반으로 접어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버린다. (p. 189)

먹는 멀미약보다 간편해서 손쉽게 귀밑에 붙이곤 했던 패치가 사실은 주의해서 다루어야 했던 것임을 이제야 알았다. 스코폴라민 성분의 패치는 과다투여되면 인지장애가 생길수도 있고 부작용이 생각보다 많고 위험해 보였다. 피부에 스며드는 약 성분이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니 좀 놀라기도 했다.

흰무늬엉겅퀴는 지중해가 원산지로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서양에서 간보호제로 사용되어 왔다. 영어로는 밀크시슬 이라고도 부르는데 '시슬'은 엉겅퀴를 가리키고 '밀크'는 엉겅퀴 잎의 흰 줄무늬 때문에 붙게 되었다. 간에 좋은 물질은 흰무늬엉겅퀴의 열매에 많다. 흰무늬엉겅퀴 추출물 중에서 약효를 내는 유효 성분을 통틀어 실리마린 이라고 부른다. 실리마린은 간의 해독작용을 강화하고 손상된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한다. (p. 246)

지금으로서는 숙취의 원인을 직접 공략해 모든 사람에게 효고가 있는, 보편적인 '술 깨는 약'은 없다. 의약품도 건강기능식품도 숙취해소 기능으로 허가된 것은 없다. 대신에 간기능을 개선하는 약이나 숙취를 일부 완화하는 영양제, 음료가 있다. 이 제품들을 먹고 숙취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인기인 여명808, 헛개컨디션, 상쾌한 등은 약이 아니라 식품이다. (p. 289)

간에 좋다고 흰민들레즙을 파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흰민들레가 흰무늬엉겅퀴인건지 흰무늬엉겅퀴가 흰민들레로 잘못 와전된 건지 궁금하다.

여하튼, 간을 피로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술 일 것이다. 그런데 숙취를 일으킨다고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 가 아직 숙취의 원인 물질이라고 밝혀진 것도 아니고, 숙취를 해소해 주는 약들이 실은 약이 아니라 플라시보효과에 가까운 보조제 아니 보조식품이었다니... 술깨는 약을 두개나 먹었는데도 왜이러나 하며 숙취에 몸부림 쳤던 기억을 씁쓸한 웃음으로 넘길뿐;;;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들의 성분들에 대해서 알게 되기도 했지만, 처방없이 사먹을 수 있는 약들을 알게 된 점도 좋았다. 상태가 안좋으면 당연히 병원에 가야겠지만 가벼운 증상들일때는 이런 약들을 먼저 복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양제에 대해서도 언제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을 먹어야 할지 알게 되어 유용했다. 약에 대해 확인하고 싶을 때 알아볼 수 있는 사이트들도 나중에 활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약의 성분들만으로도 이렇게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고 쉽게 읽을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모든 약들을 다 이렇게 알고 먹을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이 알려주는 일상에서 많이 접하는 30가지 성분은 알아두면 두고두고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을 듯 하다. 정말 쓸모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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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하게 제압하라 - 반칙이 난무하는 세상 여자가 살아가는 법 오만하게 제압하라
페터 모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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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이 난무하는 세상 / 여자가 살아가는 법

남자와의 권력 게임에서 승리하는 법

 

자기계발서를 안 읽는 편이다. 직장생활에서의 현실지침서류도 읽지 않는다. 왜냐면... 나는 그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

그런데 오묘한 표정의 고양이에게 눈길이 가서 관심이 생긴 책이었다. 제목처럼 오만해보였달까 ㅎㅎ

그리고 이 커다란 고양이가 앞발로 무언가?!를 누르고 있다는 것은 시간이 꽤 지나서야 알아차렸다.

나는 남자로서 그리고 기업가로서 강한 여자들과 함께 일하기를 바란다. 직장에서 남녀가 똑같은 무기로 경쟁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썼다.

짧게나마 몇몇 요점을 여기에 미리 밝혀 두고자 한다. 우선 이 책은 여자들 사이의 갈등을 다루지 않는다. 나는 오로지 여자와 남자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만 다룰 것이다. 나는 유럽에서 일한다. 그래서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직장상황에 대해 경험한 바가 없다. 여기서 소개하는 방법은 성폭행이나 다른 범죄로 인한 트라우마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 그런 경우에는 심리치료사나 변호사와 상담해야 한다. 조직 전체가 이미 근본부터 기울었다면 오만 훈련은 그리 유용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소개하는 모든 방법은 내가 오랜 기간 검증하고 수정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모든 개별 상황에 맞을 수는 없으며 자동으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학술 보고서가 아니라 활용 가능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험 보고서다.

나는 성 연구자도 아니고 심리학자도 아니다. 기업 컨설턴트로서 의뢰인이 원하는 실용적인 해결책에 관심을 갖고 궁리했을 뿐이다. 어떻게 해야 직장 여성이 남자 동료들과의 갈등 속에서 생산적인 직장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말이다. (p. 10~11)

저자는 '머리말'에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 책의 용도를 알려준다. 그렇다 이 책은 실제적 지침서로 활용될 수 있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에게. 그리고 이 책에서 알려주는 남성과 여성의 언어 차이와 인지 차이를 읽다보면 직장생활을 넘어 다른 사회관계에서도 활용할 만한 팁을 얻을 수 있다. 아주아주 예전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라는 책이 아마도 남성과 여성의 대화법과 인지이해의 차이를 설명해주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좀더 간결하면서 구체적인 실전 사례 모음집 이랄까.

영역 침범의 방어는 사회적 계층과 무관하다. 대외적인 지위나 지식수준도 큰 구실을 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직장에서 남자들보다 더 합리적이다. 그들은 남자들이 즐기는 권력게임보다 맡은 업무에 더 집중한다. 하지만 아무리 합리적이어도 소용없다.

여성인 상사가 남성인 부하직원을 대할때에도 업무적 지시전달을 하기 힘들고 어렵게 전달해도 무시당하는 것 같을때 남성들의 '영역'적 이해방식을 알아야 한다. 남성부하직원에게는 상사로서 확실하게 상사의 영역을 인지시키고 난 후에야 합리적 언어가 전달될 수 있다.

이것을 지켜보던 여자들은 그를 불쌍히 여겼다. "너무 심하게 몰아붙인 거 아니에요?"

기분이 어떠냐는 내 질문에 남성(역할극에서 상대역)은 개인적으로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고 대답했다.

"일 이야기잖아요"

그 자리에 있던 여자들은 모두 자기 귀를 의심했다. (p. 89, 90)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며 전전긍긍 하며 말하는 여성 상사는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때로는 침묵이라는 비언어적 방법과 설명따위 필요없는 간단한 명령체의 지시전달이 더 효과적일 수가 있음을 저자는 조언한다. 여직원 대 여직원이 아니라 여직원 대 남직원 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라면서.

북아메리카 사회언어학자 데보라 태넌은 의사소통 방식의 남녀 차이가 어린 시절부터 이미 나타난다고 보았다. 관찰에 따르면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모두 효율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발전시킨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여자아이들은 '관계'를 중시하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서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아이들은 어떤 방식일 때 서열이 생기고 어떤 방식일 때 모두가 동등한지 놀면서 익힌다. 그리고 모두가 동등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논다. 여럿이 같이 놀지만 모두 같은 지위를 가지는 건 아니다. 남자아이들은 자신의 능력과 지위를 드러내고 다른 사람에게 도전하고 다른 사람의 도전을 받음으로써 서열을 정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배운다. (p. 109~111)

저자도 말하다시피 물론 이러한 내용을 하나의 잣대로 보편화해서는 안된다. 다만, 이 책은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현실지침서라는 점을 생각하라.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관계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많은 경우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 위에서 말하는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관계설정의 기초 이해는 적절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위 고하나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많은 여자들이 착각한다.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이 나와 똑같을 거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남녀가 다른 의사소통 방식을 쓴다. 더 나은 방식이 아니라 그냥 다른 방식이다. (p. 114)

개인적으로 바라건대, 더 많은 여성이 리더 위치에 오르면 좋겠다. 여성은 승진 욕구만으로 그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외국어를 하나 더 배워야 한다. 남자의 언어 말이다. (p. 115)

상대방이 하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외계어라 생각하면 차라리 낫다. 내가 모르는 언어라고 생각하면 뭐 하나라도 알아듣기 위해 천천히 심사숙고하며 듣게 된다. 나와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고 해서 같은 언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외국어겠거니 하며 들으면 이해의 여지가 넓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성들에겐 비언어적 표현과 말의 속도가 큰 영향을 끼친다.

빠르게 움직이고 말하는 것에 오랫동안 익숙했던 여자들은 느려지는 노력을 시작할 때 일반적으로 우스꽝스럽거나 과장하는 기분이 든다. 그들이 속도를 극단적으로 낮췄다고 말할 때 조차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빠르다. 느림을 연습하는 여자가 이제 말과 행동이 슬로모션처럼 거의 괴상하게 느껴진다고 할 때 비로소 '적당한' 속도인 경우가 많다. (p. 149~150)

눈을 마주치고 집중 시킨 다음 간단 명료하게 천천히 말하는 것, 아들 키우는 엄마들에게 자주 조언되는 방법인데...^^;;;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어느쪽이 더 낫다고 하는 말이 아니다. 다르다는 차이를 이해하는 중이다.

공놀이를 하려는 남자아이들에게 팀의 주장이 되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팀에서 자기 역할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무리에서 서열이 가장 낮은 것 역시 문제가 안 된다. 자기 자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런 맥락에서 남자들은 직장에서도 서열이 정해지고 영역과 담당이 확정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p. 158)

남성이 다수인 직장에서 여성이 직장생활을 그것도 상사로서 해나가야 하는 경우에 서열정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배려는 서로간에 존중되는 사이일때나 가능한 말이다. 한쪽만의 배려는 그냥 무시할만한 상대라는 약점 노출에 불과하다. 자신의 자리는 자신이 드러내야 한다. 존재감!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직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른다. '나의 책임 영역이 아니므로 나는 그것을 하지 않는다' 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직책과 역할에만 충실하면 여자들은 직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자기 책임으로 여기며 '엄마 노릇'을 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스스로 강화되는 선순환 체계다. (p. 211)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업적을 만방에 알라지 않아도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실력이 모든 걸 말해주기 때문에 굳이 대대적으로 광고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p. 221)

저자의 조언은 냉철하다 못해 냉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구체적 사례들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가 냉혹하고 직장이 냉정하다는 것은 조금만 일해보면 누구나 다 깨닫게 된다. 모든 일이 다 내탓도 아니고 내가 직장에서 할 업무의 영역은 대개 정확하게 구분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 선을 잘 이해해야 한다. 남이 알아서 나를 알아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나의 실력에는 입이 없다. 나대신 말해주지 않는다. 내가 내 실력을 말해야 다른 사람이 내 실력을 알게 된다. 떠벌리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한 일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겸손따위 저 멀리 두고 딱 내 실력만큼만이라도 확실하게.

'공격'이라는 말에서 여러 부정적인 연상들이 떠오르는데, 사실 그것은 어원과 맞지 않다. '공격aggression'은 '다가가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aggredi'에사 나왔다. 이 낱말에 '공격'의 의미가 담긴 것은 언어사적으로 상당히 나중일 것이다. 'aggredi'는 누군가에게 가까이 다가가 거리를 좁힌다는 뜻이다. 이런 중립적인 움직임이 어째서 불편한 행동으로 이해되었을까? 간단한 실험 하나면 금방 알 수 있다. 약 10미터 간격을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선다. 그런 다음 한 사람이 마주 선 사람을 똑바로 보면서 규칙적인 보폭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아무리 늦어도 상대방이 코앞까지 다가오면, 반사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된다. 이런 접근이 안정적인 거리를 무너뜨리고 그 과정이 공격처럼 느껴진다.

이런 의미에서 공격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적합한 거리를 발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또한 공격은 직접적이지 않고 결코 폭력과 같은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중립적이고 일상적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공격은 우리의 일상에 속한다. 그러므로 싸잡아 유죄 판결을 내리지 말고 당연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공격은 폭력으로 변질될 수도 있지만 또한 창의력을 증진할 수도 있다. (p. 231~232)

어원 이야기를 읽으면 늘 그 말의 뜻을 좀더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공격이라는 말이 시작은 그저 다가가다 였다니... 인간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오는 동안 진화의 결과 중 하나가 접근이 곧 공격이 된 것일까... 여하튼 지금의 우리사회는 적절한 거리가 반드시 필요한 사회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코로나때문에라도 그렇지만;;;) 사회적 거리는 가장 가까운 가족사이에서도 진작에 유지되었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하물며 직장생활에서야 더더욱.

유럽사회에서도 직장에서 여성이 성공하는 확률은 높지 않은가 보다. 이 책을 읽으며 거기나 여기나 별 차이 없구나 싶고, 그러니 거기서 통하는 팁들이 여기서도 통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직장생활 하는 여성들이 유용하게 써먹을 실전조언들을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쉽고 가볍게 읽히면서 부담이 없으니 한번쯤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듯 ㅎㅎ

여성 리더들은 기본적으로 남성 언어와 여성 언어 모두에 능통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적절히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

들을 때마다 화가 나는 질문이 있다.

"남자가 왜 이런 책을 씁니까?"

이 질문에 짧게 답하고자 한다. 내 대답은 반문이다.

"그럼 누가 써야 합니까?" (p.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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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 카페 - 세상에서 가장 작은 지식 충전소
질다 르프랭스 지음, 최린 옮김 / 가디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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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지식 충전소

지도와 함께 살펴보는 지구상에서 가장 핫한 이슈30개 완벽 분석

 

일반 책보다 큰 사이즈의 이 책을 읽다보면 시사잡지 한권을 읽는 기분이 든다.

세계적 이슈 30가지에 대한 개요를 훑어보면서 매 챕터마다 세계지도가 한번씩은 꼭 등장하다보니 책을 다 읽고 나면 세계지도가 머릿속에 친근하게 남는다. 그리고 어떤 이슈를 읽어도 세계지도에서 비슷한 지역에 계속 색칠이 되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슈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기도 한다.

바다의 주인은 누구일까? '공해' 영역을 보면서 본토와 멀리 떨어진 지배지역으로 인해 넓은 공해를 소유한 나라들의 역사를 떠올려보고

마약은 어디서 생산할까? 마약재배는 소비와 연결되므로 음성적 패권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빈곤이 사라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연결되어 결국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인걸까 싶기도 하다.

스포츠행사를 왜 열까? 에 나오는 지도를 보며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지가 어떻게 몰려있는지 새롭게 확인하고 나면

산림파괴의 원인은 무엇일까? 에서 당장 오늘의 경작지를 위해 산림을 불태워야 하는 지역이 어딘지를 보면서 세계적 빈부격차가 다시금 보이고

난민은 어디서 생길까? 의 난민 수용국을 보면서 뉴스에서 난민문제를 거론하는 나라들치고 난민수용을 한 나라가 거의 없었음에 허탈해지기도 한다.

교민은 얼마나 돈을 보낼까? 또한 제 나라를 떠나 경제활동을 해야하는 배경을 생각해보게하고

언어의 세계화는 가능할까? 에서 소수민족의 사라짐이 세계적 번영과 연결되면서

노예는 오늘날에도 있을까? 라는 질문이 너무나 지금도 해당된다는 것에 씁쓸해진다.

사막화는 어디서 일어날까? 같은 자연문제는 지도로 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고

사이버 공격은 누가 저지를까? 같은 권력이 배후에 깔린 문제도 지도에서 보면 분쟁과 연결되어 보이는데

라마단이 왜 문제가 될까? 같은 질문이 왜 질문되어져야 하는지 지도가 눈치채게 해주는 것 같았다.

장벽을 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서 평소에 미처 알지 못했던 장벽의 실태를 보며

극단주의는 왜 극성일까? 의 지도와 위 질문이 무관하지 않음을 생각하게 되고

세계유산을 보호할 수 있을까? 처럼 현실적인 문제들과의 연관성을 체감하게 되기도 한다.

부패한 국가는 어디일까? 의 세계부패현황지도를 보며 여전히.. 라는 아쉬움과

조세피난처는 어디에 있을까? 의 작은 섬들을 보며 이렇게나.. 하는 분노와

조직범죄는 어떻게 돈을 벌까? 의 화살표들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우주정복에 왜 나설까? 는 정치와 무관하지 않았고

자연재해는 어디서 일어날까? 는 경제와 무관하지 않았고

전쟁은 왜 일어날까? 는 결국 정치과 경제를 포함한 갈등 현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셰일가스는 어디 묻혀 있을까? 에서 개발하고자 하는 나라들과 개발하지 않는 나라들의 입장차이는

여성이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 라는 나라의 중심가치들과 어쩌면 연결점이 있어 보였고

해협은 왜 전략상 중요할까? 에서 보여주는 해협들은 다시금 패권문제로 돌아오게 했다.

파탄국가는 어디일까? 에서 보여지는 위기의 국가들은

빈민촌은 어디에 있을까? 라는 빈민들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고

종교순례는 왜 갈등을 빚을까? 라는 질문은 앞서 질문되어졌던 갈등과 분쟁의 지역과 곧바로 연결되어 있었다.

남획을 왜 막아야 할까? 나 SNS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킬까? 그리고 세계인구가 많은 걸까? 하는 마지막 질문들은 인류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얼마나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다시 상기시켜주고 있는 듯 했다.

질문이 던져지면 세계지도 한장 크게 펼쳐놓고 전체적으로 관망하면서 요약설명을 읽다가 어느새 쓰윽 책 한권을 다 읽고나면 교양프로그램 한편을 보고난 것 같은 기분이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이지만 무겁지 않게 카페에서 차한잔 시켜놓고 한담을 나누듯 읽게 되는 이 책을 읽고나서 좀더 자세하고 깊게 알고 싶다면 그것은 독자가 찾아내야 할 몫이다. 이 책은 세계적 이슈를 세계지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 딱 그만큼의 제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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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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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F 와 판타지를 좋아한다. 테드창 과 류츠신의 작품을 읽으며 중국SF작가들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면서 켄리우의 작품도 궁금해졌다. 화려한 수상경력도 그렇지만, 다양한 지면에 발표된 개별 작품들을 한국에서 엮어낸 단편집이라는 점에도 호기심이 일었다. 무엇보다 표지 속 저 생명체가 시선을 끌었다. 미리 말해놓자면 이 책에 수록된 그 어느 작품과도 표지는 연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신묘한 표지가 더이상 궁금하지 않을만큼 작품마다마다 여운이 길었다.

나는 과학 소설이 미래를 예견하는 일과 연관이 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쪽 분야에서 과학 소설은 이제껏 별 신통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어쩌면 어떤 작가들은 자신이 쓴 소설 속에서 정말로 미래를 예견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나의 관심사나 목적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심지어 '도래할지도 모르는 미래'에 관해서도 쓰지 않는다. 내가 쓰는 이야기는 대부분 의도적으로,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도래할 리 없는' 미래에 관한 것들이다. (p. 7)

현대성이라는 말에서는 어딘가 '동떨어진' 느낌이 난다. 그러한 까닭에 나는 이야기에서 의식의 업로드나 싱귤래리티(Singularity, 특이점), 포스트 휴머니즘 같은 소재를 많이 다룬다. 그러나 핵심만 놓고 보면 이러한 이야기들은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지난날의 지혜가 설득력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p. 8)

작품을 시작하기전 저자의 말이 이토록 인상적이었던적이 있었나 싶다. SF소설이라고 하면 미래소설이라는 의미로 사용될 때가 많지 않았나. 그런데 저자는 SF소설을 쓰면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쓰지 않는다고 오히려 도래할 리 없는 미래에 대해 쓴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점이 현재이고 현대이므로 현대적이라는 말은 이미 잠시만 지나면 과거적이 된다는 점에서 '현대성'에 대해 의문을 갖던 나로서는 첨단과학이 등장할 수록 인간 본연의 의미(과거에는 굳이 생각지 않아도 자연스러웠던 그 어떤 것)를 찾아봐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질문과 공명을 일으키는 듯 했다.

통념과 달리 서사시는 지금도 현재성을 띠고 엄연히 존재하는 예술형식이다. 예컨대 뮤지컬 [해밀턴]은 아우구스투스 시대에 로마인으로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정의했던 [아이네이스]와 같은 방식으로 오늘날 미국인으로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 주는 미국의 서사시이다. (p. 10)

저자는 중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하여 지금은 미국 보스턴에서 낮에는 법률 컨설턴트로 밤에는 소설을 쓰는 작가로 살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의 유년시절과 미국에서의 성장이 어떤 조화를 이루었기에 [아이네이스]를 SF판타지소설집 서문에서 언급할 수 있었던건지 궁금하다. 얼마전 [아이네이스]를 읽으며 로마건국서사시로서만 이해했었는데 그렇게 지배자의 용도적 측면에서 받아들였었는데 [아이네이스] 속 과거가 아닌 그 서사시가 편찬된 시절의 로마인들에게 당대를 살아가는 의미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하니 잠시 책장을 덮고 생각해보아야 했다. 서사시의 의미란 무엇인가...

당신은 나에게 삶을 줬지만, 그렇다고 내가 당신을 소유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사랑은 중력 같은 게 아니에요. 그냥 늘 존재하는 거라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선 안 돼요. 그러니까 나는 계속 그렇게 기다릴 게 아니라, 마땅히 내 손으로 삶을 개척해야 했던 거죠. (p. 53)

나는 선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삶을 낭비했다. 그래서 기꺼이 내 삶에 플라스티네이션 처리를 했다. 고치 속에 숨은 누에처럼. 세계 곳곳에서 삶이 영원히 이어져지만, 사람들은 전보다 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함께 나이 들지 않았다. 함께 성숙하지도 않았다. 아내와 남편은 결혼식 때 선서를 지키지 않았고, 이제 그들을 갈라놓는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권태였다. (p. 59)

나의 차례가 오면 죽음을 맞기로 했다. 한 여자의 삶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누린 채로. 내 인생은 하나의 기다란 호가 될 터였다. 시작과 끝이 있는. (p. 60)

딸은 나와 다른 세상에서 자란 사람이었다. 모세가 약속의 땅에 들어서지 못했듯이, 나는 영원한 시간을 감당하며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할 운명이었다. 내가 늙어 가다가 죽기로 마음먹은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다시 그리고 또다시 시작해야 하는 운명으로부터. (p. 61)

<< 호 弧 >> 中

인간은 오래전부터 영생을 꿈꾸었다. 누구나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하루 살기가 버거운 사람들은 긴 생이 오히려 짐이었다. 하지만 다 가진 사람들, 재물과 권력과 모든 영화를 다 누린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그런 삶을 오래도록 지속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졌다. 하지만 걸리버여행기에 나오는 영생의 존재인 스트럴드브럭 처럼 늙어가는 영생은 저주에 가까웠다. 젊음을 유지한 영생 이어야 꿈꿀만 했다. 하지만 이 꿈이 실현되었을때 인간은 정말 행복할까?

젊음을 유지하는 재생시술이 개발된 후 삶과 죽음은 선택의 문제가 된다. 그리고 그 선택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사랑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원이 아니라 총알같이 날아가는 단 하나의 방향선인 직선이 아니라 처음과 끝은 있되 저마다 휘어짐과 길이가 다를 '호' 는 인생을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조님들께서 나무배가 물 위를 나아가듯이 별과 별 사이를 거뜬히 날아다니는 방주를 타고 이 별에 도착하셨다는 전설은 내가 어릴 적부터 들은 이야기였다. (p. 72)

"그 요법이 왜 통하는지 설명하느라 당신이 동원한 오행인가 하는 원리는 잘 이해가 안 가요, 어쩌면 그냥 비유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어요. 그러니까 잘 보존해서 나머지 인류에게도 가르쳐 줘야 해요. 유서 깊은 공생 생물들과 더불어 사는 법, 또 더불어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들한테요" (p. 103)

<< 심신오행 >> 中

우주탐사가 자연스러워진 언젠가 인류는 몸속이든 몸밖이든 완전박멸한 상태에서 살고 있었다. 불시착한 행성에서 홀로 살아남은 한 사람이 마지막 에너지를 동원하여 다른 별에 불시착한다. 알려지지 않은 그 별에 인류가 살고 있었고 그들이 사는 방식은 잊혀진 고대의 삶이었다. 하지만 그 고대의 방식은 균이 박멸되고 감정이 박제된 현생인류의 방식보다 가치있어 보였다. 미개와 발달은 어쩌면 관점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난족은 수천년 동안 이 산에서 살았다. 마을에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책들, 즉 몇 세대에 한 번씩 새 삼줄로 새 매듭을 지어 베껴 쓰는 그 책들을 보면 우리 부족의 기원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세상일에 관여하지 않고 세상 또한, 보통은, 우리를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 둔다. (p. 112)

나로서는 그때껏 산업화 이전 단계의 소수 민족에게서 신약 개발의 아이디어를 수집해 온 나의 전적을 또다시 언급하는 수밖에 없었다. 실없는 전설과 미신으로 점철된 이야기보따리 속에는 진짜배기 전문 지식의 알맹이가 드물지 않게 숨어 있었고, 이를 발견하여 개발하면 노다지를 캐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p. 124)

나는 바보였다. 내 딴에는 우리 마을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토무가 제시한 달콤한 조건에는 단서가 주렁주렁 붙어 있었다. 내가 한 일은 결국 먼 곳의 군주가 파놓은 빚 구덩이에 우리 난족을 밀어 낳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군주에게 해마다 공물을 바쳐야 했다. (p. 132)

<< 매듭 묶기 >> 中

과거 전쟁을 피해 산속 깊이 올라 마을을 구성하여 살고 있는 부족이 있었다. 그들의 문자는 매듭이었다. 그들의 책은 매듭묶음으로 만들어졌다. 어느날 그 마을에 서양인 한 사람이 찾아온다. 그는 매듭언어에 관심이 많다. 부족장을 데려가 연구한 끝에 매듭언어와 DNA 관계를 밝혀내어 큰 성공을 거두지만 그가 부족장에게 건넨 것은 수수료가 점점 올라가게 되어있는 볍씨 몇자루 뿐이었다. 고대의 지혜가 첨단의 과학에 의해 어떻게 무너지는지 작은 평화가 외부의 탐욕으로 어떻게 망가지는지 보여주는 판타지는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만약에, 우리가 단지 하루하루 어떤 알고리즘을 따르는 것뿐이라면? 우리 뇌세포가 단지 어떤 신호를 받아서 다른 신호를 찾을 뿐이라면? 우리가 생각이란 것 자체를 안 한다면? 내가 지금 당신한테 들려주는 이야기가 단지 미리 정해진 반응일 뿐이라면, 의식이 개입되지 않은 물리 법칙의 결과라면?" (p. 160)

<< 사랑의 알고리즘 >> 中

첨단 인형을 개발하는 회사가 있었다. 남편은 사장이고 아내는 기술자였다. 점점 사람처럼 반응하는 인형을 만들어가던 아내는 어느날 사람들 사이의 반응 알고리즘을 완벽히 예측하는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거의 사람처럼 로봇을 만들다가 사람과 구분이 되지 않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어져 왔던 것 같다. 영화 '블레이드러너'가 생각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답을 찾진 못한 것 같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런데 이제는 벽에 부딪혔어. 우리는 꿈에 그리던 연산 능력을 모조리 손에 넣었고, 초고밀도 인공 신경망에 필요한 저장 공간도 이미 실용화했어.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어떻게 해야 정신을 만들 수 있는지 우리는 아직 몰라. 그래, 최신형 컴퓨터는 튜링 테스트에서 정체가 드러나기 전에 꼬박 30분을 버텼어. 하지만 내가 보기에 우린 이미 능력의 한계에 부딪혔어. 그래서 장님처럼 더듬더듬 길을 찾고 있지. 우리한테 필요한 건 지도야. 우리가 유일하게 보유한 제대로 작동하는 정신의 플랫폼, 바로 우리 정신 자체의 청사진 말이야.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우리는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직도 알지 못해. 우리는 살아 있는 두뇌를 역설계하는 수밖에 없어. 두뇌를 조각조각 분해한 다음, 다시 조립해야 해. 그래야 우리 손으로 정신을 창조하는 방법을 진정으로 깨우칠 수 있어. (p. 187)

<< 카르타고의 장미 - 싱귤래리티3부작 >> 中

육체와 정신은 따로 분리되는 것 같지만 분리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육체가 죽는 순간 정신도 죽는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할 수록 이 부분에 의문을 품는 것 같다. 육체를 죽지 않게 유지한다거나 육체는 죽어도 정신만 분리한다거나 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하는 것 같다. 뇌 지도는 완성되지 않았다.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죽은 뇌는 뇌의 활동을 보여주지 못한다. 살아있는 뇌를 통해 정신을 연구하고 싶은 욕망, 그 욕망이 살아있는 뇌를 자르는 순간까지 오게 만든다면?

"박사님, 달이 왜 갈수록 점점 커지는 건가요?"

"내 생각엔 달이 지구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요. 입맞춤을 하고 싶어서 가까이 다가오는 거죠"

사람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가던 길을 갔다. 대개는 우주공항으로 향하는 사람들이었다. 그곳에서 거대한 눈물방울처럼 생긴 우주선에 올라 외계로 떠나는, 그리하여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들. (p. 198)

<< 만조 >> 中

달이 점점 더 지구에 가까워지고 지구의 육지는 점점 더 물에 잠겨간다. 지구에 남을 것인가? 지구를 떠날 것인가? 우주선 모양이 거대한 눈물방울 모양이라는 것부터 지구는 이미 눈물투성이였다.

"이제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습니다"

에버래스팅사가 북극해의 스발바르제도에 거대한 데이터 센터를 짓는 동안, 세계 각국에서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살인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한 소동이 벌어졌다. 업로드된 인간이 한명 생길 때마다 생명을 잃은 육체 한 구가 남기 때문이었다. 파괴적 스캔 과정을 거친 두뇌가 피투성이 곤죽이 된 채로. 하지만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 인간에게, 그의 본질에게,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 없어서 굳이 말하자면, 그의 '영혼'에게?

그 사람은 이제 인공지능일까? 아니면 어떤 의미에서는 여전히 인간일까, 실리콘과 탄소 동소체 그래핀이 신경 세포의 기능을 수행하는? 단지 의식의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마친 것일 뿐일까? 아니면 그 사람은 단순한 알고리즘이, 자유 의지의 태엽 장치 모사품이 되어 버린 걸까? (p. 206)

오로지 이 세상뿐이다. 우리가 살아갈 운명을 타고난 세상, 우리를 붙들어 놓고 우리에게 존재하라고 요구하는 세상은, 컴퓨터가 만들어낸 환상으로 이루어진 상상의 풍경이 아니다. 이메일 속의 엄마는 진짜 엄마의 시뮬라크림이었다. 선전용으로 만든 전자 기록, 염세주의로 유혹하는 초대장. (p. 220)

<< 뒤에 남은 사람들 - 싱귤래리티 3부작 >> 中

육체를 소멸시키고 정신만 살아있을 수 있다면 그 삶 또한 진정한 삶인 것일까? 그러한 삶에서 시간이란 무슨 의미일까? 가족이란? 지구가 점점 더 살기 힘든 환경이 되어가고(그 환경을 만든 주체가 인간이고) 물질로 이루어진 실체적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져갈때 점점 야생화되어가는 땅을 밟고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새 생명이 살아야 할 환경은 어떠해야 하는 것일까?

이 로봇은 죄책감을 덜어 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너무 멀리 살고 핑곗거리도 너무 많은 이들을 위하여. 어머니 곁의 당신이 본질적으로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기술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p. 239)

<< 곁 >> 中

인간형 로봇이 상용화된다면 어떤 분야에서 가장 먼저 시작될까? 무언가를 만드는 기술을 가진 로봇은 굳이 인간형태일 필요는 없다. 인간을 상대하는 서비스에서 인간형 로봇이 필요할 것이다. 그 서비스는 아마도 돌봄영역에서 가장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로봇이 된다는 것은 (비록 그 로봇을 먼곳에서 가족이 조종하고 있다할지라도) 현실적인 가능성이다. 가족은 무엇인가?

우리가 하는 숙제는 유전학과 유전 형질에 관한 프로젝트다. 어제 수업 시간에 바이 박사님이 우리 의식을 여러 개의 구성 알고리즘으로 분해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각각의 알고리즘은 다시 루틴과 서브루틴으로 해체되었고, 결국 우리는 개별 명령어, 즉 근원 코드가 되었다. 그런 다음 바이 박사님은 우리 부모님들이 어떻게 제각각 우리에게 그 알고리즘의 일부를 주었는지 설명하셨다. 우리가 태어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들이 여러 루틴을 재결합하고 재배치한 결과 우리는 완전한 인격, 즉 우주에 새로이 탄생한 어린 의식이 되었다. (p. 247)

엄마는 싱귤래리티 이전의 사람, 고대인이다. 고대인은 온 우주를 통틀어 수십억 명밖에 안 된다. 엄마는 업로드를 하기 전에 육체를 지닌 채 26년간 살았다. (p. 249)

카메라가 보여 주는 이륙 광경 속에서, 우리 아래의 데이터 센터는 스발바르제도에 위치한 하얀 빙원 한복판의 까만 정육면체이다. 이곳은 집이자, 우주에 있는 모든 세계의 하드웨어적 토대이다. (p. 255)

<<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 싱귤래리티 3부작 >> 中

의식의 시대가 되었다. 3000억 명의 의식이 데이터센터에 모여 산다. 사는걸까?... 여하튼 의식들만으로도 새로운 가정이 탄생하고 공간은 무한하고 의식의 범주도 확장되어 간다. 하지만 여하튼 그 모든 것은 지구에 있다. 지구는 점점 살기에 위태로운 환경이 되고 있다. 외계의 별로 우주선을 보내려 한다. 우주선에 실린 의식은 목표된 별에 도착한 후 지구로 돌아오지 못한다. 아직 거기까지의 기술은 없다. 엄마의 의식은 이 우주선에 탑승할 예정이다. 엄마와 잠깐 여행을 하고 왔을 뿐인데 지구의 시간 45년이 흘렀다. 딸이 그 짧고도 긴 여행에서 본 물질세계는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 의식은 물질을 반영하게 되었다. 직접 본 순록 한마리는 의식 속에서 무리를 만들수 있게 된다. 의식은 꿈을 꿀 수 있게 된다.

"그 아이가 진실로 믿고 받아들이는 날에, 너의 이야기는 비로소 진실이 될거다" (p. 287)

<< 달을 향하여 >> 中

달나라에 사람이 산다는 설정은 전래동화 같지만 판타지다. 중국에서 미국에 이민자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달나라에 사람이 살게되는 것 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믿었을때 이야기는 현실이 된다.

"중요한 건 맛의 균형이다. 중국인에게 운명이란 단맛과 신맛, 쓴맛, 매운맛, 짠맛, 마라 맛, 그리고 부드러운 위스키 맛을 한꺼번에 모두 맛보는 거다. 뭐, 사실 중국인은 위스키가 뭔지 모를 테지만, 그래도 내 말이 무슨 뜻인지는 너도 알 거다" (p. 340)

백인들은 백인 광부에게서 채굴권을 빼앗아간다는 이유로 중국인 고아부들을 백안시했다. 그 채굴권은 대개 백인들이 포기한 것이었는데도 그러했다. (p. 351)

"여기가 내 집이다. 나는 여기서 마침내 세상의 모든 맛을 찾았다. 그 모든 단맛과 쓴맛, 위스키 맛과 고량주 맛, 거칠고 아름다운 남자들과 여자들, 그들이 지닌 야성의 흥분과 불안, 아직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대지의 평화와 고독...... 한마디로 말해 정신을 고양시키는 짜릿한 맛, 그게 바로 미국의 맛이다" (p. 404)

<< 모든 맛을 한 그릇에 - 군신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 >> 中

이 책에서 가장 긴 작품이면서 중국인의 미국이민사 기록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삼국지의 관우 이야기와 함께한 중국인들의 고난극복기이다. 새로운 땅을 먼저 차지한 이들과 뒤이은 자들의 배척과 인간대 인간으로 어우러지게 되는 배려가 함께 하는 것이 결국 인간의 삶인 것인지도...

"나는 되게 오랫동안 우주여행을 했어. 우주선은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 안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단다. 고작 석 달밖에 안 지난 것 같은 느낌이야"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아빠가 전에 다 설명해준 이야기였다. 엄마가 시간을 속이는 방법이 바로 그거라고 했다. 엄마한테 남은 시간인 2년을 길게 늘여서, 내가 자라는 모습을 보려고. (p. 410)

<< 내 어머니의 기억 >> 中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남아있는 생의 2년을 늘이고 늘여서 열살, 열일곱살, 서른여덟살, 여든살 때의 딸의 모습을 보는 엄마. 그렇게 젊은 모습의 엄마와 늙은 모습의 딸은 마지막이 되어서야 더이상 이별하지 않게 된다. 우주과학이 이런 용도로 쓰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AI는 할 수 없는 인간적인 생각인 것은 아닐까...

독자들은 제가 책에 쓴 단어 하나하나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겁니다. 왜냐면 독자 한명 한명이 자기만의 이야기보따리와 자기만의 해석 틀, 자기만의 상처, 자기만의 정서적 공명점을 지닌 채로 책을 펼친 다음, 제가 쓴 글을 읽고 완전히 다른 세상을 쌓아올릴 테니까요. 이로써 완성된 결과물은 사실 절반만 제 것이고, 절반은 독자의 것입니다. (p. 416) <저자의 인터뷰 中>

독자가 이해하거나 말거나 자신만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주입하는 작가들보다는 애초에 이렇게 작가의 몫과 독자의 몫을 함께 인정하는 생각이 좋아보였다. 백프로 독자의 몫이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게 떠넘기는 것 같고 독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것은 너무 독선적인것 같고, 작가가 썼으나 독자의 몫도 있다고 하는 말이 훨씬 공감이 갔다.

독자의 몫으로 남겨지는 부분이 많은 소설들이었다. 작품 하나하나 질문이 스토리보다 질문이 남는 책이었다. 그 질문들이 미래를 향한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철학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소설들이었다. 미래를 예상하는 소설이건 오지 않아야 할 미래를 이야기하는 소설이건 요즘의 SF소설들은 한결같이 묻고 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이냐고, 그런 삶을 만들어가려면 과학은 어떠해야 하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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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 물방울부터 바다까지 물이 드러내는 신호와 패턴을 읽는 법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트리스탄 굴리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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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부터 바다까지 물이 드러내는 신호와 패턴을 읽는 법

How to Read Water

 

현대에도 탐험가가 직업이 될 수 있구나 라는 것을 저자를 통해 알았다. 자연 네비게이션을 통해 자연에서 얻은 다양한 지식을 탐구하고 저술하는 저자의 삶은 탐험가 라는 단어가 풍기는 느낌에 비해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다이나믹하지는 않다. 제목처럼 정말 산책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게되는 책이다. 1권의 산책코스는 모르겠으나, 2권의 산책 코스는 물가 이다. 여름용 산책코스로는 제격이랄까.

이 책은 당신이 웅덩이 옆에 서 있든, 수 킬로미터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든, 그 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물리적 단서와 신호, 패턴에 관한 책이다. (p. 5)

우리 눈에 보이는 것과 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아름다움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p. 7)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풀꽃도 자세히 보면 예쁘다고 했다. 경치좋은 자연은 보는 것만으로도 멋지지만 알고 보면 더 경이로울 수 있다. 그 자연 속 물가를 탐험가의 눈으로 둘러보는 산책을 시작하는 첫 코스는 부엌이다. ㅎㅎ

아주 사소한 것들이 더 큰 관측 결과와 합쳐지면 우리에게 더 깊은 통찰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어지러운 부엌에서의 실험이 해변 산책과 합쳐지면 동네의 강이 불어 넘칠지 아닐지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p. 31)

컵 안의 물 표면이 평평한 것이 아니라 가장자리 쪽이 살짝 위로 올라간 곡선 형태인 '메니스커스' 와 물방울과 물방울 사이의 인력, 장력, 점성 사이의 관계와 물방울이 모이고 모이다 흐르게 되는 과정을 의식적으로 살펴보다 보면 물의 과하적 특성을 새삼스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흐르는 물을 닦으며 모세관 현상을 생각하면 자연 곳곳에 스며든 물이 퍼져가는 과정을 머릿속에 상상해볼 수도 있다. 이렇듯 부엌에서부터 '우리는 어느 한 지역이 물을 이해하는 것이 다른 곳의 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개념을 배우게 될 수 있다.'(p. 32)

백악(백색 연한 석회암) 지역에 살고 있어서 물이 고이는 대신에 아래로 스며들기 때문에 자연 연못에서 수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p. 33)

백악으로 된 다공성 바위가 불투수성 바위층과 만나는 곳에서 종종 샘이 생기는데, 이런 샘이 하나 발견되었다면 같은 깊이에 더 많은 샘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p. 74)

진흙으로 된 땅에 내리는 비는 몇 시간 안에 그 지역 강물의 수위를 높이지만, 백악에 내리는 비는 몇 달 동안 그 지역의 강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진흙 지역의 강물은 아주 온벽히 반짝거리고, 백악 근처의 강은 전혀 반짝거리지 않는다. (p. 83)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중요하게 말하는 부분이 아닌데도 읽는 내게 꽂혀들어오는 단어가 있곤 하다. 그 책을 읽는 당시에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와 관련있는 단어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백악' 이라는 단어가 나올때마다 반가웠다. 틈날때마다 '일리아스'를 조금씩 읽고 있는 중인데 그리스반도의 대부분을 이루는 '백악'지형에 대한 묘사들이 자주 나와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백악'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고대로 잠시 생각이 널을 뛰곤 했다.

다시 원래의 책으로 돌아와서, 저자는 부엌을 나와 집근처의 연못가를 거닐고 있다. 연못에서 볼수 있는 '잔물결' 패턴을 통해 넓고 넓은 태평양의 섬들 사이를 지날 수 있는 해도로 범위를 자연스럽게 확장시킨다. 작은 물방울에서 홍수까지 연못에서 태평양까지 저자의 물가 산책의 범위는 순식간에 그리고 자유롭게 왔다갔다한다. 여하튼, 주변에서 흔하게 보아왔던 작은 신호들을 통해 큰 신호를 짐작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꾸준히 알려준다. 물 자체에서 얻는 신호들도 많지만 물 밖에서 얻을 수 있는 신호들도 많다.

너울의 패턴을 비롯하여 주된 단서 중 하나는 눈에 보이는 새들의 종류다. 새는 종에 따라 육지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려준다. (p. 51)

못생긴 잡초부터 매력적인 야생화에 이르기까지, 키가 작은 모든 식물은 선호하는 습도가 있고, 그래서 땅에 있는 물의 양과 근처에 물이 있을 가능성을 알려준다. (p. 54)

동물의 크기 면에서 거의 끄트머리에 있는 곤충의 서식지에 대해서도 흥미를 느껴볼만 하다. 거미줄에 걸린 곤충을 잠깐 살펴보면, 물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것들과 물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p. 57)

'물'만 봐도 물은 많은 것을 알려주지만 '물'을 보지 못해도 물을 알수 있게 해주는 것들은 다양했다. '이 모든 기술은 물을 '눈으로 보기 전에 미리 보는 법'을 배우는 재미있는 기술이다. 내 마지막 조언은 여러분이 걸어온 길을 종종 돌아보라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때에 물을 맞닥뜨린다면 이것은 아주 훌륭한 기회다.'(p. 60) 어느 도시로 여행하러 갈때 도시이름에도 물이 들어있는 곳이 있다. 물가를 향해가는 동안 동식물들이 힌트를 주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던 이러한 힌트들을 알려주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저자가 아주 신이나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 유쾌함을 즐기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방법중 하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연못처럼 뭔가 아기자기한 맛이 없는 그냥 어쩌다 생긴 웅덩이도 저자는 '보잘것없지 않은 웅덩이'라며 기꺼이 땅바닥에 엎드려 웅덩이를 관찰한다. 강과 시내를 통해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때로는 과학자적인 면모가 물씬 풍기는 내용들에 지루해질법 하면 하루살이가 공룡보다 1억5천만년 전부터 존재했고 지금까지도 번성하고 있다는 얘기같은 흥미거리들을 통해 분위기를 가볍게 환원시켜주곤 해서 부담이 없다.

바다 위에 있는 배에 앉아 있는데, 친구가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해보자. "바다는 무슨 색깔이야?"

당신은 이게 엄청나게 멍청한 질문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주위를 한번 둘러본 다음 자신만만하게 대답할 것이다. "파란색이지. 아니, 잠깐만... 초록색인가... 회색일지도 모르겠는데"

이쯤 되면 친구는 몸을 기울여 컵을 바닷물에 담갔다가 들어 올려서 앞에 내밀 것이다. 당신은 완벽하게 투명한 액체를 보며 잠깐 내가 왜 이런 놈이랑 친구를 했을까 생각할지도 모른다. (p. 155)

물의 색깔은 오묘하다. 여름을 시원하게 느끼게 해주는 바닷가에서 보면 바다는 푸르디푸른데 사실 바닷물도 물이라 투명한 액체일 뿐이다. 물의 색깔은 빛과의 관계에 의해 정해진다.

맑은 물은 색깔이 없지만, 색깔을 약간 흡수한다. 백색광이 물에 닿으면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물 분자에 흡수된다. 물에 들어가는 백색광은 무지개의 모든 색깔로 이루어져 있고, 그 색깔들은 똑같이 흡수되지 않는다. 빨강과 주황, 노랑이 파랑보다 물에 더 많이 흡수된다. 그 결과 백색광이 지나가는 물의 양이 많을수록 밖으로 나왔을 때 더 파랗게 보인다. (p. 159)

욕조에서 수영장으로 규모를 더 키우면, 빛이 지나가야 하는 물의 양이 더 많아지고, 더 많은 빨간색부터 노란색까지의 빛이 흡수된다. 수양장 바닥은 하얗지만, 우리가 수영장을 밝은 파란색으로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p. 160)

바닷물은 그저 파랗구나 했다. 수영장바닥이 무슨 색인지 미처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물이 파랗게 보이니까 수영장도 그저 파란색이겠거니 싶었다. 흠.. 파랗게 칠해놓은 수영장도 물론 있겠지만 하얗게 칠해놓은 수영장도 분명 많을 것 같다. 물의 깊이와 파란색의 채도가 갑자기 흥미롭게 다가온다. 빛과 물의 관계는 색뿐만이 아니다.

반사된 상은 당신이 보는 물체와 약간 다른 시점을 보여준다. 반사된 상은 당신이 보고 있는 물체를 당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의 시점이 아니라 물에서의 시점으로 보여준다. 반사된 상은 낮은 다리나 아주 얕은 물에 서 있는 오리의 엉덩이 부분처럼 물속이나 물 근처에 있는 물체의 아래쪽을 더 많이 보여준다. 잔잔한 물 맞은편에 서 있는 나무와 물에 비친 그 상을 보면 같은 나무의 두 가지 서로 다른 시점을 볼 수 있다. (p. 178)

물은 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물은 거울처럼 그대로 비춰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가의 나무는 제일 위쪽 가지보다 뿌리쪽이 더 물에 크고 선명하게 비춰졌고 물위 다리나 건물은 잔물결속에서 수평은 사라지고 수직 부분만 보였다. 물에 비친 것들을 한두번 본것도 아닌데 물의 성질과 연결지어 보니 갑자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신선하게 보인다.

물소리를 들으며 근처의 지형지물을 짐작할 수 있고 파도를 생물처럼 읽으면 파도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해안과 해변에서 볼수 있는 것들, 해류와 조수가 의미하는 것들은 바다에서의 삶의 지혜와 연결되고 특히나 밤에 조명신호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기도 한다.

밤이면 육지가 바다보다 빨리 식기 때문에 사이클이 반대되어 물바람이 불어오고, 공기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바람은 잔잔한 날에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바람이기도 하다. 이것이 찌는 듯이 더운 날에 사람들이 여전히 해안에서 시원함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이것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 네스토르와 유리메돈이 몸을 식히기 위해서 해안 바람을 찾아 나오던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날까지도 강력한 습관이다. (p. 264)

유럽사람들에게 스며들어 있는 호메로스의 영향력은 참 대단하다. 문학을 읽을 때는 그렇다쳐도 이렇게 과학책을 읽는데도 호메로스가 등장한다. 여하튼, 요즘 내 관심책인 일리아스의 등장은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우리는 수영하고서 흡습이라는 현상 때문에 몸을 말리는 데 실패한 채 해변을 떠나게 된다. 뜨거운 햇빛에 한참 전에 몸이 완전히 말랐어야 하는데도 늘 축축하고 끈근한 느낌이 남아있다. 흡습성이란 특정한 물질이 물을 끌어당기는 방식을 부르는 이름이다. 염분은 흡습성을 가진 물질이고, 그래서 소금 창고에 종종 쌀을 넣어두거나 소금에서 습기를 제거할 만한 다른 방법을 쓰는 것이다. 또한 그래서 바다에서 수영하고 나면 한동안 계속 축축한 것이다. 햇빛 아래서 아무리 몸을 말려도 우리 몸의 염분이 공기 중의 습기를 우리 피부로 다시 끌어들인다. (p. 311)

제습제의 성분이 염화어쩌구 인것을 알면서도 바닷가에서 해수욕하고 나면 남아있곤 하던 축축함을 왜 연결시키지 못했나 싶어 헛웃음이 났다. 이렇게 일상은 어떤 호기심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저자처럼 사소한 것에서 과학을 끌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해서 감탄하게 된다.

책의 마지막장은 물의 현상들 중에서 '드물고 특별한 것들' 이다. 켈빈파, 쓰나미, 조숙, 무조, 이상파랑, 용오름, 환류, 소용돌이, 수중번개 등 간략하게 용어설명하듯 훑고 지나가는 단어들은 앞서 살펴보았던 것들처럼 일상적이지 않은, 좀 더 섬세한 효과를 보이는 현상들인 만큼 더 많은 얘깃거리가 된다며 저자는 마무리한다. 뭔가 남겨진듯한 기분이 드는 마무리는 다음 산책을 기대하게 된다.

물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했을 때 어떤 책일지 감이 오지 않았었다. 물에 대한 과학적 특성을 다룬 책일까? 물에서 사는 생존법을 알려주는 책일까? 하지만 딱히 어느쪽이라고 구분지을 필요가 없는 책이었다. 일상을 탐험하듯 일상 속 물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연못이든 호수든 강이든 바다이든 물가를 산책할때 갑자기 아!! 하고 물을 읽는 재미를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자연을 거대한 과학책이라고 했던가, 물또한 책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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