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두 얼굴 -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 테라피
최광현 지음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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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 테라피

저마다 건드리면 툭 터지는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있다!

내 안의 상처와 가족, 그리고 치유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을 기억한다. 작가와 책 제목 모두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었다. 심리서들을 한창 읽어대던 시절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저자였다. 어느새 10주년 리커버판이 나왔다고 하니 이런 격세지감도 오랜만이다. 반가운 마음으로 리커버판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위로받았다.

가족 심리학을 상식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좀 더 대중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부부나 가족 문제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이지만 모든 사람이 가족상담을 쉽고 편안하게 받을 수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상담을 대신할 수 있는 가족 심리학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p. 7)

이 책은 가족 심리학 책이다. 저자는 이 분야 전문가이다. 독일에서 유학해서 그런지 내용 중간중간 프로이트적 무의식에 대한 언급들이 있어서 반가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프로이트를 존경하고 그의 학문에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프로이트의 학문을 계승하고 있는 학자들을 만나면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든다. 언제부턴가 심리학책이 흔해진 시대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족 심리학' 책은 여전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구분이 크게 필요친 않다. 그래도 차례에 따른 흐름을 정리해보자면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고 지금의 배우자를 살펴보며 상처를 주고받게 된 가족을 확인하면서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한 마음들을 배워보는 순서랄까. 이 책은 다른 가족관계보다도 부부관계에 좀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가족의 기본 토대는 부부라서 그런가.

부부가 이해할 수 없는 싸움을 계속하거나, 도저히 부부관계가 힘들어진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특히 자신의 어린 시절이 행복하지 않았다면 더욱 개연성이 높다. 전이감정을 일으키기 쉬운 사람들, 즉 '높은 전이감정 경향성'을 지닌 이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상처가 크다. 상처 받은 어린 시절의 내면아이가 지금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p. 19) 가족은 우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 곳이다. 우리가 가족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감정을 경험하였는가는 평생 동안 간직될 감정의 채널을 고정시키게 만든다. 어린 시절 경험한 외로움이 평생 지속되는 이유이다. (p. 23)

심리서를 좀 읽어봤던 이들이라면 '내면아이'라는 개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마음속엔 어린시절 또다른 내가 있다, 내면아이.

그 아이가 함께 자라서 떠날 수도 있고 자라지 못하고 머물러 있을 수도 있고 그림자처럼 숨어있을 수도 있다. 부부가 됐건 부모자식이 됐건 모든 가족관계는 결국 내 마음 속 내면아이의 감정채널과 연관된다. 가족문제는 결국 내마음 문제인 것이다.

부부는 자신이 근본적으로 뿌리를 둔 가족 전통과 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각 배우자는 이전 세대의 가족 문화와 전통을 새로 시작하는 결혼생활로 가져온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불행의 씨앗이든. (p. 67) 어린 시절 부모가 가정에 무관심하여 늘 외롭게 자라온 이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신을 무관심하게 대하고 그로 인하여 외로움을 느끼게 만들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자랄 때 가족들로부터 비난받고 무시당한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어린 시절의 가족과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p. 89)

연어는 알을 낳기 위해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는 회귀본능이 있다고 한다. 코끼리로 죽을 자리는 알아서 찾아가 죽기 때문에 상아무덤이 있다고도 한다. 사람에겐 좋건싫건 익숙했던 가족의 모습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패러다임의 변화다. 직시하고 인정하고 독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행의 패턴을 똑바로 바라보는 용기가 그 출발점이다. 직면의 대상은 어린 시절의 상처이다. 자신 안에 존재하는 상처 받은 내면의 아이를 고찰하며 자기 공감의 경험을 가져야 한다. (p. 102) 과거의 불행을 해결하려 무의식중에 헛되이 애를 쓰면서 현재의 삶까지 불행에 빠지고 마는 쳇바퀴를 벗어나는 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p. 104)

상담 치료도 한번으로 끝날 수 없듯이 스스로에 대한 직시도 한번으로 해결될 수 없다. 지속적인 노력, 그 사이 점진적으로 나아지는 내면아이... 내 마음속의 내면아이도 중요하지만 사실 부부나 가족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살펴야 하는 아이는 현실속의 아이다.

가족 내에서 어떤 갈들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은 아이다. 문제를 일으킨다고 아이만 닦달하거나 바꾸려고 애쓰기보다는 먼저 아이의 변화가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 시스템적 관점에서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p. 125) 부모에게는 누구든 한 사람만 그 역할을 맡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희생양이 된 자녀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겁이 많은 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의 고통스런 상태를 재빨리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죄책감을 과도하게 갖고,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만큼 겁이 많고 조화를 갈구하는 아이인 경우가 많다. (p. 157)

저자는 '가족 희생양의 원인은 대체로 부부갈등' 이라고 말하면서 '가족 희생양은 가족 중 한 사람의 희생으로 가족 구성원 전체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일컫는다고 한다. '부부 갈등의 회피 수단으로 희생양이 만들어 진다는 것' 이다. '희생양 매커니즘' 은 가족안에서 더욱 은밀하게 작동한다. 예민한 기질을 타고 난 것이 죄는 아닐터인데 타고난 기질이 가족에게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마음아픈 일이다. 하지만 '가족관계에서 스스로 맡아야 할 그 이상의 역할은 내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저자의 조언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저마다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오히려 가족의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라는 저자의 말을 믿어보자.

부모가 자녀에게 베푸는 사랑은 아무런 기대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서 어떤 식으로든지 '본전'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부모는 자녀에게 무조건적으로 베풀고, 자녀는 다시 부모가 되어 그것을 자신의 자녀에게 돌려주면서 돌봄과 베품이 세대를 통해 내려가는 것이 결국 인류의 삶을 면면히 이어지게 하는 기본 원리이다. (p. 171)

하지만 이 기본원리가 지켜지는 가정은 의외로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자식들에게서 본전을 뽑으려는 부모들은 상당히 많다. 내리사랑의 기본원리를 숙지한 부모가 많아질때 세상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텐데 말이다. 적어도 나만이라도 나부터라도 이 기본원리를 꼭 지켜보자고 다짐해본다.

어린 시절 힘들었던 경험은 우리에게 흔적을 남깁니다. 부모와의 관계나 집안 분위기 등 어린 시절 경험은 우리 인생의 안내자 구실을 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 인생은 이 경험에 따라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집니다. 현재의 감정과 행동은 과거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받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나 결핍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p. 219) 불행한 어린 시절은 우리를 사막에서 필사적으로 물을 구하는 사람으로 만듭니다. 우리는 사막에서 물을 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물을 구하지 못해 더욱더 물을 찾고자 사막 한가운데를 헤맵니다. 우리는 사막에서 물을 찾고자 헤맬 것이 아니라 사막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여기서 심리치료는 사막을 나가게 해주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p. 227)

사막 비유를 읽으며 무릎을 탁 쳤다. 아하 그렇구나 싶은 깨달음이랄까.

사막에서 물을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사는 삶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왜 굳이 사막에서 물을 구하려 하는가? 저자의 말처럼 사막을 나오면 될 것을!

넘어져 깨진 무릎에 딱지가 앉고 떨어져 흉터가 생길지언정 상처는 언젠가 아문다. 어린 시절의 힘들었던 상처를 계속 스스로 벌릴 것이 아니라 딱지가 앉고 아물수 있도록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희미해진 흉터를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내가 경험한 아픔은 사랑과 얘정의 결핍이 아닌 소통의 문제였다. 나의 상처는 우리나라 가정에서 보편적으로 겪는 문제일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나는 사랑은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포옹을 통해 전달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p. 262)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데, 말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본인이 아니고서 그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마음은 표현해야 안다. 말은 들어야 안다. 사랑은 안아주어야 안다.

이 책은 저자의 솔직함과 담담하면서 힘있는 조언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사례들에서의 공감을 통해 저절로 마음의 치유를 돕는 책이다. '긴장과 갈등을 푸는 열쇠는 나 자신에게 있다. (p. 289)' 라는 저자의 말은 너무 당연해서 화가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되는 현명한 팁이다. 결국 가장 힘든 것은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을 위한 답이 밖에 있을리 없다. 나 자신에게서 어떻게 그 열쇠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이 책이 알려주는 여러 힌트들을 통해 각자에게 맞는 열쇠를 찾게되기를...

ps. 예전에 저자의 책을 몇 권 더 읽었었다. <가족의 발견> 이라는 책이 정말 큰 힘이 됐었다. 이 책도 10주년 리커버판으로 다시 나와서 새롭게 읽어볼 수 있게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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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 -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대수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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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을 때

욕망의 유혹, 한계, 착각과 두려움 너머

원하는 나로 변화할 수 있는 과학적 사고법

사람의 심리를 어루만지는 책은 늘 있어왔다. 때로는 문학이기도 했고 때로는 에세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심리학책이기도 했지만 근래엔 뇌과학적 접근이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뇌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을 살고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지난 25년간 뇌를 연구한 한 과학자가 연구 결과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뇌 사용설명서다. 독자들이 한걸음 떨어져 자신의 뇌를 관찰하고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뇌 과학 지식들과 경험을 담고자 했다. (p. 13)

'뇌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을 깨닫게 하는 책은 아니었지만 뇌과학적 지식을 통해 나의 뇌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한 책이기는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전사용설명서를 꼼꼼이 읽지 않듯이 뇌사용설명서도 꼼꼼이 기억하게 될 것 같진 않다. 그만큼 내가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책의 제목을 유혹적으로 지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국어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 수학자, 철학자에게 각각 '공간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라고 질문한다면 아마 다음과 같이 대답할 것이다.

국어학자 :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는 장소이다.

물리학자 : 어느 한 위치가 3개의 좌표 축에 의해 기술되는 것을 말한다.

천문학자 : 우주에서 물질 외에 모든 빈 부분이다.

수학자 : 내가 말해줘도 당신은 이해하지 못한다. 유클리드 공간, 힐베르트 공간, 확률공간, 위상공간 이다.

철학자 : 공간은 관계인가, 실체인가? (p. 126)

저자는 뇌의 공간인식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유머러스하게 위와 같은 표현을 했을 뿐 뇌과학자로서의 답은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답을 궁금해하기 전에 나는 이 대답들을 읽으며 빵 터져서 혼자 웃었더랬다. 뇌과학 책을 읽으며 이렇게 웃을 수 있다니 저자의 능력이다. ㅎㅎ 뇌과학자인 저자는 아마도 '신경신호로 이루어진 실체없는 지도' 라고 답하지 않을까.

한 인간의 본성은 뇌가 모두 깨어 있을 때 판단해야 한다. 운전 중에 공격성이 증가하는 것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전두엽이 운전에 집중하다 보니 그만큼 시상하부의 공격성을 다스리는 일에 소홀하게 된다. (중략) 공격적인 언행을 하며 되갚아주기보다 너그러이 이해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만큼 상대방 뇌의 전두엽 기능이 부실한 것이고 그로 인해 그는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p. 201)

뇌과학자라서 그런지 프로이트적 무의식에 대해서는 크게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뚜렷한 자기 소신을 부드럽게 설명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공격적 언행을 하는 상대방을 '뇌의 전두엽 기능이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여기라는 데에서 또한번 웃음이 났다. 사실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태도는 나자신을 너그럽게 만든다. 상대방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 그것이 뇌과학적 지혜라니! ㅎ

생존을 위한 적응의 규칙은 시공간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뇌는 정해진 규칙에 적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규칙에 적응하기 위한 기제다. (p. 236)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뇌의 능력은 대부분 고정적인 지식을 판단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뇌의 기본 성질은 '변화하는 규칙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인류가 현재까지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주어진 정보와 정해진 답만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보다는 변화에 적응 가능한 뇌를 가진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믿으며 조금은 안심하고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해봐도 되지 않을까싶다.

이 책을 집필할 때,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아는 최소한의 지식만 전달하자는 것이다. 독자들이 다른 책이나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얼마 되지 않는 뇌 과학 지식일지라도 독자들에게 생각할 재료가 된다면 성공이라 생각했다. 이제 5부에 걸쳐 뇌가 가진 특징과 한계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전달했으니 나의 임무는 끝났다. 끝으로 내가 뇌 과학을 통해 깨달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정리하면서 인사를 대신하고자 한다. (p. 255)

책은 6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 6부의 제목이 책제목과 동일한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 이다. 1부에서 5부까지는 뇌과학적 지식과 정보를 다양한 연구결과들과 함께 쉽게 전달해주고 6부에서 좀더 실생활적인 팁을 알려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저자의 마무리 인사말을 책의 제목으로 뽑은 건 책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여하튼,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팁 몇가지를 옮겨놓아본다.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가 쓴 베스트셀러 [기브 앤드 테이크]에는 세 가지 유형으로 사람을 구분한다.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인 기버,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챙기려는 사람인 테이커, 받는 만큼 주는 사람인 매처다. 이 중에서 테이커에 해당하면서 겉으로는 기버인 것처럼, 때로는 매처인것처럼 행동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p. 264)

인정. 적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단어다. (p. 273)

나는 슬프게도 지금까지 테이커에 해당하면서 겉으로는 기버인척 때론 매처인척 행동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여럿 만난 것 같다. 문제는 내가 늘 기버 였다는 점이다. 그때 이 책 내용을 알았더라면 나았을까? 하지만 지나간 시간에 대해 '만약에'라는 가정은 의미가 없다. 그저 그땐 그랬지 하며 '인정'하고 넘기는 수밖에. 그리고 지금도 내 주변에 있는 테이커에 대해 특히 ~척하는 테이커에 대해 조심하자고 마음다잡아 볼 뿐...

뇌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교육 및 사회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 되고 있다. 어릴때부터 나와 뇌의 생리학적 신호를 분리해 스스로 뇌를 관찰하고 교육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스스로 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교육하고, 발전시키는 능력을 소유한 소수의 사람들이 성공과 보람을 갖게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p. 256)

저자는 티비강연에서 봤던 김대수 교수였다. 강연을 참 재미있게 봤던지라 '카이스트 학생들을 사로잡은 최고의 명강의' 라는 홍보문구에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하지만, '일과 생활의 모든 과제에 뇌 과학이 답하다' 라던가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항해할 수 있는 가장 과학적이고 명쾌한 안내서' 라는 문구는 좀 과하다 싶다. 물론 읽기 전엔 이러한 '답'과 '안내'를 기대하고 읽은 것은 맞다. 그러나 이러한 과한 홍보문구가 없었다면 더 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은 충분히 재미있고 잘 읽히며 유용했지만 홍보문구의 방향과는 맞지 않았다. 적절한 홍보문구가 이 책을 수식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정재승 박사의 추천사도 좀 과한 것 같다. '글을 읽으면서 내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삶이 힘들거나 지쳤을 때, 내 삶에서 길을 잃거나 내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울 때, 누군가에게 상처받았거나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할 때, 과학으로 밝혀낸 작은 진실이 위로와 조언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모든 페이지에서 증명한다. 어설픈 장광설보다 따뜻한 과학자의 냉정한 뇌 과학이 더 큰 위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라는 추천사를 보며 정말 혹 했었다. 하지만 정재승 박사는 글도 잘 쓰지만 추천사를 더 잘 쓴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칭찬도 너무 과하면 불편한 법이다. 기분좋을 만한 적절한 칭찬이 바람직하다. '어설픈 장광설 보다 따뜻한 과학자의 냉정한 뇌 과학이 더 큰 위안이 될 수 있음'을 알지만 이 책은 위안이라기 보다는 지식에 가까운 책이었다.

여하튼, 다시한번 말하지만 책은 술술 잘 읽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강연에서 느꼈던 그대로 글도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내고 있어서 가볍게 읽히니 좋았다. 뇌과학이라는 단어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저자가 풀어놓는 뇌과학은 어렵지 않았다. 과한 홍보문구와 추천사 가 아니었어도 책 자체가 주는 정보와 편안함만으로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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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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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대신 지옥을 선택한 살인자와

세속의 정의를 믿는 아마추어 탐정

범죄의 소굴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누아르

'악의 본성을 탐구한 걸작 미스터리' 라는 문구를 박은 띠지를 걸친 이 소설책은 꽤 두꺼운 편이다. 하지만 '미국추리작가협회선정 추리소설100선' 이나 '영국추리작가협회선정 추리소설 100선' 이라는 등의 문구에서 확인되는 '추리소설' 이라는 장르가 두께를 괘념치 않게 했다. 1938년작인 이 소설은 아마도 시간이 좀더 흐르면 추리소설고전100선에 들어가 있지 않을까.

헤일은 브라이턴에 온 지 세 시간도 안 되어서 그들이 자기를 죽일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p. 9)

소설에서 첫문장이 아주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리나 첫문장 외엔 그닥 인상적인 첫문장을 느껴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 첫문장의 의미를 잘 몰랐었다. 그러다 최근 읽은 고전읽는법에 대한 책을 통해 첫문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는데, 그리고나서 읽은 첫 소설이 이 작품이었고, 따라서 이 소설의 첫문장은 지금까지 무심코 흘려보낸 첫문장들과 달리 세심하게 살펴보게 됐다. 자신에게 닥친 죽음을 안다는 것, 그것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살인에 모두 공통되는 사항이었다. 역시 첫문장은 중요한 거였구나!

인생의 행로에서 우리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것은 작고 사소한 것들이다. (p. 53)

첫문장에서 자신의 죽음을 눈치챘던 한 남자는 죽음을 당했다. 하지만 죽기 전에 스치듯 만났던 한 여자가 그의 죽음에 감춰진 비밀을 캐내게 된다. 그리고 완벽한 살인을 했다고 여겼던 이는 생각지도 못했던 결혼을 하게 된다. 그 시작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이었다.

"난 옳고 그름을 믿어요" 그런 다음 만족과 여유가 묻어나는 한숨을 내쉬며 조금 더 깊은 곳에 있던 얘기를 꺼냈다. "흥미진진할 거예요. 재미있을 거예요. 그리고 인생의 일부가 될 거예요" (p. 90)

브라이턴 이라는 도시에서 신문사의 직원으로 일했던 헤일이라는 남자가 살해당했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났던 여인 아이다는 그의 죽음이 자연사라고 알리는 신문기사에서 이상함을 발견한다. 그리고 주저없이 그 이상함을 캐내기로 마음먹는다.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지만 자신의 눈으로 봤던 그의 모습을 생각하며 행동에 나선다.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다. 그저 옳고 그름을 믿기 때문이고 그보다는 사실 '재미있을'것 같아서였다.

그는 모욕을 당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주리라, 그는 생각했다. 내가 열일곱 살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서 놈들이 나를... 그는 자기 부하를 죽인 기억을 떠올리며 좁은 어깨를 으쓱 뒤로 젖혔다. 이 형사 놈들은 자기들이 정말 똑똑한 줄 알지만 실은 그것도 알아내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종자들이지. 그는 자신의 영광과 구름을 직접 끌며 나아가고 있었다. 미성년인 그의 주위에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더 많은 살인을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p. 138)

브라이턴 이라는 도시는 바닷가 휴양도시이지만 경마장이 있어서 갱단들이 활개치는 곳이기도 했다. 두 세력이 있었다. 하지만 한 세력이 다른 세력의 우두머리를 죽였고 그 우두머리는 자신의 자리를 열일곱살 소년에게 넘겼다. 소년의 무리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부하들이 흔들릴수록 소년은 독기를 품기 시작했다. 그렇게 핑키라는 소년이자 갱단두목은 지옥의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열여섯살 (소녀천사) 로즈를 만나게 된다.

선과 악은 같은 나라에서 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오랜 친구처럼 서로 붙어 다닉, 서로가 보완 관계라고 느끼며, 철제 침대 옆에서 서로 손을 어루만진다. (p. 261)

세상은 언제나 천당과 지옥이라는 두 개의 영원 사이에 다툼이 끊이지 않는 피폐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와 로즈는 대조적인 두 영역에서 온 사람처럼 서로 맞서다가 크리스마스 때의 군대처럼 서로 친밀해졌다. (p. 288)

로즈는 자신에게 다가온 첫번째 남자인 핑키를 사랑한다. 핑키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다. 핑키와 로즈는 서로에게서 같은 뿌리를 느꼈다. 그것은 가난한 동네일수도 있고 카톨릭 종교일수도 있지만 상징적으로 보자면 선과 악이다. 처음엔 그러한 대조가 뚜렷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같은 나라에 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선과 악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서로 붙어다니는 오랜 친구같은 두 존재는 서로 어루만지면서 하나의 악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다에 의해서 선과 악은 다시 구분되려 했다.

경마장에서 도망칠 때 그는 두려웠었다. 고통이 두려웠으며, 그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고해성사로 죄를 용서받지도 못한 채 갑작스럽게 죽는것-이었다. 그는 이미 지옥에 떨어졌으므로 이제는 더 이상 두려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p. 376)

핑키가 기억하고 있는 카톨릭은 지옥과 고해성사와 구원이 뒤섞인 이미지였지만 유일하게 아는 카톨릭 라틴어로 '크레도 인 우눔 사타눔('나는 유일한 사탄을 믿노라'라는 뜻의 라틴어' 를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핑키가 믿고 있는 것은 그저 '지옥'이었던 것 같다. 열일곱 인생이 사는 내내 지옥이었으므로 사실 핑키에게 지옥은 그닥 두렵지 않은 곳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변해요" 로즈가 말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사람은 변하지 않아. 나를 봐. 이제껏 조금도 변한 적이 없잖아? 그건 브라이턴 록 막대 사탕 같은 거야. 끝까지 깨물어 먹어도 여전히 브라이턴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막대사탕 말이야. 그게 인간의 본성인 거야" 그녀가 로즈의 얼굴에 대고 구슬픈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숨에서 달콤한 와인 냄새가 났다.

"고해성사... 회개." 로즈가 나직이 말했다.

"그건 종교적인 것일 뿐이야" 여자가 말했다. "내 말 들어.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은 이 세상이야" (p. 409)

"나는 적어도 네가 모르는 것 하나를 알고 있어. '옳고 그름' 을 분간할 줄 알지. 그건 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아" (p. 411)

아이다는 로즈를 구하고 싶다. 로즈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하고 싶다. 재미로 캐기 시작한 살해사건이 갱단과 얽혀 있음을 알았음에도 두렵지 않다. 아이다. 아이다는 로즈를 구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 그런데 이 '옳고 그름'을 분간하는 방법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는 말에서 왜 이렇게 웃기면서 슬픈건지;;; 아마도 백여년 가까이 학교는 변한 것이 없어서인걸까... 이런;;;

"아마 계속해야 할 거야. 선택의 여지가 없어. 어쩌면 늘 그런 식이지 않을까. 일단 시작을 하면, 하고 또 하고 계속할 수 밖에 없는 거지" (p. 418)

핑키는 사건을 수습해갈수록 더 큰 사건을 벌이게 되는 과정을 보며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계속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한 것은 결국 핑키 뿐이었다.

신부가 조용히 말했다. "코럽시오 옵티미 에스트 페시마('가장 좋은 것이 타락하면(부패하면) 가장 나쁜 것이 된다'는 뜻의 라틴어)"

"네, 신부님?"

"무슨 말이냐면... 가톨릭 신자는 누구보다도 더 사악할 수 있다는 뜻이야. 아마 우린... 우리는 하느님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악마와 더 많이 접촉하는 것 같아. 하지만 우린 희망을 가져야 해" 신부가 기계적으로 말했다. "희망을 가지고 기도해야 해"

"전 희망을 갖고 싶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건 분명 어떤 선한 것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그런 사랑이었는데도요?"

"그래" (p. 508)

그레이엄 그린 (1904~1991) 은 소설가이자 희곡과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고 영화비평가로도 활동했으며 그의 소설중 영화화한 작품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소설 <브라이턴 록>은 영화와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작품뒤에 실린 해제에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영화 <브라이턴 록>의 결말은 소설과 다르다고 한다. 1948년 영국영화검열위원회가 그린에게 뇌리에 잊히지 않을 만큼 잔인한 소설의 결말을 완화시켜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는데 그렇게 바뀐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라는 핑키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판을 보여주는 영화는 스릴러가 아닌 로맨스영화가 되버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영국 최고의 필름누아르의 하나로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이 소설이 보여주는 최고의 악은 핑키가 로즈에게 남긴 녹음판이다.

193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갱단의 살인은 지금의 조폭영화속 살인에 비하자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태어나면서부터 악인인것 같은 소년의 변화과정은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을 생각나게 하기도 하지만 지옥과 구원을 잊지 않는 핑키는 그래도 순수하다고 할 수 있다.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알고 전개되는 스토리는 미스터리하다고 표현하기엔 너무 궁금할게 없다. 하지만 오래된 막대사탕이 껍질에 눌러붙어 끈끈해졌어도 막상 빨아먹어보면 달콤하듯이 걸작이라고 불리게 된 이 작품만의 매력은 분명히 있었다. 그 매력덕분에 과한 수식어를 뛰어넘는 가볍고 재기발랄한 소설로 호로록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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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읽었다 - 각 분야 전문가가 말하는 영역별 책읽기
이권우 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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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독서 체험에서 비롯된

체계적이고 균형 잡힌 '영역별' 책읽기

책을 좀 읽다보면 혹은 대중을 위한 교양강좌를 좀 듣다보면 '고전' 이라고 불리는 책을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그래서 고전을 좀 읽어보려고 찾다보면 막막해진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분야도 다양해서 역사를 읽어야 할지 문학을 읽어야할지 철학을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느 시대부터가 고전인지도 모르겠고 그러다 그냥 무턱대고 옛날 고전을 잡으면 읽어도 이해가 안되고 해설집을 읽자니 고전의 맛이 안느껴지고 난감해지기도 한다. 그럴때 고전에 대한 감을 잡아줄 책이 나왔다. 그것도 영역별로 다 다뤄주는!

<나는 이렇게 읽었다>는 독서를 좋아하는, 직업적인 이유로 책을 읽는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양, 문학, 인문고전,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분야 도서를 읽을 때 주목해야 할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도서평론가, 문학평론가, 인문학자, 사회과학자, 자연과학자, 예술학자 등 집필진 모두가 경희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어서 전문적이면서도 대학생들에게 적합한 눈높이를 지닌 글들이다. 글의 내용도 각자의 체험에서 시작하여 특정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 영역의 책을 읽는 방법, 추천 도서 순으로 구성함으로써 개인적 경험과 전문가로서의 조언을 균형 있게 배치했다. 특정 학문 전공자임에도 책읽기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전공 이외 영역의 책을 읽고 싶으나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는 대학생, 다양한 영역의 책읽기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 모두에게 유의미한 길잡이가 디기를 희망하면서 이 책을 묶는다. (p. 9)

이 책의 <머리말>에서 알려주는 책소개가 정말 딱 이 책 이다. 각 분야 전문가가 알려주는 영역별 책읽기에 대한 길라잡이로 아주 알찬 책인데, 책을 잘 안 읽던 사람에게는 모든 내용이 유용할 것이고 책좀 읽었다 하는 사람에게도 읽고 싶은 고전을 수두룩하게 알려주는, 여하튼 정보가 아주 쏠쏠한 책이다. 글은 교양도서, 문학도서, 인문고전, 사회과학도서, 자연과학도서, 예술도서 - 읽는 법 순서인데 어떤 분야의 책을 읽더라도 '교양도서 읽는 법' 이라는 첫 챕터가 가장 기본이 될 듯 하다.

'누가 책을 읽는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첫 페이지 이후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내내 '책읽기' 에 대한 그리고 '고전읽기'에 대한 생각을, 생각에 생각을 하게 한다. 매체가 다양해지고 컴퓨터로 거의 모든 것이 다 가능해진 이 시대에 과연 누가 왜 여전히 '종이책'을 읽는가?

누가 책을 읽는가?

아마도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책을 읽게 할 터다. (p. 13)

새로운 앎에 대한 갈망이 강렬한 사람이 책을 읽는 법이다. (p. 17)

지금보다 더 나은 나 자신과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는 사람이 읽는다. (p. 21)

이 책을 통해 왜 책을 읽어야 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고 무엇을 읽어야할지 알았다면 질문을 바꿔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보자. '왜 책을 읽는가?'

저자는 '쓰는 사람, 그러니까 창조적 지성이 되기 위해서다. (p. 48)' 라고 답했지만, 정답을 요구하는 질문이 아니었으므로 답은 제각각일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생각하게 된다. 누가 책을 읽는가? 그리고 왜 책을 읽는가? 그래서 궁극적으로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어떤 책을 읽는가, 책을 읽고나서 무엇을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충분히 생각해보고 다른 분야의 책들을 '읽는 법' 을 살펴보면 좀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교양도서에 이어서 문학도서, 인문고전, 사회과학도서, 자연과학도서, 예술도서 '읽는 법' 들을 읽다보면 내가 그동안 읽어온 방식에 대해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의문을 가져보기도 하고 새롭게 배우게 되기도 했는데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았던 것은 고전을 영역별로 읽고자 할때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하는지 '리스트'를 얻게 되었다는 점이다.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책이지만 읽으면서 내게 필요한 부분들만 습관처럼 다시 요약하곤 했는데 이러한 '요약' 이 무척 중요하다고 이 책을 통해 확인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개인적으론 책을 그냥 읽으면 되지 책읽는법을 알려주는 책을 책을 굳이 읽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제대로 책을 읽으려면 '읽는 법'도 알아야 겠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책을 읽고자 하고 고전을 읽고자 하는데 방향을 잡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된 고전을 읽고나서 '나는 이렇게 읽었다'라고 정리해본다면 그것을 시작으로 고전을 읽는 것을 넘어 자신의 글을 쓰는데까지 재미를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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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게 권하는 수학 - 골치 아픈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 걸까? 10대에게 권하는 시리즈
이동환 지음 / 글담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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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수학', 똑똑하게 공부하려면?

공부의 이유를 깨닫는 것이 중요해요.

수학은 우리의 삶과 미래를 바꾸고 있어요.

공부의 이유와 쓸모에 대해 알아보아요.

'수포자' 라는 단어에 공감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예전엔 학교다닐때 식은땀을 흐르게 하던 과목이 '영어' 였는데 언제부턴가 식은땀을 넘어서 몸살을 앓게 하는 과목의 자리를 수학이 차지한 것 같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국영수' 의 중요성 이다. 학교에서 이 과목의 비중은 늘 절대적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계속 수학을 포기할 순 없지 않겠는가? 10대가 수학을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주어야 할 텐데, 그 첫번째 단계는 아마도 '수학공부의 이유' 일 것이다.

이 책은 남들보다 수학을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아요. 여러분이 '수학'이라는 말을 듣고 떠올리는 문제집과 시험은 수학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수학의 진짜 모습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 달라요. 우리가 학교를 졸업해도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운동을 하듯이, 수학도 학교에서만 배우는 과목이 아니라 평생 가까이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수학의 진짜 모습을 발견한다면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수학을 가까이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이해하게 될 거예요. (p. 8)

저자는 수학교육과를 전공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연구원으로 수학교육과정개발에 참여한 그야말로 '10대가 공부하는 수학'에 관한 전문가이다. 현장에서 '수포자' 학생들을 많이 만났을 터이고 교육과정을 연구하며 그 이유도 수차례 고심했었을 것이다.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수학의 현실적 필요성' 을 깨닫게 하여 수학을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을수 있도록 하고싶은 마음이 이 책의 곳곳에서 느껴졌다.

저자는 차근차근 쉽게 설명한다. 어투만 보면 초등학생용인가 싶지만 내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고교수학까지 포함하는 전문적인 내용들은 '수포자'로 낙담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권해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수학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하여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수학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고 수학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줌으로써 저절로 깨닫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학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팁도 살짝 알려준다.

13년이나 17년이라는 소수 주기로 땅속에서 나오는 매미가 왜 이러한 소수 주기를 갖게 됐는지, A4 용지가 어떻게 비율이 동일할 수 있는지 등등 일상에서의 수학을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해력'이 올라가는 기분이다. 저자는 문해력에 상응하는 '수해력'이라는 용어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수해력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설명해 준다.

함수가 금융과 비행기 경로 또는 택배나 배달 분야에 얼마나 유용한지, 미분이 움직이는 물체와 변화하는 현상을 분석하는데 얼마나 실용적인지, 애니매이션과 영화컴퓨터그래픽 분야에서 수학자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스포츠 분야에서 어떻게 선수들을 돕고 있는지 등을 읽다보면 수학이 실생활에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깨닫게 되면서 미래사회에서 수학의 중요성까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미래 사회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질문하는 능력' 입니다. 과거에는 주어진 질문에 빨리 대답하는 사람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아직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 질문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p. 202) 수학은 문제, 즉 질문을 만드는 데 적합한 과목입니다. (p. 205)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특징은 '답을 찾는 방법이 다양할 수 있다' 라는 것입니다. (p. 207) 또한 수학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사용합니다. 수학을 활용하면 인종과 국경에 관계없이 소통할 수 있습니다. (p. 211)

인공지능이라는 낯선 단어가 어느새 자연스러워진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답'을 해줄뿐이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척척 답을 내놓은 것도 대단하긴 하지만 새로운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최적의 답만 찾을뿐 다양한 방법을 통한 답이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할지라도 인간은 인간만이 할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미래사회에서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학문은 과학이 아니라 수학인지도 모르겠다. 수학의 중요성이 느껴질수록 수학이 힘든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수학에 도전해볼 마음을 먹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질문하고질문하다 보면 언젠가 3월14일 화이트데이를 파이데이(π-day)로 부르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수포자라고 좌절했던 10대 청소년 여러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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