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의 시간 - 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학입시를 둘러싼 미래와 성장 너머의 이야기
김보미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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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학입시를 둘러싼 미래와 성장 너머의 이야기

대학에 진학해야 할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해마다 변하는 입시전형은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주제다. 언제부터인가 '입학사정관'이라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그들이 대학입시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정작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자질을 갖고 있으며 어떤 일을 하는 지에 대해서는 알수가 없었다. (검색해도 구체적으로 나오질 않았다) 입시전형도 헤깔리는데 정보까지 깜깜이니 더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 밖에 없었기에 입시는 더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제가 되었다. 그러니 입학사정관으로 오래 일한 저자가 알려주는 '치열한 대입 현장에서 고뇌하며 바라본 입시의 풍경'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대학은 학생을 선발할 때 그가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보다는 무엇에 호기심을 가지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눈여겨보고 있다. 선발의 핵심은 기존의 표준화된 필답시험에서 벗어난 지금의 학생부위주전형(학교생활기록부를 주로 하는 전형)이다. 이 대입전형은 정담을 맞히는 몇 점짜리 학생을 골라내는 것이 아닌, 고등학교 3년이라는 과정과 그 결과를 통해서 학생의 역량을 읽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입학사정관'이다. (p. 6) 지금부터 '입학사정관'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세상 재미없는 교육 그리고 머리가 지끈하기만 한 대입이라는 주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봄부터 겨울까지 1년 살이 하듯 지내는 입학사정관의 시간을 꾸밈없이 담담하게 털어놓아보자고 마음먹었다. (p. 8)

전부터 궁금했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입학사정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수가 없었다. 뉴스들을 보면 특출한 전공별 전문가가 입시에 관여하는 제도처럼 보여서 나처럼 일반인은 안되나 싶기도 했다. 그러다 대체 어떤 대단한 사람들이 입학사정관이 되나 더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직업이 어디에 속해있는지를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입학사정관은 입시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각 대학내에서 일한다. 저자는 둘러둘러 입학사정관의 특성과 중요성에 대한 설명하지만 읽어나가면서 정리하고 보니 '입학처에서 일하는 교직원' 이었다. 딱 그거였다. 대학에도 다양한 행정업무 직원들이 있다. 그중 입학처에서 일하는 직원을 뽑으면 그들이 결국 '입학사정관'인 것이다. 기업에서 영업직을 뽑고 홍보직을 뽑고 관리직을 뽑으면 그들이 영업사원이 되고 홍보사원이 되고 관리사원이 되듯이 대학에서 일하는 교직원 중에 입학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결국 입학사정관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굳이 왜 그들만 그 직원들만 별도로 입학사정관이라고 부르는가?

여전히 입학사정관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문제는 늘 여기서 시작한다. 우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일수록 잘못 알기 쉽고, 오해하기 쉽다. (p. 57)

2007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입학 정원의 일부에 한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기 시작하면서 각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p. 68) 입학사정관은 채용사정관, 전환사정관, 교수사정관 그리고 위촉사정관으로 구분한다. 생각보다 구분이 다양한 셈이다. 입학처에서 근무하는 입학사정관은 수로 따지면 채용사정관이 대부분이다. 위촉사정관은 평가 기간에 일부 참여하지만, 오히려 그 수는 채용사정관보다 훨씬 더 많은 편이다. 위촉사정관의 대부분은 학교 소속 교수 중 전공 단위별 또는 학부 단위별로 위촉하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 2에서는 입학사정관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기여하기 위한 대학의 학생 선발에 관한 일을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법령 어디에도 입학사정관이 몇 세 이상이어야 하고, 무슨 전공을 이수해야 하고, 최소한 어느 학위 이상을 소지해야 한다는 조항이나 규정은 없다. 없는 법령을 만들거나 그 기준을 정비하는 것보다 우리가 하기 쉬운 것은 비평이다. 그래서 한동안 입학사정관의 나이, 전공, 학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p. 69)

입학사정관은 엄청난 수련 기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고시에 해당하는 자격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고등교육 이상을 이수한 자가 대학 행정과 교육 관련 업무를 이해하고, 꽤 많은 시간 교육을 받고, 실제 업무에 투입될 뿐이다. (p. 72)

그러니까 입학사정관에 대해서 검색해도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었던 건 그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입시에 민간한 나라에서 대입에 이렇게 직적접으로 관여하는 직군에 대해 그 명확한 기준이 아직 없다는 것은 실로 이상해보인다. '어떤 사람이 입학사정관이 되어야 하는가. 어떤 역량과 자질이 필요한 것인가. 이것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제도가 시작된지 10년이 지난 지금, 앞으로 내디딜 필요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p. 75)' 는 저자의 말에 동의 한다. 복잡해진 입시전형의 혼란을 단순화하는 것으로 번져가는 논란의 불씨를 꺼트리는데만 급급하느라 그렇게 '정성평가'에 대한 외부적 요인에만 신경썼을 뿐 여전히 남아있는 '정성평가'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내부적 요인에 대해선 너무 관리가 없었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수치화된 것들을 단순 계산하는 평가 방식(정량평가)에 비하면 이 평가 방식(정성평가)은 경제적이지 못한 게 분명하다. 꽤 오랜 시간 고민해야 하고, 꽤 오랜 시간 토의해야 한다. 이 평가 방식이 완전무결하지는 않더라도, 또한 바로 그렇기에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대학의 인재가 될 학생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서류의 면면을 샅샅이 살펴보기 위한 공부에 매진한다. 그리고 이렇게 선발된 학생들이 학과 내에서 어떤 수업 태도와 결과를 보이는지를 직접 목도하는 교수도 어느새 이 평가 방식에 미래를 투영한다. (p. 84)

입시를 코앞에 둔 수험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입시전형에 대한 원래의 취지를 생각하기 어렵다. 내가 들어가야 하는 대학을 판단할땐 내가 조금이라도 손해보지 않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그 반대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본적 있을까? 대학은 왜 그런 입시전형을 선택했을까, 그 결과들에 대해 지난 10년간 축적된 결과들은 어떠할까, 그렇게 논란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입시제도가 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 평가를 받는 입장이 아닌 평가를 해야 하는 입장을 생각해보면 입시에 대해 조금 다른 이해의 측면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역지사지의 생각은 입시준비를 하는 입장에서도 분명 도움이 될 부분이 있었다.

대입제도에 무엇이 어떻게 반영되는가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 교사 그리고 사교육기관까지 움직인다. 우리는 서로 이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누구 하나 쉽사리 손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대입제도의 개혁만으로는 바뀔 수 없다. 대입제도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이루는 만능키가 될 수 없다. 이쯤 되면 교육문제인지 사회문제인지, 사회문제를 교육문제로 조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치문제를 교육문제로 둔갑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할 듯 하다. (p. 180)

적절한 문제의식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은 공교육이 아니다. 철저히 필요에 의해 지원하고 뽑는 선택적 사교육이다. 그런 사교육의 정점인 입시문제를 공교육과 연결시키는 것은 정확한 포인트라고 할 수 없다. 어떤 문제가 이슈화될때는 항상 그 이슈화하는 사람들의 목적을 파고들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지금의 대입 현실에 대해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쓴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학술적으로 그리고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를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미시적으로 써 내려간 글이다. 더불어 입학사정관이 하는 일의 모든 것 그리고 그 깊이를 담았다고 자부하지는 못하겠다. 그저 이 책을 통해서 입학사정관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환경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으며, 왜 그런 일을 해나가는지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p. 212)

저자는 입학사정관의 일년살이를 통해 입학사정관이 하는 일과 그 일을 하면서 느꼈던 고민들에 대해 가감없이 풀어내고 있다. 읽으면서 입학사정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기도 했고 더 아리송하게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일단, 감사했다. 저자의 이 책을 읽음으로써 입시때만 반짝 서류검토하는 사람들인줄 알았던 입학사정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됐고 그 일을 함에 있어 어떤 과정과 고민이 있는지 알게 됐고 일년내내 대학내에서 입시관련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게 됐다. 또한, '무엇보다 여전히 대입이라는 전쟁터에서 대입의 방향과 선발을 위한 평가 그리고 교육을 고민하는 입학사정관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응원한다. 나아가 그 노력이 큰 힘이 되어 조금이나마 제도적으로 안정된 틀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p. 212)' 라는 저자의 바람에 공감이 갔다. 저자와 같은 마음가짐과 고민을 멈추지 않는 입학사정관들이 많다면 그런 사람들이 하는 '정성평가'는 믿을만 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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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수업 - 나를 알아가는 공부
향선 지음 / 피그말리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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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학의 기초를 쉽게 알려주는 책이에요. 기초를 넘어서는 내용은 좀 어렵기도 한데 전체적으론 유익한 책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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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수업 - 나를 알아가는 공부
향선 지음 / 피그말리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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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명리학은, 결국 나를 알아가는 학문입니다.

새로운 해가 되면 한 해에 대한 희망을 무료운세 풀이로 점쳐 보고는 한다. 올 한해는 내게 어떤 일이 생기려나 큰 어려움은 없을까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하는 등의 조언을 해마다 비슷비슷한 문장들로 위안 삼아보고는 한다. 그러다 더 궁금해졌을 때 맞거나말거나 구체적 조언을 듣고 싶은 마음에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아가게 되기도 한다. 나도 그렇게 사주풀이를 하러 가본 적이 있었는데 철학관의 설명을 듣다보니 사주풀이에 어떤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명리학에 관심이 생겼다. 그 뒤로 명리학 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엄두가 안나서 기초를 다룬 책 같아보이면 가끔 들춰보게 된다.

운이란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지는 돈벼락이나 날벼락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노력해 오고 준비한 일이 드디어 '그때' 결실을 맺고, 그동안 소홀했던 일을 '그때' 책임을 지게 되는 것입니다. (중략) 남보다 잘사는 사람은 재수가 좋아 그런 것 같아도, 알고 보면 그럴 만한 사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니 무턱대고 내 행운도 갖고 간 재수 없는 놈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그들이 사는 법을 냉정하게 들여다 보고, 배울 점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이 책은 그러자고 썼습니다. (중략) 여러분의 고민 선배로서, 여러분 만의 사는 법을 만들어 나가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주를 처음 공부하시는 분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했으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저와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p. 4~5 -서문 中-)

저자의 이력을 보니 국문학을 전공하고 국어교사를 하다가 명리학을 공부한 후 명리 상담과 수업을 하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그래서인지 책의 문장들은 쉽고 매끄럽게 읽혔다. 내 사주를 풀어본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풀어보는 일이다. 그래서 저자는 명리학을 나를 알아가는 학문이라고 하면서 사주명리학을 공부함으로써 자신을 온전히 위로하고 사랑할 수도 있게 될거라 말한다. 나도 잘 모르겠는 나를 내가 타고난 여덟 글자의 의미를 통해 새로이 알게되는 것은 은근 잘 들어맞는 것 같고 나름 재미있기도 하다.

사주는 우리가 태어난 연월일시를 오행적 기호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상품 정보가 입력된 물건 바코드 같은 거죠. 그러니 그 자체로는 길흉화복을 논할 수 없습니다. 국화꽃은 좋고 장미꽃은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사주에서 주목하는 것은 자연의 기운을 받은 내가 왜 이런 성격과 적성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왜 이런 진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하는 원인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내가 출생한 때에 해와 달과 지구가 어떻게 움직였고 이로 인해 바람과 물의 양이 얼마나 달라졌느냐와 같은 음양오행적 특성으로 판가름이 난다고 봅니다. 한 사람이 태어난다는 것은 그런 기운을 한순간에 흡수하는 것이고, 그 기운에 따라 각자의 기질이 결정되니, 이것을 연구하다 보면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추정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지요. (p. 12)

명리학의 기초를 설명하는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니 사주풀이가 굉장히 범신론적인 개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자연은 늘 같아 보이고 반복되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항상 새롭고 변칙이 생겨나곤 한다. 자연의 순리는 법칙이 되기도 하지만 그 법칙이 항상 규칙적이진 않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는 그 자체로 납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고 인간의 삶을 자연의 흐름과 접목시켜 생각하는 학문이 명리학이라고 보면 사주풀이는 때론 과학적이고 때론 운명적이면서도 때론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무엇이 될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나와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분에게 유용한 방법론이 되었으면 합니다. (p. 18)' 라는 저자의 말처럼 방법론적 측면에서 사주의 이해는 꽤 흥미로운 것임은 분명하다.

저자는 '이 책부터 공부하셔서 명리학의 윤곽을 잡으신 후, 명리학의 개론서를 한두 권 더 읽을 실 것을 권합니다. 블로그나 각종 영상물을 통해서 도움을 받으실 수도 있는데, 체계적이지는 않지요. 선생님을 정해서 수업을 듣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p. 16)' 라고 말하는데 나는 공부까지 갈 것은 아니라서 이 책에서 바라는 점은 '명리학의 윤곽'이었다. 따라서 책의 앞부분에서 천간과 지지 그리고 육신에 대한 설명과 오행과 육신에 있는 음양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그 윤곽이 좀 보이는 듯도 했다.

하지만 명리학에 대한 기초가 너무 없어서인지 월별 특성 까지는 쉽고 재미있었는데 책의 중간을 넘어가면서 사주풀이의 해석이 계절과 시공간으로 확장되면서부터는 그 용어부터 낯설고 어려웠다. 그러나 내가 타고난 여덟글자가 단순히 그 글자적 의미를 넘어서 하루의 때와 월별의 흐름과 사계절의 특성까지 서로서로 연관되고 영향을 미친다는 것 정도는 느껴져서 명리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나를 알고 상대를 아는 방법론적으로 정말 큰 의미가 있겠구나 하는 것은 깨달을 수 있었다.

구어체로 설명해주는 이 책이 좀더 정리된 표나 자료를 명확히 보여주었다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도 있지만 그건 아마 너무 쉽게 배우려는 내 욕심일 것이다. 모든 배움에는 다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법이고 학교수업도 한번 듣고 따라가지 못하면 복습이나 예습이 필요한 법이다. 그러니 저자가 알려주는 '명리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 공부가 좀더 필요할 것 같은데... 좀더 쉽고 자세한 기초책은 없나 찾아봐야 겠다. ^^;;;;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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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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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는 온통 흔들리고 있었다"

얼어붙은 사춘기, 끝내 맞이하는 성장과 치유

창비에서 진행한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받았다. 작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표지가 어떤 옷을 입게 될지도 모른채 가제본의 형태로 된 책을 읽는 것은 늘 색다른 기분을 기분을 느끼게 되곤 한다. 좀더 호기심어려진달까... 그래서 좀더 몰입이 된달까... 여하튼, 주어진 키워드로는 청소년문학이라는 것만 알고 첫장을 펼쳤다.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p. 7)

소설의 제목이 <호수의 일>이라고 했을때 이 '호수'가 어떤 대명사인지에 대해 잠시 생각했었다. 첫장을 펼치자마자 이 호수는 익히 알고 있는 명사적 그 호수라는 것을 알았다. ~의 라고 할때 의미는 ~에 속한다는 것이므로 '호수의 일' 이란 호수가 하는 일 혹은 호수가 해야하는 일 정도로 이해될 것이다. 파도가 높은 바다도 아니고 쉼없이 흐르는 강물도 아닌 한곳에 가만히 고여있는 호수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가만히 있는 호수가... 일을... 하나???

일은 둘째치고 얼어붙은 호수는 과연 안전한가? 깊이가 얼마인지도 모를 호수가 얼어붙은 것이 바다보다 강물보다 과연 안전....할까???

어떤 기억은 바로 어제의 감정조차 아득하고, 또 어떤 기억은 유치원 때의 일이 지금처럼 또렷하다. 기억은 블록처럼 시간의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이는 게 아니다. 여러 색깔의 물감이 어지러이 뒤섞여 있는 것 같다. 모든 색을 집어삼킨 어둠 같기도 하다. (p. 8) 다 털어놓을 생각은 없다. 물을 비워 버린 호수는 호수가 아닐 것이다. (p. 9)

어두운 기억에 대한 상담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에서 호정은 상담의사에게 속내를 다 털어놓을 생각이 없다. 어두운 기억은 얼어버렸을 뿐 잊혀진게 아니라서 온몸을 꽁꽁 얼려대곤 했다. 그렇게 바들바들 떨면서도 호정은 켜켜이 기억을 얼리고 있었나보다. 혹여 녹을까 혹여 증발될까 속으로만 꽁꽁

호수는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나는 무언가를 듣고 있는 것만 같았다.

침묵. (p. 15)

여덟살이 된 동생 진주의 생일날 가족은 꽁꽁 얼어붙은 호수에 썰매를 타러 갔다. 아홉살 차이가 나는 동생에 대해 호정이 품고 있는 감정은 따듯하지만 썰매를 같이 타줄 만큼은 아니었다. 열일곱살 호정은 음악도 틀지 않은 헤드셋을 낌으로써 대화를 차단하곤 했다. 그렇다고 바깥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헤드셋을 끼지 않은 사람보다 더 열심히 귀기울이고 있었다. 침묵이든 소음이든.

아빠가 물었다. "왜, 자전거 타고 싶어? " (중략) 그 순간 자전거를 탈 마음이 깨끗이 사라졌다. (p. 38)

그러니까 행복한 가정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것 같은 일을 벌였고, 그때마다 진주를 앞세웠다. 진주가 기다려, 진주가 언니 없으면 안 된대. (p. 40)

엄마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중략) 걱정스러운 눈빛, 불안한 눈빛, 우리 애가 사춘기를 힘들게 지나네, 하는 눈빛. 사춘기라는 말이 없었다면 어쩔뻔하셨나요? (p. 61)

호정이가 왜 부모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부모는 최선을 다해 화목하려 애쓰고 있어 보였고 호정만 겉돌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집 밖에서의 나는 다르다. 쌀쌀맞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성격이 좋은 애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이랑도 잘 어울린다. 편한 친구라고도 한다. 롤링 페이퍼 같은 걸 하면 그런 말들이 적혀 있었다. 그건 내가 좋아하는 나였고, 엄마가 모르는 나였다. 나는 엄마한테 그런 나를 알려 줄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없게 됐다. (p. 62)'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안에서의 모습이 다르곤 하다. 하지만 그것 무의식적인 경우일 때가 많다. 하지만 호정은 의식적으로 집안에서 자신을 집밖에서와 다르게 연출하고 있었다. 그 반항과 삐딱함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뭔가 큰 상처가 있었겠거니 예상하면서도 좀... 너무하다 싶었다. 그러던 중 '강은기'가 전학을 왔다. 호정은 그 아이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 그리고 은기도 자꾸 호정을 바라보곤 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런 마음을 알아 버린 애들이라는 것을.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말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다른 사람의 눈길만으로 아파지는 것들이 있다. 돌이킬 수 없으면서 사라지지도 않는 것들이 있다. 사라진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p. 131)

호정이 어렸을 때 아빠의 사업실패로 할머니댁에 맡겨진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다정했고 삼촌고모도 호정을 예뻐했다. 하지만 아빠의 사업실패가 집안 전체를 흔들고 난 이후 가족들은 변할 수 밖에 없었다. 서로에 대한 원망이 없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어린 호정에게 티를 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호정은 알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다는 것을 자신이 처한 입장이 변했다는 것을.

그날 이후 나는 달라졌습니다. 같은 건 아니다. 수학 공식처럼 숫자를 대입하면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논술처럼 서론과 본론과 결론이 분명한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됐다. 그냥 뭔가 싫어졌고, 학원도 하나씩 끊게 되었다. 성적도 떨어졌다. 사람은 왜 자기한테 일어난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까. 제 마음의 일을 어째서 자신이 모를까. 그건 제 안에만 담긴 거라서 남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인데.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면 끝내 아무도 모를 일인데. (p. 146)

호정의 집안에서의 모습에 대한 원인은 콕 집어 말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해하기 어려우니 공감하기 어려웠다. 사춘기의 시절이 너무 옛날일이라서 그런가... 자꾸 호정이 아니라 호정의 부모마음이 되어 호정을 바라보게 되곤 했다. 청소년 문학을 읽으며 이런 적은 없었는데...

아빠는 기어이 할 말은 한다. 기어이가 되기 전에도 참고 있다는 티를 낼 만큼 낸다. 엄마는 그런 아빠를 말리곤 하지만, 그렇다고 아빠와 마음이 다른 건 아니다. 나중에 자기들끼리 그러겠지. 애 요즘 예민한데 건들지 마. 도대체 언제까지 눈치를 봐야 해? 모르겠어, 나도 애가 왜 저러는지. 사춘기가 늦게 왔나 봐. (p. 147)

저렇게 착한 부모들에게 호정은 대체 왜 그렇게 못되게 구는 것일까... 편견이겠지만 의붓딸인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고 찢어지게 고생을 했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는데 가족들은 모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온 것 같은데 호정인 대체 왜...

그때 은기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한 걸음, 나도 은기 손을 마주 잡았다. 몇 걸음 가다가 은기가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함께 걸었다. 우리에게는 다른 어떤 소리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손을 잡고 있었고, 온통 흔들리고 있었다. 손이란 참 힘이 세구나. 그저 조금 힘을 주었을 뿐인데 온 마음이 전해지는 구나. 따스해지는구나. 또 그만 눈물이 솟았다. 조금도 슬프지 않은데, 왜, 대체. (p. 160)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주고받은 것은 아니지만 호정은 알았다. 은기가 자신과 비슷한 어둠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그래서 좋았다. 아마 은기도 그랬을 것이다.

알 것 같았다. 아니, 알았다. 정말로. 왜 아는지 설명할 순 없지만, 그냥 알았다. 그러니까 이제 은기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궁금해하지도 않기로 했다.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카카오톡이든 벌써 나온 주민등록증이든 수원이든. 은기는 잘 우는 애니까. 울 준비가 되었을 때 은기가 말해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지금도 믿고 있다. 은기는 그랬을 것이다. 그때는, 그 밤에는. (p. 163)

그렇게 서툴지만 설레어 하며 서로에게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었다. 호정과 은기는 마주잡고 있는 손의 온기만으로도 그 누구에게서보다 큰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사이였다. 절친 나래와 지후 와는 또다른 감정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어째서 모르면 좋았을 것을 그냥 덮어 두지 못할까.

정말로 치명적인 것은 거대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이름 모를 바이러스나 천박한 호기심 같은 것들은. (p. 210)

은기는 모나진 않았지만 불투명한 아이였다. 따듯한 아이였지만 닫혀있는 아이였다. 그런데...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은기가 모르는 사이에 호정이가 덫에 걸려서. 은기의 전학배경이 알려진 순간 은기는 사라졌고 호정은 도망쳤다. 스스로들에게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말을 거는 애들, 평소보다 다정한 투로 말을 걸면서 평소와 다름없다는 듯이 구는 애들, 괜찮아, 아무 일 없었어.

그 애들이 싫었다. 나는 조금도 괜찮지 않았다. 괜찮지 않은 것이었다. 내게 어떻게 그래? 내가? 나만? 괜찮지 않다는 것만이 유일하게 괜찮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나는 괜찮아지고 싶지 않았다. 아니, 대체 내가 괜찮지 않을 이유가 뭐란 말인가. 괜찮아. 아무일 없었어. 그건 내가 스스로에게 내내 하고 있는 말이었다. 그러니 다들 저리 가. 날 좀 내버려 두라고. (p. 226)

호정은 이제 가족들 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조차 나쁜 아이로 굴었다. 일부러.

꼬이고 꼬인 마음을 절대 풀어내지 않으리라 꽁꽁 움켜쥐고서 온몸에 가시를 솟구쳐 올렸다. '고작 그런 나(p. 231)' 라면서 '이런 몰골(p. 231)' 이라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일곱 살 때의 일을 내내 생각하고 있었던 건 결코 아니다. 곰국이 들었던 대접 바닥을 긁는 숟가락 소리 같은 걸 대체 누가 기억한단 말인가. 엄마가 홧김에 엉덩이 몇 대 때린 일을 일일이 기억하는 애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엄마가 무슨 아동 학대를 하듯 때린 것도 아닌데. 아빠가 잡아 먹을 듯이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닌데. 삼촌이, 고모가 나를 괴롭힌 것도 아닌데. 할머니가 나를 굶긴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런 인간인지 모르겠다. 도저히 모르겠다.

나는, 나를, 내가. (p. 246)

읽을수록 호정의 우울감에 공감보다는 솔직히 지쳐가는 마음이었다. 대체 왜 저럴까... 왜...

은기와의 관계와 호정이의 상처에 대해 알게 되었어도 지친 마음은 이해로 넘어가지지 않았다. 그 정도의 일에 뭘 그렇게까지...

하지만 나도 모르지 않는다. 우울에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싶었고 그래서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한참을 생각했다. 그동안 읽었던 청소년 문학에서의 성장과 치유를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이 작품엔 왜이리 마음이 복잡해지고 꼰대같은 마음이 드는 것인지...

변한건 내가 아니라 시대였다. 그때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아닌 것들이 있곤 하다. 굶지만 않아도 좋겠다 싶은 시절이 밥과 김치만 있는 것이 못참겠는 시절이 될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밥그릇 하나에서 김치로 다른 반찬들로 고기로 그 가짓수를 늘려가면서 그 전의 밥상에 대한 고마움은 이해할 수 없게 되어가는 것이다. 나는 밥에 고기반찬이 당연한 세대가 아니라서 결국 어쩔 수 없는 심정이 되고마는 것이다. 호정이가 아니라 호정의 부모 마음이 되버린 것이다. 이제 나는 더이상 호정이처럼 성장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없고 호정이의 부모처럼 잘못을 뒤돌아봐야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세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게 참... 씁쓸했다.

하지만 또한 나는 알고 있다. 같은 상처에도 깊이와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누구에겐 상처가 되지 않는 일이 누구에겐 상처가 될수도 있다는 것을... 과거엔 상처인줄도 모르고 지났던 일들이 지금은 커다란 상처로 반드시 치료하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 되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호정이의 마음에 좀더 다가가보려 한다. 호정이의 마음이 녹고 잔물결이 일면 반가워할수 있도록 호숫가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지켜보려 한다.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은 호수와 같아. (p. 350)

호정이가 호수가 아니라 냇물이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기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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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 고민 상담부 나의 괴물님 YA! 1
명소정 지음 / 이지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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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십 대, 너만을 위한 감성 판타지

"지우고 싶은 기억들, 내가 다 먹어 줄게"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이 모인 기숙학교가 있다. 아무리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라 해도 사람이 모이면 관계가 생기기 마련이고 관계가 생기면 갈등도 생기기 마련이다. 성적, 연애, 진로, 가족, 친구... 그런 고민거리들을 괴로운 기억들을 누군가 사라지게 해준다면?

"나는 화괴야. 이야기를 먹고 사는 괴물이지. 먹은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잊힌다는 게 흠이지만" (p. 16)

이세월이라는 소녀가 있다. 관계에 서툰 세월이는 갑자기 그만둔 사서선생님을 대신해 이용자가 적은 도서관 관리를 맡게 됐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자꾸 책이 사라져서 고민중이었는데 그 원인인 대상을 만나게 된다. 괴물의 모습에서 점차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눈앞에 서있는 그녀석을. 임혜성.

"나는 사람의 허락을 받아야만 이야기를 먹을 수 있어. 내가 설마 책만 먹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겠어? 세상에는 자신의 나쁜 기억을 잊어버리길 원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그러니까, 앞으로 책을 먹지 않을 테니 기억을 지우려 하는 사람들을 찾아달라 이거지?"

"찾아줄 필요 없이, 기억을 지우고 싶은 사람이 알아서 우리한테 오게 하면 되지" (p. 17, 18, 19 일부발췌)

전교1등 모범생인줄로만 알았던 임혜성이 화괴였다니. 하지만 세월이는 그닥 놀라지도 않았고 달아나지도 않았고 그저 도서관 책을 더이상 먹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리하여 탄생하게 된 '고민 상담부' 실상은 '나의 괴물님'

사람의 기억을 지운다는 게 그리 좋기만 한 일은 아니지만, 만약 그런 게 필요한 학생이 있다면 화괴는 이 학교에서 학생들과 공존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괴물이 인간과 함께 살았던 옛이야기 속 세상처럼. 화괴가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인간의 이야기가 화괴에게 도움이 되는 그 시절처럼. 적어도 그 당시의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p. 28)

시작은 쉬웠다. 사람의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세월이는 다른이의 고민에 대해 그 깊이에 대해 미리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고민을 상담하러 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월이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나는 그때 함부로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p. 44)' 는 것을.

갑작스레 들이닥쳐 화괴를 알아보고 부적을 던지며 세월이를 보호하려는 소원의 등장으로 고민상담부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사람의 일은 사람끼리 해결해야 해. 괴물의 힘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네가 근본적으로 착각하고 있는게 있는데, 사람의 이야기를 먹는 건 그 사람 허락만 받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

"그럼 누구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당연히 기억의 또다른 주인들이지. 이야기는 혼자서 만들 수있는게 아니야. 물론 종종 예외도 있지만, 보통은 둘 이상의 사람이 만났을 때 만들어지는 게 이야기라고. 그런데 다른 등장인물은 신경 쓰지도 않고 한 명의 기억을 갑자기 지워 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p. 97)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조금 알고 나면 다들 한가득 고민거리를 품고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질풍노도의 시기 청소년들은 그 속이 얼마나 시끄럽겠는가. 세월이는 소원과 혜성이 함께하는 고민상담부를 운영하며 다른 이들의 고민을 들음으로써 그리고 그 해결과정을 지켜봄으로써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되짚어보게 된다. 누구보다 평온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쓰라린 아픔을 주는 그 이야기를...

학생들은 어떤 고민거리를 안고 상담부를 찾아왔을까?

퇴마사 소원과 화괴 혜성 그리고 무감한 세월이는 그들에게 어떤 해결방안을 내놓을까?

무엇보다 세월이의 감정변화는 그동안 괴로웠던 세월이만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게 할까?

단순하게 고민을 먹고 기억을 먹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이 소설은 십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대학생인 저자의 풋풋함이 그대로 담겨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십대의 고민을 이십대 초반의 사고방식으로 풀어나가면서 감성적 판타지를 표방한 이 작품이 누군가에겐 훌륭한 먹잇감이 되지 않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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