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필리프 J. 뒤부아 외 지음, 맹슬기 옮김 / 다른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하얀 표지에 새가 날아간다. 모양새가 왠지 철새인 것 같다. 깨끗하고 작은 이 책은 쉽게 읽히는 철학책이다.

두명의 공동저자는 조류학자이자 작가, 작가이자 기자로 둘다 환경보호 관련 글을 써온 분들인듯 하다.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새들을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들은 인간의 생활을 반추하는 철학이 되어 책속에 담겼다.​ 


육지동물과 다르게 하늘을 나는 새라는 동물은 인간에게 이룰 수 없는 것을 향한 존재적 의미를 늘 지녀왔다.

날고자 하는 욕망은 실현되었으나, 하늘을 정복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새들은 여전히 신비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하늘을 보고 날아가는 새를 보며 드는 생각들은 몽상적이고 추상적인 그래서 철학적인 생각들이 되곤 하는 것 같다.


청소년시절 읽었던 '갈매의 꿈'이라는 책을 참 좋아했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끌렸던 것 같다.

하늘을 나는 것을 통해 더 높이 날아오르는 꿈을 이루는 갈매기를 통해 새의 의미는 내게 이미 철학적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새들의 생태를 보며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글들은 글의 제목만으로도 그 의미가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존재의 나약함을 받아들이는 시간 - 오리의 털갈이

누구도 혼자 희생하지 않는 - 멧비둘기 부부의 완벽한 연대

삶이 무감각한 회색빛일 때 - 굴뚝새의 놀라운 하루

잃어버린 직관을 찾아서 - 큰되부리도요와 뻐꾸기의 신비한 여행

가족이라는 복잡한 울타리 - 거위의 정신적 젖떼기

고양이에게 도전장을 - 진정한 싸움꾼, 유럽울새

의심과 의문을 모르는 - 멧비둘기 연인의 다정한 사랑

지금 이 순간의 강렬한 행복 - 암탉의 모래 목욕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예술가 - 극락조의 춤

자유로워질까, 길들여질까 - 새장으로 돌아온 카나리아

너무 영리한 진화 - 바위종다리 부부의 유별난 바람기

호기심이 살렸다 - 유럽울새의 대담함

다시, 푸른 바다의 부름 속으로 - 영원한 여행가, 극제비갈매기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 독수리의 불안한 식사

그저 행복을 경험할 뿐 - 절제를 모르는 개똥지빠귀

겸손이 없는 지성이란 - 까마기의 놀라운 지적 능력

선악의 저 편에 선 - 뻐꾸기의 번식과 도둑갈매기의 비상

두려움이 우리를 흔들 때 - 그림자에게 놀란 방울새

어쩌면 별로 진화하지 못한 - 칼레 방울새와 마르세유 방울새의 노랫소리

사랑, 그 최고의 전략 - 펭귄의 이성과 오리의 열정

이 치열한 미의 세계에서 - 아름다움으로 증명한 검은머리방울새의 유능함

죽는 법을, 그리고 사는 법을 배우다 -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제비

제목들에서 이미 뭔가 느낌이 온다. ㅎㅎㅎ

'이미 알려져 있더라도, 인간이 원하는 이미지와 맞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는 모습도 있다; 는 문장에서 자연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인데 인간이 원하는 것만 선택적으로 알아왔구나 싶어서 씁슬했다. 변화하는 자연, 밤하늘의 별, 사방에 펼쳐진 풍경을 읽을 줄 알던 인간의 능력이 거의 퇴화되었음을 철새를 보며 새삼 느끼게 되는 것 또한 씁쓸했다.

'가족이란 개념은 보통 복잡한 체제를 이루고 있는 고등 동물, 특히 젖을 먹여 새끼를 기르는 포유동물과 조류, 즉 새들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다' 는 문장에서 새삼 신기했다. 그러고 보니 어류도 파충류도 알만 낳아놓고 가버리면 부화하는 데로 새끼들이 알아서 사는 데, 조류는 알을 낳지만 포유류 처럼 육아를 한다. 새와 인간의 공통점이 있었다니~! 그런데 가장 큰 차이점이 더욱 와닿았다. '어떤 동물도 늙었을 때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 포유류도 조류도 새끼가 자라면 야멸차다 싶게 독립을 시킨다. 다시 보지 않을 완전한 독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인간은...

유럽문화는 곳곳에 로마문화의 잔재가 남아 있는데, 수탉이 프랑스의 상징이 된데 로마인들이 한몫했다고 한다. '로마인들은 수탉을 뜼하는 라틴어 갈루스 와 골족을 뜻하는 갈리아 , 이 두 단어의 발음이 비슷한 것으로 말장난을 했다. 사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로마인들은 이런 방식으로 골족을 놀려 먹었다.' 로마인이 놀려먹던 동물이 골족의 나라 프랑스의 상징이 되다니 역사의 이면엔 참 우스운 일화들이 많은 것 같다.

티티새의 일화는 사랑에 대한 것이었는데, '티티새는 마음에 드는 새를 향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온종일 고민하지 않는다. 호감을 표시해서 상대 마음에 들면 드는 거고, 아니면 아닌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무너지진 않는다. 새들에게 노래는 그리고 사랑은 치밀하게 짜야 할 전략도 고민거리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솔직함과 자연스러움, 단순함이 필요하다. 사랑에 대해서도

모래목욕을 하는 암탉 일화에서 카르페디엠 이라는 유명한 문장이 나온다. '이 철학적 문장은 현재 에 존재하라는 권유이자, 불교에서의 지금여기 에 있으라는 격려이며, 심리학에서 조언하는 그날그날을 살아라 라는 의미다. 이는 과거의 추억에 젖어 있지 않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희망과도 멀어지는 일이다' 라는 구절이 참 좋았다. 현재는 오늘은 그래서 선물 present 인 것인지도... '새는 그렇게 살아 있다. 성실하게, 다급하게, 무언가를 찾고, 파헤치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하지만 그러고 나면 몇 시간이고 나무 아래에서 가만히 쉴줄도 안다. 그저 매 순간에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카르페디엠'

동물의 세계에는 먹이사슬, 먹이피라미드가 존재한다. 독수리는 새들의 왕이라고 불리지만 육식동물이 나타나는 순간 먹이를 지킬 수 없다. '계급은 하나의 게임일 뿐이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도달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에는 끝이 없다. 그리고 그 시간은 꼭대기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길다' 동물도 인간도 계급의 저 꼭대기 에 오르려고 긴 시간을 들이지만, 그 꼭대기 날카로운 자리에서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는 것을 오르고 있는 동안은 모르는 것이 매한가지 인가 보다.

'우리가 아는 진실은 하나다. 새는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는 것. 새는 그저 행복을 경험할 뿐이다. 걱정하지 않을 줄 아는 것, 여기서 행복은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새들에겐 보험도 걱정인형도 필요없다. 인간에겐 수많은 보험과 매시간 걱정인형이 필요한것 같다. 하지만 지금여기 에 집중하면, 과거에 묻고 미래에 질문을 던지지 않고 현재를 느끼고 현재를 살면, 인간도 조금은 더 행복해지는 것일까?


'새의 뇌에는 그 어떤 포유동물보다 뇌 활동을 담당하는 시냅스가 두 배나 더 많다. 이 사실은 뇌의 크기가 지적 능력에 관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 동물의 지적 능력을 정의 내리기 위해 너무나 '인간적인' 기준을 사용하곤 했다. 이 기준은 동물의 지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를 읽고 보니 정말 그랬다. 동물을 인간의 기준으로 테스트 하면 결국 얼마나 인간과 닮았느냐를 확인할 뿐 그것이 그 동물의 지능을 확인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동물과 인간에겐 필요한 지능이 다른데도? 새대가리 라는 속어에는 새는 멍청하다는 편견이 있는건데, 알고보니 새들은 멍청하지 않았다. 시냅스가 더 많다지 않은가! 인간의 뇌가 아무리 커도 그 뇌를 다 활용하지 못한다는데, 조그만 뇌를 가졌어도 더 많이 활용한다면 과연 어느쪽 지능이 더 우수하다고 할 수 있는 걸까?


뻐꾸기와 도둑갈매기 일화를 보며 선과 악이 불변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수긍이 갔다. '선악이란 결국 언제나 변화하는 환경과 맥락의 영향을 받는 집단 또는 개인이 만들어낸 관념일 뿐이라는 사실도'


'조금이라도 다르게 노래를 부르는, 외지에서 온 새를 쫒아내는 방울새처럼 우리 인간의 마음 속에도 '낯선' 억양을 들으면 울리는 빨간불이 있다 / 그러고 보면 결국 인간도 방울새보다 크게 진화한 것 같지는 않다' 같은 위트있는 문장들도 맘에 든다.


제비의 죽음 일화에서 '자연은 고통이 오래가도록 두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최후의 순간은 언제나 짧다.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 쇠퇴는 존재하지 않는다. 새들의 세계에서, 삶은 순리대로 흘러갈 뿐이다. /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죽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저 사는 법을 배우기만 하면 될 일이다' 라는 마지막 문장은 여운이 길었다. '새를, 모든 생명을 보호하고 사랑하기로 한 바로 그 순간부터야말로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고 사랑할 수 있다' 는 저자의 마지막 문장 또한 그랬다. 삶은 죽음을 향해 가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 자연을 무시하고 살때 멸종은 내일이 될 것이며, 자연에서 배우는 자세를 유지할 때 인간의 삶도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철학책이라고는 하나 학문적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고 흔하다고 볼 수도 있는 생각들을, 그렇게 잊고 살던 것들을 새삼 깨우치게 해주는 책이라서 가볍게 읽기 좋았다. 순서 상관없이 어디든 펼쳐 읽어도 상관없는 책이었고, 가끔 조금씩 읽기에도 좋을 책이었다. 읽고 나면 하늘 한번 바라보고 새도 조금 눈여겨 보며 그 시간을 오롯이 나를 쉬게 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바쁜 일상에 쉼표 한번 찍고 가기에 좋을 책이었다. 부담없이 읽히면서도 잔잔한 여운이 있는 책이었다. 내용이 착하고 예쁜 책이랄까 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겉표지의 추천사와 속지의 독자호평이 괜한소리가 아닌 책이었다.

흔하고 뻔한 홍보문구가 아니라 표지 가득 메운 화려한 색상의 깃털들이 시선을 끄는 책은 내용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아예 시선을 붙들어 묶었다.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 깃털도둑


그렇다. 이 책은 도둑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도둑이 훔친 것은 새의 깃털이었다.

논픽션인데 픽션처럼 읽히는 이 책은 범죄다큐멘터리이자 과학스릴러였다. 게다가 여느 소설 못지않은 감동까지 주었다. 그리고 슬픔까지...


영국의 한 자연사박물관에서 도난사건이 발생한다.

도난사실조차 몰랐던 늦은 확인덕에 도난된 표본새들의 깃털은 하나하나 뽑혀나가고 있었다.

아이들 손잡고 흔하게 갈수있는 자연사박물관, 박제된 동물들과 뼈들이 있는곳, 그동안 안일하게 지나쳤던 그 동물들의 의미, 깃털의 의미?!


민속박물관처럼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박물관처럼 문화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동물원의 동물들처럼 살아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컬러풀 다큐멘터리처럼 생동감있는 생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교과서 자료사진으로조차 등장하지 않는 자연사박물관.

이곳에서 보관중인, 관람객은 있는지조차 몰랐던 서랍속의 표본들이 도난당한것이 얼마나 큰 상실인지 이 책을 읽기전엔 몰랐었다.


저자는 업무에 지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종종 낚시를 하는 사람이었다.

어느날 낚시가이드로부터 깃털도난사건에 대해 듣게 되고 호기심을 갖게 된다. 깃털을 훔쳤다고? 왜???

저자가 5년간 모은 자료들과 인터뷰등을 토대로 재구성한 사건의 묘사는 흡사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저자는 깃털도난 사건을 추적해가면서 다윈에 가려져 있던 러셀 월리스 라는 자연과학자를 등장시키고 산업혁명 이후 허영과 욕망에 집착해가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그리면서 지금도 진행중인 그들만의 세상을 드러낸다.

또한, 자연보호법안들과 실제적용의 한계 및 무관심과 아스퍼거증후군의 헛점과 판례의 중요성등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확인하게 한다.

거기에 더하여 멸종에 대한 관점이 극명하게 다른 두 입장을 대비시키며 우리가 무엇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살아가야 하는지 독자에게 판단을 구한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을 살기 바쁘기 때문에 어제의 과오를 잊고 내일의 꿈을 준비하지 못한다.

지금 나의 생활에서 볼수있고 만질수있고 느낄수있는것들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무지하지만 무지하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하물며 자연사박물관이라니... 게대가 공개되지 않는 보관소의 표본새들이라니...

그 새들이 없어진다고 나의 지금 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아~무것도 없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와 상관없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2018년에 출간된 책이 거의 바로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어서 현지에서나 국내에서나 최신간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라서 좋았다. 세계의 흐름은 어느 한 나라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기 마련이다. 자연사박물관은 나라마다 다르기 마련이지만 나라마다 무관심의 영역에 있기는 매한가지인 곳 같다. 우리의 역사가 세계역사의 일부가 되고 우리의 자연이 지구자연의 일부인 이상 자연사에 대해 과학에 대해 우리는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비행기타고 열시간을 넘게 가야 있는 저 먼 나라 영국과 미국에서 벌어진 깃털도난사건이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임을 이 책을 읽는 많은 이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은행털이도 아니고 문화재도굴도 아닌 한낱?! 깃털도둑이 이렇게 흥미진진할 줄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은네디 오코라포르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00여페이지의 소설을 이렇게 순식간에 읽다니... 오랜만에 가져보는 소설의 몰입시간이었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소설은 처음이었고, 신화라기보다는 전승과 전통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소설도 처음이었고, 여성 주체적​ 판타지소설도 처음이었다. 현실이 아닌것을 알고 읽으면서도 현실처럼 와닿는 것은 그만큼 내가 아프리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리라...아프리카의 현실은 내게 판타지소설만큼이나 비현실적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또다시 깨달았다.


아프리카 출신 작가의 책으로 전에 읽었던 것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라는 책이었는데, 우연히 저자의 테드 강연을 보고 책을 찾아보게 됐었다. 저자는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 두 나라를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로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아프리카를 너무 몰랐구나 였다. 아프리카도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 사는 곳이었다. 내전 없는 평화로운 지역이 있었고, 가난하지 않은 부자도 있었으며, 우거진 자연속에 사는 원주민말고 도시에 사는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을 책이 말하는 여성의 불평등한 입장보다 더 강하게 내상식을 건드렸었다.


'누가 죽음을 두려워 하는가' 이 소설의 작가(1974년생)도 나이지리아인 부모를 두고 미국에서 자라 두 나라를 오가며 성장한 여성이었다. (책 뒤 감사의 말에서 형제자매에서 인사를 전하며 그 형제자매 이름중에 응고지 라고 있었는데, 위에 언급한 책의 저자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1977년 생 이라서 혹시 자매이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미국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으며 조국 나이지리아에 방문할 때마다 알게되고 느끼게 됏던 아프리카의 분위기가 책속에 잘 스며들어 있었다.


아프리카는 부족이 다양하고 부족별로 전승되는 설화와 관습이 다양한 곳이다. 우거진 삼림이 있는가 하면 광막한 사막이 있는 곳이고, 태초의 인류가 발현된 곳인가 하면 여전히 원시적 삶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무지의 땅으로 보이지만 지혜의 땅이기도 한곳, 아프리카는 그 자체로 어쩌면 판타지적인 땅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마법사에 대한 책이다. 여자 마법사.

인종에 대한 책이다. 흑인과 백인 그리고 그 사이의 혼혈아.

성적 자유에 대한 책이다. 여성의 할례전통과 성적 자기결정권.

문명에 대한 책이다. 버려진 컴퓨터와 세상을 바꾸는 마법, 혼재된 반문명

그리고 이 소설은 사랑과 모험에 대한 책이다. 그리고 혁명과 반혁명의 책이기도 하다.

그렇게 이 소설은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아프리카 전통설화를 이야기하듯이 판타지문학으로 완성한다.


소설에는 크게 두 부족이 등장한다. 흑인부족 오케케족과 백인부족 누루족.

누루족은 오케케족을 침략하고 강간하여 혼혈아 '에우' 를 잉태시킨다. 폭력의 증거 에우

주인공 온예손우는 그렇게 태어난 에우 였고, 어머니의 기원을 담아 지은 이름의 뜻이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였다.

온예손우는 에우소녀였다. 멸시받아야 하는 존재인 에우이고,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인 여성이었다.

두 부족의 창조신화를 담은 '위대한 책'을 다시 쓰는 운명을 타고난 온예손우는 특별한 존재인만큼 험난한 여정을 걸어야 했다.

마법사가 됐어야할 남자 므위타 는 치료사가 되고, 마법사가 되기를 거부받았던 여자 온예손우는 마법사가 되었다. 둘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고, '이푸나니아'라는 평생 딱  한번만 할 수 있는 말을 서로가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둘 사이의 딸 '에누이그웨' 천국 이라는 뜻을 가진 그 이름의 아이는 태어났을까?


소설은 몰입력이 높았지만, 정서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어린 여자아이들의 성생활과 옆에 누가 있건없건 자유스러운 성행위에 대한 인식은 조혼풍습이 있는 아프리카에서 받아들여지는 부분과 내가 받아들일수 있는 부분사이에서 큰 간극이 느껴졌다. 할례 라는 악습에 대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표현되었을 수도 있지만...


창조설화가 있고, 갈등관계인 두 부족이 있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영웅적 인물이 있다는 어쩌면 익숙할 수 있는 플롯은 저자의 문장력에 의해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다가오면서 마법과 영적세계의 묘사가 함께하니 그야말로 판타지세상을 만들어냈다. 얼키고설키는 인물들간의 관계는, 한정적 인물들로 막장관계를 구사하는 드라마에 익숙한 우리에게 쉽게 이해되는 구조인것도 같다. 또한 가부장적 남성의 입장과 순종적 여성상을 표현하는 구절구절들은 서양보다는 동양이 더 잘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고 보면 아프리카문화는 우리네와 비슷한 감성을 더 많이 갖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누가 죽음을 두려워 하는가 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의 여정을 통해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죽음이후의 세계에서의 조우를 그리는 것또한 우리네 정서와 닿는 부분이었다. 이승에서 못다한 인연 저승에서라도 라는 식 이랄까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두려워 한다고 한다. 죽음도 모르는 것이기에 두려워 하는 것이라면, 나의 죽음을 알게 될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들 수 있을까? 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다시말해 죽음을 향해간다는 것인데, 죽음을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온예손우는 두려움에 반항하고 죽음에 저항하면서 자신의 생을 이어간 것일까? 아니면 죽음을 살아간 것일까?

첫장을 시작한후 놓지 못한체 끝까지 읽어가고 나서도 쉽게 뒷장을 덮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 여운은 무엇때문일지 좀더 생각해봐야겠다...

재밌게 읽었고, 좋은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 - '엉뚱한 질문'으로 세상을 바꾸는 SF 이야기 내 멋대로 읽고 십대 3
김보영.박상준 지음, 이지용 감수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엉뚱한 질문'으로 세상을 바꾸는 SF 이야기

그동안 쓸데없다고 무시당했던 질문들, 모두모여! 낡은 오늘과 이별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려는 10대들을 위한 SF안내서

라고 표지에 써있는데, 10대들을 위한 SF안내서라기보다 SF를 잘 모르는 모두를 위한 안내서로 훌륭한 책이었다.

SF에서 풀어내는 상상의 이야기들이 얼마나 우리의 미래와 맞닿아 있는지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고 있어 책속의 책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냥 설명해주고 알려주고 정리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꽁트형식으로 서술되어 소설 읽듯이 죽죽 읽히는 재미도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50년후의 미래에서 왔다는 로봇이 등장한다.​ 그런데 시간여행을 하는동안 데이터가 꼬였단다. 자신은 인류멸망을 막기위한 중대한 임무를 띠고 왔는데 데이터가 엉켜버렸다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 자리에 5명이 있었다. SF덕후, 작가, 과학도, 기자, 이벤트사직원. 이들이 무엇을 해야 할까? 로봇은 토론을 해달라고 한다! 자신의 데이터복구에는 논리적 힌트가 필요한데 인간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힌트를 찾아낼 수 있다고. 그렇게 5명은 대화를 시작하고 주제는 미래에서 왔다는 그 로봇에 대해서부터 출발한다.


질문은 광범위하다. SF에서 가능한 모든 질문들에 대한 생각들이 나오는듯하다.

어떤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보인다면 인격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할까? 과연 인격이란 무엇일까?

기억은 인간의 전유물일까?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있다면? 어디까지가 인간일까?

젠더에 대한 SF적 상상 / 미래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철학

인류는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게 될까? 우리는 멸종할까, 변화할까?

사후세계 / 행성을 넘고 은하를 건너 / 우주의 다른 생명체 / 시간여행


책속에는 인상적인 문장들도 곳곳에 등장했다.

낯선 세계를 보여 주거나 낯선 상황을 가정하면서, 역으로 현실을 더 투명하고 명확하게 보게 해주는 것이 SF의 멋진점이다.

작가들은 로봇을 그려 내면서, 인간이라면 될 수 없는, 완벽하게 강하고 희생적이고 올곧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이상적인 인간을 묘사한게 아닐까 로봇은 사람과 달리 영원히 지겨워하지 않고, 한결같고, 화내지 않고, 배신하지 않으니까.

차별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는 1차적으로는 차별받는 대상이 고통을 받기 때문이지만, 2차적으로는 차별하는 사람의 마음이 비틀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사람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보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더 차별한다. 차별은 인종, 피부색, 출신 성분으로 향한다. 그래야 사람이 그 차별을 벗어나지 못하니까. 인류 역사상 성차별이 사라진 적이 없었던 것은 성별이야말로 원래는 무슨 수를 써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젠더 차별은 어쩌면 사실은 인류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유전자의 전략일 수 있다. 사실 지구에 인류가 너무 많으니까. 남자를 아무리 줄여도 인구는 줄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를 줄이면 인구는 확실하게 줄어든다.

로봇은 오래전부터 인간 이상의 존재다. 단지 다른 영역에서. 기계가 인간 이상의 존재가 되는 건 쉽다. 인간과 같아지는 게 훨씬 더 어렵다. 둘은 작동방식이 다르니까.

세상은 계속 변하고, 늘 그보다 앞선 세상의 윤리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SF를 쓰고 또 읽어야 한다.

외계인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우주는 무한하니까. 하지만 '만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왜냐하면 우주가 무한하니까.

외계인은 현실 세계의 인간에 대한 은유로 소설에 등장한다. 정답을 맞힐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생각의 교류니까. 우리는 우주와 복잡한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나중인지 알 수 없는 복잡한 연계 속에서.

SF는 진보적인 문학이라고 한다. 지금과 다른 세계를 상상하니까. SF는 우리가 미래에는 지금과 다른 세상에서 살 것을 늘 생각하고, 그런 사고 실험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까지도 상상한다. 과거는 지나갔고 현재는 이 순간에 사라져 버리지만, 미래는 얼마든지 새로 만들어 갈 수 있으니까.


다 읽고 나니,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

SF의 상상력이 인류를 구할 유일한 답이다.

라는 것에 공감동감 ㅎ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가 온다, 나노봇 와이즈만 미래과학 2
김성화.권수진 지음, 김영수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고 굵은데 재미있는 종합과학책 이었다. ㅎㅎ

​내 나름데로 분야를 정해보자면

우주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 지구과학이다.

원자의 종류는 92가지가 있는데, 이 원자들이 모여서 분자가 되~ <- 화학이다.

우리 몸속 DNA는 기다란 분자덩어리야~ <- 생물이다.

원자를 한개한개 쌓아 무엇이나 만들 수 있는데, 그것을 금지하는 물리 법칙은 없다 <- 물리이다.

탄소나노튜브로 우주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있게될거야 <- 우주과학이다.

미래에는 만능 분자조립기계 와 나노봇이 지구를 유토피아로 만들어 줄거야 <- 미래과학이다.

ㅋㅋㅋ

과학의 한 분야로 특정되지 않고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연결되어진 내용들은

기초과학 수준의 원소,원자,분자 부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그래핀, 탄소나노튜브, 분자기계 까지​ 순식간에 이어준다.


만화풍의 삽화와 멘트 는 어려울 수 있는 화학식이나 분자구조를 킥킥거리고 웃으며 보게 해준다.

과학에 흥미가 없다면 이런 책을 통해 호기심이 생길 것 같고,

과학을 어렵게 느끼고 있다면 이런 책을 통해 편안하고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고,

과학을 좋아하고 있다면 이런 책을 통해 다양한 분야로의 생각의 확장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저학년이 읽으면 과학잡지 읽듯이 잡자마자 단숨에 쑤욱 읽게 되는 책이다.

내가 어렸을때 이렇게 쉽고 재밌는 과학책을 많이 보았다면 한동안은 꿈을 적는 란에 과학자 라고 쓰지 않았을까 ㅎ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