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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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명은 로마 제국에 대한 '각주'일 뿐이다!

제국의 시계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제적 지식인,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가 진단하는 '인류의 유산과 미래

생각했던 것과 달리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다.​

저자는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이자 뇌과학자 이다.

뇌과학자가 해주는 로마제국특강 이라니...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이삼년전부터 고전읽기모임에 참여중인데, 고대그리스를 시작으로 수메르에 잠시 갔다가 최근 로마사를 시작한 관계로, 여기저기서 읽었던 내용들이 단숨에 정리되는 느낌의 책이라 쑤욱 읽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냥 읽었으면 아~ 하고 말았을 것도, 아!!! 하고 읽게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서양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각주에 불과하다라는 말은 종종 들어보았었다.

그리스고전을 읽으며 서양철학과 문화의 기원을 고대그리스에서 찾는 것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양고전을 읽어나가다 보니 여기저기서 로마가 등장했다. 왜 로마일까?

저자는 '서양 문명은 로마 제국에 대한 각주 일 뿐이다' 라고 말한다.

이 한 문장으로 서양의 역사는 단숨에 정리될 수 있음을,  이 책을 읽지 않았어도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음이 반가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반가움은 명료해지고, 과거를 이해하게 되는데에 그치지 않고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고민하게 하는 데까지 나아가게 해주어서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1부 기원-어떻게 로마는 세상을 정복했는가

에서는 서양의 고대역사를 핵심만 쏙쏙 뽑아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문명의 기원은 서양이 아니었으나, 제국의 기원이 로마가 된 것은 문명의 흐름이자 역사가 주는 기회를 누가 잡았는가 를 생각하게 한다.

2부 멸망-왜 위대한 로마 제국은 무너졌는가

에서는 제국의 시작은 멸망의 근원을 품게 마련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왕정과 공화정을 거쳐 제국이 되기까지 로마가 지나간 길은 역사의 바퀴가 되어 지금도 굴러가고 있다. 로마의 자리에 다른 나라가 있을 뿐.

3부 복원-무엇이 로마의 역사를 이어지게 하는가

에서는 로마제국이 멸망한 것 같지만, 중세가 암흑천년 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흘러 역사가 되었고 그 역사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었으며, 왜 로마가 복원된 것인지 느끼게 해준다.

4부 유산-누가 로마 다음의 역사를 쓸 것인가

에서는 현재관찰이자 미래예측을 하고 있다. 여전히 서양세력의 각축전인 세계의 흐름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


역사를 모르면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를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종교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자본주의는 왜곡되고 있으며, 자유주의는 혼란에 빠진 지금, 선진국들이라 불리는 나라들에서는 민족주의가 부흥하고 배티성을 강조하는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득세하고 있으며 어디서도 평화의 모습은 찾기 힘들어졌다. 저자는 지금의 위기가 전쟁으로 가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향후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이야기 한다.


위기 인것 같긴 한데,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역사를 읽어야 한다.

표지의 카이사르와 눈을 맞추고, 대를 이은 로마의 카이사르들을 살펴봐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역사는 반복되고 그래서 역사에 답이 있다.

나는 아직 답은 모르겠지만,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다.

역사를.

지금.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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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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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의 소설은 처음이다.

아름답다...

처음엔 소설치고는 좀 지루하다 싶게 책장이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가랑비에 옷젖듯이 빠져들어 마지막에 가선 자야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놓을 수가 없어서 결국 다 읽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작가의 이력은 여타 소설가들과 무척 다르다.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과학자가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첫 소설을 출간했다. 2018년 8월 출간된 책은 지금도 여전히 밀리언셀러의 기록을 경신중이고 출간후 1년이 채 안되어 번역본이 국내 출판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이 '외로움'에 대한 책이라고 단언했고 처음부터 '고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이 작품을 번역한 옮긴이는 여주인공 카야의 '외로움'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작품에서 대부분의 화자는 '카야' 이다. 카야의 말과 카야의 생각을 읽으며 어느 순간 카야가 된다. 습지에서 혼자 사는 소녀 카야.


1969년과 1952년이 교차 서술되다가 사건을 계기로 합쳐져서 1970부터 현재시점으로 여겨지는 그 시간의 간격이 줄어들수록 카야는 아이에서 소녀로 소녀에서 아가씨로 성장하지만, 카야의 삶에서 외로움도 그만큼 성장한다.


배경은 미국 남부 해안가의 습지 빈민촌.

노예해방이 선언된지 오래지만 남부 특유의 인종차별은 아직 남아있었고, 부농의 자만심도 남아있었고, 전쟁의 상흔도 남아있었다.


카야에게는 엄마도 있었고 아빠도 있었고 언니들과 오빠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빠의 알콜중독과 폭력에 지친 가족들은 하나둘 떠나고 여섯살 어린 카야와 아빠 단 둘이 남는다.

그러다 아빠마저 떠나고 카야는 혼자 생존하는 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두렵고 무서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시하고 조롱했지만,

의식하지 못할때 지켜봐 준 사람과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가족이 된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사랑이 찾아왔다.


무슨 말이야,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니? 엄마도 그런 말을 했었어

갈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가봐. 저 멀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까지

그냥 저 숲속 깊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동물처럼 살고 있는 곳을 말하는 거야.

사람들이 무서워서 혼자 숨어드는 카야를 이해해주고, 글자도 가르쳐주고, 습지에서의 외로운 시간이 자연을 이해하는 학문연구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함께 새들에게 먹이를 주고 함께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통하는 그런 사람이.

하지만 사랑은 외로움도 가르쳐 주었다.


몸이 성장하면서 마음도 성장해가던 때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카야는 용의자로 체포됐다.


대자연에, 저기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에서는 이렇게 잔인무도해 보이는 행위 덕분에 실제로 어미가 평생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를 늘리고, 힘들 때 새끼를 버리는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져. 그렇게 계속 끝없이 이어지는 거야. 인간도 그래. 지금 우리한테 가혹해 보이는 일 덕분에 늪에 살던 태초의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을 거야.


카야는 자연을 통해 삶의 순리를 배웠고 그저 순리대로 자연과 함께 살고 싶었고,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기도 하고, 순리대로 행동하지 않기도 하면서, 자연속에 사는 카야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자연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이 느껴지는 에세이처럼, 뜨거운 나이의 설레는 사랑을 담은 로맨스처럼, 생존을 위한 법정드라마처럼 읽히는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는 스릴러 다. 하지만 긴장되고 손에 땀이 나는 그런 스릴러 라기 보다는, 마음 한켠이 애잔해지고 또다른 마음 한켠이 카야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뜨거워지고 또다른 마음한켠이 슬퍼지는 잔잔하고 차분해지는 묘한 스릴러다.


높은 캐노피 밑에서 발길을 멈추고 습지의 어두운 비원으로 손짓해 부르는 수백 마리의 반딧불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깊은 곳,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으로.


카야는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에서 살고 싶었고,

카야는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을 소중히 여겼다.

다 읽고 나서 표지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표지에 카야가 있었다.

가장 아름다울 시절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카야가 있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카야가 있었다.


여운이 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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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 - 알수록 쓸모 있는 생활 속 수학 이야기
티모시 레벨 지음, 고유경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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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쓸모 있는 생활 속 수학 이야기

사랑 찾는 알고리듬에서 질병 막는 네트워크 까지 '수학은 어떻게 세상의 도구가 되었을까?'

숫자에 익숙하지 않아도 술술~ 읽히고 쏘옥~ 빠져드는 유쾌한 수학책

나는 수학을 좋아하는 편이다. 애매모호하지 않고 답이 똑 떨어지는 학문이라서 좋다.

그런데 수포자니 뭐니 해서 갈수록 수학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안타까웠다.

그래서 수학을 좀더 쉽고 재밌게 풀어주는 책을 보면 늘 관심이 간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어느정도 유용한 책이다. 일단 정말 술술~ 읽힌다. ㅎㅎㅎ


작가는 컴퓨터 과학자 이자 작가 이자 저널리스트 이자 과학 편집자 이자 인기 팟캐스터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넘나드는 영국의 대중 수학자 라고 한다.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활동하고 있지만 수.학.자. 인 것이다. 수학자가 잘난척 하지 않고 수학의 대중화를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활동들에 일단 박수는 쳐줘야 할 것 같다.

수학을 수학자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잘 아는 사람이 대중에게 쉽고 재밌게 알려주는 것만큼 좋은게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수.학.을~!

수학의 진정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은 저자와 같은 마인드의 수학자들일텐데 수학수험서 말고 수학대중서를 쓸 수학자가 우리나라엔 없는 걸까? ㅠㅠ


책속에는 다양한 수학이론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 이론들은 몰라도 상관없다. 그냥 그 어려워 보이는 이론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에 활용됐다는 점에만 놀라면 된다. ㅎ


1장 보물은 어디에 있을까? 에서는 탐색이론이 나온다. 베이즈의 정리 라는 수학이론으로 황금이 가득 든 보물선을 찾아냈다!

2장 수학으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에서는 알고리듬이 나온다. 알고리즘이 익숙한데 왜 알고리듬 이라고 표현하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삶에 가장 익숙한 수학론은 아마 알고리즘일 것이다.

3장 수학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에서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감정이 어떻제 조절될 수 있는지 나온다. 수학은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

4장 사람들은 왜 당장 섹스를 하지 않을까? 에서는 게임이론이 나온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당장의 욕구보다 장기적 삶을 생각하면 게임이론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5장 픽사는 원을 어떻게 그릴까? 에서는 분할 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기법이 나온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쫒겨나 픽사에 갔을때 어떻게 수학을 이용하여 픽사를 성공시켰는지는 유명환 에피소드 이다.

6장 우연의 일치? 아닐지도! 에서는 확률 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인간은 누구나 어쩌면 매순간 선택을 하며 산다. 확률은 선택에 아주 중요한 이론이다.

7장 Yjq etgcvgf vig ecguct ucncf? 뭔말인지 읽히지도 않는 이 제목의 장에서는 암호학이 나온다. 암호화의 수학은 앞으로도 우리의 삶에 아주 중요햔 영향을 미치게 될 학문이다.

8장 수학으로 경기를 이길 수 있을까? 에서는 스포츠 데이터 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승률을 따지는 게임이나 확률이 아닌 데이터분석으로서의 유용함을 느낄 수 있다.

9장 도로가 늘어나면 주행 시간이 줄어들까? 에서는 최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 수학자의 이름이 나와서 반가웠다.

10장 오이가 바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오이와 바람? 이 생소한 조합에 대해 도시와 생물학의 관계분석을 통한 수학의 유용성을 발견할 수 있다.

11장 내 친구는 왜 나보다 친구가 많을까? 에서는 네트워크 이야기가 나온다. 일명 핵인싸는 나보다 친구는 많지만 나보다 전염병에 걸릴 확률도 높다. ㅋㅋ

12장 우주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무엇일까? 에서는 밴포드의 법칙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생소하며 신기하기도 했던 분석이었다.


이 다양한 내용들이 어렵지 않게 그냥 잡지 보듯이 설렁설렁 읽힌다. 가끔은 키득커리며 웃게 되기도 한다. 두께도 비교적 얇은 편이고 글밥도 많지 않다. 수학을 가볍게 받아들이게 하는 책으로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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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문학 사이 - 일본 여성 프롤레타리아작가의 문학세계
이상복 지음 / 어문학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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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성 프롤레타리아작가의 문학세계] 라는 부제가 설명하는 딱 그 내용의 책이다.

2019년 4월 이 초판1쇄 발행인 책인데, 표지부터 내부 편집까지 80년대 책을 읽는 느낌이 들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작가는 3명의 여성 문인에 대한 연구분석 내용을 싣고 있다.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한 이미지에서 여성의 이미지는 전통의상을 입고 수줍은 자세로 순종적인 모습이다. 일본 하면 군인 밖에 안 떠오른다. 그래서 궁금했다. 일본의 여성작가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겐 식민지의 아픈 시대였던 그때 일본 내부에서 그것도 여성이 그것도 프롤레타리아작가로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미야모토 유리코는 혁명운동 내부 섹시즘과 젠더 지배 형상화를 위해 투쟁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히라바야시 다이코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주의를 지향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사회체제에 대한 부조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사타 이네코 역시 가부장적 억압으로 인한 유년시절의 고충과 사회의 계급적 억압에 투쟁한다.

뒷 표지에 설명된 3명의 여성작가의 특징설명은 아주 적절하다. 

미야모토 유리코는 1899~1951, 히라바야시 다이코는 1905~1972, 사타 이네코는 1904~1998 의 생애 중 프롤레타리아문학이 있었던 시기은 1920년대에1930년대의 작품을 주로 분석하고 있다.

프롤레타리아문학, 공산주의, 사회주의 열풍이 일었던 그 시대 우리나라는 식민지였다. 새로운 사상은 독립운동과 연결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독립운동은 한갈래로 모아지기 힘들었으며, 독립후에도 '독립'이라는 민족적 과업과 맞물려 자란 사상들의 미숙함은 분열을 가져왔고 내전으로 이어졌다. 우리에게 프롤레타리아 문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그래서 한참후인 1960년대나 70년대 노동자의 인권문제가 대두되면서 나오게 된것이 아닐까 싶다.

근대이후 일본의 역사는 항상 우리보다 50년에서 100년정도 앞서 경험을 한다. 서양세력에 대한 개방부터 근대화 그리고 세계대전을 거쳐 현대산업문제까지 일본이 지나간 길은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들을 이미 지나간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 식민지였지만 일본에선 근대화 시기였다. 갑작스런 사회의 산업화는 농민을 공장노동자로 만들었고, 전쟁은 그 상황을 악화시키고 가속시켰다. 하물며 동양의 전통적 여성관을 가진 상태에서 근대화와 교육은 여성의 지위를 높여주기엔 힘이 딸렸다. 전쟁시기 일본내부는 그저 잘먹고 잘살줄 알았더니 하층민들의 삶은 더구나 여성으로서의 삶은 거기도 고단했구나 싶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생각한 지점들은 조선의 작가의 '세여자' 소설을 생각나게 했다. 식민지나라에서 신여성으로서 사회주의를 지향한 세여성의 삶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어느 역사 사료보다 더 깊이있게 다가왔었다. 식민지였기에 일본내부의 프롤레타리아작가들과는 다른 삶의 여정을 갈 수밖에 없었다.

프롤레타리아의 삶을 쓴 문학작품들의 개요를 보다보니 전태일 이 생각날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의 공장노동자로서의 여성의 삶은 60,70년대 우리의 여공들의 삶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일본내에서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그 생명이 짧았다. 전쟁시기였고, 모든 사상은 군인들에 의해 바로 진압됐다. 그래서 우리가 혼란스러운 정치와 비인간적인 노동문제로 사회가 뜨꺼울때 일본은 이미 그 모든 뜨거움들이 없어진 상태에서 차갑게 부국으로 올라섰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사상의 자유를 누린 시기가 짧아서 일본의 다양성은 더 줄어들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본은 사상적 탄압을 하는 나라는 아니지만 탄압할 사상이 없는 나라가 된것이 아닐까.

책속에서 소개된 작품을 읽어본적도 없고, 일본문학을 잘 알지도 못하지만 색다른 주제에 대한 연구서라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다만, 너무 옛스러운 구성과 편집은 여전히 아쉽다. 애초에 대중서로서가 아니라 연구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한다면야 뭐 딱히 뭐라고 할 수 는 없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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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코너 스토리콜렉터 73
딘 R.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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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작가의 대단한 작품이었다.

딘 쿤츠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이런 거장의 작품을 이제야 알고 읽게 되서 왠지 부끄럽다;;;

작가는 '스티븐 킹이 소설계의 롤링 스톤즈라면, 딘 쿤츠는 비틀즈다' 라는 찬사를 듣는 미국의 가장유명한 서스펜스 소설가 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은 알았어도 딘 쿤츠는 몰랐는데... 롤링 스톤즈 보단 비틀즈를 좋아하는 관계로 작가의 작품을 이제야 읽었다는 것이 다시 한번 계면쩍어지는 느낌이 드는;;;

1945년생 인데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끊임없이 발표하고 있는 것이 존경스럽다. 게다가 이번 책은 '제인 호크'라는 여주인공을 내세운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영문판으로는 3권까지 나온듯 한데... 대단한 창작에너지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최첨단 기술용어들이 나오는데 그 상세한 표현이 어지간한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것들인지라 그또한 감탄감탄하며 읽었다.

The Silent Corer 를 그대로 직역하면 침묵의 구석, 침묵의 코너 정도로 해석된다. 책의 시작에 '어떤 기술로도 추적될 수 없지만 인터넷을 사용하여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들을 침묵의 공간에 있다고 한다' 라는 설명으로 보아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도 그 영향력이 침묵처럼 들리지 않는 어떤 작은 공간? 정도를 연상하게 된다.


이 책은 스릴러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소설의 베스트워스트를 가르는 기준은 몰입도 다. 그런면에서 '사일런트 코너'는 몰입력이 상당한 작품이다. 별다른 대화없이 거의 묘사위주로 서술되는 방식은 자칫하면 지루할 수도 있는데, 마치 눈에 그려지듯 상세한 묘사에 저절로 빠져들게 된다. 읽다보니 정유정 작가가 떠오른다. 치밀한 구성과 지나치다싶게 상세한 묘사는 굉장히 흡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작품의 주요 줄거리는 남편이 갑자기 자살한 후 FBI 요원이었던 아내 '제인 호크' 가 남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님을 파헤치다 거대한 음모에 맞서 싸우게 되는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군인풍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주로 나온다. 여주인공의 남편은 해군장교 였고, 여주인공을 도와주는 인물들은 대개 군인출신으로, 현직이건 전직이건 군인이었다는 이유로, 나 자신이건 가족이건 누군가 가까운 사람이 군인이었다는 것만으로 바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 조금 신기했다. 터미네이터의 린다 헤밀턴 이나 지아이제인의 데미 무어가 연상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엄청난 미녀로 설정되어 나오지만 역할이 워낙 액션형 군인스타일인지라, 현재 추진중이라는 TV시리즈에서 어떤 배우가 맡을지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한다.


제인 호크 는 남편의 자살을 믿을 수 없었다. 왜 그래야 했는지 이유를 찾다 보니 다른 자살한 사람들의 사건을 알게 됐고 자살율의 증가도 알게 됐다. 그런데 그 자살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능력있고 미래가 유망한 젊은 세력 이었다. 알면 알수록 자살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파헤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되는 시대에 제인 호크는 모든 첨단에서 멀어진다. 자신이 정보를 찾아내는 만큼 자신이 그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작품은 곳곳에서 디지털 세상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사람과 사람이 직접 교류하고 자연 속에서 영감을 얻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은근히 드러낸다.  이 책의 제목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옮겨 본다.


"제인처럼 정말 추적이 불가능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추적되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조용한 구석'에 있다고 말한다. 제인은 두 달 동안 '조용한 구석'에 있었고, 지금은 현대의 어떤 기술에도 추적당하지 않고 있었다. 눈앞의 경비의 오감에서도 벗어나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니 이중의 의미로 '조용한 구석'에 있는 셈이었다"


작가는 그동안 자신의 작품을 영상화 하는 것에 반대해 소설로만 작품을 알려왔다고 한다. 그래서 스티븐  킹 보다 덜 알려진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읽다 보니 작가의 성향이 조금은 짐작이 된다. (이런 점에선 조정래 작가와 비슷한 것도 같다. 여전히 원고지에 직접 글을 쓰시고 여전히 창작욕이 활활 타오르시고 철저한 조사와 정확한 묘사까지. 그러고 보니 나이도 비슷하신 것 같고 ㅎㅎ)

소설은 최첨단 나노테크 를 이용한 범죄를 다룬 스릴러 인데, 주인공은 '조용한 구석' 에서 움직이는 전직 FBI 요원!


작가는 곳곳에 다른 문학작품을 활용한 이름짓기로, 읽는 재미를 좀더 높이고 있었다. 고대신들의 이름을 활용한 아이디 라던가, 아스파시아 라는 클럽, 맨츄리언 캔디데이트 라는 작품, 그라운드 제로... 그중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암호에 활용된 시는 뭔가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사물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다"

"그들은 내 파란 기타 위에 있다고 말한다"


이 구절은 윌리스 스티븐스가 1937년 발표한 시 '푸른 기타를 치는 남자' 에 나오는 부분이라고 한다. 이 시는 피카소의 1904년 작품 '기타 치는 눈먼 노인' 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33연이나 되는 긴 시라서 그 중 이 작품에 활용됐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말했다. 당신에겐 푸른 기타가 있는데.

당신은 세상의 진정한 모습은 연주하지 않는군요.

남자가 대답했다.

'세상의 진정한 모습은 푸른 기타 위에서 변합니다'

그러자 그들이 말했다.

'하지만 연주해요. 해야합니다. 우리를 넘어, 우리 자신을 뛰어 넘어

푸른 기타로 세상의 진정한 모습을 올바로 들려주는 진정한 곡을'<<


이 시구절을 이용한 암호는 악당이 사용하긴 했는데, 작품 속에서 푸른기타가 연주하는 곡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다음 시리즈를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의 진정한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까? 푸른 기타로 올바론 곡을 들려주게 될까? 2017년 발표된 작품이 이제 국내 출판됐는데... 다음 편은 언제 번역되려나~ 뒷내용이 몹시 궁금한데...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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