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푸가 -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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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가?

푸가가 뭐지?

검색을 해보았다.


푸가는 하나의 주제(때로는 2개 혹은 3개의 주제. 이 경우에는 2중푸가 혹은 3중푸가라고 한다)가 각 성부 혹은 각 악기에 장기적이며 규율적인 모방반복을 행하면서 특정된 조적(調) 법칙을 지켜서 이루어지는 악곡이다.


역시 백과사전은 어렵다;;;

...무슨 소리인지;;;

검색해보았다.


다성음악에 의한 대위법적 모방의 한 기법으로, 하나의 선율을 한 성부가 연주한 뒤 이를 따라 다른 성부가 다른 음역에서 모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쉽게 설명하면 기악적 돌림노래라고도 할 수 있다.


아~! 돌림노래!!

이별의 돌림노래...


이 책은 이별에 대한 감상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별에 대한 생각들을 반복적으로 풀어내고 있으므로 이별의 돌림노래가 맞다.

그런데 읽으면서 초반에 든 생각은

내용상 20대후반이나 30대초반 남성이 여성과 이별하자마자 적은 일기같아서 내용에 나오는 그사람이 정말 사람을 지칭하는 건지 아닌지 헤깔렸다. 왜냐하면 나는 저자가 나이지긋하신 철학자 남성이라는 것을 알고 읽었기 때문에...


많은 책들이 책 앞이나 뒤에 저자의 약력이나 소개나 프롤로그나 에필로그 같은, 저자나 혹은 책에 대한 안내나 설명을 담고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전혀 그런것이 없었다. 저자가 누구인지 언제 썼는지 이 책은 어떤 책인지, 표지에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일기 라고 써 있는데 정말 개인적 일기라는 건지 일기처럼 쓴 글이라는 건지, 저자의 직접적인 이별경험을 담은 일기라는 건지 철학적 사고를 담은 글이라는 건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책 내용 자체만으로 느끼라고 사전정보를 뺀 것일수도 있지만, 나이지긋하신 철학교수가 쓴 이별일기를 읽는데 서투른 어린남성의 첫사랑 이별일기 같은 느낌을 자꾸 받다보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했다.


또 검색을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철학과 고전을 강의해온 철학자로 작년 66세의 나이로 작고하셨다. 이 책은 2017년에 현대시학 에 발표되오던 글과 사후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유고집이다. 기사에 따르면, 저자는 다만 글쓰는 사람이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는 소설가를 꿈꿨고, 철학을 공부한 것도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는 평생 끊임없이 글을 썼고, 그의 컴퓨터에는 발표하지 않은 수많은 글들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소설도


소설... 내게 이 책은 소설로 정리되었다.

소설가 한강의 책 중에 [흰] 이라는 책이 있다.

시집사이즈의 작고 얇은 책인데 시 같기도 하고 일기같기도 한 그 책은 '흰' 것들에 대한 상념들을 쓴 그 책은 소.설. 로 세상에 나왔고, 소설로 분류되고 소설로 읽히고 있다. 읽고 나서도 이 책이 소설인지 아닌지 헤깔렸었는데... [흰] 을 읽은 경험은 내게

[이별의 푸가] 를 소설로 받아들이게 하는데 마중물이 되었다. 글을 쓰며 철학을 하며 소설가를 꿈꾸었다는 저자가 남긴 이별에 대한 단상들은 내게 소설로 읽혀지고 나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책속에 책이 있는 책이다.

바르트와 베냐민과 프루스트의 글은 수차례 인용되고 재해석된다.

다른 작가들의 글들은 저자에게 이별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그 이별의 장면속에 저자는 본인이 직접 뛰어들어 상상하는 듯 했다. 그렇게 직접 느낀 이별의 장면과 이별의 마음과 이별의 감상을 일기인양 소설인양 시적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한 문장만으로도 한편의 작품을 완성한 저자의 글이 느껴지고, 한 장면만으로도 한편의 영화를 완성한 저자의 그림이 느껴졌다. 그렇게 느낀 저자의 이별의 시간들은 저자의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일기이기도 하고 소설이기도 하다.


이제야 나는 저자가 누구와 이별한건지 궁금해지지 않았다. 어린 제자와 불륜의 감정을 품었었나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젊은 시절 헤어진 첫사랑에 대한 상념인가 하며 알수없는 저자의 과거를 상상하지 않아도 되었다. 언제 쓴 글이건 상관없어졌다. 왜냐하면 내게 이 책은 소설이니까.

아무리 현실감 높은 소설도, 작가의 자전적 실화인것 같은 소설도, 소설이라고 한 이상 허구가 된다. 이 책속의 이별은 실재에 대한 허구이자 허구에 대한 실재이다. 이제 나는 이 책이 다시 보인다. 저자의 이별노래가 들리기 시작한다.


부재는 다르다. 부재는 있음과 떨어질 수 없도록 매여 있는 없음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부재하지만 그 '부재 속에서 있다' 그리하여 내가 너무 아파하면서도 이별을 끝내지 못하는 건 당신의 없음 때문이 아니다. 그건 당신의 '부재' 때문이다. 부재 속에 당신이 있는데 어떻게 내가 당신의 없음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저자에게 부재는 단 한사람의 부재가 아니다. 자신만의 누군가를 지칭한 그 한사람의 부재가 아니다. 저자가 읽는 책속에 나오는 부재는 저자에게 이별로 해석되어진다.


산다는 건 시간 속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시간 속을 지나간다는 건, 매 순간 우리가 우리를 떠난다는 것. 우리 자신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매 순간 존재하는 단 한번의 우리와 매순간 이별하면서 매 순간 다음 순간의 우리로 달라진다는 것, 그것이 이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산다는것, 그것은 매 순간 우리 자신과 이별한다는 것이다.


이별은 항상 존재한다. 사는동안 내내.


순간은 시간이면서 시간이 아닌 시간이다. 불꽃이다. 타오르는 순간 '이미' 소멸해버리는 시간. 존재하는 순간 '벌써' 부재하는 시간. 현재이면서 이미, 벌써 과거인 시간, 리무진을 타자 이미 내리는 시간. 만남이자 벌써 이별인 시간.


이별은 순간순간 일어난다. 시간이 가는 동안 매시매분매초 내내.


그리하여 부재는 공간이 아니라 악보가 된다. 그 악보 위에는 이별의 음표들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이별과 부재의 악보를 연주한다. 그러면 그 음악은 더 이상 이별의 노래가 아니다. 그건 천사의 날갯짓이다...... 베냐민은 독서는 쓰여 있지 않은 걸 읽는 일이다, 라고 말한다. 아도르노는 말한다 '연주는 그려져 있지 않은 음표들을 연주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노래한다.  저자가 부재했던 이별에 대한 푸가를.


프루스트는 언제나 '미지의 여인'을 찾는다. 그 여인은 아름다운 여인도, 현명한 여인도, 우아한 여인도 아니다. 그 여자는 그도 누구인지 모르는 여인이다.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만 '사랑에 빠져버린' 그런 여인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상실의 시간이 아니라 이 '미지의 여인'을 찾아가는 긴 대하소설, 모험소설이며 여행소설이다.


저자는 프르스트 처럼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본적 없지만 그만 사랑에 빠져버린 여인' 과 늘 이별하고, 그 이별을 기록하며 푸가를 노래한다. 스스로 이 악기도 되었다가 저 악기도 되었다가 하면서 늘 누군가 있다가 가버린 듯한 남겨진 부재를 기록한다. 그 이별을 읽고 나는 저자의 부재를 느낀다. 물어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저자의 이별에 대해 저자의 부재로 답을 찾는다. 이별의 푸가 는 내게 소설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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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거리 : HARD - 놀면서 스마트해지는 두뇌 자극 플레이북 두뇌 자극 플레이북 딴짓거리
W&M 뇌발달연구소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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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 스마트해지는 두뇌자극 플레이북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딴짓거리 효과

딴짓거리 EASY 를 보면서 너무 저학년용인가 싶어서 HARD 가 더 궁금했었다. ㅎ

몇년전에 닌텐도DS 가 시켜준다던 두뇌 트레이닝을 이번엔 책으로 해보는 것이랄까 ㅎㅎ

두뇌트레이닝 게임을 할 때 제 나이보다 두뇌나이가 안좋게 나오면 어찌나 기분이 별로던지;;; 두뇌나이 좋게 나오게 하려고 몇번 연습해서 기어코 점수를 높여 놓았던 생각이 난다. ㅋ

두뇌트레이닝 게임은 두뇌나이나 점수를 알려주니까 경쟁심을 갖게 해서 좀 부담이 있었다면, 이 책은 그런 체크지수가 없어서 좋다.

하고 싶을때 하면 되고 안하고 싶으면 하다가도 관두면 된다. 왜? 그냥 딴짓거리니까~


뭔가 생각할 거리가 있어서 머리가 답답할때나 책을 읽었는데 페이지가 잘 안넘어갈 때나, 자투리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는데 기다리기 지루하던가, 그냥 정말 딴짓 좀 하고 싶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은 크게 5가지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찾기게임에서는 미로 찾기나 다른그림 찾기, 그림자나 반전 그림 찾기, 짝을 찾거나 뷰포인트를 찾는 등의 게임이

퍼즐게임에서는 조각퍼즐, 블록퍼즐, 생각퍼즐 이

그리기&색칠하기 에서는 단계그리기나 완성하기, 모방하거나 선 하나로 그리기, 번호를 색칠하거나 다양한 스타일의 색칠하기가

논리게임 에서는 노노그램, 스도쿠, 연산하기, 아이큐트레이닝 게임이

만들기&종이접기 에서는 입체모형 만들기와 추억의 종이접기 색지가 갖추어져 있다.


EASY 와 HARD 의 차이는 말 그대로 단순과 복잡의 차이다.

미로만 봐도 EASY 에서는 눈으로 대충 감이 잡힌다면 HARD 에서는 완전 엉켜버린 실타래를 보는 느낌이랄까.


표지에는 사고력, 기억력, 직관력, 형태기각능력, 공간지각능력, 순발력, 판단력, 집중력 을 향상시켜주는 두뇌 트레이닝 게임들이라고 써 있지만, 그런 능력들 훈련 좀 되면 어떻고 안되면 어떻겠는가?!  이 책은 그냥 가지고 놀면 그뿐이다. 그렇게 딴짓거리를 하다가 저렇게 좋은 두뇌 능력이 향상된다면야 더욱 좋겠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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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거리 : EASY - 놀면서 스마트해지는 두뇌 자극 플레이북 두뇌 자극 플레이북 딴짓거리
W&M 뇌발달연구소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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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 스마트해지는 두뇌 자극 플레이북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딴짓거리 효과

제목을 보는 순간 몇년 전 유행했던 닌텐도DS 광고가 떠올랐다.

기존의 게임과 다른 일명 두뇌게임을 장착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던...​ 


플레이북 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책은 가지고 놀 수 있는 책이다. 책이라기 보다는 장난감 같다고나 할까 ㅎㅎ

여행갈때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때 유용한 책이다.

별 생각없이 읽는다기 보단 할 수 있는 책이고, 굳이 정답을 맞추지 않아도 별로 기분나쁘지 않은 책.


책은 크게 6가지 분야의 놀이거리를 담고 있다.

찾기게임에서는 미로를 찾거나, 다른 그림을 찾거나, 그림자 나 반전 그림을 찾거나, 뷰 포인트나 짝 을 찾고

퍼즐게임에서는 조각퍼즐, 블록퍼즐 생각퍼즐 을 맞추고

그리기&색칠하기 에서는 점을 잇거나, 부족분을 채워 완성하거나 단계별로 그리고 모방하고 상상하고 번호를 색칠한다던가 다양한 스타일을 색칠하게 되어있고

논리게임 에서는 노노그램이나 스도쿠, 연산하기나 생각하고 기억하는 활동을

단어게임 에서는 기억하고 숨은그림을 찾고 단어퍼즐을 맞추고

만들이&종이접기 에서는 입체모형과 종이접기를 할 수 있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분야의 놀이거리로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할 수 있다.

퍼즐을 좋아하는 아이는 퍼즐을 맞추고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색칠을 하고 논리게임이나 단어게임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기도 하다.

공간의 제약도 없고 시간의 제약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남녀노소 모두 함께있어 뭘해야 좋을지 모를 시간에 재밌게 보내는 도구로 유용한 책 같다.

EASY 다 보니 아무래도 유아부터 초저학년 이 있는 가정에서 활용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데리고 여행갈때 가서 순서를 기다리느라 아이가 몸을 비틀때 이 책을 함께 하면 어떨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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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없는 마을 - 아직도 탐험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39개 미지의 장소들
앨러스테어 보네트 지음, 방진이 옮김 / 북트리거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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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탐험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39개의 미지의 장소들

모든 것이 밝혀졌다고 믿는 측정과 기록의 시대, 지도 위의 빈틈을 찾아 떠나다

산책자처럼, 탐험가처럼 지도 밖을 거닐다

등등의 표지문구들을 보면서, 오지탐험기 혹은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곳에 대한 여행기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편안한 색감의 온유한 표지가 주는 느낌과는 다르게 지리학자가 쓴 사회학 내지는 정치학 에세이 로 읽히는 책이었다.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리와 정치역학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역사가 증명해준다.

대표적인 책으로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는 지리를 바탕으로 역사의 흐름을 분석한 대단한 역작이었다.


나는 예상과 다른 내용의 책을 읽고 나면 원서 제목을 주의깊게 생각해보는 편이다.

이 책의 원 제목은

Beyond the Map

Unruly enclaves, ghostly places, emerging lands and our search for new utopias

번역기를 돌려보니,

지도 넘어 - 배타적인 땅, 유령의 땅, 떠오르는 땅 그리고 새로운 유토피아를 찾는 우리의 수색

​정도의 뜻이 되는 듯 하다.


이 책은 정치적 갈등이 있는 땅, 잊혀져 유령이 있을 것 같은 땅, 융기되어 바다에서 떠오르고 있는 섬들 그리고 유형이건 무형이건 어딘가에 있다고 사람들이 믿고 있는 유토피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아 지도에 표시되지 않거나 표시될 수 없는 곳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원서의 제목은 내용유추가 가능했던 것을 보면 한국어판 제목은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1장 제멋대로인 섬들

암초 섬에 얽힌 지정학적 욕망-맹키에군도 에서는 암초정도에 지나지 않는 섬들로 인해 바다에서의 경계가 국가들 간에 얼마나 첨예하게 계산되어질 수 밖에 없는지를 이야기 한다.

섬들의 연합체를 만드는 일에 관하여-미국령 군소 제도와 범대양 군도 초소형국가체 연합 에서는 땅따먹기도 아니고 섬따먹기 느낌이 들었다.

누가 섬을 건설하려 하는가-스프래틀리제도 에서는 섬이라고 하기에 불분명하더라도 섬이라고 쳐서 생겨난 신생 섬들에 대한 영유권 다툼이 가장 치열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미친짓이라고 부끄러워 하는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바다에서 섬이  솟아나고, 섬이 육지가 된다면-보트니아의 떠오르는 섬들 에서는 융기라는 자연적 현상을 통해 생겨난 섬들에 대한 소유권 분쟁을 다룬다,

섬의 개수는 어떻게 세는가-필리핀에서 새로 발견된 534개의 섬들 에서는 섬들이 곧 영토이고 영해를 구분지어주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섬이라고 부를 만한 조건은 무엇이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버림받은 도시 공간을 보살피는 방법-교통섬 에서는 도시에서 도로가 얼키고설킨 사이지대의 빈공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씨앗폭탄'투척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장의 대부분의 내용은 결국 섬을 사이에 둔 영역분쟁 이야기들이다.


2장 고립지와 미완의 국가들

사라져 가는 소수 언어의 행방-라딘어의 골짜기들 에서는 언어의 섬, 즉 고립된 지역에서의 언어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서핑 천국에 숨어 있는 기묘한 종교 구역-본다이 해변의 에루브 에서는 유대교 율법에 다스려지는 구역을 알려주는데 그런 지역이 꽤 많아서 놀랐다. 게다가 에루브 가 급성장 하고 있다고 하니 종교적 보수주의와 지역주의 가 정말 심화되고 있구나 싶어서 조금 두려워지기도 했다

복잡하고 위험한 국경선 긋기-페르가나 분지 에서는 더 심한 영토분쟁을 다룬다. 영토는 곧 자원이고, 자원은 곧 힘이 되기에 중앙아시아에서의 민감한 지역이 새삼 위험해 보인다

그들의 국경은 왜 인정받지 못하는가-사하라의 모래벽 에 나오는 모로코 지역의 분쟁은 몰랐던 내용이라 영유권 분쟁이 정말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구나 싶었다

분리주의는 어떻게 싹트는가-신러시아 에서는 노보로시야 를 대표적으로 소련이 해체되면서 생겨난 국가들이 아직도 혼란스러운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영토가 없어도 주권을 인정받은 나라-몰타기사단 부분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영토가 없고, 따라서 국경도 없는데 주권이 있고 세계에서 인정받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종교조직이자 가장 작은 국가라고 불리는 몰타기사단 의 존속여부가 계속 궁금해진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분열되고 있다-스트랫퍼드공화국 에서는 영국인으로서 저자의 브랙시트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브랙시트는 정부의 규모와 형태가 고정불변이 아닌 유동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준 사건이라고 하는데, 화합이 아닌 분열로 가는 모든 시도는 위태로워 보인다

2장의 대부분의 내용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들을 다루고 있다.


3장 유토피아의 장소들

종교적 야심이 낳은 암울한 유토피아-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 에서는 IS 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들에게는 유토피아 였을지 모르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디스토피아였던

가상현실이 우리를 해방시킬 것이라는 신화-사이버토피아 에서는 사이버공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사이버토피아도 결국 유토피아는 아니다

어떤 곳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은 행복한가-신유목민 에서는 스스로를 크리에이터이자 혁신가로 표현하며 부유하게 떠돌고 있는 신유목민에 대한 허상을 짚어내고 있다.

합리성과 비합리성의 유쾌한 이중주-넥 찬드의 록가든 에서는 인도에서의 두 장소를 비교함으로써 주류와 비주류 전통과 비전통에 대한 통념을 비판한다

도시 한복판에서 자유로운 삶을 실험하다-크리스티아니아 에서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중심에 있는 크리스티아니아 라는 곳을 이야기 한다. 자유롭지만 새로운 주민을 받지 않는 배타성을 보며, 자유는 이기적이어야만 지킬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

야생 식물 채집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나라-헬싱키의 야생 식량 수확 체험기 에서는 도시와 자연을 이어주는 일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는 저자의 아쉬움이 읽힌다

헬리콥터는 어떻게 최상위층의 전유물이 되었는가-헬리콥터의 도시 에서는 브라질의 상파울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헬리콥터 도시는 결국 부유층을 위한 유토피아였음을 밝힌다

수직 도시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지면이 없는 도시 에서는 홍콩을 예로 들면서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로 대부분의 이동을 함으로써 지면과 멀어진 도시가 가진 부족한 부분을 드러낸다

3장에서는 어디에서도 어떤 방법으로도 유토피아는 없다는 것을 새삼 결론내게 된다


4장 유령과 환영이 떠도는 장소들

도시는 사람을 집어삼킨다-신주쿠역의 유령 터널 에서는 삭막한 도시풍경 풍경을

성급한 개발 계획의 잔재, 흉물로 남다-고가보도 에서는 이용되지 않는 영국내 고가보도의 흉물스러움을

폐허가 매력적인 이유-보이즈빌리지 에서는 영국내 보이즈빌리지 라는 버려진 캠핌장에 대한 향수를

망각과 기억 사이에서 방치된 식민지의 흔적-심라의 영국인 묘지 에서는 인도내에 영국인 묘지에 대한 쇠락에 대한 단상을

무대 위에 재현한 '멋진 신세계'-[다우] 영화 세트장 에서는 연기와 연기가 아닌것이 혼합된 영화와 무대와 현실이 혼합된 세트장을 통한 기묘함을

땅의 신성한 기운을 읽기 위한 지리학-주술의 도시 런던 에서는 주술의 신비성을 빌려서라도 인간과 도시가 좀더 자비롭게 관계맺었으면 하는 바람을

머나먼 미래 세대에게 어떻게 경고할 것인가-쓰나미 비석과 핵폐기물 표식 에서는 자연에 대한 책임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책임감을 읽을 수 있었다.

4장은 도시의 삭막함과 버려진 장소들에 대한 향수에서 자연과 도시의 좀 더 잘 어우러지는 미래를 그리는 저자의 마음이 읽혔다


5장 감춰진 장소들

누가 이 도시를 더럽다 하는가-카이로의 쓰레기 도시 에서는 이집트 카이로의 자발린이 사는 쓰레기 마을이 나온다. 90%가 이슬람교도인 곳에서 소수의 기독교분파로 쓰레기를 분류하며 사는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건 쓰레기 보다도 종교적 편견 같아 보여 마음이 안좋았다

구글 어스 시대의 빈틈-스트리트뷰에 나오지 않은 히든힐스 와 와나타몰라 빈민가 에서는 최상위 부유층이 사는 곳과 최하위 극빈층이 사는 곳에 한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알려준다. 두 계층이 사는 곳이 모두 구글 스트리트뷰에 나오지 않는 다는 것. 보호와 무시의 그 경계란 참...

지도에 숨어 있는 덫-트랩스트리트 에서는 지도의 저작권을 보호하려고 일부러 잘못 표시한 장소인 트랩스트리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해리포터의 킹스크로스역의 9와3/4 승강장에 대한 묘사가 이래서 나올 수 있었구나 싶다

미지의 땅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미개척지 콩고 에서는 콩고의 자연을 이야기하며 왜 미지의 땅이 계속 등장하는지 새삼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검은 돈이 머무는 곳-에든버러 로이스턴 메인스가 18번지 2호 에서는 페이퍼컴커니 같은 탈세의 장소들을 이야기 한다.

보행자의 움직임은 어떻게 통제받는가-스파이크 지대 를 읽으며 걷지말라고 수많은 표지판을 박아놓는 것보다 길바닥에 스파이크를 박아놓는 것이 효율적이었구나 그렇게 보이지 않게 질서가 통제되는구나 놀랍고 씁쓸했다

비밀 영토에 도사린 야망-하이난섬의 유린 지하 해군기지 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의 장소 중국이 건설한 군사섬에 대한 이야기이다

왜 잠들어 있는 유적을 깨우려 하는가-예루살렘 땅 아래 에서는 예루살렘 전역에서 선대의 유골들이 상반되는 주장으로 되살아나 끊임없이 분쟁으로 번지고 있음을 새삼 알수 있었다

가라앉은 땅으로 떠난 짧은 여행-도거랜드 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지고 있는 땅에 대한 자연의 힘을

기회의 땅이 빚어낸 욕망의 정치학-북극의 신세계 에서는 빙하가 녹으면서 드러나는 북극에 대한 분쟁들을

지구의 마지막 미개척지를 향한 열망-콘 셸프 해저 기지 에서는 땅도 모자라 바다에까지 도시를 세우려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5장이 보여주는 감춰진 장소들은 차라리 감춰진 채 있는 것이 나은게 아닐까 싶은 생각과 얼마나 더 감춰진 장소들이 많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분열된 세계와 유토피아나 분리/독립을 염원하는 야심이 솟구치고 있는 곳과 환영과 끝없는 비밀이 무리지어 떠돌고 있는 곳을 보여주면서, 그래서 더 분열되고 있고 더 기묘해지는 장소들에 대한 변화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그대로 담아낸다. 현재의 지리적 혼돈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들을 골라 엮은 이 책에 나오는 39 곳 중 나는 어느 한곳도 가고 싶지 않다. 안타깝거나 아쉽거나 무섭거나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은 장소들... 하지만 지도가 보여주는 곳들 외에도 이런 곳들이 있음을 알아야 할 것 같긴 하다. 삶은 항상 눈에 보이는 것들 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인해 더 큰 변화를 겪게 마련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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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열기
가르도시 피테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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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운명이 된 두 남녀의 감동 실화

헝가리 영화 <새벽의 열기> 원작소설

이 소설은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자 자신이 연출한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그리고 작가의 부모님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 홀로코스트에서 살아 남은 유대인은 많지 않았고

유럽 각지의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적십자사의 지원으로 겨우겨우 삶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열풍때문에 혹은 전쟁중 벌어진 대규모의 유대인 학살때문에

유대인들에게 자신들의 종교는 회의감을 가져오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흔들리는 사회와 피폐해진 몸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을 때 결혼을 해야 겠다고 결심한 한 남자가 있었다.

흔들리는 종교와 삭막해진 정신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인생이 두려웠을 때 사랑에 빠져들 수 있었던 한 여자가 있었다.


시한부 6개월을 선고받은 스물다섯살 헝가리 유대인 청년 미클로스는 자신을 치료해 주고 있는 나라 스웨덴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처녀들 117명에게 똑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몸은 아프고 마음은 더 아파서 아무런 기력이 없을 때 낯선 사람에게서 온 편지는 처음엔 안중에도 없었는데...그랬는데... 뭐라도 소일거리 관심을 불러일으켜주고 싶었던 친구의 사소한 조언으로 답장을 쓰게 됐고 처음엔 답장을 보낸 9명의 처녀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렇게 미클로스 와 릴리는 편지를 주고 받게 된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 몸 상태로, 남의 나라 병원에서 둘은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

돈도 없고 미래도 없고 생명조차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둘은 사랑을 시작한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의 경험을 담은 소설이지만, 처절한 생존을 위한 시간을 기록한 책이 아니라는 점이 신선했다.

여하튼 살아남았고,

어떻게든 살고자했고,

그래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사랑' 을 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 받은지 6개월쯤 됐을때, 결혼을 했고 50년을 해후했다.

그 50년 세월의 대부분을 함께 한 아들이 부모님의 편지들을 보게 되었고 이렇게 작품화 되어 세상에 나왔다.


살아남았으나 그 생존만으로 인간승리 라고 말하기엔 안 어울리고

사랑하였으나 그 사랑만으로 뜨거운열정 이라고 말하기에도 안 어울리는

북유럽 겨울의 나라 스웨덴에서 차가운 하루중 가장 추운 새벽에도 식지 않은 기운은

생에 대한 것이었건 사랑에 대한 것이었건

새벽의 열기 딱 그것이었다.


스무살, 스물다섯살 청춘남녀의 서툰 사랑은 어리고 미숙해서 부끄럽기도 하고 설핏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새벽에 살아남은 열기로 인생을 살아간 온기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책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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