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답게 삽시다 - 미운 백 살이 되고 싶지 않은 어른들을 위하여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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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백 살이 되고 싶지 않은 어른들을 위하여

그때는 인생이 이렇게 길 줄 알지 못했다. 살아갈 날이 너무 짧아서가 아니라 너무 길어서 생긴 후회들...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될까요? 여든 여섯, 이시형 박사가 들려주는 인생 담론! 나이듦의 미학!>>


에세이를 안 좋아해서 잘 안 읽는 편인데, 이 책은 마음이 끌렸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화병'을 세계정신의학용어로 만드신 분이고, 한평생 꾸준히 한방향을 향해 살아오신 게 존경스러웠다.

나이를 제대로 먹은 어르신의 나잇값 하라는 말씀은 꼰대의 잔소리로 들리지 않을 것 같아서 조금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난 왜이렇게 표지에 마음이 왔다갔다하는건지;;; ^^;;;


<<나이가 들면 마음의 상처마저 더디게 아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순리라기보다는 선입견이다. 나이가 들면 오히려 이제껏 살아온 연륜으로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 그리고 빨라진다는 게 뇌 괴학의 증언이다.>>


저자는 여든여섯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은퇴 아닌 현역 이다. 정신과의사로서 는 은퇴했지만, 여전히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여기저기 고장이 날 지언정 마음은, 정신은 오히려 더 좋아질 수 있는 연륜의 미덕을 제대로 보여주고 계신 분이다.


글 사이사이 문인화 몇 점이 실려 있는데, 본인의 작품이다. <<문인화를 제대로 그리려면 최소한 오십은 넘어야 한다. 인생의 내공이 어느 정도는 쌓여야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 그래야 삶의 경험을 함축하고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라는 말에 공감한다. 나는 젊어지고 싶다는 사람을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나이들어 가는 것이 좋다. 점점 더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문인화를 그리지는 않지만 나이를 어느정도 먹어야 뭔가 깊이를 담을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노인을 불편해하는 인식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노인들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 은퇴를 하고 났으니 이제는 물러나 앉아 다 차려진 밥상을 받을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다음 세대를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일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나이가 저절로 존경심을 이끌어내지 않는다. 존경은 공짜가 아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어디서든 대접을 받고자 하는 것은 스스로를 '미운 몇 살'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속이 시원하다. 이런 입바른소리를 여든여섯의 학자가 말씀해주시니 더할나위 없이 좋다. 나잇값은 이렇게 치루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가 '미운 백 살이 되고 싶지 않은 어른들을 위하여' 이다. 그렇다 어느새 백세 시대가 되었다. 책은 글자크기도 큰 편이고 여백도 많은 편이다. 다시 말해, 부제에서 말한 어른들이 읽기 편한 책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어른들이 많이 읽을까? 적어도 아직 어르신 소리 듣기 전 세대인 나같은 어른 세대들이 먼저 읽으며 마음준비하기 좋을 책이긴 하다. 내가 여든 여섯이 되었을 때 이정도의 마인드는 있어줘야 하지 않겟는가.


<<살아 있는 한 우리에게는 늘 내일이란 것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내일을 어떻게 살면 좋을지 늘 고민해야 한다.


선례를 고집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휴식이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쉼표를 찍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휴식이 일상이 되면 그것 역시 노동이나 다름없어진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데 그날 꼭 해야 할 일이 없는 것만큼 괴로운 것이 없다.


제 앞가림을 한다는 것은 나 하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주변 모두를 위한 일이다. 온전히 독립한 하나의 존재로 사는 것이다. 끝까지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으로 살다 죽을 수 있는 삶의 결정권을 갖는 것이다.


모든 문명도 시들어갈 때가 가장 감성적이다.


겸손하지 못하거나 자기 욕심이 많은 이들은 감사할 줄 모르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짧고 굵게 의미로 다가오는 명문장들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금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온갖 지식과 지혜, 경험과 기술, 정보들은 다 빚이다. 빚은 꼭 갚아야 한다. 내가 받은 것을 이 사회에 모두 돌려주고 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성공한 전문직이거나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평생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우리 모두가 세상의 빚쟁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잘되면 내가 잘나서 잘된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딱하기까지 하다.

나 역시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은 이들이 수도 없이 많다. 평생이 빚을 지며 산 세월이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 내 머릿속에 든 것들을 다 내놓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받는 인세와 강연료도 대부분 문화원의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에 한 푼이라도 더 쓰려고 하는 일이지 내 주머니를 불리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세상의 빚쟁이 라고 까지 생각한 적은 없다. 오히려 세상이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어? 라는 편이다.;;; 다만 책을 비교적 많이 읽어온 편이었고 여유가 좀 생기기 시작하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좋은 책들이 정말 많았다. 끊임없이 새 책들이 나오고 있었다. 책을 알려주고 싶었다. 어차피 읽는 책, 다 읽고 나서 서평이나 짧은 글 정도의 자료를 남기면 책을 찾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앞으로 무엇을 더 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책은 계속 읽게 될 것 같으니 일단 책에 대한 활동이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담아서 열심히 읽고 쓰는 중이다.


<<나이가 들어서 쓸쓸하다느니 고독하다느니 얼른 죽어야겠다느니 하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세상의 빚쟁이'라는 인식이 없는 이들이다.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당장 그 방법을 짜내느라 한가하게 나이 타령을 하고 앉아 있을 틈이 없어진다. 일이 힘에 부치면 반나절도 좋고, 이틀에 한 번도 좋다. 무슨 일을 하든 시간이 얼마나 되든 중요한 것은 끝까지 일을 놓지 않는 것이다. 건강하게 늙어가는 비결은 다른 것이 없다.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과 내가 사회를 위해 아직 무언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 그간 닦은 경험들을 활용하며 아직 내가 속까지 녹슨 깡통은 아니라는 뿌듯함을 심어주는 적당한 노동, 그것이 답이다.  

그게 어른답게 사는 길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미우니 고우니 해도 함께 부대끼며 살 수 밖에 없다. 살아있는 한 내일은 오고 내일이 오기전 누구나 오늘을 생각할 수 있다. 오늘 내가 어떤 하루를 보내느냐가 쌓여서 내일을 만들 수 있다. 젊었을 때는 모른다. 모를 수 밖에 없다. 자기 앞길 찾아가기도 바쁜 게 일상이다. 그렇게 내 뒤로 이력이 쌓이다 보면 한치앞도 안보이던 앞길이 조금씩 미리 눈에 들어오는 때가 온다. 나이들었다는 의미 이기도 하다. 그때 내가 세상에 어느정도 빚을 지고 있고 어떻게 갚아야 할지 생각하는 삶과 여전히 내 삶에만 갇혀 있는 삶 중에서 어느 쪽의 내일을 만들어가야 하겠는가? 어른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어렵지만 생각하며 늙어가야 할 텐데...


<<은퇴하고 할 일이 없다고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만 온종일 들여다본다면 진짜 노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영상은 즉각적인 정보를 주고 몰입도가 높지만 그만큼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다. 그 대신 책은 연속적으로 끝없이 변화하며 경계가 모호한 아날로그 사고를 대표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감성이 아날로그다. 디지털은 빠르지만 아날로그느 느리다. 디지털은 '대량'이 가능하지만 사적인 경험이 중요한 아날로그는 '대량'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책이 중요한 것이다. 책은 우리외 뇌를 깨어있게 하고 일을 하도록 만든다.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 읽는 책은 치매 예방을 위한 보약과도 같다.>>

저자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활동적인 성격탓에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며 가만히 있지 못하는 타입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40대후반에 몸이 아파서 움직일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나이들어 읽는 책은 깊이가 남다르다며 나이들수록 책을 읽으라고 조언한다.


<<'나이' 에 대한 존경심이 변하고 노인을 존경하지 않게 된 시대를 탓하기 전에 혹시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는 시대' 가 된 것은 아닌지 나부터 살펴야 한다.>>


항상 남의 말은 하기 쉬워도 내 반성은 하기 어려운 법이다. 뼈때리는 말일지라도 옳은 말이면 새겨들어야 한다. 나도 어른이고 여든여섯의 노학자도 어른이다. 공원에서 장기두는 분들도 어른이고, 집안에서 시시콜콜 참견하시는 분들도 어른이다. 광화문광장에서 남의나라 국기를 들고 텐트치고 있는 분들도 어른이고, 죽는날까지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앞에서 집회연설을 하시던 분들도 어른이다. 나이만 먹었다고 다 똑같은 어른은 아니다. 존경할 만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고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만 먹은 노인네가 되느냐 존경스러운 어르신이 되느냐는 자신의 선택이다. 선택하기 아직 힘들다면, 일단 귀부터 열어놓아야 한다. 저자의 말에 토달지 말고 일단 들어볼 일이다.


ps. '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라는 이근후 박사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또한 여든의 정신과의사로서 어른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 다양한 조언들을 해주고 있었고 무척 재미있고게 공감하며 읽었었다. '어른답게 삽시다' 의 이시형박사가 통통 에너지 넘치는 소년어르신 이라면 이근후박사는 중후하면서 위트넘치는 어르신 이랄까. 여하튼 두분 다 참 멋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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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바치는 심장 문득 시리즈 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미영 옮김 / 스피리투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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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하고 음산한 분위기, 불안과 광기로 가득찬 심리 묘사로 근현대 환상문학과 추리문학을 창시한 에드거 앨런 포의 세계를 가장 시의적절하게 반영한 새로운 번역판!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루팡', '에도가와 란포' 라는 필명, 그리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레이먼드 카버의 빛나는 단편들, 스티븐 킹 이라는 하나의 세계, 이 모두는 에드거 앨런 포로부터 비롯되었다!>>

 

학창시절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도 읽었었는 줄 알았다. 이름을 하도 많이 들어봐서...

그런데 홈즈시리즈와 루팡시리즈만 읽었었나 보다. 책을 읽어보니;;;

에드거 앨런 포 (1809~1849) 는 정말 유명한 작가다. 독자들에게도 유명하고 작가들에게도 유명하다. 추리소설 고전중의 탑이 아닐까.


그의 생애는 결코 행복하다고 표현할 수는 없는 삶이었다.

순회극단의 배우였던 부모는 어렸을 때 돌아가시고, 친척의 손에 자라면서 첫사랑에 실패후 큰 좌절을 겪는다. 사촌여동생과의 결혼했던 10년 남짓한 기간이 가장 행복했던 때였으며 이때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게 되지만, 아내와 사별후 절망에 빠졌다가 얼마안되 사망한다. 고작 마흔의 나이에...

부모를 일찍 여의였으나 가난하게 자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그의 멘탈과 심리는 유약한 편이었던 것 같다. 쉽게 망가졌고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렸다.


11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은 에드거 앨런 포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어째서인진 모르겠지만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견딜 수 없는 우울함이 내 정신에 파고들었다. 견딜수 없다고 한 것은, 아무리 지독하게 황량하거나 끔찍한 자연 풍경에서라도 인간 심리는 시적이고 감상적인 반쪽짜리 즐거움을 얻게 되어 있는데, 여기선 그 기분이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번째 단편 '어셔가의 몰락' 의 시작부터 저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저자의 작품들은 읽기 시작하는 순간 예상보다 강한 괴이함이 덮치면서 반쪽짜리 즐거움도 얻지 못하는 심정으로 독자의 기분을 압도한다.


'일주일에 일요일 세 번' 은 비교적 유쾌한 작품이다. 괴팍한 노인네에게서 결혼승낙을 받아내기 위한 재치와 노인네의 당황스런 반응이 웃음짓게한다.


'붉은 죽음의 가면' 은 가면무도회의 방들을 하나하나 설명해나가면서 벌써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풀풀 풍긴다.


'구덩이와 추' 에서 주인공은 깨어나보니 감옥안이다. 빛한줄기 없는 캄캄한 방이다. <<깨어나서 한 손을 뻗어보니 옆에 빵 한 덩이와 물주전자가 놓여 있었다. >>라는 문장을 보며 '올드보이' 영화 가 생각났다. 영문도 모른채 갇혔는데 자다 깨보면 항상 놓여 있는 빵과 물주전자. 물론 내용은 영화와 전혀 상관없다. 하지만 섬뜩하게 조여오는 무언가가 동일하게 느껴진다.


'검은 고양이' 는 내가 가장 많이 들어본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제목이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을 영화적 설정으로 많이 차용했다고 한다. 검은 고양이 이름은 플루토 이다. 사실 플루토는 저승신의 이름이다. 고양이 이름에서 어느정도 암시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섬찟한 작품이다.


<<그렇다! 신경질적이었다. 나는 몹시. 몹시도 끔찍이 신경질적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왜 나를 미쳤다고 할까? 그 병은 내 감각을 파괴하거나 무디게 한 것이 아니라 날카롭게 했다. 무엇보다도 청각이 예민해졌다. 천국과 지상의 온갖 소리가 다 들렸다. 지옥의 많은 소리가 들렸다.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미쳤단 말인가? 들어보라! 그리고 내가 얼마나 건강한지-그리고 얼마나 차분히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보라>>

 

'일러바치는 심장' 의 첫 문장은 마치 저자의 독백처럼 들렸다. 작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를 평생 괴롭혔던 불안과 신경증이 이런 문장을 쓰게 한 것이 아닐까. 오늘날로 치면 싸이코패스격인 화자의 신경증은 정유정 소설에서 나왔던 악인들의 모습도 생각나게 한다.


'도둑맞은 편지' 에선 그 유명한 뒤팽 탐정이 나온다. <<의심할 의도로 간 사람의 의심을 강하게 확증시켜>> 주는 오류를 명쾌하게 풀어내는 뒤팽의 추리는 훗날 셜록 홈즈 를 탄생시켰고 괴도 루팡에 영향을 주었다. 여전히 매력적인 탐정이다.


'긴 상자'는 유쾌한 화자를 설정했지만 사실 되게 슬픈 내용이다. 슬픈 사랑도 괴이함으로 표현하는 저자의 표현방법은 참 일관적인것 같다.


<<전반적으로 내 눈에 들어온 모든 게 어딘가 상당히 괴기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워낙 별별 사고방식을 지닌, 별별 관습을 따르는, 별별 사람이 다 있기 마련이다.>>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 을 발표당시 읽었던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호탕하게 웃고 넘겼던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의 정신병원은 지금과는 굉장히 다른 모습일 수 밖에 없다. 정신병원과 정신병자들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정상과 비정상의, 정신이 온전한 사람과 미친 사람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아몬틸라도 술통' 은 어찌 보면 '검은 고양이' 보다도 더 잔인한 내용일 수 있다. 폭력과 살의를 드러내는 사람과 드러내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 은 둘다 무섭지만 되돌아 보면 후자가 더 무섭기 마련이다.


'절름발이 개구리' 는 나름 통쾌한 복수극이다. 궁정안의 광대 난쟁이인 절름발이개구리는 온갖 모욕과 수치를 당하는 광대다. 하지만 결국 자신을 무시하던 왕과 신하들을 제대로 속여넘긴다. 잔인하게 복수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은 정말 하나같이 괴이하고 음산하고 광기어린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지금도 다른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여기서 시작됐구나 싶은 장면들이 꽤 있다. 대단한 작가이긴 하다. 어렸을 때 탐정추리물에서 그쳤기에 망정이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안 읽은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어렸을 때 읽었으면 잠꽤나 설쳤을 것이다. ㅎㅎ 이번에 읽을 때도 대낮에 읽긴 했다;;; 스릴러 보단 공포소설에 가까운 작품들은 매력적이면서도 여전히 섬뜩하다. 추리소설의 고전이라 할 만 하다.


고전도 새로운 번역은 또 다르기 마련이다. 매일 쓰는 언어이지만 세월에 따라 변하는 것이 언어이다. 고전을 고전어로 읽었을 때와 현대어로 읽었을 때는 분명 다르지 않을까? 나는 기왕이면 새로 나온 번역본을 좋아하는 편이다. 외국작품이라 어차피 원어로 읽지 못할 바에는 지금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인 번역본이 낫다. 이 책의 번역자가 올초에 읽은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의 번역자라서 더 마음에 들기도 했다. 그 작품을 읽을 때도 아주 수월한 흐름으로 읽었었다. 에드거 앨런 포 의 작품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작지만 강한 이 책으로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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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오류 발생 보고서 덴마 어나더 에피소드 1
dcdc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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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순이 설계한 전천후 SF 스페이스 오페라 만화 DENMA 가 작가 dcdc를 통해 소설로 재탄생했다!

거짓말, 암살자, 신, 사랑 그리고 퀑에 대한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변주>>

표지는 영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내용은 내 스타일이었다. ㅋ

책을 펼치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캬~!


이 소설의 원작은 웹툰이다. 나는 웹툰을 본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 인지는 모르겠으나 엄청 인기가 많은 웹툰이었나 보다. 책의 서문에 작가가 원작자에 대한 칭송이 대단하다. 소설을 읽고 나니 원작 만화가 궁금해진다. 만화에선 어떻게 표현했으려나?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의 경우 대부분 원작이 나은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도 만화를 봤던 사람들은 원작이 낫다고 하려나? 하지만 나는 충분히 재미있었다. ㅎㅎ


SF 소설이라고 하긴 하나 사실 우주배경과 초능력자들이 나온다는 것 말고는 딱히 SF 장르일 필요는 없는 내용이었다.

SF 라기 보다는 판타지에 가깝다. 초능력자 의 존재는 사실 SF 시대가 되어도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다. 초능력은 과학적 발달의 결과라기 보다는 초현실적 상상에 가깝다. 뭐 사실 SF 와 판타지를 구분하는 경계가 명확하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이 작품에는 초능력자들이 나온다. 이른바 '퀑'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능력은 각각 다르다. 주인공 야고보의 퀑 적 능력은 마리오네트 능력이다. 인간이건 인형이건 인간의 모습을 한 존재는 마음데로 조종할 수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원작 웹툰의 큰 틀을 따라가면서 소설화 하기 위해 일부분의 에피소드만 을 가져왔고 영화적 설정도 차용했다. 저자가 말한 영화 대부는 작품 내내 연상되고 개인적으로 레옹 이나 무간도 라는 영화도 떠올랐다. 퀑 들의 장면에서는 X맨 시리즈나 마블 영웅 시리즈가 생각나기도 하고... 여튼 영화적 장면들이 바로 떠오르는 내용들이라 읽는 듯 보는 듯 잠깐의 휴식용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학창시절 시험기간이 끝나면 만화책을 쌓아놓고 하루종일 키득거리며 쉼없이 만화책을 읽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만화의 묘미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시각적 눈요기와 가벼운 현실망각의 시간을 누리며 잠깐 딴 세상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 이 소설은 그런 만화같은 즐거움을 준다.


방랑하는 암살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야고보, 마리오네트 능력을 가진 퀑 이다.

그가 머물고 있는 도시에 거대폭력조직이 있다. 그 조직의 두목은 두단 이고, 그에겐 젊고 아름다운 아내 마디나 와 열살아들 루벤 이 있다.

어느날 야고보에게 두단을 암살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내가 어두운 세계의 사람이니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는 밝은 세계의 사람이라고 착각을 하고 만 것이지. 그런 세계도 그런 사람도 있을 리가 없는데도 그래버렸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믿었어. 다른 사람을 아는 것까지는 괜찮아. 하지만 다른 사람을 믿게 되면 곤란해.>>


두단은 야고보에게 말한다. 자신을 암살해달라는 의뢰를 실행해보라고. 아니 실행하는 척 하라고. 야고보는 <<모든 포석을 다 마친 상태에서, 그저 정해진  수순대로 장기 말을 내려놓기만 하면 자신이 이기는 그런 게임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역시, 두단의 제안이 아니었다면 성당에 들어와 이런 우스꽝스러운 인형극의 등장인물이 되지도 않았을 것>>. 야고보는 마리오네트가 된 사람들을 조종하면서 스스로 마리오네트가 된 상황이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어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상황을 맞닥드리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익숙한 설정이다. 데이비드 발다치의 소설 에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가 그랬고, 딘 쿤츠 의 '제인 호크' 시리즈도 그랬다. 사실 그 이전 셜록홈즈도 있었고, 영웅시리즈물에선 항상 있어왔던 설정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그래도 재밌다. 주인공의 능력과 해결능력에 따라 다음 시리즈를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과정을 시리즈마다 반복하게 된다. 야고보는 잘생기도 인간적인 암살자다. 그의 고뇌는 그가 하는 행동들을 이해시키고 다음에 그가 겪게 될 경험들을 궁금하게 한다. 에피소드 마다 다른 내용이라고 하지만 연이어 읽고 싶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소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암살자와 암살을 요청한 사람과 암살에 지목당한 사람이 초반에 드러난 상황에서 보여지는 상황이 다가 아님을 뒤집고 또 뒤집어 긴박하게 읽히는 재미가 있다. 거기에 초능력과 종교적 광신과 우주적 설정이 더해지니 헐리우드 영화 한편을 후딱 보고 난 기분이다.

나는 내가 독서라는 한 길을 파는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책에도 집중해야 할 분야가 있는 것을 너무 마구잡이로 읽어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무척 심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독서경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이 책은 그렇게 오르고오르던, 최근 읽었던 책들과의 등산을 가볍게 해주는 잠깐의 시원한 샛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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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서 (스페셜 에디션) - 영혼의 순례자 칼릴 지브란
칼릴 지브란 지음, 로렌스 알마-타데마 그림, 강주헌 옮김 / 아테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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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단테'라 불리는 레바논의 시인, 철학자 지브란의 영적 메시지!

그는 겉모습인 허상을 버리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라고 촉구했다. 그것은 우리에게 사랑을 열망한다고 가르쳐주었다. 전 세계에 영감을 준 지브란의 목소리는 시대를 초월한 우리 시대의 정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생각보다 너무 작은 사이즈의 책이라 깜짝 놀랐다. 흑백의 작고 예쁜 책이었다.

영혼의 순례자라고 불리는 칼릴 지브란 하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는 [예언자] 라는 책이 유명하다.

워낙 제목을 많이 들어본 터라 예전에 읽어봤던 것도 같고...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라는 책은 예언서는 아니다. 시적 영적 에세이랄까.

이 책 [지혜의 서]는 칼릴 지브란의 작품 목록에는 없다. 편집으로 엮은 스페셜에디션인듯 하다.

깨달음을 얻은 자의 여정이 담긴 '스승과 제자의 대화' 두 편과 스승의 메시지를 전하는 '지혜의 말씀' 스무 편이 실린 이 책은 시처럼 읽히는 산문집이다.


칼릴 지브란(1883~1931)은 레바논에서 태어난 화가이자 시인이자 철학자이자 평화주의자 이다.

그가 태어난 레바논은 유대교의 이스라엘과 이슬람교의 시리아 사이에 위치한 나라로 예수탄생지와 가까운 나라이다.

종교적으로는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절반정도씩 공존하고 있는 나라이다.

유대교의 향기가 어린 지역에서 카톨릭 집안의 자손으로 기독교 신자로서 아랍어를 쓰는 칼릴 지브란은 시기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종교분쟁과 깊은 인연이 맺어질 수 밖에 없었다. 시인이자 화가로서 예술감이 충만했던 그는 내부와 외부에서 한꺼번에 소용돌이치는 종교들을 영혼의 목소리로 통합시키고자 했다. 레바논과 뉴욕을 오가며 아랍과 비아랍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아랍어와 영어를 함께 쓰는 그는 사랑과 평화의 종교를 지향했다. 종교에 상관없이 울림을 주는 그의 말들은 그래서 영혼의 목소리가 되었다.


이 책에는 표지부터 로렌스 알마 타데마 의 그림이 나온다.

로렌스 알마 타데마(1836~1912) 는 그리스로마 시대를 그리는 신고전주의화풍의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대리석의 화가 라고 불릴 정도로 그리스로마시대의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화가이다.

책 뒤편의 칼릴 지브란 생애를 보니 파리에서 스승으로 잠시 함께 했었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칼릴 지브란은 독학을 했다고 하는데, 책에는 왜 칼릴 지브란의 그림이 아니라 마음에 안들었던 스승의 그림을 실었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내용에 적절한 그림을 사이사이 배치해 놓았는데 아쉽게도 모두 흑백이다.


이 책을 읽고자 마음먹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칼릴 지브란 때문이 아니라 로렌스 알마 타데마 의 그림 때문이었다.

그리스고전을 여러권 읽고 나니 그 시대를 아름답게 그려낸 그림들을 알게 됐고, 로렌스 알마 타데마 의 그림들은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그림과 신비스러운 글들을 함께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책이 너무 작아서 그림도 작고, 흑백인데다, 그림의 전체가 아닌 부분부분을 조금씩 삽입해 놓아서 그림은 영 볼게 없었다.

예를 들어, 표지 그림이 '호메로스 읽기' 라는 로렌스 알마 타데마의 대표작 중 하나인데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원작과 비교하면 영 아쉽기 그지 없다.

표지 뿐만이 아니라 책 속의 그림들도 원작 그림을 알고 보면 그렇게 작고 흑백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느낄 수 있다.

 

 

 

 

그림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지 내용은 평이하게 느껴졌다.

소설로 썼다면 톨스토이 작품 같았을 것 같고, 불교책으로 썼다면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 같았을 내용들이, 기독교를 믿는 아랍인 칼릴 지브란의 깨달음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그림에 대한 기대 없이 칼릴 지브란 의 순수한 영적 시들을 오랜만에 읽는다고 생각했다면 괜찮았을 것을...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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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역사 :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나이절 워버턴 지음, 정미화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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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소크라테스 부터 피터싱어 까지

궁극의 진리를 갈망한 철학자를 한눈에 읽는다!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의 본질을 파헤치는 앎의 여정>>

처음부터 끝까지, 표지부터 내용까지, 뭐하나 흠잡을 데 없이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이런저런 철학책들을 읽었었다. 주로 입문서나 개요서 들이었다. 꽤 여러권을 읽은편이지만 그럼에도 철학의 한분야를 혹은 한명의 학자를 골라 본격적인 내용을 읽기엔 왠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철학은 늘 나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고대그리스의 철학자들에 대한 책을 읽고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좀 읽고 나니, 서양철학의 시작을 읽었으므로 시대를 훑어내리며 현대철학까지의 흐름을 알수 있는 최신 입문서를 또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움베르토에코의 철학의 역사를 읽어볼까 했는데 너무 정말 너무너무 두꺼웠다.;;; 그러던중 이 책이 눈에 띄었다.​ 기대이상이었다.


책의 가장 앞부분에 '연대표로 보는 철학의 역사' 가 있다.

펼치면 한눈에 들어오는 양쪽 두페이지에 간략하게 철학자와 연대를 정리해놓았는데, 당연히 이 책에 실린 철학자들과 분야를 중심으로 요약해 놓았다. 본문을 읽는도중 앞서 읽었던 내용이 가물가물할때 연표를 찾아보고 내용을 생각해보기에 유용했다.

40챕터에서 약52명의 철학자를 언급한다.

325페이지의 책인데 챕터가 40이고 등장하는 철학자가 52명이나 된다는 것은 한 철학자당 서술되는 내용이 길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말 핵심만 잘 추려놓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챕터에서 챕터로 넘어갈때의 자연스러움 이다. 크게 상관없어보이는 철학자들을 매끄럽게 연결시킬 때 저자의 재치가 느껴지고 호기심이 자극된다. 본문의 내용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해 놓아서 저자의 신중함이 느껴지고, 철학의 핵심내용들도 철학서에 대한 초보독자가 읽고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쉽게 풀어놓았다. 입문서로 정말 괜찮은 책이다.


소크라테스는 스스로를 등에라고 생각했다. 등에는 성가신 벌레이지만 심각한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질문하여 상대방을 멘붕에 빠트리는 소크라테스는 당시 전쟁으로 피폐해진 아테네 사람들에게 등에보다 위험한 존재로 여겨졌다. 스승의 죽음을 경험한 플라톤은 완벽한 국가와 지도자의 모습을 찾고자 했다. 그가 남긴 대화편들은 스승의 질문을 포함하여 더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져 놓았고 그가 찾은 답은 당시에도 지금도 답이 되기엔 무리가 있었다. 플라톤이 모든 것에 물음표를 붙였다면, 그의 수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것을 관찰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소크라테스는 뛰어난 이야기꾼이었고, 플라톤은 최고의 작가였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것에 관심이 있었다.>> 는 저자의 표현은 매우 적절했다.

아리스토텔레스 다음세대의 철학자 피론은 젊은 시절 인도를 방문했고 회의론자 였다. 피론과 동시대 에피쿠로스는 우리에게 쾌락주의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가 추구한 쾌락은 굉장히 절제되고 단순한 삶을 지향했다. 철학을 일종의 치유법으로 생각한 것은 에피쿠로스학파 뿐만 아니라 스토아학파도 그러했다. 명상적인 스토아학파은 로마의 철학자들에게 이어지고 키케로와 세네카는 황제의 측근이었으나 황제들은 그들의 철학에 영향받지 않았다.

5세기에 이르면 철학과 종교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철학자들 대다수는 기독교도 였다. 중세 철학자들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배웠지만 그들의 사상을 수정해서 자신들의 종교에 적용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원죄와 자유의지에 의한 악한 행동들은 여전히 통용되는 믿음이다. 그리스와 로마의 사상가들로부터 기독교 철학으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한 보에티우스의 철학은 신이 모든것을 안다는 예정설을 설명해내고자 했고 이후의 철학은 '신'을 중심으로 사고하게 된다.

신에 대한 믿음에 중점을 두고 종교적인 삶의 방식에 전념한 안셀무스와 아퀴나스가 있는가하면 현실주의자 마키아벨리도 있었다.

성서에 등장하는 거대한 바다 괴물인 리바이더던을 비유한 홉스는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던 데카르트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학문을 파고들었다.

스스로를 신학자라고 생각했던 파스칼은 확률을 이용해서라도 믿음의 필연성을 이야기했고, 무신론자라고 비난받았던 스피노자는 쟈연에서 신을 찾았다. 로크의 인격론도 버클리의 관념론도 기성종교에 반대적인 입장이었던 볼테르, 라이프니츠, 흄 과 루소까지도 기독교에 대한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는 그들 철학자들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어왔다.

하지만 칸트 부터는 철학자들의 믿음이 더이상 중요치 않아졌다. 철학자가 기도교도이건 아니건 본격적으로 인간 이 화두의 중심에 선다. 그래서인지 칸트는 이 책에서 유일하게 두 챕터를 차지하고 있는 철학자이다.

벤덤의 행복과 헤겔의 완성, 쇼펜하우어의 비관과 밀의 불안은 다윈의 진화론 이후 더 복잡하고 더 난해한 철학의 갈래들속에 스며든다. 키르케고르의 결정장애와 마르크스의 신념은 세계전쟁속에 산산이 흩어졌고, 경제의 패권국 미국은 철학에서도 패권을 차지하게 된다.

실용주의, 허무주의, 정신분석, 과학철학, 정의론 은 실재와 허상, 물질과 관념, 현실과 이데아 사이에서 여전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고심한 하나의 질문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였다. 그에 앞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도 제기한 질문이었다. 사람들이 애초에 철학에 끌리는 데는 이 질문에 답하려는 욕구도 한몫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그만의 답이 있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행복을 추구하라는 것이었다.>>

 

2500년전 철학자들이 고심했던 질문은 지금까지도 고민되는 질문이다. 서양철학은 플라톤 철학에 대한 주석이라는 말도 있지만, 아이가 태어나 부모에게 퍼붇는 질문들에 부모들은 최선의 답을 쉽게 말해주기 위해 고민하는 것처럼, 고대철학자들이 쉽게 던진 질문들은 몇백년 몇천년의 시간을 흘러 아직도 고심되어지고 있다.

살아있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할 수밖에 없고 어떻게 살았든 언젠가는 죽는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고 잘 살고 싶다. 그래서 철학은 계속되어질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삶의 유한성과 죽음의 무한성은 철학의 바탕이자 앞으로도 계속이어질 길이다.

그 길에 네비게이션 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이지도 역할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 철학 아닐까? 지도를 보여줘도 이해못하는 나같은 지도 까막눈도 있을 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 대충이나마 철학자들의 이름만으로도 눈치껏 철학을 알아들을 수 있게 해주는 철학지도로 이만한 책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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