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움의 사회학 - 남자를 지배하는 ‘남자라는 생각’
필 바커 지음, 장영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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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지배하는 '남자라는 생각'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고 함께 웃는 관계를 무너뜨리는

'남자다움'의 의미를 깊이 생각한다!

 

 

wow~! 

정말 시원시원하고 멋진 책이었다.

나는 페미니즘 책을 읽어본 경험이 적지만,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여성학이 아니라 남녀를 함께 존중하는 인간학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 관련 책들은 대부분 여성들이 쓴 책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서 남성들의 의견이 궁금했었다.

이 책은 여성이 쓴 책이 아니라 남성이 쓴 (남성이 남성을 분석하는) 남성 사회학 책이라는 장점에 더불어 남성 사회학 역시 인간학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여성학 남성학 으로 편가르는 것 보다는 모두를 존중하는 인간학이 좋지 않겠는가 ^^)

저자는 남성의 삶과 스타일을 분석하는 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라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미디어 업계에서 25년간 활동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고도 한다. 저널리스트로서 남자들에 대한 수많은 글을 써오면서 '남자다움'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그러한 생각들이 모여 이 책이 되었다.

원제가 'The Revolution Of Man : Rethinking What It Means To Be A Man 으로 남자의 혁명 :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는 것' 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남자를 남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보기 위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임을 알 수 있다.

1부 남자다움을 배운 남자들 에서는 남자다움을 가득 담아놓은 맨박스에 갇힌 남자들을 살펴본다. 남자는 울지 않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포르노에슨 사랑이 없음을 일깨우며 여성 혐오를 선택한 남자들의 어리석음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2부 남자답게 산다는 것 에서는 가정폭력의 실태를 보여주면서 왜 남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지 그렇게 왜 자기자신을 스스로 죽여가는지 를 파악해 나간다. 멋진 사무실에서의 검은 손길들 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직장이나 남성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 남자다움 의 의미를 분석하고 그 남자다움이 미래에는 통하지 않을 것임을 알려준다.

3부 남자다움을 다시 생각한다 에서는 남자다움을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으로 요리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슈퍼맨이 되려 하지 말것을 조언한다. 또한 남자다움을 벗어버리면 아버지로서 얼마나 멋진 인생을 살수 있는지 알려주고 그렇게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죽을때 어떤 상황에서 죽고싶은지 상상해보게 한다. 상식처럼 퍼져있는 남자다움 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그 남자다움을 벗어던지길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결과 들과 실제 사례들을 인용하면서 직설적 표현을 서슴지 않는데, 그러한 문체가 읽는 내내 굉장히 시원스럽게 다가온다.

5개 대륙의 다양한 문화권에 속한 아동 450명을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에서 학습되고 격려되고 강요된 성적 역할이 궁극적으로 임금격차, 가정폭력,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모든 문화권에서 청소년에게 '성별 구속복'을 입히고 있으며, 이는 평생에 걸쳐 건강에서의 위협이 증가함과 연결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p. 22)

극기하고 자립심을 가져야 한다는 엄격한 요구 때문에 우리의 정서적 지형은 오직 자신만이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물샐틈없는 벽으로 이루어진 상자 안에 갇혀서 살아가는 것과 같다. 그 상자의 벽은 다른 남자, 여자, 부모, 친구, 파트너,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이 제어하는 남자다움이라는 가식의 댄스로 쌓아올려져 있다. '맨박스Man Box'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삶에서 남성성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소년과 성인들의 집단 활동에서 사용해온 개념이다. (p. 30)

 

태어나는 순간부터 색깔로 구분하는 남녀인식에 대해 그것이 태생적인지 교육의 효과인지 분별하기는 굉장히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주변에서 유입되는 정보들로 인해 남녀 정체성의 구분은 점점더 명확하게 선이 그어진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구분에 여성들은 차별이라고 하는 지점들이 많지만 남성들 입장에서도 남자다움의 강요는 결코 편하지 않았음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포르노는 진정한 섹스를 보여주지 않는다. 진정한 여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진정한 남자와 그들의 몸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진정한 섹스의 황홀감과 욕구를 보여주지 않는다. 여성은 포르노를 원하지 않는다. 포르노는 남자들을 위하여 남자들이 만든 것이다. (p. 41)

포르노는 청년들을 성적인 측면과 대인 관계에서 실패자로 만든다. 그들에게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 섹스의 대상일 뿐이라고 가르친다. 섹스의 진정한 기쁨-즐거움, 공유감, 친밀감-에서 시선을 돌려 삽입이라는 행위 자체만 바라보도록 한다. (p. 42)

 

저자는 성적표현에 있어서도 거침이 없는데, 처음엔 책으로 읽는 것임에도 왠지 낯뜨거운 표현들처럼 읽히지만 읽다보면 소통을 위해서는 이렇게 드러내놓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진정한 남자다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남자다워라'는 명령이 어떤 피해를 초래하는지를 이해하는 남자들이다. 맨박스의 구속조건을 바로 보고 거부하는 남자가 늘어날수록 모두를 공간도 늘어난다. 지원 조건이 완화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들어가면 그곳은 더 이상 맨박스가 아니고 그저 우리의 세계까 된다. 규칙이 많이 바뀔수록 모두를 위한 더 좋은 장소가 된다. 결과적으로, 분노하고 비난과 증오의 대상을 찾는 남자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괴롭히, 스토킹, 강간, 살인도. 청소년이 이보다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은 모든 건전한 성인의 몫이다. (p. 85)

저자는 앞으로 성장하는 소년 청년들에게 남자어른이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하는지지 관점의 전환을 요구한다. 그것이 더 나은 삶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남성이 가족간 폭력을 저지르고 여성과 아이들이 당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대단히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공동체로서 우리가 폭력을 선택하는 남자들이 존재하는 이유에 주목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남자들이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는 것은 단지 잘못되고 비윤리적이고 해롭기만 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학습된 태도'는 수많은 죽음을 초래했다. 어떤 측면으로 보든지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p. 92)

본보기와 애정어린 조언을 통해 그들에게 사랑하고 존중하는 여성과의 관계가 소중하고, 기쁨을 주고, 경이로운 관계임을 보여주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그런 관계가 여성을 물건 취급할때 얻을 수 있는 그 어떤 경험보다 훨씬 더 섹시하다는 것을 젊은이들이 이해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여성에게는 성능이 탁월한 존중 레이더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해야 한다. 자네가 여성을 진정한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홀로 노트북 컴퓨터나 들여다보면서 지루해하는 매춘부를 살 돈이나 저축하는 처지가 되고 말 것이네, 이 사람아. (p. 106)

우리 중에 일어서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p. 108)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여성보다 가정폭력으로 사망하는 여성의 수가 몇배나 많다고 한다. 강하고 억압적이고 불통인 가부장적 태도를 남자다움이라고 생각하는 어린 남자들에게 저자는 자신처럼 나이든 남자들이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어떤 문제에서건 여하튼 어른다운 어른의 모습을 발견할때마다 나는 그 어른이 정말 존경스럽다. 저자도 존경스러운 어른이었다. 그것도 아주 호탕한. ㅎㅎ

여성은 심각한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남성보다 두 배 높지만, 자신의 목숨을 끊을 가능성은 남성의 4분의 1이다. 이 같은 역설에 대하여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남성이 독립심과 과단성을 높이 평가하며, 도움이 필요함을 인정하는 일을 연약함으로 여겨서 회피한다는 사실이다. (p. 121)

남자다워지려는 삶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강인하고 극기하는 남자가 되느라 너무 바쁜 나머지 생명을 구할 수도 있는 도움을 청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p. 126)

 

고독한 남자는 멋있어 보일수도 있지만 한겨울에 멋부리다 얼어죽는다고 고독하고 쎈척하려다 누구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게 된다면... 정말 살기 힘들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인 것을...

우리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존중되는 미래의 협력적인 일터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삶과 일을 통해 공감, 창조성, 동정심, 소통과 배려 같은 반 맨박스적 가치를 포용할 때 우리는 더 행복해지고 이 세상은 더 나은 장소가 될 것이다. 너무 지나친 요구는 아니지 않은가? (p. 160)

그렇다. 직장에서건 어디서건 성비하적 발언과 성희롱적 태도로 남성성을 과시하는 것이 결코 남자답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로 만들자는 것이 지나친 말은 아니지 않은가 ㅎㅎ

'데이비'는 부모가 성별을 밝히지 않기로 결정한 아기를 부르는 용어다. 이들 부모는 자녀를 '그들they/them'이라는 대명사로 부른다. 어떻게 옷을 입고, 행동하고, 노는 아이가 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사전에 포함된 아이디어에서 벗어난 유년 시절을 만들어주려는 고귀하고-성역할이 얼마나 명백한 위험인지를 생각해보면-바람직한 목적에서다. (p. 169)

태어나는 순간부터 남녀의 역할놀이가 주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지 않지만, '데이비' 의 교육관을 가진 부모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어떻게든 성역할구분 없이 키우려고 노력한 부모아래서 성장한 자녀는 걱정스러운 시선(남자가 여자옷을 입고 논다고 게이가 된다거나 하는 식의 우려스런 시선)에 비해 빨리 자신의 성을 인지하고 다른 성에 대해 더 포용적인 자세를 지니게 된다고 한다.

자동화 혁명에 따라 남자들이 지게차로 상자를 운반하면서 공장에서 여덟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어짐에 따라 전통적인 남성의 권력, 중요성, 지위가 허물어지고 있다. (p. 174)

남자들은 자신이 말라가도록 방치해다고 생각하는 정부에 깊은 의혹과 환멸을 느낀다. 우익 정치의 부상은, 굼을 약속하고 나서 빼앗아가버린 시스템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올리는 분노한 남자들에 많은 부분 힘입은 것이다. (p. 178)

창조성, 독창성, 비판적 통찰력, 공감, 예지력, 유람스럽게도 맨박스에서는 이 중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미래는 우리에게 남자다움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가르침 받은 대로 남자다운 남자가 되었다는 단순한 이유로 경력의 발전을 위한 실탄인 창조성에서 배제될 것이다. 세계적 고용 통계와 미래학자들의 탁월한 예측은 전통적인 남성의 일자리가 영원히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남자다움의 의미도 영원히 바뀌고 있다. 도널트 트럼프, 폴린 헨슨 같은 극우 인사들의 부상은 분노한 남자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이다. (p. 188)

"시스템이 나를 망쳤으니 이제 시스템을 망쳐주자' 남자들은 미래에 대처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서 보상과 기쁨, 의미를 찾기 위해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기술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자동화 혁명은 재앙이 아니라 기회다. 우리는 행동을 지배하는 사회적 규범에서 해방될 것이다. 더 이상 '남자다움'을 가장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기술이 우리에게 창조적이고 개방적이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람이 되기를 요구하는 것은 좋은 일임을 인식하자. 화내지 말고, 창조적인 사람이 되어라. (p. 189)

 

급변하는 사회는 불안하다. 자기자신이 주체이고 가장이고 책임자라고 생각하는 남성의 입장에서는 더욱 변화가 불만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시대는 이미 변하고 있다고, 잠시잠깐의 우익성향 화풀이로는 해결되는 것이 없다고, 본질적인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화내지 말고 생각하라고.

단지 더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다. 더 낫게 살아야 한다. 연구 결과는 외로움이 하루에 말보로 한 갑을 피우고 와인을 두 병씩 마시는 것만큼 확실하게 당신을 죽일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행복하게 죽고 싶다면 중년기에 깊고 풍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과학은 말한다. (p. 290)

맨박스가 지시하고 다른 남자들이 압박하는 행동을 피하는 남자들의 세상에는 부정적인 면이 사라진다. 여성이 승자가 된다. 매 맞고, 강간당하고, 살해당하지 않게 된다. 아이들이 승자가 된다. 우리는 아이들이 삶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바위가 될 수 있다. 남성도 승자가 된다. 자신을 죽이는 일을 멈추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멋진 인간관계와 사랑이 생명을 구하는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p. 294)

삶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관계다. 우리는 관계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관계를 즐겨야 한다. 관계에 현실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하여 좋은 남자가 되어야 한다. 여자들은 더 좋은 남자들이 있는 세상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다. 행복은 사랑이다. (p. 307)

 

결국 행복하게 살자는 얘기다.

어떤 삶의 모습이 행복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리 남자다운 남자라고 자신하는 남자라도 외로운 남성성 보다는 행복한 남자다움을 원하지 않을까? 그 행복을 만들어갈때 저자가 들려주는 조언들을 통쾌하고 솔직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용기를 많은 남성들이 가져보길 응원해 본다.

ps.

책 뒤편에 <요약정리> 를 해놓은 저자의 센스에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약보다는 본문이 훨씬 재밌다는 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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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 - 시민력을 키우는 허승 판사의 법 이야기, 세상 이야기
허승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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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력을 키우는 허승 판사의 법 이야기, 세상이야기

교양 있는 시민을 위한 세상 쓸모있는 법 공부

허승 판사가 생생히 중계하는 우리 사회 24가지 법정 다툼

북트리거에서 나오는 청소년 교양서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번엔 법! 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서슴없이 질문을 하게 하는 <수상한 질문, 위험한 생각들>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가치를 일깨우는 <나만 잘 살면 왜 안 돼요?>

사회적으로 뜨거운 쟁점들에 대해 찬반 양론으로 분열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 입장의 합리적 입장을 동시에 살펴보게 하는 <거침없이, 토론!>

등 근래 출판되고 있는 책들이 다 유용한 내용들을 가득 담고 있어서 눈여겨 보던 북트리거 출판사였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 또한 앞선 책들과 마찬가지로 가독성과 유익함을 동시에 담고 있는 좋은 책이었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하듯이 우리나라 또한 법치주의 국가이다. 모든 것의 기준은 법이다. 그런데 우리는 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평상시엔 법을 몰라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지만, 정말 큰 문제가 생겼을때 판결을 내려주는 것은 결국 법이다. 그리고 굳이 법의 판결을 받을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올바른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할 시민에게 법은 여전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 책은 <고교독서평설>에서 2년간 연재한 '교과서 속 법 세상'을 일부 수정하고 다듬은 것입니다. 지금 현 시점에 우리 사회에서 크게 논쟁이 되고 있는 주제를 법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재의 목적이었습니다. 단행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청소년 독자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의 눈높이까지 고려해 내용을 수정·보완하고 추가했습니다. (p. 10)

이 책에 각색된 24개의 법정 풍경은 대부분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각색한 것입니다. 법정에 선 양측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보고, 자신이 법대에 앉은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선고할지, 그 판결이 법정에 선 당사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 후 사건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유심히 살펴보길 바랄게요. 나아가 현행법에 따른 결론이 부당하다면 법을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할지,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어떤 정책과 법률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해 본다면 금상첨화입니다. 그와 같은 고민이 쌓이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가는 시민력(市民力), 즉 시민의 힘이 더욱 성장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p. 11)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의 주요 글들은 고교생들용으로 썼던 글이지만 책으로 나오면서 청소년용으로 편하게 읽히면서도 성인들도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법정 풍경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해당 사건에 관련된 법조항을 읽어보며 양쪽 입장을 듣고 보면 어느 사건 하나 단번에 판결할 수 없었다. 더불어 법에 이런 부분은 좀 문제다 싶은 생각도 깨닫게 되어 시민으로서의 교양에 한층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다. 모름지기 제대로 된 시민이라면 적어도 자신만의 입장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므로 ㅎㅎ

책은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에 서너개의 사건들이 등장한다. 실제적 사건들을 드라마처럼 시작하다 보니 사건별로 몰입하는 재미가 있었다.

1장> 시장질서, 어떻게 바로잡을까 - 법과 경제 에서는 갑질문제와, 타다 사건, 일감 몰아주기 를 다룬다.

경제적 약자는 보호해야 하고 거래상 지위 남용은 제한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적 약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어느 선까지가 거래상 지위 남용일까? 공정거래법으로 형사처벌까지 가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경제적 약자 보호에 예민한 것은 우리나라 문화의 특수성도 엿보이는데 왜 그런 것일까?

승차 공유 서비스 업체 '타다' 와 택시 업계의 갈등은 현재로서는 법이 택시업계 쪽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공유경제에 대한 법적 조항이 미비한 점이 드러났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대기업지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상속세를 피한 상속이 이루어지고 있는 병폐를 개선시킬 방안은 없는 걸까?

2장> 공정한 계약이란 무엇인가 - 법과 계약 에서는 최저임금, 전속계약 분쟁, 해외여행 사고, 예금과 투자금 관련 계약들을 살펴본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좀 독특한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최저임금산정에도 복잡한 계산이 뒤따른다. 비정규직이 늘어가는 추세 속에서 임금체계는 바뀔 수 없는 것일까? 최저임금인상만으로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한류문화의 선두를 이끈다해도 과언이 아닐 아이돌 그룹에 대한 법정분쟁은 이제 익숙한 뉴스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연습생 제도 때문이다. 표준 계약서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산업의 특성과 개인의 이익 가운데 어느 쪽도 쉽게 손을 들어주기 어려워 보였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된지 30여년 밖에 안됐다는 것이 무색하게 패키지여행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크고작은 여행사들이 제시하는 여행 속에서 여행사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은 정말 중요하고 관심의 대상이다. 누구나 돈을 불리고 싶어한다. 투자성향은 개인차가 있지만 투자하면서 금융 소비자 보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가 손실이 났을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3장>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 법과 인권 에서는 집회의 자유, 양심의 자유, 개인정보 수집, CCTV, 배우자 상속분에 대해 다룬다.

광장에서의 집회 모습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집회 참여에 대한 부담도 거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집회를 하는 동안 그 집회가 장기화 됐을때 그 지역 상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마냥 반가울 수 없는 것이 집회의 자유였다. 거기에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까지 ...

세계 유일의 휴전국, 분단국으로서 우리나라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지닌다. 그런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손안에 인터넷을 들고다니는 시대에 뭐하나 가입하고 뭐하나 깔려면 개인정보동의란에 체크하는 것은 필수다. 그 작고 상세한 내용들을 누가 읽어보고 동의체크를 할까... 그런데 그 조항들로 인해 내가 올린 자료들이 누군가에 의해 이용된다면? 그 근거가 내가 무심코 누른 동의체크에 의해 가능하다면?

CCTV 는 안전을 위해 거부감 없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적 있을까?

40년이 넘는 세울 함께 한 배우자가 사망했고 미망인과 4명의 자녀가 남았다. 그런데 이때 아내의 상속 지분은 11분의 3이다. 만약 남편 사망전 이혼했다면 재산의 2분의 1을 받을 수 있었다. 함께 살며 병수발을 하는 댓가로 상속분이 줄었다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4장> 법 앞에서 삶과 죽음을 고민하다 - 법과 생명윤리 에서는 대리모, 안락사, 낙태죄 를 살펴본다.

우리나라는 혈연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입양률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든 자신의 핏줄로 가족을 이루고 싶어한다. 하지만 불임이 늘어가는 시대에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 심심찮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태어난 아이의 법적 엄마는 대리모라는 것을 아는가?

가난한 집 노부모가 병원에서 의료장비에 의해 근근히 연명하고 있다. 병원이 부담으로 가족들은 연명치료를 그만두고 싶지만 그러면 살인죄가 성립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우리나라는 뱃속 태아에게 한살을 쳐주는 만큼 생명존중 의식이 강한 나라다. 그러니 낙태에 대한 처벌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낙태가 죄가 되는 것일까? 여성의 자유결정권과 어떻게 배치될 수 있을까?

5장> 청소년, 그들이 부딪히는 법과 정의 - 법과 교육 에서는 학교폭력, 지역인재선발전형, 학원교습시간 을 다룬다.

학교폭력 가해자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는 것이 가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일까? 낙인효과에 대한 생각이 복잡해진다.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의 인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지역인재선발전형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편법적으로 사용한다던가 수도권인재에 대한 역차별 이라는 논란은 무시할 수도 없어 보인다.

사교육열이 뜨거운 우리나라이니만큼 법적으로 학원도 제재해야 하는 형편인데... 이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의아스러운 상황들이 드러난다.

6장> 사회적 약자에 관한 법적 논의 - 법과 소수자 에서는 반려견, 난민, 동성결혼 문제를 살펴본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가는 이때에 법적 근거는 어디까지 준비되어 있을까?

제주도에 왔던 예멘 난민 사태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난민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이 난민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벌써 나오고 있었다.

동성결혼을 허가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아직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의 입지는 좁기만 하다. 법적으론 더 그랬다.

7장> 환경갈등, 복잡한 숙제 풀기 - 법과 환경 에서는 공유지, 태양광발전소, 조망권 을 다룬다.

"모두에게 개방된 목초지가 있다면, 목동들이 목초지에서 지나치게 많은 소를 방목해 황폐해지고 말 것이다" 라는 '공유지의 비극' 이라는 이론은 환경문제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게 되는 이론이다. 기본 환경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환경보호를 위해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하고자 태양광발전소를 세우려는데, 그 발전소 건설이 산림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지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집이 그저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라 쾌적한 삶을 추구하는 공간이 되면서 조망권 과 일조권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법적분쟁으로 갈 경우 건설법에 지켜 만들어진 건물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단순히 내 집의 문제를 넘어 한정된 국토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거시적 관점을 되집어보게 만든다.

24가지 사건 모두 직간접적으로 봤던 사건들이라 친숙하면서도 이렇게 판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었는지 미처 알지 못했었다. 양쪽 입장을 읽고 법조항을 보면서도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맞는지 정말 어려워서 판사라는 직업이 정말 고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모든 재판에 판결을 내린다. 그리고 그 기준은 법! 이다. 사건들을 보면서 아...법이 이렇구나 하는 체감이 되면서 새삼 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세상사는 이야기를 보는 방식은 다양하겠지만 법 이야기로 보는 것도 굉장히 의미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 이 책을 읽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ㅎㅎ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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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나만 따라와 - 십대와 반려동물 서로의 다정과 온기를 나누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8
최영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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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와 반려동물

서로의 다정과 온기를 나누다

-일곱 작가가 들려주는 반려동물 이야기-

"우린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 절대 걱정하지 마"

 

 

제목부터 따스한 색감의 표지까지 책읽기전에 미소부터 먼저 지어지는 책이었다.

예전에 티비에서 봤던 유아교구광고한편이 생각난다. 한 아이가 엄마와 걸어가는데 커다란 보름달이 아이를 계속 비춰주는 장면에서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왜 자꾸 달이 나를 따라와?' 엄마가 말했다. '네가 예뻐서 그래' ^^ 아이의 웃음과 따듯한 이미지들이 보기 좋은 광고여서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이제 자신을 따라오던 달이 자신만을 비추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 나이에 만난 반려동물들은 정말 자신만 따라다녔다. 왜 자꾸 나만 따라오냐며 때로는 맞아주고 때로는 떨쳐내도 계속 반려인만 바라보는 그 반려동물들의 이야기 일곱 편이 이 책속에서 펼쳐진다.

처음 만난 여덟 살, 그 가을 이후로 퍼슬은 1년에 두 번씩 멋대로 나를 찾아왔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봄과 가을에 내 앞에 등장했다. 등굣길에 따라붙을 때도 있었고 밤중에 우리 집 대문을 두드리기도 했고, 오늘처럼 길가에서 불쑥 나타나기도 했다. (p. 16)

녀석은 해마다 침으로 축축한 도토리를 내밀었고, 내가 받아 주지 않으면 내 발치에 굴려놓고 돌아갔다. 늘 알이 굵은 도토리였다. (p. 17)

초등학교 시절 내내 녀석의 출몰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됐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넌더리가 난다. 야, 네 동생 쥐 왔다. 얼른 가서 찍찍이랑 놀아줘야지 (p. 19) <누덕누덕 유니콘>

 

퍼슬은 공생동물로 만들어진 초창기 모델 설치류 동물이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유니콘이 탄생하자 저마다 공생동물로 유니콘을 선택했다. 재하가 어렸을때 돌아가신 엄마가 재하의 공생동물로 퍼슬을 신청해놓았었다는 것을 재하는 뒤늦게 알았다. 하지만 모두들 갖고 있는 유니콘이 갖고 싶었고, 유니콘을 입양할 수 있는 금액이 모아진 열다섯살에 퍼슬을 파양신청하고 유니콘 입양신청을 한다. 그리고 파양된 퍼슬을 잡기 위해 사냥꾼이 숲으로 출발한다. 그런데 왜 퍼슬은 왜 꼬박꼬박 재하를 찾아왔던 것일까?

퍼슬이 찍찍거리며 몸을 떨었다. 녀석의 몸 어디선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직 죽지는 않았으니 작별 인사를 하면 됐다.마지막 인사를 나누겠다고 영기까지 왔으니까. 하지만 호흡이 한참 거칠어지다가 점점 가늘어지는 퍼슬을 보면서, 내가 상수리 숲으로 온 진짜 이유를 깨달았다. (p. 35) <누덕누덕 유니콘 - 최영희>

유행하듯 소유하는 반려동물, 외형만 보고 갖고 싶어하는 반려동물에 대해, 반려동물은 함께 하는 것임을 그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드라마였던 첫 작품부터 마음이 울렁거렸다.

송이는 가장 원하는 것이 산책인 동시에 가장 두려운 것도 산책이 되어 버렸다. 정말 공놀이가 재미있지만 그것만큼 무서운 놀이도 없을 것이다. 잔뜩 웅크리고 있는 송이의 등 뒤로 서서히 원이 형이 겹쳐지다, 이내 익숙한 열일곱의 소년이 되어 갔다. (p. 63) <피라온>

미르의 엄마는 어느날 공사장에서 떨고 있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집에 데려온다. 이름을 붙여주고 정성것 보살펴주어도 강아지는 버려진 두려움에 떨며 곁을 주지 않았다. 그 강아지에게 유독 마음이 갔던 미르는 버려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송이의 두려움을 믿음으로 바꿔주고 싶었다. 송이는 한 마리의 강아지였지만, 하나의 반려동물이었지만, 자신 또한... 어쩌면 비슷하게...

나는 피라온이었다. 인간의 DNA 데이터를 분석해 특수 3D HB 프린터에 입력해 만든 인간의 복제품에 불과했다. (p. 69) <피라온>

인간 복제품... 아이를 원하거나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을 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존재인 피라온. 어쩌면 반려동물처럼 피라온을 구입했던 사람들... 그렇게 미르가 식당에서 알게 된 원이 형은 가족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서 버림받았다... 하지만,

"한 번만 더 피라온을 입에 올리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저 아이는 인간을 위한 복제품이 아니에요. 기계나 제품도 아닙니다. 강미르 우리 부부의 아들입니다. 앞으로는 꼭 미르라 부르세요" (p. 79) <피라온 - 이희영>

피라온인 미르에게는 변함없이 따듯한 가족이 있었고, 미르는 송이에게 그마음을 전달해주면서 자신의 불안감 또한 공유하고 싶었다. 진정한 반려감은 아마도 가족애인듯...

이민자의 아들, 내가 이 땅에서 얻은 또 다른 이름이다. 대 놓고 무시하는 인간도 있고 뒤에서 무시하는 인간도 있다. 간혹 우리는 동등한 지구인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속마음은...... 글쎄다. 인종차별을 운운하면 모두들 놀라고 경악스러워하지만 이 땅에 살면서 내가 느낀 것은 과연 몇이나 날 똑같은 인간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아버지는 말한다. 세상 어디든 똑같고 세상 어디든 불평등은 존재한다고. 그래서 감내하라는 것인가? 오케이! 감내하라면 해야지. 그런데 나는 늘 아프다. 늘 상처받고 늘 움츠러든다. 그래서 캐나다로 이민 온 후,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p. 88) <스위치, ON>

외국에서 동양인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나는 잘 모르지만, 아마 힘들겠지... 생면부지의 동네로 이사만 가도 낯설고 적응시간이 꽤 걸리는 법인데 하물며 외국이라니... 다온은 캐나다에서 이민자의 아들로 자라면서 오기를 독기처럼 품은채 성장중이다. 하지만 아이스하키의 거친 세계에서 다온의 팔꿈치는 부서졌다. 산책겸 나간 바닷가 모래밭에서 만난 작은 생명체 덕분에 마음까지 부서지는 것은 면하게 된다.

"너도 루저냐? 앞발에 힘을 더 줘야지, 거북아"

나는 새끼 거북이를 향해 후 하고 입김을 불어 주었다. 녀석의 작은 등 위를 덮은 모래 알갱이가 떨어졌다. 비록 아주 적은 수의 모래 알갱이일지라도 등딱지에서 떨어져 나간다면, 녀석의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급기야 나는 밤하늘에 울려 퍼지도록 구령을 외쳤다. "하나, 둘, 하나, 둘!"

흘끔 구덩이를 쳐다보니 작은 거북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다치기라도 했는지 녀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작은 발이 뭉개져 있었다. (p. 92) <스위치, ON - 이송현>

 

언젠가 바다로 돌려보내주어야 겠지만, 그대로 갈매기밥으로 두고 올 수는 없어서 다온은 새끼 거북이를 데려온다. 꼬부기라고 부르면서 녀석을 지켜보다 보니 작지는 쉬지않는 움직임에 다온의 끈기도 점점 되살아나게 된다. 그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버튼이 눌려진다. 스위치 ON

나는 냄새에 민감하다. 여자아이들의 화장품 냄새, 남자아이들의 체취...... 보통의 사람들보다 먼저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여느 사람들이 맡지 못하는 것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행운이라기보다 불행에 가까웠다. (p. 129)

"너 개코라며? 내 페친이 너 알더라" "그냥 개라던데?" (p. 130) <냄새로 만나>

 

고등학교 1학년 서진은 혼자 살고 있다. 후각에 예민하다는 것이 동물취급받게 될 줄은 몰랐다. 아버지도 새엄마와 지방에 가고 혼자 남은 서진에게 예민한 후각은 쓸데없고 불편한 감각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강아지는 코로 세상을 봅니다. (p. 139)

강아지는 냄새로 정보를 탐색합니다. 강아지는 냄새를 맡아 그 아이가 건강한 아이인지 사귈 만한 친구인지 등 모든 것을 알아낸다고 합니다. (p. 140) <냄새로 만나>

 

이웃사촌 민정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유기견이었던 개, 만나 는 다른 사람을 무서워하면서 유독 서진을 보면 꼬리를 흔들었다. 만나의 반응으로 인해 처음 만난 날 만나를 하루 맡게 되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서진을 괴롭히던 불량배들이 집에 들이닥친다.

만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으르릉거리며 이를 드러냈다. 왈왈, 왈왈. 만나가 짖기 시작했다. 밤공기는 만나의 소리에 힘을 가세했다. 소리는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최는 만나에게 입을 다물라며, 잡히는 대로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다. 손끝이 바들바들 떨렸다. 불안했지만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숟가락에 맞은 만나가 낑낑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부들부들 몸이 떨렸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숨이 가빠졌다. 오가 발로 만나를 차려는 순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p. 143) <냄새로 만나 - 최양선>

서진이 맡았던 만나의 냄새, 만나의 반려인 민정누나의 냄새, 새엄마의 냄새....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던 존재들이 풍기던 냄새... 그 냄새를 맡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외롭기만 했던 서진은 만나를 만나면서 냄새로 다른 대상을 만난다는 것에 대해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된다.

처음부터 말했잖습니까.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동물은 낯설기만 하다고. 당신 말대로 원인과 결과가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동물을 낯설어하니까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좋아하지도 않는 데 돈과 시간을 들일 생각은 없습니다. 네, 불쾌합니다. 하지만 이 고양이는 제 겁니다. 제가 데려왔으니까요. (p. 162) <고양이를 찾 - 김학찬>

작품 제목을 쓰다 만 것이 아니다. '고양이를 찾' 이 제목이 맞다. ㅎㅎ 일인칭 서술로 진행되는 작품속에서 화자는 자신이 데려왔던 길냥이에 대해 말한다. 동물을 좋아하진 않지만 길냥이에게 밥을 주고 동물 좋아하진 않지만 길냥이를 집에 데려와 보살펴주고 동물을 좋아하진 않지만 집나간 길냥이를 찾는 화자의 츤데레식 어투는 키득거리며 읽기 시작하다가 점점 웃을 수 만은 없게 되는 길냥이 보호기 였다.

고양이는 이제 나무 덤불 뒤에 숨지 않았다. 내가 산에 올라가 면 어떻게 알았는지 꼬리를 직각으로 세우고 다가왔다. 꼬리 끝부분은 언제나 나를 향해 구부러져 있었는데 그건 나를 신뢰한다는 표시였다.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는 사이가 됐다. 나는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 주기로 했다. 초록색 눈을 가진 삼색 고양이의 이름은 신비로워야 한다.

시벨.

그 이름은 내가 오래전부터 간직하고 있던 내 진짜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기꺼이 그 이름을 고양이에게 주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시발, 시발이라고 외치고 다닐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가만히 시벨, 시벨이라고 불러 보았다. 그러면 상스러운 단어 '시발' 이 성스러운 단어 '시벨'로 변했다. (p. 204) <시벨 - 김선희>

 

최찬구 라는 함부로 지어진 이름을 갖고 있는 여고생은 임쓰(임대아파트 쓰레기) 라고 불리며 늘 투명인간처럼 지내왔다. 쓰레기를 모아오는 엄마로 인해 집은 움직일 공간도 부족한 쓰레기 집이었고 아빠의 직업은 뭔지 도통 알 수 없었으며 한번도 대화해본적 없는 하나뿐인 언니는 언제까지 이 집에 살아야 하냐며 불평중인 그런 생활 속에서 흔하디 흔한 삼색이 길냥이 한마리를 만난다. 그리고 집을 떠나게 되던 날 소녀는 시벨에게 배낭지퍼를 열어보였고, 시벨은 순순히 배낭 안으로 들어갔다.

반 아이들 대부분은 캐양이를 키웠다. 개를 모체로 고양이의 유전자를, 또는 고양이를 모체로 개의 유전자를 배합한 상품을 모두 캐양이라고 불렀는데, 여기에 더하여 주인이 원하는 성격을 갖도록 다양한 약물로 호르몬을 조절하여 성격을 통제하고...... 아무튼 캐양이는 그런 과정을 통해 개발된 개인 맞춤형 반려동물이었다. 흔히 PP(Personal Pet)라 불렀다. (p. 224) <돌아온 우리의 친구 - 한정영>

도아는 예쁜 PP가 좋았다. 리트리버를 모체로 한 대형 PP 였던 위니는 도아가 7년간 기르던 캐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자 털이 빠지고 볼품없어지는 위니를 반납하고 러시안블루를 모체로 한 캐양이 루이를 데려왔다. 루이는 너무너무 예쁜 인형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집근처에서 이상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목이 잘린 비둘기, 피투성이가 된 쥐, 도아의 옛날 물건들 이 현관앞에 놓이기 시작했다.

반려동물은 인간맞춤형으로 만들어낸다는 설정부터 인형처럼 사고버리는 사고방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꼬집은 이 작품은 읽는 내내 서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따스함으로 시작해서 아릿함으로 마무리되는 이 소설집은 일관된 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우린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 절대 걱정하지 마"

누구보다도 작고 보드라운 존재이지만 한없이 크고 든든한 존재에 대하여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들을 읽고나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건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이건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관계에 대해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가족으로서 받아들일 때만 온전히 그 관계가 서로에게 따듯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나는 자꾸 너만 따라다닐 거야' 하는 반려동물의 목소리가 온기로 다가갈지 냉기로 다가갈지는 오롯이 반려인의 몫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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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수레바퀴 아래서 초판본 리커버 디자인 고급 벨벳 양장본 세트 - 전2권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헤르만 헤세 지음, 이미영 외 옮김, 김선형 해설 / 코너스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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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초판본 리커버 디자인의 표지를 보면서 영화속 책이미지가 떠올랐었다. 책이 출판된 동일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그 영화가 어떤 영화이든 시대가 동일한 경우) 어떤 인물이 책을 들고 있다면 이런 모양이었다. 살짝 작은 듯한 사이즈에 어두운 바탕의 하드커버에 금박 제목... 영화속 인물들은 손바닥보다 살짝 큰 책 한권을 가지고 다니며 읽고 소중하게 보관하곤 했다. 영화속에서 그 책들의 제목은 보이지 않았지만 앞으로 그 시대의 책이 또 등장한다면 나는 아마도 이 책들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학창시절 읽었던 책들이었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기 헤세의 책과 헤밍웨이의 책은 내게 문학의 양대산맥 같은 존재였다. 헤세의 책이 감성을 예민하게 건드렸다면 헤밍웨이의 책은 감성을 폭발시키는 느낌을 주곤 했었다. 분명치는 않지만 이미지적 느낌을 간직하고 있던 작품들을 수십년만에 다시 읽으니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간단히 말하자면, 어렸을때는 데미안이 강렬하게 다가왔었는데 지금은 수레바퀴아래서 가 더 진하게 다가온달까.

헤르만 헤세(1877~1962)가 첫 장편소설 '페터카멘친트'로 작가적 명성을 얻고 난후 발표한 두번째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1906년) 와 이런저런 개인적 고난 및 시대적 수난을 경험한 후 발표한 데미안(1919)은 모두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헤세의 자아성찰 성향은 본인의 타고난 성향일수도 있고 시대적으로 경험할 수 밖에 없었던 일련의 배경들을 통해 자라난 성향일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소설을 읽는 내내 헤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수레바퀴 아래서> 는 한스 기벤라트 라는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영특한 신동이 어떻게 무너져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면,

<데미안>은 에밀 싱클레어 라는 평범한 소년이 어떻게 한 명의 성인으로 성장해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열살 무렵의 소년에서 스무살 남짓의 청년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한스 기벤라트 는 자신의 예민함을 극복하지 못한 느낌이라면 에밀 싱클레어는 영적인 득도를 함으로써 극복하는 느낌을 준다. 이 두 작품 사이에 헤르만 헤세의 정신분석 치료가 있었다.

혹독하고 치열했던 지난 몇 년간 호기심은 잠들어 버렸다. 학교에서 배운 기독교 신앙은 가끔 구둣방 아저씨와 대화할 때만 잠시 되살아나 개인적인 삶과 어우러졌다. 구둣방 주인과 목사를 비교하자니 웃음이 나왔다. 힘든 시절을 통해 습득한 구둣방 주인의 완강함과 엄격함을 한스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플라이크는 똑똑한 사람이지만 단순하고 편협한 면이 있었고 지나친 경건주의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조롱당했다. (수레바퀴 아래서 p. 59)

한스는 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신동소리를 듣고 주에서 운영하는 상급학교에 이등으로 합격하며 입학한다. 상급학교는 신학교였기에 종교색이 짙었지만 한스의 고향에 있는 구둣방 주인 플라이크 아저씨보다 경건하진 않았다.

우리는 불 앞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피스토리우스는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신비 의식과 종교의 형태에 관해 이야기하며 그것들의 가능한 미래를 그려보는 일에 몰두해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내게는 궁금하고 흥미롭기만 할뿐 중요해 보이지는 않았다. 박식함을 자랑하며 지나간 세계가 남긴 폐허를 지루하게 뒤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문득 신비주의의 추종이니, 전통적 종교 형태로 모자이크 맞추기니 하는 말들에 온통 반감이 생겨났다.

"피스토리우스,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은 지긋지긋한 구닥다리 같아요!" (데미안 p. 155)

 

싱클레어는 다양한 방황을 거듭한 끝에 우연히 만난 피스토리우스 에게서 많은 영적 가르침을 받지만 그는 현실감이 없었다.

한스는 그저 수줍은 소녀처럼 앉아서 자신보다 강하고 용기 있는 누군가가 자신을 데리러 와주길, 자신의 마음을 빼앗고 행복하게 해주기만을 기다렸다. (p. 88)

헤르만 하일너와 한스 기벤라트의 관계가 바로 경박한 학생과 성실한 학생, 시인과 공붓벌레라는 가장 부조화한 우정이었다. (p. 97)

그 열정적이었던 소년은 이후에도 많은 천재적인 시도와 탈선을 거듭한 다음, 냉혹하고 고통스러운 인생의 훈육을 거친 끝에 영웅은 되지 못했지만 그럴듯한 인물로 성장했다. (p. 143) <수레바퀴 아래서>

 

기숙학교에서 퇴학당한 하일너는 한스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그렇게 작가에 의해 그럴듯한 인물로 성장했더라 라는 후일담을 남기지만, 한스는 그렇지 못했다.

한스의 외로운 미소 뒤에는 꺼져가는 한 영혼이 수렁에 빠진 채 숨을 쉴 수 없어 괴로워하며 절망스럽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p. 146)

한스는 이제 무엇보다도 쉬고 싶었다. 충분히자고 싶고 울고 싶고 마음껏 꿈꾸고 싶었다. 그동안 견뎌온 모든 힘든 일에서 벗어나 한 번만이라도 조용히 혼자 있고 싶었다. (p. 149)

그 모든처방이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도아니었다. 모든 건강한 인생에는 의미와 목표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젊은 한스에게는 벌써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p. 168) <수레바퀴 아래서>

 

한스는 유년시절을 잃었고 청소년기의 방황속에 헤맸으며 성년으로서의 준비를 하나도 하지 못한채 성년을 맞이했다. 그렇게 어린시절 만들었던 물레방아바퀴를 부수고 학교의 수레바퀴에 깔리며 시계의 톱니바퀴를 만들지 못했다.

한스의 집이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외로운 가정이었다면 싱클레어의 집은 빛 그 자체였다.

나는 밝고 참된 세계에 속했고 우리 부모님의 자식이었지만, 내 눈과 귀가 향하는 곳이면 어디에나 다른 세계가 있었다. 비록 낯설고 괴이했으며 그 안에서 끊임없이 양심의 가책과 공포를 느꼈지만, 나 역시도 그 다른 세계 안에서 살고 있었다.심지어 가끔은 금지된 세계에서 사는 것이 가장 좋았던 적도 있었다. 밝은 세계로 돌아가야 하며 그게 유익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오히려 그곳이 덜 아름답고 지루하고 따분한 세계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때때로 나는 내 목표가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되어서 밝고 순수하게, 훌륭하고 조화롭게 사는 것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갈 길이 멀었다. (p. 15) <데미안>

싱클레어의 성장기는 두 세계의 끊임없는 분투기 였다. 밝은 세상에서 성장했으나 끊임없이 어두운 세상에 발을 딛는 자신을 스스로 바라보듯 하는 독백은 읽는 내내 헤세가 받았다던 융의 정신분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데미안의그 말은 청소년기 동안 줄독 내 안에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얘기를 늘 속으로만 간직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느님과 악마, 틀에 박힌 하느님의 세계와 비밀스러운 악마의 세계에 대해 데미안이 한말은 나 자신의 생각, 나 스스로 만들어낸 신화와 정확히 일치했다. 두 세계 혹은 반으로 나뉜 세계,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나의 문제가 모든 사람의 문제며 모든 삶과 생각의 문제라는 직감이 신성한 그림자처럼 문득 뇌리를 스쳤다. 나 자신의 개인적 삶과 생각이 위대한 사상의 영원한 흐름에 얼마나 깊이 동참하고 있는지를 갑자기 깨달았다. 그러자 불안과 경외심이 몰려왔다. 그런 깨달음은 무언가 긍정적이고 뿌듯한 느낌을 주었찌만 반갑지는 않았다. 그것은 가혹하고 씁쓸했다. 책임을 져야 하고 더 이상 아이로 머물 수 없으며 혼자 힘으로 서야 한다는 의미가 깨달음 안에 들어 있었기때문이다. (p. 80) <데미안>

데미안과의 만남은 싱클레어를 어둠의 세계에서 밝은 세계로 구원해주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밝은 세계의 사람인 것은 아니었다. 그 어느세계에도 속하지 않은 것 같은 존재인 데미안과의 교류를 통해 싱클레어는 종교와는 다른 의미의 영적 성장을 하게 된다.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이는 상대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무언가를 보았기 때문이오. 우리 안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 우리를 괴롭히는 법은 없으니까. (p. 141) <데미안>

데미안과 떨어져 상급학교에 진학한 싱클레어는 방탕해진다. 하지만 그 쾌락들 속에서도 방황은 멈춰지지 않았고 그때 만난 음악가이자 종교가피스토리우스와의 대화는 데미안과는 또다른 가르침으로 싱클레어에게 다가왔다. 무엇을 하든 여하튼 싱클레어는 내적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고 또 스스로도원하는 타입이었다.

누구에게나 '과제'가 있지만 그 과제는 스스로 선택할 수도, 맘대로 결정해서 행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신들을 원하는 것도 잘못이었고, 세상에 무언가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완전히 잘못됐다! 깨우침을 얻은 인간에게 의무란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아,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길이 이끄는 곳이면 어디든 그 길을 따라 앞으로 더듬어 나아가는 것 뿐, 그 외에 다른 의무는 절대, 절대 절대로 없었다. 그 깨달음은 나를 깊이 뒤흔들었다. (p. 159)

모든 이에게 진정한 소명은 자신을 찾아가는 일 하나뿐이었다.

그가 관심을 둬야 할 일은 닥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운명을 찾는 것, 그 운명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었다. (p. 160)

우리의임무는 세상에서 섬이 되어, 어쩌면 본보기가 되어, 어떤 경우가 됐든 삶의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외롭게 지냈던 나는 완전한 고독을 겪어본 사람들끼리 나눌 수 있는 우정에 대해 배웠다. 두 번 다시 행복한 자들의 식탁과 유쾌한 자들의 축제를 동경하지 않았고, 다른 이들의 모임을 보아도 절대부러움이나 향수에 젖지 않았다. 그러면서 천천히 '표식'을 지닌 자들의 비밀 속으로 빠져들었다. (p. 180)

우리가 의무와 운명으로 삼는 것은 단 한가지였다. 즉, 우리 모두가 완전한 본래의 모습이 되어 자연이 자신안에 심어놓은 씨앗의용도에 맞도록 충실히사는 것, 그리하여 불확실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당당히 자연의 의지대로 사는 것이었다. (p. 182) <데미안>

 

싱클레어의 깨달음은 세상을 위한 것이라거나 종교적이라는 커다란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었다. 오직 자신만을 위한 것,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것, 자기자신 스스로를 향한 존재의 당위성이었다.

한스가 소통하지 못하는 외로움에 허덕이다 스러졌다면, 싱클레어는 완전한 혼자가 됨으로써 살아남았다.

두 작품 모두 일인칭으로 서술되다 보니 헤세가 한스인듯 헤세가 싱클레어인듯 여겨지며 읽게됐지만, 다 읽고 나니 헤세는 하일너 였고 헤세는 데미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다만 너무 지치지 않도록 하게나. 안 그러면 수레바퀴에 깔리고 말테니" (p. 124) <수레바퀴 아래서>

"이제 우리 모두가 거대한 수레바퀴 속으로 들어가게 될 거야. 너도 마찬가지고" (p. 199) <데미안>

 

한스는 수레바퀴 아래에 깔렸지만 싱클레어는 수레바퀴 속으로 스스로 들어갔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p 114) <데미안>

데미안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이 문구는 헤르만 헤세 자신을 위한 주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한스의 알은 부화되지 못했으나, 싱클레어의 알은 부화했다. 그리고 부화하면서 파괴한 세상을 바라보며 괴로움에 몸무림치던 헤세는 끊임없는 자아성찰을 통해 결국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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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쓸모 - 불확실한 미래에서 보통 사람들도 답을 얻는 방법 쓸모 시리즈 1
닉 폴슨.제임스 스콧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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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래에서 보통 사람들도 답을 얻는 방법

뉴스데이터, 주식시장, 스포츠통계, 의료진단등

일상에서 성공의 확률을 높여주는 생각의 힘

 

 

약간 큰편의 사이즈에 두툼한 하드커버, 게다가 제목에 '수학' 이 들어가는 책의 위압감^^ 대비 가독성이 좋은 책이었다.

저자 두명 모두 통계학 교수이고 본내용들도 통계관련 사례들이기 때문에 사실 수학의 쓸모라기 보다는 통계학의 쓸모 가 더 정확한 표현 같지만 통계학도 수학의 일종이긴 하니깐 뭐 ㅎㅎㅎ

원제는 AIQ 라고 써있는데, 풀어써놓지 않아서 아마도 Artificial Intelligence Quotient 즉 인공지능지수 가 아닐까 싶다. 수학 그중에서도 통계학 그중에서도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AI 이야기가 주내용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AI 개발자의 역할은 알고리즘에 무엇을 할지 갈쳐주는 것이 아니다. 통계와 확률의 규칙을 이용해, 무엇을 할지 스스로 배우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p. 9)

오늘날 수많은 회사에서 AI 를 이용한 다양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AI 알고리즘 뒤에는 수학이 있다.

매력적인 역사 속 인물을 한 명씩 만나는 사이에 여러분은 왜 똑똑한 기계는 똑똑한 사람이 필요하며 반대도 마찬가지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성과 기술을 결합하면 인간이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지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p. 13)

7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역사적 인물의 사례와 지금 현실 사례를 접목시키며 스토리적 재미를 높여주고 있다. 수학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게 이야기를 읽듯 술술 읽히면서 AI 와 데이터 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제껏 여러분의 디지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알고리즘은 검색이었다. 즉 대다수가 이용하는 구글 검색 말이다. 하지만 미래의 핵심 알고리즘은 검색이 아니라 추천이다. 검색은 좁고 제한적이다. 여러분은 무엇을 검색해야 할지 미리 알고 있어야 하며, 여러분의 지식과 경험이 받쳐주는 만큼만 검색할 수 있다. 한편 추천은 풍부하고 제한이 없다. 수십억 명의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 추천 엔진은 도플갱어와 같아서, 언젠가는 여러분이 원하는 바를 여러분보다 더 잘 알 수 있게 될지 모른다. (p. 22)

첫 이야기는 넷플릭스로 시작한다. 넷플릭스의 성공기반은 데이터 축적이었다.다년간 쌓아놓은 데이터들은 테스트없이 바로 제작해도 성공하는 드라마를 만들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검색 엔진이 생기면서 무궁무진한 지식의 정보가 넘쳐났고 그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린지도 얼마 안된것 같은데, 이젠 추천의 시대라니. 그 변화속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그리고 그 이면에도 또한 수학이 있다.

에이브러햄 왈드는 전투기를 한번도 타보지 않은 수학자였지만 2차대전 중 전투기 피해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수많은 조종사들의 생명을 살렸다. 돌아온 전투기 동체에 가장 많은 총탄흔적이 있는 것을 보고 전투기 동체에 한겹더 보호막을 덧대려 할때 왈드는 말했다. 돌아온 전투기가 아닌 돌아오지 않은 전투기를 돌아올 수 있도록 보호막을 덧대야 한다고, 동체가 아니라 엔진을 보호해야 한다고.

왈드의 조건부 확률은 넷플릭스가 활용한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

거리의 비밀을 푸는 진정한 단서는 천체의 진짜 밝기에 관한 지식이다. 천체의 겉보기 밝기와 실제로 방출하는 빛, 즉 진짜 밝기를 알게 된다면 물리학 법칙을 이용해 그 천체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그다음 계산하는 과정은 수학적으로 따분한 일이긴 하지만 개념은 단순하다.

AI 분야의 관점에서 보자면, 레빗이 예측 규칙을 발견한 셈이었다. '출력=입력의 함수' 라는 간단한 공식을 사용해서 말이다. (p. 84)

 

천문학은 수학과 데이터축적이 필수적인 학문이다. 튀코 브라헤의 실측 데이터가 없었다면 케플러의 법칙은 발견될 수 없었다. 근대에서 천문학은 세계관을 좌우하는 학문이었다. 따라서 첨예한 논쟁이 늘 있어왔다. 별들의 거리문제도 논쟁거리였다. 1912년 헨리에타 레빗의 규칙(저자에 의하면 우주의 줄자)이 없었다면 그 논쟁은 아마 시간이 더 오래 지난후에야 해결점을 찾았을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AI 에서 패턴 인식은 방정식을 데이터에 맞춘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개념은 벌써 1805년에 나왔다. 그렇다면 혁신적인 발전은 왜 최근에야 일어났을까?

그 이유는 이미지, 텍스트, 동영상 등의 대용량 데이터에서 나타나는 패턴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레빗의 맥변광성 그래프처럼 산포도로 시각화할 수 있는 패턴보다 엄청나게 복잡하다. 그리고 이 패턴들은 직선의 방정식보다는 훨씬 어려운 방정식으로 기술된다. 이런 방정식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고용량의 컴퓨터 연산 능력과 아울러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기술 수준이 높아진 최근에 와서야 혁신적인 발전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다. (p. 92)

 

아무리 훌륭한 원리일지라도 뒷받침되는 기술이 있어야 활용할 수 있다. 컴퓨터연산능력의 발달은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1968년 미핵잠수함 스콜피온이 갑자기 사라진 사건이 있었다. 수색해야할 바다 범위는 너무나 넓었고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 그때 수색범위를 좁히고 마침내 스콜피언을 찾아낼 수 있게 한 사람이 존 크레이븐 이라는 베이지언 검색의 달인이었다.

스콜피온 이야기에서 우리가 반드시 얻어야 할 교훈이 있다. 바로 모든 확률이 조건부확률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해서 모든 확률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에 달려 있다. 우리의 지식이 달라지면 확률도 반드시 달라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베이즈 규칙은 확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려준다. (p. 132)

베이즈 규칙은 새로운 정보가 입수됐을 때 기존의 믿음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알려준다. 사전확률을 사후확률로 바꿔주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자율주행차는 자신을 베이즈 도로에서 이동하는 확률의 한 방울이라고 생각한다. (p. 133)

 

통계와 확률은 쌍둥이 같은 사이다. 방대한 데이터 축적을 바탕으로 한 통계자료에서 원하는 조건의 확률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저자도 베이즈 규칙을 활용하면 매일 마주치는 정보의 홍수 안에서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확률을 구해낼 수 있는 정리된 데이터자료를 우리가 항상 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랄까

최초의 컴퓨터는 엄청나게 컸고 계산력도 그닥 신뢰할만하지 못했다. 당시 컴퓨터를 활용하려면 프로그래머가 테이프에 알맞은 비트들의 구멍들을 뚫고서 컴퓨터 회로에 끼워넣어야 했다. 1944년 수학교수직을 그만두고 군에 입대했던 여성 그레이스 호퍼는 컴퓨터는 인간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컴퓨터에 말을 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렇게 프로그래밍언어 혁명이 시작되었고 자연언어를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까지 확대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인 자연언어를 컴퓨터가 그대로 인식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인간의 언어는 너무 규칙이 많았고 견고하지도 않았으며 사람에 따라 모호할 수 밖에 없었다.

2010년 즈음에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리게 흘러가던 혁명이 놀라운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변화를 견인한 것은 바로 데이터의 방대한 유입이었다. (p. 191)

인간의 언어를 프로그래밍할 수는 없었지만, 데이터들을 쌓아 컴퓨터가 확률적으로 선택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 고안되었다. 지금도 이런저런 방식으로 대화?!하는 가전들이 나오고 있다. 언젠가는 정말 AI 와 편안한 대화를 하게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1969년에 그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은 아이작 뉴턴이다. 그렇다. 미적분의 발명자, 만유인력을 알아낸 사람, 시인 알렉산터 포프의 시구를 통해 불멸의 존재로 드돞여진 바로 그 뉴턴이다. 1969년에 쉰네 살의 뉴턴은 과학계 거물로서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종신 교수직을 보장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해에 돌연 교수직을 그만두고서 런던으로 거처를 옮기더니, 정부 관리인 친구가 제안한 한직을 수락했다. 왕립조폐국 감사 직책이었다. (p. 221)

당시 영국화폐는 은화였는데 화폐금액보다 은 자체의 가치가 더 높다보니 화폐시장이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뉴턴은 여러가지 노력을 했으나 은화의 변동성을 알아채지 못했고 따라서 부정거래를 근절시키지 못했다. 저자는 데이터를 통한 부정거래 적발과 스포츠에서의 데이터활용사례를 통해 변동성을 측정한다는 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설명한다.

이처럼 무턱대고 패턴을 찾아내려는 사람의 성향은 그동안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현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가령 한 데이터 집합이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때 여러분은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데이터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p. 286)

하지만 지금 당장 답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입수한 데이터로부터 의심스러운 가정을 이용해 강제로 자백을 받아내고자 하는 억지다. 그런 자백이 결국에는 진짜 피해를 초래할지 모른다. (p. 287)

 

통계와 확률은 유용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저자는 한 신문기사를 예로 들어 잘못된 확률이 얼마나 왜곡된 가짜 뉴스를 양산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얼마전 읽었던 '이상한 수학책' 에서는 평균과 같은 대표값의 허위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확률은 그 기본 데이터가 탄탄해야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성공과 대비해 볼때,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는 그런 문화적 헌신이 부족했다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다. AI 가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분야가 의료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발전된 AI 기술이 실제 환자를 대규모로 돕는 시기가 오려면 아마도 오랜 세월이 걸릴 듯한데, 그 이유는 과학이나 컴퓨팅 역량과는 하등 관계가 없고 전적으로 문화, 동기, 관료주의와 관계가 있다. (p. 311)

나이팅게일하면 백의의 천사,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부상병들을 치료하는 이미지로 강하게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의 능력은 의료행정에서 더욱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고 한다. 당시 부상이나 질병보다 위생상태나 잘못된 절차로 인한 사망건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조사하고 분석한 데이터로 보여줌으로써 의료현장의 많은 부분을 개선시켰다. 그 당시에도 데이터의 힘은 막강했다. 하물며 지금은 AI 시대 아닌가. 개인정보보호 관련 문제도 문제이지만 여전한 관료주의와 문화적 인식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저자는 개선을 요구한다.

다음번에 일어날 의료 분야의 데이터 과학 혁신은 나이팅게일과 같은 단 한사람이 아니라 수천 명이 관여할 수밖에 없다. 멋진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는 사람들이 의료계 동료들에게 AI 시스템이 정말로 효과적이라고 설득하면서 근거를 계속 내놓아야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의사와 간호사, 프트웨어 엔지니어, 데이터 베이스 관리자, 프라이버시 전문가, 벤처 투자가, 보험업자, 병원 운영자, 정책 입안자 그리고 환자들도 전부 참여해야 한다. 혁신은 전부 함께 힘을 모을 때 일어난다. 모쪼록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가장 굳건한 결단력이 여러분 모두의 마음속에 깃들기를 바란다. (p. 347)

2018년에 이 책을 출판했던 저자들이 코로나사태를 예상하진 못했겠지만, 저자가 마무리한 저 문단은 지금 확실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전세계적인 코로나 사태가 아직 현재진행중인 이때, 데이터를 숨기는 나라 와 데이터를 왜곡하는 나라 가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는 위험을 무릅쓰고 비난을 감수하며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 와의 차이가 어떤 결과로 드러날 것인가로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를 제대로 축적한 곳만이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음으로써 마무리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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