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듯 춤을 추듯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7
김재아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SF소설이 이렇게 먹먹할 수가... 

가끔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책을 손에 든채 눈을 감고 가만가만 숨을 쉬어야 하는 작품들이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이 소설은 현실 로맨스도 아니고 가족의 애환을 담은 것도 아니고 인연의 안타까움을 담은 것도 아닌

SF 소설이다.

그런데 몹시 인간적이다. 아니 너무 인간적이라고 해야할까...


멀지 않은 미래인 2062년 인간의 뇌지도가 완벽히 밝혀진 때, 인간의 몸에 인공의 뇌가 합쳐진다. 그 첫 존재가 주인공이다.

전 세계 100억 인구 중에 99.5억 인구가 평생 직업 없이 살아가는 기계 자본주의 세상이고, 자율주행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세상이다.


인간의 몸에 이식되고 인간의 눈으로 처음 세상을 본 인공의 뇌는 그동안 아름다움을 숫자로 이해했던 것을 인간의 눈을 통해 새롭게 익힌다.

수술 후 처음 눈을 뜨고 거울 속의 남자를 보고 있는 인공의 뇌에게 목소리가 들린다. "너야"

아름다움은 빛이 내 눈에 닿는 순간 동시에 몸 속 신경세포들이 춤을 추는 복잡한 반응이었다. 춤을 춘다. 내 안에 것들이 온통 춤을 춘다. 몽이가 내 앞에서 춤을 추듯이


몽이는 친구다.

인공의 뇌를 만든 노아박사가 수많은 학습 마다 끝에 항상 보여주며 각인시켰던 영원한 친구, 노아박사의 딸.

몽이는 기분을 춤으로 표현한다. 뭐라고 이름 지을 수 없는 춤을 춘다. 이건 기계가 따라할 수 없을 거야 라며 막춤을 춘다. 외계의 생명체를 찾는다. 외로움을 느끼지만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다. 몽이는 살아있다. 늘.


인간의 몸에 이식되고 '사륜 익스페리움' 이름을 갖게 된 30세의 청년의 몸을 가진 인공뇌는 생각한다.

우리는 기막힌 동거를 할 것이다. 박서로는 나 이니까, 내가 박서로이니까. 인간은 기계가 되고, 기계는 인간이 된다.


인공뇌는 인간의 몸을 적응하며 바람을 갖는다. 인간이 된다는 것, 인간으로 느낀다는 것에 대해... 하지만

다른 차이는 꿈이었다. 감각은 앞으로 기계가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다. 기계에게 유난히 어려운 냄새, 맛마저도 인간의 후각과 미각에 맞게 교정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더 예민한 감각이 되어 인간을 추월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인공뇌가 발달해도 내가 잠들 수 있어도, 꿈을 꿀 수는 없었다.


인간의 몸을 가졌고 인간처럼 되고  싶은 바람을 가졌고 인간처럼 생각하지만 꿈을 꿀 수 없는 인공의 뇌는 우울증을 겪는다. 우울증을 겪는 AI라니... 노아박사조차 놀라며 말한다. '신기해라, 너는 한마디로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AI구나' 완벽한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AI가 너무나 인간과 동일한 뇌를 가져서 비인간적인 인공뇌가 정신장애를 겪는다니... 이렇게까지 인간과 비슷한 인공의 존재를 완벽하다 해야할지 인간적이다 해야할지...


사륜 이라는 성인남자로 처음 집에 가던 날, 그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어딘가 부작용 같은 눈물이 흐른다

고 생각한다.​ 왜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겠는데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며 인간의 몸이 흘리는 눈물인건지 부작용인건지 눈물에 적응하지 못한다.


인간이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았다. 인간은 그저 태어났으니 사는 줄 알았다. 만약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산다면 하루하루가 비극일지도 모른다. 대다수 현 인류의 생은 생각을 하고 살기엔 너무 지루하게 돌아간다.

기계들이 일하고 내는 세금으로 정부에서 주는 기본소득으로 살면서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어떤 한 사람이 던진, 인간이 왜 살아야하냐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너무 오래 살아왔다. 4단계 프로그램에선 138억년을 여러 차례 반복해 살아왔다. 그래서 138억년 우주에 대해, 육백만 년 인류사에 대해 생각해왔지 현재를 사는 한 인간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 기껏 130년을 사는 인간에게 138억년이란 시간 개념은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시간은 찰나와 같고, 한 인간의 역사는 우주 흐름의 일부로만 남는다. 그러나 우주의 찰나가 너무 길고 지루했다. 누군가에겐.

138억년의 과거의 시간은 이해하지만 지금과 앞으로의 몇시간 몇년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어떤 의미일까?


친구 몽이는 외계로 메세지를 보내고 외계로부터 메세지가 오는지 관측하는 연구프로젝트에 참여중이다. 그러던 어느날 전파가 잡힌다. 우주에서 메시지를 받는다. 외계로부터의 신호를 위험으로 받아들이는 연구반대시위대를 보며 몽이는 사륜에게 말한다.

"타임워프 과학기술을 가진 외계인이라면 왜 전파로 메시지를 보내? 직접 찾아왔겠지. 그 정도라면 이미 우주 지도를 다꿰고 있어서 지구 위치도 알고, 지구에 생명체가 있는 것도 쉽게 알 거야. 그런데 고작 전파를 보냈어. 지금 전파 신호는 어떤 건지 알아? 지구 반대 끝에서 개미 한 마리가 땅을 네 번 친걸, 반대 편 개미가 용을 써서 겨우 알아들은 수준이라고"


사륜은 죽음연구소에 취직한다. 연구소에 간 첫날 젊은 여성이 탈출을 시도했다가 잡혀가는 것을 본다. 연구원들은 그 젊은 여성을 인간이 아니라고 한다. 몸은 인간이지만 뇌가 기계라서 기계라고 한다. 마루타처럼 온갖 병원균을 주사하고 치료약을 개발하는 숙주일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젊은 여성의 몸을 가진 엘리야는 16년째 연구소에 갖혀 죽음의 위기를 반복하는 삶을 탈출하고 싶어하고 그렇게 탈출해서 죽고 싶어 한다. 그리고 사륜을 알아본다. 묻는다. 나와 네가 뭐가 다르지? 사륜은 당황스럽다.

엘리야를 보았다. 엘리야는 아무것도 못 들은 척, 이해 못 하는 척했다. 매일 죽음 가까이 떨어졌다가, 매일 죽음에서 다시 건져져야만 하는 존재, 엘리야는 인간이 아니어야 했다. 그들이 왜 엘리야를 기계라 믿는지 알 것 같았다.

"난 기계야, 자살하고 싶은 기계" 엘리야가 말했다.

"그럼 난 인간이야, 자살이 싫은 인간" 내가 대꾸했다.

"네가 인간이야? 왜?"

"너는 왜 기계라고 생각하지?"

"사람들이 기계라고 말하니까"

"난 사람들이 인간이라고 말해"

나는 인간일까?

책 속에는 우주에 관련된 표현이 종종 나오는데 그 표현이 참 멋있다.

우주의 역사는 대부분 새까맣다. 별들의 생성과 소멸도 검은 우주의 색을 다르게 하지 않는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만 유독 형형색색으로 펼쳐지고 있다.

누군가가 스스로 죽는 일은 우주에겐 예고도 없이 일어난 거대 사건이다. '나'라는 별이 갑자기 터지면 우주에 %5Ccombi%20%5E%7B%20-32%20%7D%7B%2010%20%7D%20 초 동안, 그러니까 빅뱅이 일어난 그 시간만큼이나 불균형이 일어난다. 그것은 우주 내에 모든 존재에게 영향을 미친다. 열역학제2법칙이 급속히 일어나면서 불랙홀로 인한 중력파 못지 않은 파동이 퍼진다. 인간이 느끼지 못하는 짧은 시간 동안 우주 정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 예기치 못한 죽음을 자주 겪어온 우리 몸은 주기적으로 슬픈 파동을 만들어낸다. 가만히 있으면 체내에 느린 물결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모르는 죽음을 추모하는 원소들의 물결이다.

빛조차 삼켜버린 광활한 우주에서, 작은행성 지구에서, 수억명중의 한사람인 '나' 라는 개인이 먼지같은 존재가 아니라 우주에 파동을 만들어내는 존재라는 것은 신기하기도 하고 묘하기도 했다. 그 시간이 비록 %5Ccombi%20%5E%7B%20-32%20%7D%7B%2010%20%7D%20초 일지라도 엄청난 일이다. 그러한 연결성은.

몽이가 연구소에서는 두번째로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외계전파신호를 잡은 날, 사륜은 하늘을 보며 생각한다.

보이는 순간은 보이지 않던 모든 순간을 의미 없던 것으로 만든다. 보고 난 나는, 보지 않았던 나와 완전히 달라져서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가 없다. 진실을 알면 진실을 몰랐던 때로 돌아갈 수가 없듯이. 마치 뱃속에서 태어난 아기가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가 기계가 될 수 없는 것처럼.

휴머노이드를 반대하는 단체에 의해 노아박사가 살해당하고 그의 동료이자 친구인 제이슨 박사가 살해당하는 것을 보며, 장례식장에서 사륜은 생각한다.

인간들에게 고통을 겪는 시간은 너무나 느리게 흘러간다. 순간 순간이 머릿속에 각인된다. 태어난 지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이 삶이 내게 너무나 길고 지루하다. ... 엘리야에게 16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엘리야가 왜 자살을 생각하는지도. 고통의 시간은 유난히 길었다.

138억년의 시간을 수차례 학습한 인공지능에게도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달랐다. 물리적 시간과 경험적 시간은 달랐다.


AI일때도 우울증에 걸리더니, 인간이 되고 나서도 별다를게 없었던 사륜은 상담을 하러 간 병원에서 의사는 기계로 된 하반신을 보여주며 인공적인 미소를 띄며 무엇이든 안심하고 말하라고 한다. 하지만 사륜은 의사에게 '당신이 자신을 기계라고 말하는 순간, 오히려 인간이란 의심이 들었다'고 말한다. 의사는 답한다.

"우리는 양자 같은 존재죠. 상대방의 인식에 영향을 받습니다. 환자가 이런 외모를 한 나를 당연히 기계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기계가 되고, 그래도 나를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나는 인간이 됩니다.  상대방의 나에 대한 인식은 내 정체성에 중요한 요인이 되죠"

사륜은 의사에게 묻는다. '당신은 스스로를 무엇이라 생각하냐고' 의사는 모르겠다고, 왜 기계, 인간 둘 중 하나로만 나를 정의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답한다.


사고로 몸이 망가진 몽이가 혼수상태일때 사륜은 온갖 수술동의서에 동의하며 몽이가 의식만 남은 생명으로 살며 누군가에게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전사같은 인공의 몸은 몽이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사륜은 몽이가 그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것이 더 안좋을 것 같다. 엘리야가 떠오른다. 사륜은 혼수상태인 인공의 몸을 지닌 몽이의 목을 조른다. 하지만 몽이는 눈을 떴다. 살고자 한다. 살았다. 사륜은 그날밤 처음으로 꿈을 꾼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거울이 보고싶어진다. 몽이의 달라진 몸이 비치는 거울을 보며 사륜이 몽이에게 말한다. "너야"


"거울 속에 우리의 미래가 있었다" 는 문장으로 소설은 끝난다. 인간의 몸에 인공의 뇌를 지닌 사륜과 인공의 몸에 인간의 뇌를 지닌 몽이가 있는 거울속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하며 끝난다. 인간의 몸으로 기계가 추지 못하는 춤을 추는 몽이에게 인간의 몸이 없어지고, 인공의 뇌로 기계가 꿀 수 없는 꿈을 꾼 사륜이 거울 속에 있었다. 이 두 존재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머릿속이 꿈을 꾸듯 춤을 추듯 몽롱하고 흐물거린다. 여운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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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로 못 풀어 낼 인생고민은 없다 - 돈, 섹스, 인연이 고민인 그대에게
김희숙 지음 / 리텍콘텐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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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섹스, 인연이 고민인 그대에게

인생의 고민길에 펼쳐보는 사주인문학수업

살면서 사주 한번 안봐본 사람이 있을까?​

짧게는 인터넷이나 잡지같은데서 보는 하루운세 부터 궁합이나 신년운세 혹은 평생사주 같은 운세풀이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다.


타고난 것이라는 사주로 못 풀어 낼 인생고민은 없고, 타고난 사주는 운명지도이며, 운명지도는 완성된 지도가 아니라 인생설계도일 뿐이므로 언제든 변경가능하니까 제대로 된 운명지도의 완성을 위해 지금의 인생설계도를 검토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라기에 정말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면 유용하겠는걸 싶어서 읽어보았다.


일단 이 책은 저자가 직접 했던 사례를 모은 사례집이다.

그 사례들을 재물운, 사랑운, 마음운, 인연운 4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사주로 인생고민을 풀어낸다면서, 상담자들의 사주를 바탕으로 한 내용을 담았으면서,

사주가 안 나온다.


사주팔자는 말 그대로 4개의 기둥과 8개의 글자이고 그것을 풀이한 것이 명리학이라고 알고 있다.

사주로 인생고민을 풀어낸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하려면, 사주가 이러한데 이 사주에서 이것은 이런 의미이다 라는 식으로 설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저자는 상담의 내용중 일부를 싣고 상담자의 사주 중 한두가지 글자의 특성 몇가지만 말하면서 본인이 읽었던 다양한 힐링서들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으로 그친다. 사주를 바탕으로 한 저자의 조언은 전체가 아닌 일부 상담내용만으로는 맥락이 잡히지 않고, 사주가 없는 사주풀이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내 기대와 달랐기에 나의 경우에 아쉬웠던 점이지 나처럼 사주의 구성과 그 구성별 의미등 명리학의 기초를 담은 내용이리라 기대하지 않았다면 읽기에 괜찮은 책일 수도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은 늘 내 삶을 반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문제, 돈이 잘 벌려도 문제, 불륜도 사랑인지, 가족과의 갈등에서의 문제 등 다양한 사례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되긴 한다. 사례들은 그 자체만으로 늘 힘을 갖는다.


하지만 사주인문학수업이라고 할 표현을 쓴 책이니만큼,

사주에 대한 내용도 인문학에 대한 내용도 없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여전히 아쉽다.

사주를 풀어 인생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책인줄 알았더니, 사주로 고민해결이 가능하니 사주풀이하러 가봐야하는건가 하는 의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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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24시간 살아보기 - 3000년 전 사람들의 일상으로 보는 진짜 이집트 문명 이야기 고대 문명에서 24시간 살아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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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년 전 사람들의 일상으로 만나는 진짜 이집트 문명 이야기

파라오의 무덤을 탐사했던 고고학자가 철저한 고증으로 풀어낸 살아있는 이집트 문명 이야기

예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ㅎ

저자는 고고학자로 이집트를 직접 탐사한 적도 있는 분인데, 논픽션을 픽션처럼 흥미롭게 이집트의 하루를 풀어내고 있다.​ 


책은 제목 그대로 고대이집트의 24시간 을 다양한 분야에서 체험하는듯 읽게 한다.

0시부터 24시까지 한 시간 단위로 다른 입장의 다른 일상을 보여주어서 총 24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에피소드가 각각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시대의 하루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대 살아있었을 몇몇 인물들을 중심으로 얽힌 관계속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연결되어 서술하는 것을 읽다보면 마치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책에서 만나보는 하루는 이집트 신왕국(기원전 1550~1069년경)시대, 고대 이집트의 제18대 왕조이자 아멘호테프 2세 재위 12년에 접어든 기원전 1414년경, 정치와 종교의 수도였던 테베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신왕국은 이집트 제국 건설이 한창이던 때로, 그 영향력이 동쪽으로는 메소포타미아 끝까지, 남쪽으로는 누비아 깊숙이까지 미쳤던 시기라고 한다. 이집트 통치자들이 상업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해외 원정에 착수한 성장과 번영의 시기이기도 했고, 신왕국은 고대 이집트 문명의 정점이었으며, 인류 역사를 통틀어 굉장히 흥미로운 시대였다고 한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고대 이집트 문화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이상적 시대이기도 해서 저자는 이 때의 하루를 선택한 것 같다.


0시 어두운 밤하늘 왕가의 무덤가에 침입한 도굴꾼 이야기로 시작하여,

1시 그 왕가의 무덤속 미이라의 자손인 파라오의 불면증,

2시 미이라를 만드는 장의사,

3시 이집트의 전쟁모습을 살펴 볼 수 있는 노병,

4시 태양신 아문-라를 모시는 사제

5시 소를 빌려 땅을 경작하는 농부

6시 새벽같이 일하러 나간 농부의 아내의 집안일

7시 또다른 일터 채석장에서의 감독관

8시 파피루스로 낚시배를 만드는 어부

9시 도자기 공방에서의 도공

10시 상형문자를 배우는 소년

11시 술과 음악의 여신 하토르를 모시는 사제

12시 고관대작

13시 파라오의 신하

14시 파라오의 왕비

15시 전문 울음꾼

16시 파라오의 무덤 설계를 감독하는 건축가

17시 가구와 관을 만드는 목수

18시 포로로 끌려와 일하는 시리아인들

19시 대저택의 안주인

20시 보석 세공사

21시 소녀 댄서

22시 의사

23시 산파


순서로 죽음의 무덤부터 생명이 태어나는 시간까지, 노예의 고단함부터 왕의 고뇌까지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다루면서도 한마을에서의 하루를 여기저기 둘러보는 느낌이 들어서 가상현실로 고대이집트의 모습을 보는듯한 기분이었다.


고대문명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이런저런 책을 읽어왔는데, 쉬어가는 마음으로 이집트 영화한편 본듯 가볍고 재미있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사이사이 이집트 문명의 이해를 돕는 설명도 있고, 사진이나 그림자료도 있고, 무엇보다 각 장마다 상형문자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알았던 상식은 구체화 되고 몰랐던 지식은 넓고 얕게 얻을 수 있는, 집에서 이집트 여행하고 오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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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품격 - 인생의 좋은 답을 찾아가는 아홉 번의 심리학 강의
고영건.김진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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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좋은 답을 찾아가는 아홉 번의 심리학 강의

행복한 사람의 얼굴에서 진실함과 아름다움의 품격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심리학에서 밝혀낸 아홉 가지 행복의 비밀!

표지에서 느껴지는 9번의 강의와 9개의 비밀은 막상 책을 읽고나면 명확하게 정리되진 않는다.

9강으로 이루어져 있긴 하나, 강의마다 다른 주제로 똑똑 비밀 하나씩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지며 하나로 종합되어지는 느낌이 더 강하다. 결과적으로 행복의 품격은 9가지의 조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한가지에서 오는 것이랄까?!​


두 명의 저자는 모두 심리학자이다. '삼성그룹 사장단 선정 심리학 명강의' 라는 표지도장에서 느껴지듯, '삼성-멘탈휘트니스 CEO프로그램' 의 연구 개발자들이기도 하다. 당연히 책 내용에도 관련 내용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삼성 의 위치는 여러면에서 독보적이지 않은가? 그룹 사장단이 듣고 명강의로 인정했다는 홍보문구는 당연히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서문에서 '품격'의 정의가 나온다. 아는 단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단어 자체의 뜻을 새삼 풀어보면 색다르게 다가올 때가 많은데 이 단어도 그랬다.


품격이란 본디 타고난 바탕과 성품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말한다. 그 중에서도 '격' 이란 글자는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나무에 버팀대를 세워준 것에서 유래했다. 바로 이 품격이란 것이 어떠한가에 따라 삶에서 행복의 나무는 올곧게 자라 거목이 되기도 하고 기울어 쓰러져 고사하기도 한다.


집에서도 화분을 가꿀때 종종 지지대를 세워주곤 한다. 혼자힘으로 위태위태하게 위로만 커가는 식물에게 지지대를 세워줌으로써 쓰러지지 않게 힘을 받쳐주고 곧게 잘 자라도록 한다. 그렇게 자란 식물은 더 번듯해 보인다. 행복의 품격 이란 제목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행복은 늘 중요한 화두였고, 인공지능시대가 실현될 수록 인간의 행복은 어쩌면 더 중요한 화두가 될지도 모르겠다. 소확행 처럼 소소한 행복 자잘한 행복도 있다는데, 이 책은 품격있는 행복을 풀어내고 있다. 사람은 늘 더 나은 더 좋은 무언가를 갈구한다. 행복도 그런가 보다. 행복에도 격 을 줌으로써 보다 완벽한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가 된건가?


소득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내용중 [ 돈은 기쁨을 얻기보다는 슬픔을 견디는 데 더 큰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 라는 문장에서 책속의 그래프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TV에서 어떤 예능을 봤었는데, 일정시간을 돈이 없던가 ..있어도 아주 적은 비용으로 살아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었다. 참가자들은 점점 꾀죄죄해지고 구차한 모습을 보이며 누군가 '돈이 없으니까 품위있는 삶을 살 수 없구나' 라고 했던가... 그때도 생각했었다. 경제력은 삶의 품격과 연결되는 구나... 그런데 그런 품위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삶에서의 만족도는 경제적 소득이 아무리 높아져도 일정수준 더 올라가지 않는다.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책속엔 다양한 연구자료들이 소개되는데, 감기와 행복의 심리학에서 '행복한 사람은 감기에 더 적게 걸린다' 는 내용이 나온다. 어쩌면 당연한 말일수도 있는데, 감기바이러스는 면역기능과 관계있고 불행한 사람은 면역기능이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감기에 더 잘 걸린다는 것이다. 결국 오랜 옛말은 늘 다시 써먹게 된다. 다~마음먹기나름!


여러 실험들도 나오는데 스트레스 관련해서 생쥐들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실험이 인상적이었다. 한 그룹은 전기충격을 주진 않지만 전기충격을 받는 생쥐들을 보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전기충격을 일정 간격으로 준다. 어느 그룹이 더 생존율이 높았을까? 두번째 그룹이다. 스트레스를 받기만 하는 그룹과 전기충격을 피하려고 펄쩍펄쩍 뛰는 잠깐의 순간이라도 고통을 극복한 경험을 한 그룹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스트레스의 강도보다는 극복 경험이 중요한 거다. 스트레스 자체 보다는 스트레스에 대한 무기력감이 생존율과 직결되는 것이다.


시간은 순간순간 경험으로 남는다. 인생은 경험의 결과물로 앞시간을 만들어낸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첫 번째 행복의 기술은 '전망' 이었다. 과거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은 '기억' 이라 부르고, 현재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은 '지각' 이라고 부르며, 미래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은 '전망' 이라고 부르는데 전망의 기술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한 삶의 조건과 그 누구도 희망을 떠올릴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지혜롭게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그냥 낙관적인 것과 지혜롭게 전망하는 것은 분명 달랐다.


인상깊었던 구절이 있다.

사실, 전통적으로 밤하늘의 나침반 역할을 해왔던 북극성은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삶에서도 긍정감정들은 가장 현저하게 드러나는 감정들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치 밤하늘의 별자리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처럼 인간의 모든 감정들 역시 최상위의 긍정감정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점이다.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별자리의 기준점 북극성은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아니었다 는 것은.


나니아연대기의 작가 CS루이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지옥으로 향하는 가장 안전한 길은 경사가 심하지 않고 바닥도 부드러운 법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길을 기분좋게 걸어간다' 저자는 말한다. 행복한 관계로 가는 길은 안락하고 평온하기보다는 울퉁불퉁하고 때로 경사가 있기 마련이다 라고.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한다. '행복의 품격은 오직 진실되고 선하며 아름다운 노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라고. 그러니 단번에 행복해지는 비법이 있다기 보다는 조금씩 꾸준히 행복해지는 기술들을 연마하라고.


어떻게 보면 새삼스러울게 없는 내용같으면서도 새로웠고, 심리학적 학문을 풀어낸 것이 아니었음에도 어려웠으며, 그저그런 다독다독 심리서가 아니면서도 행복의 품격에 사실 별거 없다고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결과적으로 행복의 품격은 사람의 품격과 연결되며 사람의 품격은 경제력과 상관도가 낮고 주변과의 관계와 본인의 마음가짐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것. 나의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높이면 행복의 품격은 저절로 높아진다는 것. 나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기술들은 책속에서 힌트를 찾아보는 걸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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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푸가 -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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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가?

푸가가 뭐지?

검색을 해보았다.


푸가는 하나의 주제(때로는 2개 혹은 3개의 주제. 이 경우에는 2중푸가 혹은 3중푸가라고 한다)가 각 성부 혹은 각 악기에 장기적이며 규율적인 모방반복을 행하면서 특정된 조적(調) 법칙을 지켜서 이루어지는 악곡이다.


역시 백과사전은 어렵다;;;

...무슨 소리인지;;;

검색해보았다.


다성음악에 의한 대위법적 모방의 한 기법으로, 하나의 선율을 한 성부가 연주한 뒤 이를 따라 다른 성부가 다른 음역에서 모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쉽게 설명하면 기악적 돌림노래라고도 할 수 있다.


아~! 돌림노래!!

이별의 돌림노래...


이 책은 이별에 대한 감상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별에 대한 생각들을 반복적으로 풀어내고 있으므로 이별의 돌림노래가 맞다.

그런데 읽으면서 초반에 든 생각은

내용상 20대후반이나 30대초반 남성이 여성과 이별하자마자 적은 일기같아서 내용에 나오는 그사람이 정말 사람을 지칭하는 건지 아닌지 헤깔렸다. 왜냐하면 나는 저자가 나이지긋하신 철학자 남성이라는 것을 알고 읽었기 때문에...


많은 책들이 책 앞이나 뒤에 저자의 약력이나 소개나 프롤로그나 에필로그 같은, 저자나 혹은 책에 대한 안내나 설명을 담고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전혀 그런것이 없었다. 저자가 누구인지 언제 썼는지 이 책은 어떤 책인지, 표지에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일기 라고 써 있는데 정말 개인적 일기라는 건지 일기처럼 쓴 글이라는 건지, 저자의 직접적인 이별경험을 담은 일기라는 건지 철학적 사고를 담은 글이라는 건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책 내용 자체만으로 느끼라고 사전정보를 뺀 것일수도 있지만, 나이지긋하신 철학교수가 쓴 이별일기를 읽는데 서투른 어린남성의 첫사랑 이별일기 같은 느낌을 자꾸 받다보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했다.


또 검색을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철학과 고전을 강의해온 철학자로 작년 66세의 나이로 작고하셨다. 이 책은 2017년에 현대시학 에 발표되오던 글과 사후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유고집이다. 기사에 따르면, 저자는 다만 글쓰는 사람이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는 소설가를 꿈꿨고, 철학을 공부한 것도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는 평생 끊임없이 글을 썼고, 그의 컴퓨터에는 발표하지 않은 수많은 글들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소설도


소설... 내게 이 책은 소설로 정리되었다.

소설가 한강의 책 중에 [흰] 이라는 책이 있다.

시집사이즈의 작고 얇은 책인데 시 같기도 하고 일기같기도 한 그 책은 '흰' 것들에 대한 상념들을 쓴 그 책은 소.설. 로 세상에 나왔고, 소설로 분류되고 소설로 읽히고 있다. 읽고 나서도 이 책이 소설인지 아닌지 헤깔렸었는데... [흰] 을 읽은 경험은 내게

[이별의 푸가] 를 소설로 받아들이게 하는데 마중물이 되었다. 글을 쓰며 철학을 하며 소설가를 꿈꾸었다는 저자가 남긴 이별에 대한 단상들은 내게 소설로 읽혀지고 나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책속에 책이 있는 책이다.

바르트와 베냐민과 프루스트의 글은 수차례 인용되고 재해석된다.

다른 작가들의 글들은 저자에게 이별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그 이별의 장면속에 저자는 본인이 직접 뛰어들어 상상하는 듯 했다. 그렇게 직접 느낀 이별의 장면과 이별의 마음과 이별의 감상을 일기인양 소설인양 시적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한 문장만으로도 한편의 작품을 완성한 저자의 글이 느껴지고, 한 장면만으로도 한편의 영화를 완성한 저자의 그림이 느껴졌다. 그렇게 느낀 저자의 이별의 시간들은 저자의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일기이기도 하고 소설이기도 하다.


이제야 나는 저자가 누구와 이별한건지 궁금해지지 않았다. 어린 제자와 불륜의 감정을 품었었나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젊은 시절 헤어진 첫사랑에 대한 상념인가 하며 알수없는 저자의 과거를 상상하지 않아도 되었다. 언제 쓴 글이건 상관없어졌다. 왜냐하면 내게 이 책은 소설이니까.

아무리 현실감 높은 소설도, 작가의 자전적 실화인것 같은 소설도, 소설이라고 한 이상 허구가 된다. 이 책속의 이별은 실재에 대한 허구이자 허구에 대한 실재이다. 이제 나는 이 책이 다시 보인다. 저자의 이별노래가 들리기 시작한다.


부재는 다르다. 부재는 있음과 떨어질 수 없도록 매여 있는 없음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부재하지만 그 '부재 속에서 있다' 그리하여 내가 너무 아파하면서도 이별을 끝내지 못하는 건 당신의 없음 때문이 아니다. 그건 당신의 '부재' 때문이다. 부재 속에 당신이 있는데 어떻게 내가 당신의 없음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저자에게 부재는 단 한사람의 부재가 아니다. 자신만의 누군가를 지칭한 그 한사람의 부재가 아니다. 저자가 읽는 책속에 나오는 부재는 저자에게 이별로 해석되어진다.


산다는 건 시간 속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시간 속을 지나간다는 건, 매 순간 우리가 우리를 떠난다는 것. 우리 자신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매 순간 존재하는 단 한번의 우리와 매순간 이별하면서 매 순간 다음 순간의 우리로 달라진다는 것, 그것이 이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산다는것, 그것은 매 순간 우리 자신과 이별한다는 것이다.


이별은 항상 존재한다. 사는동안 내내.


순간은 시간이면서 시간이 아닌 시간이다. 불꽃이다. 타오르는 순간 '이미' 소멸해버리는 시간. 존재하는 순간 '벌써' 부재하는 시간. 현재이면서 이미, 벌써 과거인 시간, 리무진을 타자 이미 내리는 시간. 만남이자 벌써 이별인 시간.


이별은 순간순간 일어난다. 시간이 가는 동안 매시매분매초 내내.


그리하여 부재는 공간이 아니라 악보가 된다. 그 악보 위에는 이별의 음표들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이별과 부재의 악보를 연주한다. 그러면 그 음악은 더 이상 이별의 노래가 아니다. 그건 천사의 날갯짓이다...... 베냐민은 독서는 쓰여 있지 않은 걸 읽는 일이다, 라고 말한다. 아도르노는 말한다 '연주는 그려져 있지 않은 음표들을 연주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노래한다.  저자가 부재했던 이별에 대한 푸가를.


프루스트는 언제나 '미지의 여인'을 찾는다. 그 여인은 아름다운 여인도, 현명한 여인도, 우아한 여인도 아니다. 그 여자는 그도 누구인지 모르는 여인이다.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만 '사랑에 빠져버린' 그런 여인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상실의 시간이 아니라 이 '미지의 여인'을 찾아가는 긴 대하소설, 모험소설이며 여행소설이다.


저자는 프르스트 처럼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본적 없지만 그만 사랑에 빠져버린 여인' 과 늘 이별하고, 그 이별을 기록하며 푸가를 노래한다. 스스로 이 악기도 되었다가 저 악기도 되었다가 하면서 늘 누군가 있다가 가버린 듯한 남겨진 부재를 기록한다. 그 이별을 읽고 나는 저자의 부재를 느낀다. 물어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저자의 이별에 대해 저자의 부재로 답을 찾는다. 이별의 푸가 는 내게 소설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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