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화가의 마지막 작품에 대해 그 의미를 짧게나마 훑어본다. 저자가 말했듯 죽음은 자기 마음대로 찾아오지 인간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마지막' 이라는 개념은 매우 상대적이다. 죽음을 미리 알수 있는 사람은 없다. 화가들이라고 달랐겠는가, 지금 화가가 이젤 위에 얹어 놓은 작품이 마지막 작품이 될 줄은 화가 본인도 미처 알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저자는 500여년간의 기간에서 30명을 추려냈다고 말했다. 화가들은 시대순으로 등장하고 있기에, 지금으로부터 500여년 전 이라하면 중세시대이고, 그 시대 혁혁한 변혁을 일으켰던 얀 반 에이크 로부터 저자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중세 시대의 화가들은 실력을 인정받고 유명세를 얻고 나면 작업실에 제자들 혹은 조수들을 다수 받아들여 함께 작업했다. 함께 라고는 하나 조수들이 숙련될수록 화가의 참여는 적어지기 마련이었다. 따라서 후대의 미술학자들이 화가의 작품이 진품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한다. 화가의 손길이 어느정도까지 미쳤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었기에...
ㅡ 어떤 경우에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작품이 완성되기도 했다. (p. 11)
ㅡ 여러 명의 조수를 두고 작업실을 운영했기 때문에 많은 작품의 작가가 누구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p. 17)
는 의미의 문장들은 중세 시대의 화가들 생애에서 내내 발견된다.
얀 반 에이크, 조반니 벨리니, 라파엘로, 티치아노, 틴토레토, 엘 그레코, 페테르 파울 루벤스, 안토니 반 다이크,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렘브란트 등 거의 대부분의 화가가 작업실에 조수를 두고 공동작업했다. 시대가 혼란스러워지고 화가의 삶이 불안정해진 고야 나 '인상주의' 화가들의 개인적 사생이 일반화 되기 전까지 내내 화가의 작업실은 거의 그림공장처럼 작품들을 생산해냈다.
기존에 알고 있던 화가들의 이미지와 대조되는 저자의 설명들이 미처 몰랐던 에피소드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예를 들면,
ㅡ 알브레히트 뒤러는 레오나르도에 비길만한 다재다능함을 보였다. (p. 29)
ㅡ 티치아노를 존경했던 루벤스가 이 초상화(티치아노의 자화상)를 소유했으며 그는 1640년에 세상을 뜰 때까지 앤트워프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 겸 주택에 소장했다. (p. 38)
ㅡ 미술사가 남성 중심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현상 때문에 당대에 명성을 누린 틴토레토의 딸 마리에타가 담당했던 중요한 역할은 이제껏 관심을 받지 못했으며 그녀가 비교적 일찍 1590년에 사망한 점도 여기에 한몫했다. (p. 43)
ㅡ 카라바조는 계속 도망다니며 (중략) 불안하게 지낸 생의 마지막 4년 동안 그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50여 점 중에서 거의 1/3에 이르는 양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p. 51)
ㅡ 국립 초상화 미술관의 '국가를 위해서'라는 호소로 이 작품을 사는데 필요한 1천만 파운드가 모금되었으며, 애늩워프 태생인 반 다이크가 영국의 국민영웅 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p. 70)
라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밖에도 화가들 별로 인상적인 내용들을 조금 정리해보면,
못그렸다고 해야 하나 못생겼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미술 문외한인 내 입장에서 봤을 땐 초등생 그림 같은 몇작품만 알고 있던 화가 고야는 의외로 초상화 전문이라 놀랐고 윌리엄 터너는 초기 자신의 작품들을 노년에 수정한 다음 다시 전시하곤 했다는 점이 존경스러웠다.
혁신적 그림으로 기억하고 있는 마네는 뜻밖에도 작은 여성 초상화나 꽃과 과일을 그린 정물화가 인기리에 판매되었고 반 고호가 외톨이라고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라는 저자의 설명은 신선했다.
고갱에 대한 설명이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마음에 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