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주제는 '불평등을 감추려는 좀비들' 이다. 우리가 상식처럼 이해하고 있는 불평등의 원인을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마치 가스라이팅 처럼 세뇌되어 있는 잘못된 상식인 경우가 많을 수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가 아니고 새우끼리 싸우게 해놓고 고래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을 감추고 있달까. 그러한 정책들은 결국 그러한 정치인들을 뽑은 국민들 덕이다. 저자는 '트럼프 지지 지역은 사실 스스로 가난해지겠다는 쪽에 표를 던진 셈이다. (p. 162)' 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우리는 과연 아닐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판단은 이 책의 네번째 주제인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보수주의' 를 보면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표가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쓰디쓰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이 책의 다섯번째 주제처럼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크! 사회주의!' 하고.
이후로도 저자는 거침없이 좀비 정책들의 이면을 드러낸다.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것이 어떤 좀비 정책의 활약인지, 트럼프 정치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언론이 어떻게 정치를 내리막길로 몰아넣었는지, 사회보장제도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편적 의료보험을 물어뜯는 좀비들은 누구인지 등등 구체적으로 현실문제를 논파하면서 점점 경제학적으로도 거품과 붕괴가 무엇이었는지, 위기관리는 방해하는 논리들이 무엇이었으며, 다른 좀비 정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따져본 글들을 읽고 나면 지금 현실이 (현실경제 뿐만 아니라) 경제학적으로도 얼마나 위기인지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이론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계경제를 다룬 폭넓은 경제서도 아니다.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경제상황추이와 정책들에 대해 그때그때 시의적절하게 비판에 비판을 거듭해온 저자의 칼럼 모음집이다. 하지만 미국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이든 비슷하게 견주해볼 만한 상황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결국은 우파와 좌파의 대립이었고 양측의 정치가 경제를 어떤 방향으로 호도했는지 보여주고 있는 글들이었다. 그러니 이미 지난 미국경제정책에 대한 칼럼을 지금 왜 읽어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지 말고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적어도 부자감세 좀비와 기후변화부정 좀비와 불평등의 좀비와 긴축의 좀비 등 어떤 경제정책들이 좀비정책들인지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는 좀더 나은 선택을 하며 미래를 바꿔나갈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