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51 | 152 | 153 | 154 | 15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인공지능 AI 공존 패러다임 - 인공지능 시대 서바이벌 리포트
김송호 지음 / 물병자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공지능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적인가? 라는 질문에 인공지능과 인간이 함께 사는 공존의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는 이 책은 요즘 읽기에 아주 시기적절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오너들이나, 정책권력자, 교육종사자 들이 꼭 읽고 실천해 주었으면 싶은 내용들이 많이 있었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를 조망하고 그 패러다임 속에서 개인이 생존, 공존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하자는 생각으로 집필한 것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공지능을 내 일자리로 뺏는 경쟁자로 생각하지 말고, 인공지능을 동반자로 생각하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인공지능을 인간의 행복한 삶을 위한 도구로 만들자는 것이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가장 큰 메시지라고 한다.


그저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는 사람은 산업사회에 맞춰진 과거형 인재라고 한다. 나는 지극히 과거형 사람이다. 사고방식도 지극히 옛날 사람이었나 보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머리를 때렸던 부분은 초반에 나오는 내용으로,

'고령화와 저출산이 정말 문제만 일으키는 현상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인공지능 시대에 들어서면 인력이 많이 필요한 산업은 점차 사라지는 게 당연하게 될 것이다. 이런 현실 하에서 젊은 인구가 늘어난다고 해도 그들이 일할 자리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높은 출산율은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다. ...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젊은이들이 해왔던 힘든 일을 인공지능이 담당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노인보다 많아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산업사회의 논리는, 세계 대공황이 닥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자 나이 든 세대가 은퇴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일자리를 양보하고, 그 대신 젊은 세대는 은퇴한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빅딜을 통해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 젊은이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젊은이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은 기성세대들의 편견 내지 이기심에서 나오는 것이다. ... 고령화에 의한 문제를 젊은이들에게 부담을 주어 해결하자는 발상을 버리고 인공지능 시대의 강점을 살려 극복해 나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령화 저출산이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나도 모르게 성장지향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공지능이 발달되면 고령의 사람들은 육체적 어려움을 덜 수 있고, 고출산으로 사람만 많아지면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해봤던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인구수가 적절하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발상의 전환, 패러다임의 전환 은 이 책의 핵심이다. 성장이 아닌 공존!


또 내가 잘 몰랐던 부분은 일자리도 양극화되어 중산층의 기반이 되는 중간직 일자리가 인공지능에 의해 가장 많이 대체될 것이라는 점이다. 비용의 측면에서 인공지능으로의 대체효용성이 낮은 하위직 일자리와 리더들의 자리인 고위직 일자리는 그대로인데 중간직 일자리만 주로 줄어들면서 직장인들도 양극화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점은 직장인이 대다수인 우리 현실에 가장 큰 충격이 아닐까? 저자는 부의 양극화를 방치하면 부자들도 가난한 사람도 모두 불행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가 공평하게 분배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에 의해 창출되는 부가 단순히 자본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사회전체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그게 될런지...


인공지능은 공감 능력이나 직관력이 없고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이나 의사소통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한다. 산업사회에서 중요했던 어떻게 Know-How 즉 효율을 높이는 일은 인공지능에 맡기고, 소바자에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결국 그로 인해 기업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 Know-What 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치창출과 이익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인 '콘텐츠 창출 능력' 그것만이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가장 큰 전제조건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과 동급이 아니고 경쟁자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과거형 인간이 이러한 인공지능 패러다임에 익숙해 지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아직 어떤 가치를 창출해본 경험이 없는 소극적 인간이기 때문이다. 뭔가 어떻게 하는 지를 파악하고 열심히 하면 되는 시대에 살다가,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다는 것은 참 부담스런 일이다.


대장장이를 예로 한 직업 변천의 설명이 재미있었다.

'농경사회의 대장장이는 자영업자에 가까웠지만, 산업사회의 대장장이는 출퇴근하여 공장에서 기계만 상대하는 월급쟁이일 확률이 높다. 반면에 인공지능 시대의 대장장이는 플랫폼에서 주문받은 맞춤형 상품을 3D프린터로 제작하는 프리랜서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겉은 모두 대장장이지만, 일자리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장장이의 숫자로만 따지면 일자리가 줄었네 늘었네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변화로만 보니 신선하고 괜찮았다.


인공지능 시대에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창의성, 유연성, 판단력, 상식을 필요료 하는 기술 분야의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앞으로는 능력있는 사람의 조건으로 지식보다는 얼마나 인간다운지가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늘어나는 일자리, 아니 최소한 사라지지 않는 일자리는 인간다움을 지키면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이고 그 모든 논의 중심에 인간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산업시대의 일꾼 들은 기계처럼 일만 했다면 앞으로는 기계처럼 해야 할 일은 기계가 하고 인간은 좀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거 아닐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품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어느 정도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어느 정도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마가 없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


다만 이렇게 인공지능이 중요시 되어 가는 과정에서 기업 자본이 인공지능으로 인한 이익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여기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기업가의 편에 서서 미래를 보지 못한체 무식한 탁상공론만 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에 새삼 분노가 느껴진다. 제대로 된 법안하나 안만들고 당쟁만 일삼을 시간에 이런 책이라도 좀 읽으시지들...에혀...


산업사회 초기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데 반감을 품어서 일어났던 러다이트 운동이 실패했듯이, 지금 인공지능에 의해 내몰리고 있는 직업군에서의 반발은 당연할 수 있지만 실패로 끝나게 되어 있다. 개인의 문제로만 단기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해서는 안된다. 사회적 패러다임을 봐야 한다. 주식 투자자들을 위한 단기적인 수익 지향이 기업의 주요 경영 전략을 좌우하여 생산적 투자를 자제하고 장기 투자가 필요한 기술혁신을 주저하는 지금 이대로 기업이 법인으로서 독립적인 권리만 누리고 책임을 지지 않는 모순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기성세대가 과거 '한강의 기적' 이라 불리는 성공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현실은 바뀔 수 없다. 위에서부터 알아서 해줄리가 없다. 직장인들이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사회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한 후 정치가와 기업을 압박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노동 관련 제도와 복지는 임금노동을 전제로, 그것도 정규직 기반의 산업사회를 기준으로 설계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에 점차 일반화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도 산재보험, 실업보험 등 사회보험에 통합하는 등 노동법과 사회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한다. 단순히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공공 성격의 규제를 폐지해 일부 기업의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규제로 바뀌어질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신자유주의, 주주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은 '소유와 경쟁' 이었다고 한다. 인류가 생존을 걱정하는 수준이었던 산업사회 초기에는 소유와 경쟁의 논리로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인류 전체의 부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부가 생존의 차원이 아니라 과시의 수단으로 전락한 현시대에도 소유와 경쟁의 패러다임이 지속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한다. 넓게 생각해서 생산과 소비를 줄이면서도 인간생활이 오히려 풍족해진다면 그보다 더 바람직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라는 저자의 의견에 그건 그렇긴 하지 싶다.


'사람들은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밀려나지 않을까 많이 걱정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 하는 선택도 인간이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중요한 패러다임은 '공유와 상생' 이다. ... 인공지능에겐 힘든 노동을, 인간에겐 행복한 일과 삶을, 공유와 상생의 패러다임을 지향하는 인공지능 시대를 기원한다' 고 저자는 책을 마무리 한다.

나또한 위와 같은 저자의 기원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다 함께 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사회 아니겠는가 말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나 2019-03-09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나이 공부 - 나이 듦에 대한 희망의 여정
토마스 무어 지음, 노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나이듦에 대한 책이고 노년에 대한 책이며 영혼의 책이고 영성의 책이다.

저자 이름을 얼핏 봤을땐 중세시대 철학자 인줄 알았다. 그러나 유토피아 - 토마스 무어 가 아니라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분이었다.

저자는 수도사였다가 음악가였다가 대학교수였다가 심리치료사로 살고 있다.


Ageless Soul 라는 원서 책이름의 뜻은 '영원한 영혼' 이다.

저자가 의도한 영원한 영혼 은 종교적 의미 보다는 나이들어감에 대한 혹은 늙음에 대한 통찰이다. 그런의미에서 한국어판 제목을 '나이공부' 로 한 것은 적절히 잘 바꾼 것 같다. 번역도 깔끔하고 매끄러워서 읽기 편했다.​ 


저자의 나이는 올해 80세 정도이신 것 같다. 미국출판본이 2017 인데 책속에 76세라고 언급하셨고, 지금은 2019년이고 미국은 우리나라와 나이계산법이 다르니까... 여튼 우리나라 나이로 80세 정도 되신 것 같다. 나이만 보면 헉 하면서 너무 꼰대스러운 말들만 있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될 수 도 있지만, 그렇진 않았다. 현대적이라던가 신세대적이라는 것과 다른, 그런 젊은 식의 수식어가 필요없는 성찰의 생각들이 담겨 있었다.


늙음이란 좋아지는 게 아니다라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몰랐던 것만 같은 문장이 초반에 나온다. 그러나 신체는 좋아지는 게 아니지만, 영혼은 좋아질 수 있음을 책을 읽고 나면 깨닫게 된다. 결국 늙음이란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나이가 든다는 말을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사람이 되고 점점 더 자기자신이 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그렇게 나이를 제대로 먹지 않고 늙어가기만 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나이가 드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라는 것을 다양한 내용들로 조언한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나이를 발견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 나이를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나이가 드는 것은 자기 자신의 실현이지 쇠퇴가 아니라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 관계를 맺고 자극을 받으며 기여할 수 있는 성숙한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서 확고하게 설 수 있고, 나이란 한 사람이 살아온 햇수보다 그 사람이 사는 방식과 더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나이 들어가는 이들의 필생의 사업은 어른이 되는 것이고 후대를 위해 유산을 남기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하면서 다만,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나이를 잘 먹어야 이 일을 할 수 있음을 환기시킨다. 저자가 인용한 말중에 인상깊었던 구절이 있었다. '영혼의 발달은 직선상의 운동처럼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알에서 구더기가 나오고 구더기에서 파리가 나오는 변태 과정처럼 상태의 상승으로 이뤄진다.' 즉, 영혼의 발달은 저절로 되는 것도 아니고 다 되는 것도 아니며 어느 상태에 머무를 수도 있다. 상태의 상승은 노력해야 올라갈 수 있는 계단식이다.(곤충의 변태 과정이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알에서 애벌레,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그 안에서 목숨을 건 노력이 있었음을 인지해야 한다)


저자는 나이를 먹는 아픔은 시인하면서도 전반적으로 나이를 먹고 또 나이 듦의 본질적인 측면인 진짜 사람이 되는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며 이것이 영혼으로 나이 든다는 말의 의미라고 한다. 나이를 먹어 슬픈 이유 중에 '병' 이 빠질 수 없을 텐데, 병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새로웠다. 우리는 병을 치료가 필요한 신체적 쇠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저자는 병을 하나의 경험으로서, 그러니까 정서적,지적,관계적인 경험으로서 병이란 삶을 검토하고 언젠가는 죽어야 할 우리의 운명을 직시하고 우리의 가치관을 정리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나도 동의한다.


저자는 노인들의 분노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한다. 분노는 우리 안에 있는 생명력의 좌절된 표현이므로 쉽게 분노하는 노인에게 여유롭게 대해줄 것을 요청한다. 문제는 노인들의 분노가 아니라 성숙하지 못한 분노인 것이다. 늙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나이 들고 성숙해지지 않아서 문제인 것이다. 또한, 저자는 은퇴를 우울하게 볼 것이 아니라, 은퇴는 느긋하고 자유롭고 대안적이고 창조적이며 개인적인 보람과 발견의 시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은퇴는 정말로 물러나 쉰다는 말이 아니다. 일을 끝낸 사람들이 '인생의 자유로운 단계'에 있다고 말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한다. 이제 가슴의 욕망을 따라갈 수 있고 실로 영혼의 갈망을 추구할 수 있는 때라고. 인생을 단념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이고 심오하게 살면서 깊은 즐거움과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때라고.


나이들어가면서 우리가 남겨야 할 유산은 우리의 자아를 강화해주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고 싶은 욕망과 관대함의 표현이어야 한다고 한다. 아직 오지 않은 이들을 껴안는 것은 또한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우리 자신의 가치를 걱정하기 때문이니,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짐으로써 보다 더 자기 자신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마음의 평화와 유산을 연결시킬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이들을 위해 뭔가를 남김으로써 더 깊고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어른' 으로서의 본 을 찾을 수 있는 듯 했다.


저자가 인용한 문구 중에 멋있는 표현이 있었다. '세계를 통과하는 길을 찾는 것은 그것을 넘어서는 길을 찾는 것보다 어렵다' 정말 그렇다. 현실에서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길이 더 어려운 길인 것이다. 넘어서는 것은 엄두도 내지 않는다. 하지만 피할길이 없는 길을 통과해가는 과정은 당연히 쉽지 않다.


이 책에서 저자가 계속 반복하는 주제는 나이 듦이란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기꺼이 마음을 열고 그 초대를 받아들여서 몇 번이고 변하는 것을 의한다는 것이다. 그 많은 변화가 모여, 지켜본 인생이 아니라 살아온 인생이 된다고.

이 책의 요점 중 하나는, 우리는 어떤 일들을 겪고 자극을 받아 조금이라도 변하게 될 때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의미에서 진정으로 나이든다는 단순한 생각이다. 사람으로서 원숙해지는 것이다.

노년은 자기 축소가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혹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을 다양화하고 증대시키는 것을 의미해야 한다고 한다.


책 중에서 가장 신선하 표현이었달까?! "노인들에게는 접혀 있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날개가 있다. 그 날개에 주목하자. 그것은 세월이 흐르면 그들을 날아오르게 해줄 그들의 정신이다. 그들은 매년 그들을 변화시킨 삶을 살아왔다. 그들은 그렇게 짜증을 내고 불평을 늘어놓아도 평범한 인간이라기보다는 천사에 가깝다. 그들은 그 고약함 덕분에 주변의 영혼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지 못하는 것이다" 노인을 이렇게 날개를 접고 있는 천사로 본다면 이세상 세대갈등은 확 줄어들것만 같은 ㅎㅎ


우리는 매일 살아가고 매일 죽어간다. 항상 두 가지 방식으로 인생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나이들어가면서 가까워지는 것은 살아갈 삶 보다는 죽음이다. 그러나 저자는 죽음은 사람으로서 우리에게 깊이를 부여한다고 한다. 저자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죽음이라는 제약은 일종의 자유로 생각할 수도 있다. 죽음이 가까운 나이가 될수록 오히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더 자유롭게 더 창조적으로 살 수도 있는 것이다.

나이듦은 도전이지 저절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가는 통로를 지나는 일이다. 누군가가 되는 일이다. 나이듦은 날것의 기억과 성격적 특질을 진정한 자기로 바꾸는 껄끄럽고 힘든 과정이다. 그러면 이제 더 이상 미숙한 사람이 아니게 된다. 나이 든다는 말을 그냥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경험을 반성하면서 진짜 사람이 되어 자신의 운명을 성취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표현들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의 마무리를 나도 따라해 본다.

"자, 역설 중의 역설로 끝내자. 나이 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당히 멜랑콜리를 느끼면서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최대한 즐겁게 나이에 상관없이 나이를 먹지 않으면서 살기로 하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늙음을 부정하고 저항하며 품위 없이 늙어가던가, 아니면 태어나고 자라고 나이 들고 죽는다는 생의 법칙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생을 풍요롭게 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던가 라는 옮긴이의 말에 나는 (저자의 견해를 받아들여) 그냥 늙어가지 않고 제대로 나이 먹어서 후대를 위한 유산을(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남겨줄 수 있는 인생을 살아보겠노라고, 그렇게 즐겁게 늙어가겠노라고 대답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바꾸는 인생의 마법 - 나를 아프게 하는 거짓말 20가지
레이첼 홀리스 지음, 박미경 옮김 / 이다미디어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저자가 믿었던 20가지의 거짓말과 오해를 낱낱이 드러내고 깨부수는 책이다.

책표지의 광고문구가 와 닿는다.


[다른 사람들은 잘 사는 것 같은데, 자신의 삶만 엉망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레이첼 홀리스가 당신에게 해줄 말이 있다.

그것은 거짓말이다!

살아가는 힘만이 당신을 살아 있게 한다.​]


저자는 이 책이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숱한 거짓말과 한 가지 중요한 진실에 대한 것이라고 말하며 시작한다. 이 책의 각 장은 저자가 오랫동안 믿어왔던 거짓말로 시작한다. 그 특정 거짓말이 어떻게 저자를 억눌렀는지,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를 민낯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진실 한가지는, 오직 나만이 미래의 모습과 행복에 대해 책임질 수 있다는 사실이며 이것이 내가 기억해야 할 단 한 가지 중요한 진실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힘만이 오직 나를 살아 있게 한다는 사실이라고.


이 책은 저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저자가 되고자 했던 사람 간의 괴리와 갈등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바라는 것은 저자의 책을 읽는 이가 원하는 게 뭐라도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내용 중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다.

"항상 밀린 일들을 만회하느라 바쁜 것이다. 그래서 늘 뒤에 처져 있다고 느끼고, 자신의 삶을 어찌할 줄 모른 채 방치한다."

완전 공감됐다. 나는 늘 마음이 바쁘다. 항상 밀려 있는 일이 있다. 그 일부터 해야 한다고 조바심 내곤 한다. 그러다 빠듯하게 시간을 보내고 지치는 일상의 반복이다.

"그만둬도 된다는 허락"

꿈과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좌절했을 때 내면에 울리는 소리...거봐 그럴 줄 알았어 그만하자... 이만하면 그만둬도 된다는 허락을 너무 쉽게 내리는 건 아닌지... 쉽게 그만뒀으면서 미련이 남을때... 책속에서 울리는 저자의 외침. '당신에게 그만둬도 된다는 허락 같은 건 없다! 내가 그 허락을 철회한다!'

저자는 참 용감한 사람 같다. ㅎ


저자는 30세이하 우수 기업가 30인 중 한 사람이며, 작가이고, 강연자 이며, 개인방송과 각종 강연, 세미나를 주최한다.

또한 저자는 네 아이의 엄마이며, 고졸이며, 이제 겨우 35살이다.(이 책을 작년에 냈으니까 올해 36됐지만, 35이나 36이나;;; 이력대비 어리다는 느낌은 비슷;;;)

무엇보다 저자는 엄청난 에너지와 자기긍정감과 강력한 동기부여의 힘을 가졌고, 실천하는 행동력을 지녔고, 할수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저자는 미국에서 수백만명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라이프스타일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끊임없이 여성이 원하는 것 여성이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보여주는 일을 한다. 더불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 책처럼.

미디어 활용의 중심에 있으면서,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 부끄러운 것도 보여주면서 공감을 끌어낸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 이런 시간들이 있었다고 자신도 이루었으니 당신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끊임없이 용기를 불어넣어주려 한다.

그 솔직하고 당당함의 대표적 사례가 저자가 본인의 SNS에 올려 미국내에서 출산한 여성들의 비키니사진올리기 붐을 일으켰다는 사진한장

(임신과 출산으로 트고 늘어진 뱃살과 삐져나오는 살들에도 비키니를 입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저자의 당찬 기백)



미국과 우리는 문화가 참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미국 여성들은 일찍부터 성에 개방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저자는 십대때 연애한번 안했고 첫사랑과 결혼했으며 가부정적 문화에 저항한다. 비슷한 부분을 발견할땐 신기했고, 종교적 생각들에 대해선 공감까진 할 수 없었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종교가 저자에게서처럼 관용과 사랑의 믿음으로만만 존재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저자가 믿었던 거짓말이라고 하는 말들은, 실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상식처럼 여겨지는 오해?들이다.

뭔가가 나를 행복하게 해줄거야, 내일 시작할거야, 난 너무 부족한 사람이야, 난 좋은 엄마가 아니야, 나는 지금쯤 더 나은 사람이 되었어야 해, 남의 집 애들은 더 깔끔하고 더 똑똑하고 더 공손해, 난 이걸 절대 이겨내지 못할 거야, 난 나를 구해줄 영웅이 필요해 등등등

저자가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20가지 모두가, 언젠가 누구나 몇번쯤 해봤음직한 그런 말들이다. 그런데 그 말들이 저자는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말들이 진실이 되는 순간 나는 내 삶에서 외부인이 된다. 그 말들이 진실이 되는 순간 나는 내 삶에서 주인공이 된다.

저자는 읽는이에게, 읽는이 자신의 삶에서 그 누구보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자립하기를 응원한다. 그 응원이 많은 이에게 통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4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는 책이어서 읽고 나서 몹시 기분이 좋았다.


The Lord God Made Them All  이 원책의 제목이라 한국어판 제목도 그대로 옮긴 듯 한데, 기독교가 일반적인 영국에서는 이 책의 제목이 자연스러울지 모르지만, 나처럼 비기독교인도 꽤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종교적 책인가 싶은 선입견을 주는 듯 해서 한국어판 제목은 달리 했으면 좋았을 껄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 감상으론, 내용이 제목과 아~무 상관이 없없다;;;


4권 시리즈의 마지막 책인 것 같은데, 나는 앞 책들을 읽지 않았다. 연작 소설이 아니므로 앞의 책들을 안 읽었어도 그닥 상관 없는 내용들이었다. 저자는 영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평생 수의사로 살아온 사람이다. 이 책은 1981년에 출판되었는데, 출판시기 보다 훨씬 과거의 시간들을 다루고 있으므로 지금 시점에서 보면 50여년 전의 일들을 다룬 책이다.


책 제목도 좀 불편하고, 너무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고, 동물을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수의사가 쓴 책도 처음이고... 도통 공감되지 않을 것 같았던 책이었는데... 왠걸 너무 재밌었다. 읽는 내내 키득거리다가 마음에 한가득 미소가 어렸다가 풍경좋은 시골마을그림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편안해지기도 했다.


지금보다 50년도 더 전의 수의사는 당연히 지금보다 기술도 약도 없이 동물들을 치료해야 했다. 농장부터가 지금의 현대식 시설이 상상할 수 없는 그런 환경이었다. 몇 겹의 울타리 문을 일일이 열고 들어가다가 치이고, 소뒷발질에 치이고, 고집센 농부들의 독단에 치이지만 자신에게 맞는 구식농장에 행복해 하는 농부의 미소에 공감하고, 자신의 실수로 동물들이 잘못될까 항상 걱정하고, 우직한 신뢰감으로 탓하지 않는 농부에게서 삶의 자세를 배우기도 한다.


아들이 학교들어가기 전 나이일때 왕진에 항상 데리고 다니고, 그 뒤를 이어 딸도 완벽히 꼬마보조역할을 해내며 자연과 함께 커가는 아이들과의 에피소드도 읽다보면 마음따듯해진다. 딸의 출생과 아들의 피아노연주회 때의 심정을 담은 부분은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했을 법한 시간들이었다.


저자가 이 책을 썼던 시기는 이미 20여년전을 회상하며 쓴 것이고, 그래서 더욱 그 기억들을 소중하게 쓰다듬으며 썼던 것 같은 마음이 느껴졌다. 책의 말미에 왕진갔던 농가의 할머니가 해주신 말씀으로 책을 마무리 한것도 그런 마음이었기 때문이리라.


"열 살과 여섯 살...선생은 아마 모르겠지만, 지금이 선생의 인생에서 제일 좋을 때에요.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당신 주위에서 한창 자라고 있을 때, 그때가 제일 좋을 때에요. 누구나 마찬가지에요. 다만 그걸 모르는 사람이 많고, 또 많은 사람이 뒤늦게야 그걸 깨닫죠. 그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아요"

"저는 그걸 별로 생각지 않고도 항상 깨달았던 것 같은데요"

차를 몰고 농장을 떠날 때도 노부인의 말은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 헬렌과 내가 결혼 40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노부인의 말은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살면서 좋았던 때가 아주 많았다. 하지만 제일 좋은 때가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할머니의 말이 옳다는 데 헬렌과 내 의견이 일치한다.


나는 위 내용이 이 책을 가장 대표하고 잇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저자의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간을 떠올리며 쓴 책이다. 저자가 느꼈던 행복이 읽는 이에게도 전달되는 따뜻한 책이다. 자신이 가장 좋았던 시간을 그리워하며 지금의 시간을 아쉬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좋았던 시간을 행복해하는 지금의 시간도 행복해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다른 사람의 좋았던 때를 이렇게 순수하게 함께 행복해 할 수 있는 책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미래에도 멋진 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라는 문장 속 그 미래를 저자는 잘 만들어오며 산 것 같다. 멋진 삶이고, 멋진 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는 내내 묘하게 무거움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왜일까...

우주인 헬맷을 쓰고 있는 샐러리맨의 표지가 산뜻하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큰 사건이나 갈등이 두드러지는 내용도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한장 한장 무거웠을까 나는...

저자의 표현 중에 마음에 드는 표현이 있었다.

'대지를 고르고 얇게 덮었을 뿐인 공기의 껍질을 우리가 하늘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그 바깥에 끝없는 깊이의 우주가 있어서다'

소설이 시작되자 마자 다음장에 나오는 이 표현이

평소 거대하다고 느끼던 하늘을 공기 껍질일 뿐이라고 하는 이 표현이 참 좋았다.

우주에서 보면 하나의 푸른점일 뿐인 지구에 사는 나는 티끌보다 작은 존재라는 것이 새삼 느껴지면서 우주에 관심을 유도했다.


 

우주인 선발에 응시하려고 하면서 주인공이 생각했던 궁금점 끝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우주인들은 헤아릴 수 없는 실험을 수십 년 동안 해왔지만 결과는 자기 나라에서만 나눠 가진다.'

얼마전에 칼 세이건의 코스믹커넥션 이라는 책을 봤었는데, 위 문장이 새삼 공감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50년 전에 그 책이 쓰여진 수준에서 우주과학은 그닥 발전한 게 없다. 오히려 냉전시대에 경쟁적으로 급속히 잘 성장하다가 냉전 종식 후 우주산업도 종식된 듯 하다.


또, 마음에 드는 표현이 있었다.

'서른다섯, 청춘은 떠났지만 연륜은 도착하지 않았다.'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을 하면서, 청춘은 아니어도 연륜이 오기 전이라 시작할 수 있는 나이 라는 생각에 저절로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지 그럴 수 있는 나이이지 하면서...


소설 속에서 중력은 이렇게 설명된다.

'중력은 모든 것이 제가끔 움직이고 저마다 살아가게 하는 힘이고 조건이고 운명이다'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 중력은 물리적 법칙을 떠나 생각해보면, 삶에 적용하는 중력은 어쩌면 동력일 수 있다. 무엇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는가?


우주인으로 선발되는 과정은 끊임없는 경쟁이다.

'같은 일을 하면 왜 이리 진정한 친구가 되기 힘들까?' 라는 생각엔 참...할말을 잃게 되기도 했다. 그러게 그게 참 힘들지..하면서...


'내 기분의 밑바닥에는 쓸쓸한 아픔이 있다' 이 문장에서 비로소 이 책이 왜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밑바닥에 쓸쓸한 아픔을 깔고 있는 것이 읽는 내내 느껴진다. 그런데 무엇때문에 그렇게까지 주인공이 쓸쓸하게 아픔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건지 공감할 수 없었다. 어린 여동생의 죽음에 책임을 질만한 일을 한것도 없었는데 마음에 돌덩이처럼 얹어놓고, 가장의 부담감은 새삼스러운 게 아닌데 주인공은 내내 과하다 싶게 쓸쓸해하고 아파한다. 뭔가 더 있겠지 뭔가 아파할 만한 큰 사건이 있었을꺼야 하며 읽어나갔지만 없.없.다. 너무나 평범함 일상 들이었다. 다들 그러고 산다. 그런데 주인공은 왜 그렇게 까지?

'회전문으로 도로 들어온 거 같아' 라는 표현이 나온다.

밖으로 나가려고 회전문으로 들어갔는데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 그런 느낌 안 겪어본 사람이 있을까? 거기서 지치는 것 이해한다. 그 속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의 자세엔 분면 배울점도 많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이소연우주인이 겹쳐졌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뒤로 갈수록 뚜렷이 존재가 느껴졌다.

작년에 티비에서 우주인 이소연 씨의 다큐가 있었다.

한국인 최초 우주인 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그 사건?!은 일종의 정치쇼 였다. 후속 조치는 아무것도 없었고 세금은 날아갔고 그렇게 날린 주동자들이 아니라 그녀가 욕을 먹었다. 그녀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좌절 후 외국에 나가 공부하면서 자신을 추스르다가, 자신이 우주인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남자를 만나 결혼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뭔가 하고 싶다.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우주에서 지구와 통신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실험이나 뭔가 과학적 사실들을 얘기할라치면 우리나라 관계자들은 그보다도 가슴에 단 마크가 잘 보이게 화면을 조정하라는 말부터 했고 언급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었다. 그 마크를 달고 누구에 의해 지원받아 우주에 나갔다는 것 그것만 있으면 됐던 거다. 그녀는 백수가 됐다. 여전히 백수다.

 

http://omn.kr/r124

소설의 마지막즈음에 주인공이 우주인이 된 인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생각한 부분이 있다.
'너는 오로지 너의 힘과 지혜와 태도로 너의 길을 열어간 것이라고,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의지와 기량으로 그 어떤 시샘도, 비웃음도 이겨냈다고. 너는 스스로 속을 다졌고 너무나 겸손했다고. 나는 너를 볼 때 살아가는 위안을 느끼고, 마음 가득히 흐뭇해진다고.'
나는 이 말을 우주인 이소연 씨에게 해주고 싶다.
이 소설은 착한 소설이다. 악인이 없다. 소설에 꼭 악인이 있고 대립구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물들이 다, 너무 다 개연성이 있어도 읽기 힘들다. 너도 이해하고 너도 이해해 하면​ 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을 한단 말인가. 이점에서도 읽는 내내 무거웠다. 어떻게 뭐라도 할 수가 없어서...

저자는 후기에서 도움을 준 이소연 씨를 언급하면서 다시한번 소설의 허구적 인물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러기엔 그녀의 시간이 너무 많이 느껴지는데다, 상쇄할 만한 주인공의 극적 무언가가 없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주인 양성에 대한 계획도 생겼으면 좋겠고, 과학에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고, 장기적인 기초과학과 기초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뇌어 졌으면 좋겠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우주인을 꿈꿀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그냥 소설이지만, 때론 소설이 주는 문학적 표현들이 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현실을 바꿀 수 있게 되기도 하니까.
"중력" 을 응원한다. 열렬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51 | 152 | 153 | 154 | 15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