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Off - 휴대폰을 내려놔. 그때부터 인생이 시작될 거야!
스테판 가르니에 지음, 최진영 그림, 권지현 옮김 / 큰솔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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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알차고 유쾌한 책이었다.

핸드폰 보다는 크지만 휴대용탭 보다는 작은 사이즈인 책으로 표지가 책을 굉장히 잘 드러내 주고 있다.

표지엔 실제 사이즈의 핸드폰이 떡 놓여져 있고, 한 개의 메세지가 떠 있다.

휴대폰을 내려놔. 그때부터 인생이 시작될 거야!

이 메세지는 2018년에 출판된 프랑스 원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OFF! Ta vie va enfin pouvoir commencer


저자는 프랑스에 살면서 언론인이자 작가로 활동중인 사람이라고 한다. 짧지만 통통 튀는 글들이 술술 읽힌다.

차례를 보고 92개의 제목이 가득 차 있는 페이지를 보면 헉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거 없다. 모든 글들의 분량이 아주 짧다. 거의 시 의 길이에 가깝다고나 할까. 부담없이 때로는 큭큭 웃어가며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가볍게 읽히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내용들이 곳곳에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스마트폰의 무용성과 해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이야말로 스마트폰을 해로운 것으로 만든다는 말에 무척 공감이 갔다. 스마트폰 중독 현상은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이다. 누구나 들어가 있는 새로운 가상의 현실 같은 존재가 스마트폰이다. 우리는 어느새 목숨줄이라도 되는 양 24시간 가상의 세계에 연결되어 살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을 조금씩 바꾸었고, 그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서 우리의 생활 전체가 달라졌다. 하지만 이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저자가 깨달은 것은 결국 저자의 어리석음이 더 커졌다는 사실 뿐이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고자 하는 내용도 그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조금씩 중독에서 벗어나자고 제안한다. 매일 적용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진정한 삶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기를 바라며. 서두부분부터 경고를 시작한다. '전화기를 내려놔. 그때부터 인생이 시작될 거야!'


노래방기기가 나왔을 때 우리는 어느새 가사를 외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었다. 휴대전화기가 나왔을 때 우리는 어느새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었다.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우리가 외우지 못하는 것들은 셀수없을 정도다. 우리가 외우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스마트폰만 저장하고 기억하고 있는 것을 그게 무엇무엇들인지를 우리는 과연 알고 있는 걸까?


저자는 스마트폰을 OFF 하면 삶을 ON 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스마트폰은 훌륭한 도구이지만 문제는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이다. 그러나 유혹은 크고 공짜로 제공되는 느낌의 서비스와 앱들이 우리를 현혹한다. 전부 공짜라고? 저자는 '누가 공짜로 뭘 준다면 당신이 상품이라는 얘기다' 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을 ON 에 두면 현재와 진짜 삶을 OFF 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날의 삶의 질, 행복한 순간, 발견의 기회는 버튼 하나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ON 또는 OFF. 스마트폰을 ON 해놓고 우리도 모르게 호구의 삶을 살 것인가? OFF 해놓고 우리가 선택하며 살 것인가? 질문만 보면 너무 당연한 대답이 있을 것 같지만, 아마 OFF 하겠다고 쉽게 대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책 속의 내용들은 유쾌하게 빵빵 터지는 문장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다시 보면 그 문장들은 뒤통수를 치는 명문장, 명표현 이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싸우자는 거지? 다른 곳은 늘 지금, 여기보다 더 위급하다 누군가와 만나고 있으면서 쉴 새 없이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신호이다. 내가 만약 [적을 만드는 법] 이라는 책을 쓴다면 한 꼭지 전체를 그런 식으로 무례하게 구는 법에 할애할 것이다. 휴대전화 저 편에 있는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당신보다 더 중요하다.

휴가기간에만 네트워크의 '비건' 이 되는 것과 휴대전화 사용을 매일 절제하는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 중 무엇이 더 합리적일까?

대기업들은 기적과 같은 신기술을 내놓는다고 하더니 우리에게 신기루만 팔았다

누구나 운전을 할 때 속도계를 주시하지만 스마트폰 중독자는 운전을 하면서도 남아 있는 휴대전화 배터리 막대기를 불 위에 올려놓은 냄비 보듯 살펴본다.

디지털 붕대를 풀어라. 새해 복은 휴대전화를 타고. 어른들의 곰 인형. 타임아웃의 아웃. 제발 나를 퍼가요. 멜라토닌 킬러.

휴대전화가 우리에게 아직 제공하지 못하는 유일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할 시간, 삶을 살아갈 시간을 찾아주는 것이다.

영어로 smart 가 똑똑하다 라는 뜻인 것 틀림없는데 스마트폰을 쓰는 우리는 모두 바보가 되었다.


가장 현실적인 역효과 는 부메랑 부분에서 많이 느껴졌다. 수시로 자신의 사생활을 올리고 지금 태어나는 아기들은 성장과정이 온 세계에 공개되는 판이다. 나중에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갈때 면접관들이 SNS 를 찾아 보는 것이 관행처럼 될 것이고, 무심코 올렸던 개념없는 사진들이 부메랑이 되어 수험자의 인성평가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때 과연 완전히 과거를 삭제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요즘 범죄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압수하는 게 범죄자의 스마트폰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까지 스마트폰은 기억하고 있으며, 우리가 지운 것까지 인터넷은 기억하고 있다. 과시와 허영에 들뜬 시기를 현명하게 관리하며 지나올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누구나 우리도 모르게 실수를 할 수 있고 책임을 망각할 수 있으며 우리 삶의 리모컨을 애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쥐어주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제일 뒤편에 스마트폰 중독 테스트가 나오는데, 어렵거나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태확인 차원에서 해보았다. 너무 양호하게 나와서 문항을 좀더 빡빡하게 했어야 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테스트 해보고 나는 괜찮네 하면서 더 스마트폰을 하면 역효과일 테니. 하지만 뭐 이런 테스트라는게 재미삼아 보는 심리테스트 같은 거니까 믿거나 말거나 이긴 하지만....


프랑스인이 쓴 책인데 우리 현실과 너무나 흡사해서 놀랐다. 스마트폰 중독현상은 세계적인 현상인가 보다. 44살에 꼰대 소리 들을 만큼 스마트폰 사용의 중독성을 경고하는 저자의 입지는 매우 좁아 보인다. 우리도 주변에 스마트폰 중독 이라고 조언하면 비슷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기준은 법적 으로 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식 수준에서 지금보다는 좀더 인간적인 삶을 지향하는 쪽으로 세워지면 좋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되지 말아야 할텐데, 우리는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어떻게 고치지 하며 스마트폰 검색만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팍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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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사랑 - 레스터 레븐슨이 전하는 삶의 지혜
로렌스 크래인 지음, 편기욱 옮김 / 가디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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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출판 당시 원제인 Love Yourself and Let the Other Person have it Your Way 를 번역하면, '너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이 네 길을 가지도록 내버려둬 라.' 이다. 우리말 제목으로는 간단히 Love Yourself 이지만, 영어 원서 제목은 좀 더 폭넓은 의미의 '사랑' 이다.

저자는 레스터 레븐슨이 시작한 릴리징 테크닉을 30년 넘게 전파해 온 로렌스 크레인 이고, 번역자는 한의사이자 명상가로 국내에서 '자기사랑' 관련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라고 한다. 표지의 소개글을 보니 번역자가 활동한 카페는 'The Secret' 관련 정보를 국내 처음 체계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카페 'Beyond the Secret' 라고 한다. 어쩐지 읽으면서 '시크릿' 책과 몹시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었는데 ...


몇년전 '시크릿' 이란 책을 읽었었다. 얇고 짧은 책이었는데 묘한 책이었다. 얼핏 읽으면 사이비 종교책 같을 정도로, 주요 내용은 '믿어라 믿으면 다 이루어진다' 였다. 잠언록 같은 짧은 글 뒤엔 체험자의 사례가 짧게 실려 있고 다시 명언록 같은 짧은 글 뒤엔 체험자의 사례가 짧게 실려 있는 식이었다. 종교를 믿으라는 것은 아니었고, 자신이 원하는 게 있으면 이루어진다고 믿고 그 믿음이 확실할 때 원하는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한 믿음에 대한 책이었다. 틀린말도 나쁜말도 아니었는데 너무 확신에 찬 표현들이 생소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도 '시크릿' 과 비슷한 분위기 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사랑하라 사랑하면 다 이루어진다' 로 정리할 수 있겠다. 구성 역시 짧은 글 뒤에 체험자의 사례가 짧게 인용되고 다시 짧은 소개 뒤에 체험자의 사례가 인용되는 식이다. 하지만 이책은 '시크릿' 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랄까. 특히 14장에서 주문처럼 반복되는 실제 적용 방법들은 약간 중독성이 있기도 하다. 노래의 후크송 처럼. 같은 말을 앞 내용만 바꾸어서 계속 읽다보면 저절로 암기되는 식이다.


저자에게 가르침을 준 레스터 레븐슨 은 열심히 살았는데, 너무 창창한 나이에 살아갈 날이 2주밖에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되돌아보기 시작했고, 비-사랑의 마음을 흘려보내고 사랑의 마음으로 채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 이후 그는 병원에 다시 가지 않았지만 42년을 건강하게 더 살다가 갔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전 저자에게 그의 일을 (그의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이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저자는 매우 열심히 고인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책도 출간하고, 강연도 하고, 수련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직접 말해주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히는데 다만, 책의 종이 색이 익숙치 않은 핑크색인데다 인용되는 사례들이 민트색 글씨로 씌여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아 눈이 좀 피로했다.


자기사랑 이라는 개념은 종교나 명상과 비슷하면서도 매우 다르다. 종교처럼 믿어야 하고 명상처럼 비우고 흘려보내야 하지만, 신을 믿는 다기 보다 자신을 믿고 자신이 나서서 해야 할 적극적인 실천행동을 요구한다. 자기사랑은 자존감과도 비슷하면서 매우 다르다. 자존감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치유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자기사랑은 그것을 넘어서서 나를 위해서라도 적까지 사랑하도록 마음을 여는 것을 강조한다.


책의 첫인상은 산뜻한 민트톤 표지에 은빛 제목이 예쁘고, 분홍 띠지에 홍보문구로 UN연설에서 BTS는 왜 전 세계 젊은이에게 자신을 사랑하세요 라고 외쳤을까? 라고 써있어서 한국의 자랑스런 아이돌 방탄소년단이 이 책을 읽었나 싶은 호기심이 있었는데, 그런것 같진 않다;;;

하지만 Love Yourself 라는 의미는 이어진다. 분명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저자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이 실은 우리가 끌어모은 부정성 때문이므로 그것을 흘려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주의 법칙은 '긍정은 긍정을 끌어당기고, 부정은 부정을 끌어당긴다' 라고 여러번 강조한다. 자기사랑 개념까지 깨닫진 못하더라도 내가 힘들어하는 문제들은 내가 끌어안고 있었을 뿐 그것을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나도 해오던 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훨씬 마음이 편하다는 것도 나도 느꼈던 바다. 그러고 보면 나는 자기사랑을 조금은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크릿' 도 그렇고 '자기사랑' 도 그렇고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제대로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그래야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대할 수 있고 온 우주가 그런 나를 응원하고 온 우주법칙이 그런 마음을 응원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론, 이런 책을 읽고 파울로 코엘료 의 '연금술사' 를 읽으면 구절구절들이 마음에 확 꽂힌다. 희망을 믿게 되고 긍정적이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뭐든 될 것 같다. 사실 인생은 뭐가 되도 되는 것인데 아무것도 안되는 인생이란 없는 것인데 그 사실이 새삼스럽게 확 마음을 울린다.


마음이 힘들때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여겨질 때 내 가치를 나도 모르게 평가절하하고 있을 때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이다. 나를 사랑하자. 그리고 나 아닌 모든 것들도 사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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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지
김안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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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느낌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당.황.스.럽.다!

523페이지에 달하는 꽤 두꺼운 편의 소설로, 표지와 제목에서 풍기는 사극이나 무협지적 분위기와​ 

[나의 죽음은 과학의, 그의 필연이요, 나의 소생은 과학의, 그의 본연이요, 나의 삶은 과학의, 시의, 그의 시대의 사랑이로세] 같은 표지문구에서 사극적 SF 판타지 인가 싶은 분위기를 동시에 풍기는 책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림없는 만화책이랄까?!

켁, 헥헥, 에에?, 헤에, 크으, 흐어, 휘리릭, 으악, 흐아아아아앙, 크헉 같은 만화풍적 의성어 의태어가 넘치고 느낌표는 기본이 세개이상씩 붙는다.


​문장의 표현에 있어서도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 헤깔리는 구성의 문장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예를들어,

"당신이 그러고도 태상의, 시대의 과학자라고 떳떳할 수 있냐는 것이냐! 그 삶에 위배되는 인과응보는 삶을 살아갈 자격도 가치도 없는 것일세!!!​ "

"시가 소녀와 혼연일체인지의 경우의 수를 성공하게끔 내 염원을 들어줘..."

같은 문장들은 나만 읽기 이상한건가? 무슨소리인지 이 문장에 이 표현이 정말 괜찮은건가?​


'은은 녹스는 성분이 있어서 그런지 그녀의 외침에 은 성분이 들어간 부분은 녹슬어 버린다'

같은 부분에선 고개를 갸우뚱 했다. 내가 알기로 은은 녹슬지 않는다. 녹스는 것은 철이지. 은은 변색될뿐 닦아내면 멀쩡해진다. 녹이 아니다. 그런데 은이 녹슨다고 수시로 표현된다.

읽는내내 등장인물들은 소년과 소녀로 읽혀지는데, 소년은 과학자이고 소녀는 시인이며 가게 주인이다. 뭐 소설이니까 어린나이에 그럴 수 있다 쳤는데... 소설내내 여주인공 매화는 소녀라고 지칭된다. 소녀는 소녀가 소녀의 ... 그래 뭐 소설이니까 그럴 수 있지 했는데... 그런데 책 마지막장 즈음에 가서

'그렇게 그들이 스물넷이 된 밤하늘의 다이아몬드 날' 이라는 표현에서 스물넷이라고? 싶더니 바로 그 옆장에선

'그렇게 8년 후의 1월. 보름달이 밝은 다이아몬드 대육각형의 겨울밤, 매화의 등불시에 이끌려 걸어온 한 청년...' 을 보니 서른둘에 남녀주인공이 만난 거였다. 그리고 적어도 1년쯤 지났으니 33살인데 계속 소녀 라고 여주인공을 불렀던 거다. 서른세살의 소녀라고?


22세기라고 시대를 설정해 놓고, AI를 연구한다는 천하부족인 과학자는 나룻배로 손수 노저어 바다를 건너고 자석을 끌어당기는 로봇팔이 있다면서 광산에서 손수 보석을 캐내야 한다. 22세기가 아주 먼 시대라고 생각한건가? 지금은 21세기다 22세기는 100년도 남지 않았다. 그 사이이에 현실이 이렇게 바뀔 수 없다. 차라리 시대 설정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시대설정을 22세기로 함으로써 SF적 표현에도 부족하고 판타지로도 볼 수 없는 애매한 시간배경이 되어버렸다.


미래시대라고 하면서 한쪽은 조선시대처럼 생활하고 한쪽은 현대시대처럼 생활할 뿐 미래시대의 모습은 없었따. 벡터군, 루트군, 이라고 과학자를 부른다고 해서 AI를 연구하고 로봇팔이 나온다고 해서 SF가 되지는 않는다. 천월왕자, 만월왕자 라고 부른다고 해서 염원을 이루어주는 연못이 나온다고 해서 판타지라고 할 수도 없다. 여러모로 짜임새가 부족고 어느 장르의 소설이라고 해야할지 아니 소설이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는 작품이었다. 차라리 그림이나 삽화를 넣어서 만화책으로 나왔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은데, 소설로 읽고보니 여러 부분들에서의 혼란이 이질감을 준다.


읽을수록 당황스러워서 표지의 저자소개를 새삼 다시 찾아 보았다. 2008년에 백일장에서 수상한 대회를 찾아보니 당시 고등학생 대상이었던것 같은데, 그러면 지금은 30대 초반이라는 얘기다. 20대에 등단한 최은영, 김애란, 김혜진 작가들의 작품들을 생각했을 때 또다시 당황스러워진다. 애초에 이 작품을 웹툰 내지는 웹소설 내지는 하이틴소설로 생각했다면 이런 기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분야가 다른 소설인 거니까. 다 읽고 나니 더더욱 여고생이 쓴 웹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2008년 즈음에 여고생이었던 저자가 쓴 작품이라고 했다면 스토리능력이 뛰어나다고 박수쳐줬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소개를 '인공지능의 시를 실현화하는 시인, 서정적 과학을 지향하는 소설가, 시대와 내면을 대표하는 소설가' 로 적어놓았다. 인공지능의 시를 실현화하려고 소설속 인공지능은 어떤 기능을 하는지 구체적이지 않은체 시에 의해 조정되고, 서정적 과학을 지향하느라 은은 녹이 슬고 바다에서는 모터보트도 없이 노를 저어야 하며, 시대와 내면을 대표하느라 작품속 주인공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소년소녀인것인가? 아니다 아니다 나는 저자를 작품을 폄하하고 싶은게 아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렇다...;;;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특히 판타지을 좋아하고 SF도 즐겨 읽는다. 이 소설에 대해 알았던 사전 지식이라곤 현실세계를 다룬 소설은 아니라는 것이었기에 판타지 혹은 SF 로서의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판타지라면 구체적인 세계관이 있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지의제왕 이나 해리포터까지 가지 않더라도 국내 작가중 전민희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면 판타지로서의 세계관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SF 라면 개연성 있는 과학이 은유되어야 한다. 필립 K.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같은 작품집을 읽어보면 블레이드 러너 영화까지 보지 않더라도 책 속 작품들만으로도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SF 적 매력이 넘친다. 외국작가 까지 가지 않더라도 성인 작품까지 가지 않더라도, 국내 청소년 문학 작품중 김윤영 작가의 '달 위를 걷는 느낌' 이나 배미주 작가의 '싱커' 만 보더라도 SF 의 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판타지와 SF 경계를 짓지 않더라도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 나 '버드스트라이크' 같은 작품은 현실을 다루고 있지 않으면서 굳이 판타지니 SF니 구분짓지 않더라도 비현실을 어떻게 현실감을 주는 지 구성의 탄탄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어느 쪽이라고도...;;; 당황스럽다.


병맛 이라거나 B급코드 라는 표현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표현될 수 밖에 없는 그 특징들을 감안했을 때, 이 작품은 주류 라기 보다는 병맛 이나 B급 코드적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작품들은 보통 매니아 층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그 쪽 분야 매니아가 아니어서 그런지 무척 생소했다. 애초에 그러한 비주류 감성을 담은 작품인걸 알고 읽었다면 덜 당혹스러웠을 것 같기도 하다. 표지에라도 넌즈시 알려줬더라면...


나는 순정만화도 정말 좋아한다. 구르미그린달빛 같은 웹소설도 좋아한다. 순정만화풍 그림이 곁들어져 있으면 더욱 좋다. 이 작품을 그렇게 인지하고 읽었더라면 매력을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일반 소설로 알고 읽었다가 당혹스럽게 책장을 덮어서 아직도 기분이 얼떨떨하다. 가독성도 있고 재미도 있었는데 뭔지 모르게 아쉽다...


[이번엔 너의 본연이 절실해. 내게는 없는 본연...

바라는 걸 이루는 게 염원이 아니에요. 우린 이미 살아 있는 이 순간이야말로 염원이에요. 타고난 본연으로 우린 이미 염원을 이뤄 낸 삶을 살고 있는 거에요.

내 본연이  염원의 존재라고 봐요... 내 본연 자체가 가장 진실된 본연인 걸요.

본연은 타고난 염원이 담겨 있어서 본연대로 행동하는 것이 염원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능력이지.

그 아이의 삶 자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염원 그 자체였으니까요. 난 오히려 매화에게 그러한 본연에 충실한, 본연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염원을 이루는 삶이라고 깨달았어요. 매화는 정말 사랑보다 청렴해요. 유한과 무한의 여뭔을 모두 갖춘 아이에요.... 인간의 삶은 유한하지만 인간의 염원은 무한함을 원하죠... 삶과 염원은 무한과 유한함이 공존합니다. 염원을 이뤄가는 과정은 무한이지만 그 염원을 다 이뤘을 때는 유한함이거든요. 무한으로는 염원의 성과를 이루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인간들은 무한한 성과의 유한함을 하지 못한 채 무한의 영원한 성과의 박수를 치지 못하는 거에요. 무한이 있으면 유한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무한의 염원이 생길 수 있어요.

바라는 마음을 선별하는 것 자체가 염원이 아니죠. 염원은 이미 본연에 있어요.]


이 작품 속에서 본연, 염원 은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어들이었던 것 같다.

이미 타고 난 본연을 잊고 염원하기 보다, 이미 타고 난 본연을 깨닫고 염원을 추구하는 것에 중요성을 부과한 저자의 의도가 퇴색되지 않도록 이 작품의 이미지가 좀 더 제대로 표현되었다면 좋았을 걸 싶다.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사극적 판타지 나 무협지적 SF 가 아닌 순정만화적 웹소설을 책으로 본다고 여기고 읽는 다면 가볍게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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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3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족도 리콜이 되나요? - 연애에서 상속까지, 모던 패밀리를 위한 가족법
양지열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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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리콜이 안됩니다. 그러니까 법을 알아야 겠지요. 법없이 살 수 있는 가족을 위해 법을 알아 두어야 한다는 아이러니 적 필요법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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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리콜이 되나요? - 연애에서 상속까지, 모던 패밀리를 위한 가족법
양지열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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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써있는 책의 홍보문구가 더할나위없이 책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또한 박스마다 들어가 있는 가족구성원의 모습은 가족법의 영향력이 어느 범주까지인지를 대략적으로 나타내주는 듯 했다.

'연애에서 상속까지, 모던 패밀리를 위한 가족법'

'인생의 고비마다 좌절하는 '법알못'을 위한 양지열 변호사의 본격 가족법 상담소'


나는 책과 제목과 표지가 서로 어울리지 않을때 몹시 실망하곤 하는데, 이 책은 표지와 내용이 완벽히 어우러진 책이라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고 보고나서도 흡족했다. 법 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데 표지가 상큼해서 가볍게 첫장을 펼칠 수 있기도 했다. 너무 표지에서만 칭찬을 퍼부었나;;; 여하튼 표지가 무척 마음에 드는 책이다. ^^

저자의 이력은 그냥 변호사라고 하기엔 좀 특별했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8년간 일하면서 법적 곤란을 겪는 사람을 수없이 보고 펜 만으로는 그 짐을 덜기가 힘들다는 생각에 늦은 나이에 도전하여 변호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 어렵다는 길을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고 결국 이루었다니 대단한 분인것 같다. 무엇보다 변호사가 되려했던 그 초심이 멋있다. 그마음 변치 않으시길...


전직 기자여서 그런지 글은 대체로 매끄럽고 정리가 잘 되있는 느낌이 들었다. 각 장마다 해당되는 법 조항들을 메모해 놓았고, 사례와 함께 법조문을 설명해주고 있어서 이해하기 좋았다. 그 일부분의 법조항들만으로도 이렇게 책 한권이 나오는데 대체 법조항들은 얼마나 많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살면서 법원에 갈일은 안 생겼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이 책은 법 중에서도 가족법에 관한 책이다. 살다보면 가족끼리 어찌 좋은 일만 있겠는가... 법이 끼어들어야 중재가 될 정도로 리콜이 필요한 가족관계가 뉴스에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저자는 법률 상담을 하면서 미리 법을 조금만 알았다면 이렇게 끝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지극히 안타까운 마음과 현실적인 고민이 이 책을 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법조항중에서도 연애에서 상속까지 보편적인 가족의 시작과 끝을 흐름에 다라 15개의 주제로 골라 정리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말미에는 부록의 형태로 작은 가족법 상담소를 꾸며 실사례 상담 내용도 실어 놓았다.


법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 같이 지키기로 한 약속이다.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면 갈등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하며 그 각자의 역할이 법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아두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저자는 가족 안에 끼어들어 갈라놓기 위해 법이 만들어졌을 리 만무하며 오히려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붕과 벽을 세워준 것이라고 한다. 모르고 살다가도 필요할때 나를 위한 지붕과 벽이 있는 곳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려는 저자의 마음에 또한 공감한다.


책은 연애부터 시작한다. 연애의 끝은 결혼이라고 볼때 결혼에서 법적 관계는 시작된다고 볼 수 있겠다. 법은 차가운 것 같지만 가족법은 사랑의 언어를 특별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냥 민사법 형사법 이라고 할 때 보다 사랑의 언어를 존중하는 가족법이라고 하니 좀 편하게 다가가 지는 느낌이다. 결혼은 계약이므로 법적 권리와 의무를 따질 수 있다. 저자는 부부의 경제영역이나 결혼의 취소여부, 이혼의 각종 절차 등을 짧고 굵게 상식선에서 알아두어야 할 조항들을 짧고 굵게 설명해 준다. 간통죄 폐지이후 이혼에 관련된 변경 사항들과 이혼 후의 상황 들 특히 양육권 이나 친권 관련에서도 현실적인 조언들이 나온다. 결혼하고 잘 살다가 다시 법적 문제가 나올 때는 아마도 상속문제가 불거졌을 때 일 것이다. 가족의 범위부터 부양의 의무 그리고 상속에 대해서 잘 몰랐던 내용들은 참고할 게 많았다. 지금까지는 부부라하면 남자와 여자의 가족형태를 일컬었는데, 지금은 한가족, 황혼의 재혼 가족,동성부부 등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모던 패밀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의 법적 한계도 있음을 알려주고 있어서 관점을 새롭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솔직히 법이라고 하면 가진자들의 것으로 보일 때가 많다. 그들만의 세상에서나 존재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실은 법이란, 법마저 없다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가진자들은 법 없이도 많은 것을 가지고 오히려 법을 이용해 더 가진것을 늘린다. 하지만 없는자들은 원래도 없는데 그마저도 법을 몰라 뺏길 수 있는 형편인 것이다. 다른 법들은 차치하고라도 함께 부대끼며 살면서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어주던 가족안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는 마지막 보루가 정말 법이지 않을까.


가족이 리콜이 되냐고 묻는 다면, 당연히 리콜은 되지 않기에 법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게 아닌가 싶다. 자동차에 결함이 있으면 리콜하여 새 자동차를 받는 것처럼, 가족에 결함이 있다고 해서 완전히 새가족을 받을 수 있는 가족관계는 없다.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게 가족이다. 평생 법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면 상식수준에서의 가족법 정도는 알아두는게 문제를 커지게 하지 않을 준비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이 알아두겠다고 욕심부리지 않는다면, 비교적 얇아서 읽는데 부담없고 적절한 사례와 함께  쉽게 설명해주는 이 책 속의 법조항들만 알아둬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없이도 행복하게 살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일 것이다. 서로 배려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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