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와 헤어진 뒤로 마음이 편치 않다. 그는 우리 선교 여행에 마가요한을 데려가자고 이상하게 고집을 부렸다.‘ 아니, 그의 성품이나마가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다. 나는 마가를 데려갈 수 없다고 맞불을 놓았다. 밤빌리아에서 있었던 안 좋은 일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마가 요한은 거기서 우리를 갑자기 떠났었고, 그 사건은 우리 선교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런 일이 다시일어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바나바는 마가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때와 같은 일은 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 문제로 심각하게 다투고 결국 바나바와 헤어졌다. 바나바도 나도 한 걸음도 물러서지않았다. 그러고는 따로 선교 여행을 가기로 했다. 바나바는 마가를데리고 키프로스로 떠나 버렸다. - P20
바나바와의 다툼은 사실 마가 때문만은 아니다. 예전에 안디옥에 머물 때 벌어졌던 일도 갈등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그때 우리는 이방 사람들과 식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야고보가 보낸 몇 사람이 오자, 베드로는 그 할례받은 사람들이 두려워서 먼저 식사 자리를 떠났다. 이어 바나바도 베드로와 다른 이들이 보인 위선에 동참했다. 그때 나는 베드로보다 바나바에게 더 실망했다. 바나바에게훨씬 더 큰 기대를 하고 있었나 보다. - P20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나를 아껴 주었고 오래 동행했던 사랑하는 동역자 바나바와 심각한 다툼끝에 헤어지니 마음에 생채기가 난 것이다. 좀처럼 상처가 아물지않는다. 바나바는 예수님을 따르는 공동체에서 나를 가장 따뜻하게 받아준 사람이었다. 그때 바나바의 태도는 정말 놀라웠다. 제자 가운데다수가 나를 의심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나는 예수를 따르는 이가 모두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 일을 행동으로 옮기려 했다. - P21
안디옥에서 더베와 루스드라와 비시디아의 안디옥을 거쳐 세바스테 가도 via Sebaste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는 중에 갑자기 성령님의 음성이 들렸다. "아니다. 거기가 아니다!" 성령님은 소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하려는 우리를 막으셨다. 너무 갑작스러웠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분명히 성령님이 하시는 말씀 같았다. 그때부터 나는 길을 잃었다. 성령님이 말씀하시자, 역설적으로 나는 길을 잃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해서 방황하기 시작했다. 목적지가 없어지니 가는 길이 더 멀고 험하게 느껴진다. 피로가 몰려온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 P23
솔직히 말해서 갈라디아에서 무시아까지 일주일이 넘게 걸릴 거리는 아니다. 하루에 대여섯 시간 정도만 쉬엄쉬엄 걸어도 사나흘이면 족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이리저리 헤매다 보니, 일주일을 훌쩍 넘겼다. 여전히 우리의 발걸음에는 목적지가 없다. 그저 몸이 이끄는 대로 걷고만 있다. - P27
더 답답한 것이 있다. 여전히 성령님이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이전에 성령님이 내게 하신 말씀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아니다, 거기가 아니다! 거기서 복음을 전하지 말라!" 도대체무슨 의미일까? 단지 소아시아로 가지 말라는 뜻일까, 아니면 선교사역을 완전히 멈추라는 뜻일까, 아니면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의미일까? - P27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길을 걷는 중에 드디어 예수님의 영의 음성이 들렸다! "아니다, 거기가 아니다!" 긴 침묵을 깨셨지만, 두 달 전의 음성과 다를 바가 없다. 나는 다시 무시아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이 길을 몇 번이나 왕래하는지 모른다. 이번이 두 번째 거절이다. 말 그대로 예수님의 영에게 거절당한느낌이다.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번 선교 여행을크게 기대했다. 실제로 더베와 루스드라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교회들의 "믿음이 점점 더 튼튼해지고, 그 수가 나날이 늘어가는 광경을 눈으로 직접 보았다." 아시아에서는 이보다 더 큰 역사가 일어날 줄 알았다. - P28
어쨌든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성도들을 돕는 일에 손 놓고 있지20는 않을 것이다." 나도 형편이 다르지 않기에, 이들에 대한 측은한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선교여행을 다니면서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고기는 당연히 꿈도 못꾼다. 여벌 옷이랄 것도 없다. 편히 쉰다는 것은 아득한 이야기다. 추위에 떨며 잠들지 못한 날이 여럿이다. 손으로 강도 높은 노동을한다. 신발은 다 뜯어진 게 전부다. 드로아에서 돈을 조금 벌고, 싸구려 신발이라도 새로 사야 할 듯싶다. - P32
그래도 작업장의 편수였던 가이오는 내 이야기에, 아니 그보다는 내 이상해 보이는 삶의 태도에 관심을 기울였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복음은 말로만 전해지지 않는다. 일터에서 나는 최선을 다하며, 바르게 일한다.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 애쓰고 밤까지 작업장에 남을 때도 많다. 또 다른 이들이 보기에나는 다소 독특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개종한 사람이든 아니든 사랑으로 대하려고 애쓴다. 또 그들을 낮은 마음으로 섬기려 한다. 돈을 벌면 나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기도 한다. 전략적으로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뿐이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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