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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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토끼 피터래빗, 황동 단추가 달린 그 녀석의 파란 외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단발 머리 여고생 시절 내게도 베아트릭스 포터의 그림이 그려진 문구류(필통이나 수첩, 지우개 등등 아주 다양했다)가 한 두개쯤 있었다.

어여쁜 파스텔 빛 그림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해외로 여행을 떠날라치면 원문으로 된 책을 찾아보기도 하였으나 맘에 드는 버전을 찾지도 못했고 그녀의 이야기는 무수하기도 하여 주머니 사정 상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번에 민음사에서 스물 일곱 편이 몽땅 담긴 전집!이 나왔다.

 

 

 

두툼하고 아름다웟!!!!

 

 

각주 빼고 무려 705페이지! 글은 많지 않은데... 세상에나... 작가의 사랑스러운 그림들이 페이지마다 담겨있다! 이런 것이 바로 평생 소장각!!!

 

 

 

고양이도 때려잡는 버니 영감(벤저민 버니의 아부지)

 

 

아픈 소년을 위로하기 위해 쓰여졌다는 이 이야기들로 말할 것 같으면 화학 조미료 하나 들지 않은 가정식 밥상 같은 느낌이랄까?

피터의 아버지가 맥그리거 씨의 밭에 들어갔다가 파이가 되었다는 부분에서 볼 수 있듯이 은근히 현실적이나 자극적이지도 않고 등장하는 동물들이 멋지게 차려입고 다니고 늙은 재봉사를 도와 시장님의 결혼 예복을 멋지게 완성하기도 하는 등 아이들은 물론 동심을 잃어가는 어른이들의 상상력을 훌륭하게 자극한다.

두툼하지만 포레스트 검프의 초콜릿 상자처럼 한 이야기가 새로 시작될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와 어여쁜 그림이 읽는 이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할지 너무나 궁금하고 아껴 읽게 되는 책이다.

그림과 이야기를 살피다보면 왜 사람들이 이 책을, 이야기에 나오는 동물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깨닫게 되고 어느새 덩달아 반하게 되는 책이다.

우리집의 다섯 살 꼬꼬마와도 이 즐거움을 글자 하나 빠트리지 않고 그대로 함께 나누고 싶으나 아직은 무리인 것 같고 관심을 보인다면 조금 구체적이고 쉬운 이야기들을 그림을 짚어가며 들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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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 뻔하지만 이 말밖엔
그림에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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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을 시간이 가까와 오는데 다섯 살 꼬꼬마가 피곤하다며 잠을 자겠다고 한다. 어제에 이어 하원하자마자 TV를 보고 싶다며 징징대다가 엉덩이를 맞고 한바탕 울고 난 까닭이다.

어느덧 뱃 속 꼬물이는 32주, 예정일이 55일 앞으로 다가왔다. 덩달아 커진 배 때문인지 몸은 점점 더 움직이기 힘들고, 이런저런 놀이를 하고 나서도 심심하다며 끊임 없이 놀아달라는 아들을 돌보기가 녹록치 않다.

2, 3일 간격으로 띄엄띄엄 집에 돌아오는 남편은 (이제는) 좀 내 편을 들어주지만 불 같은 엄마와 살아내느라(!) 고생하는 어린 아들이 불쌍하기만 한 모양. 오냐오냐~를 일삼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려 한다. 그러면서도 "미안하다"를 입에 달고 사는 중.

우중충한 날만큼이나 기분이 쳐지는 이런 날 필요한 것이 지긋지긋하게만 느껴지는 이 일상을 소중하게 느끼게 만들어 줄 책이다.

 

 

 

 

 

 

지금 내 손에는 무수한 블로거들의 공감을 얻은 그림에다 님의 신간,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가 있다.

육아휴직을 신청해 아이와 함께하며 느낀 이런저런 마음과 감정들을 이토록 내 얘기처럼 담아낸 책이라니... 엄마 입장에서 그리고 쓴 육아 에세이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일하는 아빠의 마음은 이런 거구나 싶기도 하고... 한 가정의 사진첩을 한 장, 한 장 옮긴 듯한 모습에 나와 남편, 그리고 아들의 모습을 넣어 들여다보게된다.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란 표지의 제목 아래 작은 글씨로 뻔하지만 이 말 밖엔... 이란 말이 덧붙여져 있다.

나는 아이를 향한 내 사랑을 완벽하다 말할 수 있을까? 아들에게 한 번씩 들려주는 말처럼 완벽한 엄마는 아니지만, 나는 내가 아는 어떤 아이보다 내 아들을 사랑한다.

일상은 이렇게 뻔하다. 육아도 그렇다. 삶이 또한 그렇기 때문인 건지 일상을 담아낸 글과 그림의 담담함은, 또 그것이 주는 감동은 누구에게나 눈물겹고 먹먹하다.

이 책이 그랬다. 무심코 지나쳐버린 일상적인 어려움들과 소소한 즐거움들이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했다.

신랑에게 줘야겠다. 내 비록 오늘도 욱하는 마음에 아이를 혼내고 아프게 하였으나, 이 책을 읽은 한 주만큼은 좀 더 일상을 소중히 여기겠노라 말하고 결심하며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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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의 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56
다케우치 마유코 그림, 오이카와 겐지 글, 김난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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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책과 함께 즐거운 책읽맘 콰과과광입니다 ㅎ 지난 금요일 제 책 한 권만 달랑 챙겨 전라도 다녀온 뒤 아들은 오늘 처음 책 한 권 읽어줬네요 ㅎ 시댁 잔치 치르느라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아들도 밤마다 떡실신해서 책 읽을 짬이 안났어요 ㅋ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뱃 속 꼬물이 포함) 두 아이에게 읽어주려고요 ㅎ

 

 

 

 

 

오늘의 주인공은 완두콩(green peas) 통조림 깡통으로 위장(!)된 거대한 지하 저택에 사는 개구리 그린피스랍니다 ㅎ 지상에서 봤을 때는 세상 좁아 보이는 집이지만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해 지하로 자꾸만 파내려갈 수 있는 이 집의 가능성은 실로 어마어마해요 ㅋ

병뚜껑을 비롯, 수도꼭지 같은 다양한 오브제들로 장식된 감각적인 거실을 지나면 앉거나 누웠을 때 또롱 또로롱 어여쁜 소리가 나는 신기한 소파가 있는 방이 나와요. 거실만 두 개? 럭셔리하우스네요 ㅋ

 

 

 

 

 

 

쿠션감이 별로일 것도 같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그린피스 맘에는 쏙~ 든대요 ㅋ

여러 나라의 언어들이 새겨진 종이로 꽉 찬 방에서는 뇌를 섹시하게 단련할 수 있어요. 그린피스는 날마다 조금씩 읽지만 점점 더 똑똑해집니다.

 

 

 

 

 

 

옷걸이 철봉을 활용하여 체력 단련도 소홀히 하지 않는 우리의 그린피스! 지덕체를 갖춘 훌륭한 모습이 저와 아드리의 심금을 울립니다 ㅋ

 

 

 

 

 

 

하루의 피곤은 타이어 욕조에서 날려버립니다. 잠은 조그맣지만 너무나 포근한 니트 장갑에서 자요.

이제는 우리 그린피스가 어디에서 살고 있는 건지 감이 오실까요?!? 맞습니다! 쓰레기 매립지에요!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땅 속 가득 묻힌 쓰레기들만 나오는 걸 본 아들이 거침 없이 내뱉은 말! "더러워!" 아들에게 제가 물었습니다. "그린피스가 여기서 사는 거야. 그린피스 표정이 슬퍼보여? 그린피스에게도 이 곳이 더러울까?" 아니라고 하네요. 제 눈에도 그린피스는 참 행복해보이고 부러울 정도로 만족스러운 얼굴이에요.

그린피스의 이름은 지구의 환경과 평화를 지켜내는데 열심인 Greenpeace도 떠오르게 하네요. 아마 작가도 그러라고 우리의 초록빛 개구리에게 이런 이름을 지어주었겠죠?!?

인간들은 필요 없다고 말하며 많은 물건을 버리고 땅 속에 파묻었지만 그린피스에겐 참 좋은 보금자리가 되었어요.

귀여운 그림책을 한 권 봤을 뿐인데 지구를 생각하게 되고 분리수거로 그냥 버릴 물건들도 다시 한 번 다른 쓰임으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게 되네요. 이런 그림책이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그림책 맞죠? 같이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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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실레스트 잉 지음, 이미영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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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페이지에서 겨우 5페이지 부족한 두꺼운 소설책, 이런 장편을 거침 없이 세상에 내놓는 작가들을 사랑한다. 독자들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다는 그들의 오만함이랄까, 자신감이랄까 특유의 그 무엇이 내게 없다는 것을 알고 소설가를 꿈꾸다 포기한 어린 시절의 나는 아직도 내 속에 시퍼렇게 살아있어 시기 가득한 열정으로 이런 무거운 책을 (임신 8개월이라 무거운 몸으로) 오늘도 열심히 짊어지고 다니며 읽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계획"이란 것이 철저하게 우선시되고  추앙 받는 지역사회 셰이커하이츠. 그 곳을 대표하는 듯한 변호사 리처드슨, 기자인 그의 아내 리처드슨 부인, 부족함 하나 없이 살아온 십대 아이 셋... 더하기 하나, 이 막내는 셰이커하이츠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다른 가족들과 달리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

이런 막내딸이 말썽을 부려도 리처드슨 부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순탄하고 평온하기 그지 없었는데 그런 그녀의 앞에 무계획, 불안정의 아이콘! 미혼모 미아와 그녀의 딸 펄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녀들의 자유분방함이 리처드슨가의 아이들을, 리처드슨 부부를 여러 모양으로 변화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일련의 사건들이 작은 불씨처럼 지펴지고 스스로가 옳다고 믿어왔던, 그래서 열심히 지켜왔던 일상이 마구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리처드슨 부인과 미아의 대립이 흥미롭다. 그들 인생의 여러 사건들의 짜임이 촘촘하고 인물 간의 갈등도 평범한 듯 보이지만 첨예하다.

 

 

 

 

 

 

작가가 인물들의 입을 빌어 하는 평범한 이야기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 특히 미아, 그래서 그녀의 한 마디가 미친 걸스카우트(리처드슨가의 막내 이지)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켜 행동하게 만들고, 그녀의 작은 행동이 엄마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렉시로 하여금 털어놓게 만들고, 무디와 트립은 그녀의 작품으로 위로받았을 듯. 하물며 철의 여인 같았던 리처드슨 부인까지도 스스로의 본심을 깨닫고 칼날 같은 울음을 토해내게 됐으니 쿠크다스 같은 나의 멘탈이, 나의 마음이 동하지 않았을리 만무하다.

하여 두꺼운 소설책은 훌륭하다, 라는 나의 지론은 이렇게 오늘도 건재하다. 그대들에게도 일독을 권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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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잡았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57
데이비드 위즈너 지음 / 시공주니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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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가. 체육대회에서 발야구 선수로 나가 수비를 맡았던 그 날, 정면으로 안길 듯 날아오는 공을 너무나 안정적으로 받아 쓰리 아웃 체인지를 이뤄냈던 너무나 멋진 나! 곧 애 둘의 엄마가 되는 만큼 제법 오래 살아온 인생인데 잊지 못할 몇 안되는 감격의 순간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다.

이렇듯 운동이란 영역에는 가슴 떨림을 동반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거시기... 특유의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글 한 줄 없이 이야기를 풀어내기로 유명한 데이비드 위즈너가 "야구"라는 테마를 골라 (5년만에!!!) 신작을 들고 나타났다! 그의 책을 향한 설레임, 마술사 같은 그의 특별함을 어찌 기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서 빨리, 같이 음미해보도록 하자!!!

(이럴수가! 이번 책에는 문장이 두 개나 나온다! 그래도 다른 책에 비해 너무 적은 양이고 그림으로만 말하는 책이니 나는 사진을 최대한 배제하고 글로만 설명해보겠다. 그대들의 상상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한 소년이 펜스 밖에서 곧 야구 경기를 펼칠 것 같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에게는 따가운 태양을 대적할 야구모자도 있고 손에 딱 맞는 글러브도 준비되어 있다.

소년은 용기를 내어 펜스 안으로, 아이들 곁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에게 (조금은 어렵게) 허락된 한 자리를 얻어냈다. 그는 그의 가능성을 증명해내야만 한다!!!

상대편 타자가 호기롭게 친 공이 그를 향해 날아온다. "내가 잡을게!" 큰 소리를 치며 공을 향해 손을 뻗어보지만 신발은 벗겨지고,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등 수많은 장애가 빨간 옷의 루키를 넘어뜨린다.

소년의 불안감 때문인지 걸음을 슬쩍 불편하게 만들 뿐이었던 나무뿌리는 어느새 키가 쑥쑥 자라 갖은 종류의 새가 깃들 정도가 되어 버리고 그런 소년의 형편을 알 턱이 없는 공은 자꾸만 날아온다. 공마저 지구만큼 커져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다.

계속되는 소년의 뜀박질!!! 경쟁자는 또 왜 이리 많은지! 다들 소년보다 월등한 신체 조건을 지닌 듯 보이고, 소년은 그들에 비해 너무나 작고 연약해 보인다! 하지만 포기라는 단어를 모르는 소년!

드디어!!!

 

 

 

 

 

소년이 이 한 방으로 무리의 어엿한 구성원이 되었음이 마지막 그림에서 기분 좋게 드러난다. 나는 가만히 앉아 책만 들여다봤을 뿐인데 왜 흐뭇한 마음이 드는 것인지? 다섯 살 꼬꼬마는 글이 많은 책보다 더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애미보다 야구를 잘 아는 아빠는 어떤 방식으로 그림을 읽어줄지 기대가 되는 책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그대들의 경험이, 그대들의 지식 또는 지혜가 <<내가 잡았어!>>를 더욱 반짝이는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게 할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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