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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마리즈 콩데 지음, 정혜용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2월
평점 :
종교 중심의 중세 암흑기를 지나 인간 중심의 부흥 운동이 르네상스 (Renaissance)라는 이름으로 한참 일어나고 있을 무렵, 한편에서는 종교의 이름 아래에 마녀로 몰려 만 단위가 넘는 많은 사람들을 죽여 버린 학살이 있었습니다. 이는 자본주의로의 이행 단계에서 경제적 이해관계 하에서 일어난 반 여성운동(실비아 페데리치 著 ‘캘리번과 마녀’)과 종교적 광기에 기반한 폭력성의 배출(제프리 버튼 러셀 著 ‘마녀의 문화사’)이 종교적, 사법적 권위와 결합(브라이언 P. 르박 著 ‘유럽의 마녀 사냥’)하여 일어난 반인륜적인 학살 행위입니다.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마리즈 콩데 著, 정혜용 譯, 은행나무, 원제 : Moi, Tituba sorcière... Noire de Salem)는 마녀 사냥의 피해자인 티투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마녀 사냥이 시작되었던 유럽에서는 마녀 사냥의 광기가 끝날 무렵인 1692년에 미국의 세일럼 빌리지라는 곳에서 일어난 ‘세일럼의 마녀재판’입니다. 마녀 재판의 피해자 세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바로 티투바입니다. 매사추세스 주 정부는 1957년 해당 사건에 대한 사과를 하고 당시 마녀로 몰린 사람들에 대해서는 복권을 하였지만 티투바의 행적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마리즈 콩데는 그 원인을 흑인이며 여성 노예였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티투바에 대한 가상의 일대기를 소설로 쓴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티투바의 어머니 아베나와 티투바의 불행한 삶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고통일 수 밖에 없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 역시 그것을 뒤엎는 더 커다란 불행으로 인해 역시 고통일 수 밖에 없는 삶.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놔버린 티투바의 양부 야오가 더 행복하게 느껴질 졍도였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물적 대상으로 삼았을 때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은 얼마나 피폐해질 수 있는지, 사람이 누려야할 당연한 행복을 조금이나마 누리기 위해서는 그 피폐함을 이겨내기 위한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지를 마리즈 콩데는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티투바의 삶이 가슴 아플 정도로 절절하지만 일독을 권할 정도로 압도적인 독서 경험이었음을 고백합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