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 메이지 이후의 일본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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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많습니다. 근대 이후 민주주의 제도를 받아들인 나라이지만 정권 교체가 거의 없고, 그로 인해 밀실 정치가 횡행하고 기존 정치인의 재선율이 매우 높으며 지역구 세습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입니다. 

또한 언론 역시 정치 권력을 견제하는 정도가 매우 약하고 국민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그로 인한 시민사회의 역량 쇠퇴로 정치 엘리트 주의가 만연하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우리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정치 시스템이 선진적이라 착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도호쿠 대지진과 이어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아베 내각의 실정과 부정부패, CoVID-19에서 보여준 일본 정부의 무능, 여전히 버리지 못한 국가주의의 행태 등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이제에 와서야 과연 일본이 정치 문화적 측면에서 선진적인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힌트를 줄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메이지 이후의 일본’이라는 부제를 가진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강상중 著, 노수경 譯, 사계절)”이 바로 그 책입니다. 저자인 강상중 (姜尙中) 박사는 재일교포 2세로 태어나 도쿄대학 (東京大學) 교수와 세이가쿠인대학 (聖学院大学) 총장을 역임한 바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비판적 정치학자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 (岸信介, 1896~1987)를 제국의 귀태 (鬼胎)라 지칭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유신(維新)을 ‘복고와 동시에 혁신이라는 이율배반적 통합’이라고 정의하며 일본은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을 통해 ‘전통을 취사선택하여 내셔널리즘을 만들어내’고 ‘부국강병에 매진’함으로써 ‘사회와 국민은 약해졌을지언정 국가는 강력해졌’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국민은 여전히 메이지 유신을 긍정하며 ‘자신의 근대적 뿌리’이자 ‘영광스런 출발’로 여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신으로 만들어지고 긍정하는 한 ‘약한 사회 위’에 군림하는 ‘국가주의’의 생리를 버리지 못할 것이며 이는 지속적으로 쇠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진단하고 있습니다. 


국가주의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유린되었으며 국민을 경외하지 않는 정치 엘리트 주의가 만연하여 국가를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일본은 전혀 영광스럽지 않고  이러한 국가주의를 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야만적인 유신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의문을 가졌던 이해할 수 없는 정치적 순종성, 국민을 염두에 두지 않는 정치-저자는 이를 국민을 버리는 기민(棄民)정책이라 칭합니다-의 근원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떠오른국가와버려진국민, #강상중, #노수경, #사계절, #메이지이후의일본, #메이지유신, #국가주의, #기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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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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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존 마스 著, 강동혁 譯, 다산책방, 원제 : The One )”은 최근 생명과학 기술의 발전에 맞추어 DNA 매치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운명의 상대를 찾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DNA 매치라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그 전에 사랑을 함께 가꾸던 부부가 헤어지기도 하고, 그로 인해 가정이 파탄나기도 합니다. 또한 이를 이용한 각종 범죄도 들끓게 되지요. 그리고 매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열등감을 느끼고, 매치가 아님에도 배우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랑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헤어질 것이라는 주변의 시선을 항상 신경쓰고 살아야 해서 개인 간의 관계에서 상당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중 DNA 매치는 생각보다 강력해서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고 90%에 달하는 사람들은 강렬한 느낌과 함께 곧바로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DNA 매치는 그 사람이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않으므로 (오직 DNA의 특정 유전 정보만이 중요하므로) 성별, 인종, 종교적 문제로 인한 차별은 소멸 직전에 와 있습니다. 지구상 거의 모든 사람들은 운명적으로 사랑하게 유전자가 매칭된 자신만의 한 사람, ‘더 원’을 찾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잠을 약간 포기하면서 하룻만에 다 읽을 정도로 몰입감과 재미가 훌륭한 작품으로 맨디, 크리스토퍼, 제이드, 닉, 엘리 등 5명이 DNA 매치로 겪는 이야기를 엮은 연작 소설입니다. 


맨디는 DNA 매치를 찾아 떠나버린 전 남편과 두 차례의 유산 경험을 가진 여성입니다. 혹시나 싶어 DNA 매치를 신청했는데 그의 페이스북만 보고도 사랑에 빠질 정도로 완벽한 연하의 남자가 맨디의 DNA 매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DNA 매치인데도 그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없습니다. 이상해서 알아보니 이미 죽은 남자. 맨디는 죽은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점점 그 사랑이 커져가 이제는 그 사랑을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영국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마가 되기를 꿈꾸는 크리스토퍼. 그의 살인에는 뚜렷한 목적이 있습니다. 30명의 여성을 죽이고 그 여성들의 이름이 영원히 범죄사에 남게 하는 것.

 그런데 DNA 매치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그녀를 희생자 후보로 올리기 위해 만납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그는 스스로 사랑을 할 수 없는 존재인 줄 알았지만 그녀와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더구나 그녀의 직업은 바로 경찰관. 더구나 크리스토퍼는 에이미와 사귀게 되면서 더 이상 살인이 즐겁지 않습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떠나기를 바랬던 고향을 대학 졸업하고 다시 돌아와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는 제이드. 그에게 유일한 낙은 저 멀리 호주에 살고 있는 자신의 매치인 케빈과 통화하는 것입니다. 직장 동료들의 부추김에 캐빈을 만나러 영국에서 호주로 떠나는데 케빈은 제이드를 만나기 거부합니다. 


자신의 여자친구와 곧 치룰 결혼식을 꿈꾸며 행복한 날들을 지내던 닉은 여자친구 샐리의 강권으로 DNA 매치 검사를 받습니다. 그런데 매치가 없는 샐리와는 다르게 닉의 매치는 주변에 살고 있는 남성. 동성애에 대한 편견은 없지만 평생동안 이성애자로 알고 있던 닉은 당황합니다. 그의 매치 알렉스를 만난 다음 엄청난 감정의 폭풍을 경험한 닉은 샐리를 떠나 알렉스와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갈까요? 아니면 지금까지 옆에서 시간을 함께 한 약혼녀 샐리와의 사랑을 지속할까요?


거대기업 CEO 엘리는 여성 기업인으로 지금까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DNA 매치인 팀을 만난 다음 그녀는 일상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행복은 계속될까요?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든 그러한 운명적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상대를 알 수 있게 된다면? 이러한 내용은 천계영 작가의 “좋아하면 울리는”이라는 웹툰을 통해서도 이미 경험해 봤 듯이 매우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더 원”을 읽기 전 소재만 보면 달달한 사랑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달콤하지 않습니다. “더 원”이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왜 스릴러 소설인지는 실제 작품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Ps. 이 소설의 설정 상 일란성 쌍생아의 “더 원”은 같은 사람이 되겠죠? 흥미로운 설정 놀음이긴 한데 이 소설에서는 그런 내용은 안나오네요.


Ps. 작 중 엘리를 보면서 사기로 밝혀진 테라노스 신화의 주역 엘리자베스 홈즈가 떠올랐는데, 작가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죠?



#더원, #장르소설, #존마스, #강동혁, #다산책방, #스릴러, #유전자매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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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였을 때
민카 켄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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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사건을 당한 이후 기억이 온전치 않은 브리엔은 친한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고 자신의 저택에서만 살고 있습니다. 그녀가 교류하는 사람은 오직 임차인으로 같이 살고 있는 친절하고 잘생긴 의사인 나이얼 뿐.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게 이상한 우편물 하나가 배달되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신분을 도용한 여자가 SNS 상에서 ‘브리엔’으로 행세하고 있고 자신의 친척이나 지인과도 교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녀와 같은 차, 같은 향수, 같은 헤어스타일… 심지어 그녀가 좋아하는 칵테일까지 흉내내고 있는 ‘브리엔’은 브리엔의 삶을 빼앗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브리엔은 자신의 신분을 도용하여 ‘브리엔’ 자신으로 살고 있는 그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그녀의 아파트에도 몰래 찾아가지만 마땅히 해결책이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나이얼에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친구들을 이미 모두 잃은 상황에서 나이얼까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면 유일한 친구인 나이얼까지 잃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이 사건을 해결하기로 결심하고 ‘브리엔’의 직장으로 쳐들어가지만 정작 ‘브리엔’을 만나지도 못하고 이를 나이얼에게 들킵니다. 

도대체 이 곳에 왜 나이얼이 나타났는지 어리둥절한 브리엔은 나이얼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됩니다.


바로 ‘브리엔’이 진짜 브리엔이고, 브리엔은 케이트라는 이름을 가진 나이얼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또한 케이트는 자신의 부하 직원이었던 ‘브리엔’에 집착하여 그녀 스스로가 브리엔이 되어버린 다중인격장애 환자라는 사실도 듣게 됩니다.


브리엔, 아니 케이트는 자신의 친구, 친척, 지인, 그리고 그토록 생생한 추억까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더 이상 스스로의 기억과 정체성을 믿을 수 없게 됩니다. 


“내가 너였을 때 (민카 켄트 著, 공보경 譯, 한스미디어, 원제 : When I Was You)”의 도입부에 대한 내용입니다. 민카 켄트 (Minka Kent)는 “훔쳐보는 여자 (나현진 譯, 한스미디어, 원제 : The Memory Watcher)”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스릴러 작가입니다.

 “내가 너였을 때’는 작가의 작품 중 우리나라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작품으로 2020년에 발표한 최신작입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브리엔과 나이얼 두 사람의 시점을 교차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두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섬세하여 몰입감이 좋고, 점차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잘 다루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작품입니다. 


책 소개를 처음 봤을 때 “재능있는 리플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著, 홍성영 譯, 그책, 원제 : The Talented Mr. Ripley)”나 “화차 (미야베 미유키 著, 이영미 譯, 문학동네, 원제 : 火車)” 등과 같이 다른 사람의 신분을 훔치는 범죄를 다룬 장르물에서의 방식과 유사한 플롯을 예상했으나 작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더군요. 심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시는 독자들은 시간을 내어 읽어봐도 좋은 작품으로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너였을 때, #민카켄트, #한스미디어, #공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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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들의 이상한 과학책
신규진 지음 / 생각의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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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이 좋은 대중과학서를 읽다 보면 단순한 과학적 사실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과학적 사실이 도출될 때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과학이 의심이나 회의의 학문이라는 특성 때문에 기인한 것입니다.

 즉, 절대 진리의 과학적 사실이란 없고 현재의 패러다임에서 합리적으로 수용할 만한, 혹은 합리적이라 믿을 만큼의 충분한 증거가 쌓인 과학적 사실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과정을 설명해야 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좀더 멀리 보기 위해 필요한 ‘거인의 어깨’에 오르는 과정인 것이지요.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과학 지식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문해하며 맥락을 이해하는 ‘과학 리터러시’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게 바로 과학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좋은 대중과학서는 시중에 많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특정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 설명하는 과학책도 있고 ‘렉처 사이언스’ 시리즈와 같이 특정 주제를 바탕으로 여러 과학 분야의 전문가가 해당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과학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분야의 주요 원리나 이론을 한 권에 모아서 설명해주는 좋은 대중과학서는 의외로 드뭅니다. 




이번에 출간된 “최고들의 이상한 과학책 (신규진 著, 생각의길)”은 ‘원리와 법칙, 공식과 이론을 꿰뚫은 결정적 과학 28가지’라는 부제 하에 현대 과학 이론의 주요 분야 (전자기학, 광학, 운동역학, 상대성이론, 핵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질학, 의학, 우주론 등)을 총 28가지 아티클로 정리한 책입니다. 저자는 현직 고교 과학 교사이면서 저술 활동도 열심히 하는 분으로 알려져 있으며 ‘올해의 과학 교사’를 수상한 바도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의 각 아티클은 현대 과학의 주요 이론과 원리에 영향을 준 ‘최고’ 과학자를 중심으로 과학 발전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그 중 몇 개의 아티클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소개드릴 분은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입니다. 패러데이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13살부터 서점에서 서점 점원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이 때 서점에서 제본하는 책의 내용을 섭렵하면서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우다 당대 최고의 과학자 중 하나인 험프리 데이비 (Sir Humphry Davy, 1778~1829)의 조수로 채용되어 연구소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패러데이는 두각을 나타내게 되는데 패러데이의 연구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어 별다른 학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장일치에 가까운 추천을 받아 왕립학회 회원이 됩니다. 

이때 패러데이는 모터나 발전기의 원리를 최초로 발견하여 ‘전자기력에 의한 회전’이라는 논문을 통해 발표하였고, 이후 전자기 유도 실험을 성공시킵니다. 이를 계기로 실제로 작동하는 인류 최초의 발전기까지 만들어냅니다.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실험은 이후 맥스웰 방정식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현대 과학에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이 가장 존경했던 선배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어떤 작위도, 어떤 지위도 사양하고 연구와 실험에만 몰두하다 1867년 세상을 뜨게 됩니다. 


고대 철학자 중에 한명인 에라토스테네스 (Ερατοσθένης, BC 276~BC 194)은 소수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은 ‘에라토스테네스의 체(Sieve of Eratosthenes)’를 개발했는데 그의 이름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막대기 하나로 지구의 크기를 측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위도가 다른 두 지점 (시에네, 알렉산드리아)에서 하짓날 정오에 막대기의 그림자 각도를 이용하여 지구의 크기를 측정했는데 지금보다 약 10% 정도 큰 값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했습니다. 이 때 가정으로 삼았던 것은 바로 지구가 구형이라는 것과 빛의 직진성이었습니다. 비이성적인 반지성주의가 득세하면서 지구평면설 같은 유사과학이 최근 그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3000년 전에 살았던 고대 그리스인이나 동아시아인들도 월식이나 달의 위상 변화 등에서 유추하여 지구는 구형이라는 생각을 일반적으로 했음을 볼 때 현대 과학에 의한 증거가 차고 넘치는 시점에서 지구 평면설을 믿고 있다는 것은 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외에도 흥미로운 아티클들이 책에 가득하니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최고들의이상한과학책, #신규진, #생각의길, #과학발전의역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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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랜드 - 사악한 돈, 야비한 돈, 은밀한 돈이 모이는 곳
올리버 벌로 지음, 박중서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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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 ICIJ)라는 NGO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탐사보도 관련 민간 단체인 공공청렴센터(Center for Public Integrity, CPI)의 산하 조직으로 전 세계 60여개국의 탐사 보도 관련 언론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비영리 탐사보도 전문 기관입니다. 


이 단체가 국제적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바로 파나마 최대의 로펌인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 & Co.)가 보유한 1,150만 건의 비밀문서인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를 2016년에 폭로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폭로한 문건에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사우디 아라비아 국왕, 아이슬란드 총리,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중국 국가 주석의 친척, 한국 전 대통령의 자녀 등 전 세계의 부유층과 권력자들이 어떻게 돈을 빼돌려 재산을 은닉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사건에서 모색 폰세카라는 회사가 재산을 빼돌려 은닉하고 싶어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바로 역외회사(域外會社, Offshore company) 설립 등의 역외 금융 서비스입니다. 

(이 문건에 이름이 오른 몇 명이 물러나는 것에 그치고 폭로의 파괴력에 비해 의외로 조용하게 잊혀졌으며 오히려 이 폭로를 주도했던 기자는 차량 폭파 테러로 사망하였습니다.)


그 1년 뒤 ICIJ는 버뮤다의 로펌 애플비(Appleby)가 보유한 1,340만 건의 비밀 문건인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를 폭로합니다. 이 문건에는 영국 여왕, 미 대통령의 측근, 일본 전 총리, 한국 대기업 총수를 비롯해 나이키, 애플 등의 역외 투자 및 탈세 정황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위 사건들을 보면서 부자와 권력자들이 돈을 해외로 빼돌렸구나 하고 생각이 들긴 하지만 역외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기사들을 따라 가다 보면 대충 감은 잡히지만 명확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이번에 출간된 “머니랜드 (올리버 벌로 著, 박중서 譯, 북트리거, 원제 : Moneyland: Why Thieves and Crooks Now Rule the World and How To Take It Back)”를 통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올리버 벌로 (Oliver Bullough, 1977~)은 영국 웨일즈 태생의 탐사 전문 기자입니다. 그는 신흥 부유층인 올리가르히(Олигархи, 러시아 등 구 소련 국가들의 경제 특권층)가 흘린 돈의 흔적을 따라 추적하면서 유령 회사, 신탁 등 역외 금융 서비스 혹은 국제 자산 보호 산업이라 명명된 조세 회피 사업을 파헤쳐 책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이 책은 출간 이후 ‘타임즈’, ‘이코노미스트’, ‘선데이타임스’ 등 유력 매체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고 스파이 소설의 대가인 존 르 카레 (John le Carré, 1931~)의 추천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전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 (Віктор Федорович Янукович, 1950~)는 단 4년 간 우크라이나를 통치하면서 수억 달러를 훔쳐 그 자신은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만 우크라이나는 파산하고 맙니다. 그는 자연보호구역을 자신의 별장으로 만들었는데 그 면적은 무려 300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서울의 면적이 605제곱킬로미터이니 서울의 절반 정도가 그의 별장이라 생각하면 그 규모를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의 재산을 파헤쳐 보니 온갖 익명의 소유주들이 튀어 나오고 법적으로는 손을 댈 수 없었으며 자산은 비록 우크라이나에 있었지만 법적으로는 따라갈 수 조차 없는 어딘가에 있는 셈이었습니다. 


저자는 돈은 국적 없이 자유롭게 국가를 넘나들며 빠르게 흐르는 반면 이를 규제해야 하는 법은 따라 움직일 수 없어 법규를 적용할 수 없는 역외 구조의 세계를 야비하고 사악한 돈이 은밀하게 모이는 나라, ‘머니 랜드’라 명명하고 이를 감시하고 무너뜨려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이 그 나라를 약탈하는 일이 얼마나 쉬운데 반해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이야기를 보면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환상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기초 위에 있는가를 깨닫게 합니다. 



#머니랜드, #올리버벌로, #북트리거, #박중서, #역외, #조세회피, #21세기해적질, #돈이모이는곳, #약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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