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스페이스쿠스 - 우주에서 부를 캐는
이성규 지음 / 플루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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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UAE에서 화성탐사선을 보낸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시점에서는 기상 악화로 인해 발사가 연기되기는 했지만 곧 5번째로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국가가 될 것 같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우리나라의 도움으로 인공위성체를 개발하던 나라였는데 어느 순간 우리를 앞질러버린 느낌이라 착잡하기도 합니다. 


우주, 우주 개발.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어 옵니다. 하지만 이를 낭만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페이스 X의 영업이익률이 25%에 달한다는 뉴스(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8857)는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이제 우주 관련 사업은 돈 먹는 하마에서 이미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주 개발에 대한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호모 스페이스쿠스 (이성규 著, 플루토)’입니다. 이 책에서는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 우주를 비즈니스로 보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살펴보고 세계 각국의 달 탐사와 관련한 역사부터 현재 상황에서 민간 기업들의 달 탐사 계획을 이야기 한 다음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언제까지 미국 등 우주 개발을 부러워만 하고 있어야 할까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만 해도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달이나 화성 탐사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면서 그에 따르는 엄청난 기술적 발전과 부가가치를 얻어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우주 개발이라고 하면 단순하게 우주 개발이라고 하면 우주에 로켓 쏘아올려 우주에서 자원 캐오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위성을 활용한 데이터를 IT와 융합하여 분석하고 가공하여 발생하는 부가가치도 있다고 합니다. 우주개발은 지금 수준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와 같습니다. 어느 누구도 갓 태어난 아기를 보고 쓸모를 논하지 않습니다. 우주개발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미국의 부자는 돈을 벌면 우주에 투자하지만 한국의 부자는 돈을 벌면 커피와 빵,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기업가라는 말에 ‘모험’이라는 의미가 왜 들어가 있는지, 지금 우리에게 남아 있는 모험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볼 기회가 되는 독서였습니다. 


"가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죠."


네, 지금부터 가보기 위해 준비해야죠.




#호모스페이스쿠스, #플루토, #우주개발, #이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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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 - 과학적 생각의 탄생, 경쟁, 충돌의 역사
리처드 드위트 지음, 김희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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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학서를 읽다 보면 가끔 이런 궁금증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맞는 게 없어 보이는 고대 과학자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는 왜 이리 많고 이제는 틀린 이론으로 판명이 난 천동설에 대한 설명은 왜 이리 장황한가?

사실 과학은 툭 튀어나온 랜드마크나 원더스가 아니라 오랜 과거부터 차근 차근 쌓아올린 돌탑과도 같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쌓아올린 돌탑을 무너뜨리고 다시 쌓아올려야 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옛 과학자들이 발견한 과학적 사실과 지식에서 옳은 것을 받아들이고 틀린 것을 버려가며 조금씩 쌓아 올린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중과학서를 읽을 때는 과학적 세계관을 조금씩 지금의 시계에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대 과학자의 이야기도, 천동설에 대한 설명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 (리처드 드위트 著, 김희주 譯, 세종서적, 원제 : Worldviews 3rd Edition)”은 과학사 및 과학철학 등 과학에 대한 과학을 다루는 과학학 (科學學, Science studies) 혹은 메타 과학 (Metascience) 입문서입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면 “당신의 세계관은 몇 세기입니까?”이라는 책 띠지의 질문이 도발적으로 느껴지지만 한발 물러서서 생각하면 나의 세계관이 몇 세기에 머무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을 같이 따라가면서 우리의 세계관을 21세기로 조정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기본적인 쟁점에 대해 알아보면서 세계관의 개념을 잡아가는 내용을 풀어주고 있습니다. 2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바라본 우주부터 뉴턴이 바라본 우주까지 세계관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3부는 2부까지의 발전을 바탕으로 상대성이론, 양자론, 진화론 등 현대 과학을 이루고 있는 주요 요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우리의 세계관을 21세기적으로 조정 (calibration)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계관이란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성긴 체와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수많은 사실들 중 자신의 세계관에 걸러진 사실만을 사람들은 받아들이니까요. 20세기 후반부터 수학적 방법론 및 IT 기술의 발달로 인해 아득히 발달해버린 과학은 이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인간의 인지 영역을 벗어나 버렸다고들 합니다. 인간의 뇌는 돌도끼를 들고 돌아다니던 시절에 비해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할 과학을 인간의 인지 영역 안에서 (진정으로) 이해하기란 더욱더 어려워 질 것 같습니다. 



최근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지구에서 관측한 태양과 화성의 움직임을 AI에게 가르쳤더니 ‘당연스럽게’ 지동설을 도출하였다고 합니다. (출처 : http://www.ai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14637) 아마도 AI에게는 세계관이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나 중국에서도 일반적이었던 지동설은 이후 세계관의 변화에 따라 관측 결과와 다르게 천동설이 대세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팩트는 그 자체로 진실(truth)이 되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즉 세계관에 의해 팩트에 대한 해석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세계관만이 팩트를 진실로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우리는 과학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고방식과 우리가 자연,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과학적, 철학적 인사이트와 리터러시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왜곡하고 바로잡아 왔는가에 대한 과학 철학의 역사와 세계관의 변화 과정을 통시적으로 고찰하는 본서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지식의한계세계관, #리처드드위트, #세종서적, #과학학, #메타사이언스, #김희주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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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오류들 - 고장 난 뇌가 인간 본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들
에릭 R.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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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캔델 (Eric Kandel, 1929~)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신경과학자이자 신경계 신호 전달 연구에 대한 업적으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신경계 신호 전달’은 바로 뉴론에서 일어나는 기억에 대한 생리학적 작용을 의미하며 에릭 캔델은 기억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홀로코스트를 겪을 뻔한 끔찍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점령한 직후 가까스로 그곳을 탈출하여 미국으로 이주하였기 때문입니다. 이후 그는 당시 가장 발전했던 곳 중의 하나가 가장 ‘악’으로 변하게 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탐구하고 싶어 했고 그 근본인 정신과 뇌를 연구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에릭 캔델의 개인적, 학문적 삶은 “기억을 찾아서 (에릭 캔델 著, 전대호 譯, 랜덤하우스코리아, 원제 : In Search of Memory)”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마음의 오류들 (에릭 캔델 著, 이한음 譯, 랜덤하우스코리아, 원제 : The Disordered Mind)”은 신경과학의 최고 권위자 중의 하나인 에릭 켄델이 마음의 문제로만 치부되었던 각종 정신병리학적 증상들을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에릭 켄델이 평생동안 천착했던 분야인 뇌가 인간의 마음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마음의 오류’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기억, 행동, 의식 등을 통찰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마음에 관한 생물학적 연구에 대해 뇌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뇌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치료법을 제공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휴머니즘에 대한 정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 위해 뇌의 기능이 어떻게 차이를 보이는지, 인간의 공통적인 특성과 개별적인 특성을 먼저, 그리고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책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 조현병, 치매, 파킨슨병과 헌팅턴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중독 등 다양한 뇌 기능 장애에 대해 유전학적, 신경과학적 원인과 원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또한 이를 통해 보다 심화된 뇌 기능이자 현대 과학의 수수께기인 의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확장합니다. 이 책을 통해 뇌의 기능 장애로 인한 마음의 오류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미래 전망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의식과 휴머니즘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의오류들, #교양과학, #정신질환, #에릭캔델, #문화충전200, #서평이벤트, #도서이벤트, #서평단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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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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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장르 자체가 구미권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그 근간이 되는 과학 기술 역시 현대에 들어와서는 구미 중심으로 발전하다보니 SF의 중심은 영미를 중심으로 한 구미권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미권을 제외한 다른 문화권에서도 훌륭한 SF 작가들이 많았지만 훌륭한 작가들이 있었지만 주류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백인 남성 중심 SF의 견고한 흐름에 균열을 내는 한 작가가 등장합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온갖 상을 다 휩쓸어버린 천재 테드 창(姜峯楠, Ted Chiang)이 바로 그 작가입니다. 하지만 그는 지독한 과작(寡作)으로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팬들을 절망시킵니다. 30년 동안 불과 17편의 중, 단편만을 발표하였으니 말이지요.


이후 중국계 미국인 켄 리우 (刘宇昆, Ken Liu)가 등장하면서 구미권 중심의 SF 장르 주류에 동아시아적인 가치라는 새로운 흐름을 뚜렷하게 나타내게 됩니다. 그는 2011년 ‘종이 동물원 (The Paper Menagerie)’이라는 작품으로 메이저 3관왕(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이라는 전무한 기록을 남깁니다. 테드 창과 함께 같은 동아시아계 작가로 묶이긴 하지만 작품에서 동아시아적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테드 창과는 다르게 켄 리우의 작품에서는 동아시아적 정체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과작의 테드 창과는 다르게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장편 시리즈인 민들레 왕조 (The Dandelion Dynasty) 2부 “폭풍의 벽(The Wall of Storms)”을 기다리던 중 난데 없는 낭보에 환호를 질렀습니다. 그의 단편집이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출간된다는 것입니다.


네.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著, 장성주 譯, 황금가지)”가 바로 그 책입니다. 이 책은 원서가 없습니다. 바로 “종이 동물원”을 통해 우리나라에 켄 리우를 소개하였던 장성주 번역가가 켄 리우와의 협업을 통해 작품을 고르고 번역하여 엮은 해외 어디에서도 출판된 적이 없는 한국 오리지널 단편선이거든요. (참고로 장성주 번역가는 재미없는 작품은 번역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가진 번역가로 바로 “종이 동물원”을 통해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의 느낌은 ‘참 아름답다’였습니다. 책 표지를 장식한 요시마사 츠치야 (土屋仁応, 1977~)의 나무 조각상부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 냅니다. 

퇴근하고 늦은 밤 읽기 시작했고 바로 새벽까지 다 읽어버렸습니다. 보통 작품집이라 하면 한 두 작품은 취향에 맞지 않거나 재미가 떨어지는 작품이 있는 법이지만 이 책은 (번역가의 지론처럼) 단 한 작품도 빠지는 작품이 없습니다. 




Memento Mori. 그렇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생에 그 끝이 있음을 압니다. 누구나 원의 영원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지만 시작과 끝이 분명한 호(弧)와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녀는 죽은 자의 몸을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호의 끝을 붙잡고 살아가지요. 그녀에게 한 남자가 다가옵니다. 그 남자는 호의 끝을 시작과 이어 영원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만들지요. 그녀는 그 남자와 함께 영원히 젊음을 누리며 살아가는 원(圓)으로 살아가려 하지만 결국 다시 호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첫 수록작인 ‘호(弧, Arc)’의 내용이었습니다.




 ‘심신오행 (心神五行, The Five Elements of the Heart Mind)’는 최근의 연구 결과 중 하나인 공생 진화한 장내 미생물이 인간의 행동과 성격에 미치는 연구를 바탕으로 전통 의학과 결합한 스페이스 & 이세계 SF로 읽는 내내 뭐라 말할 수 없는 유쾌함을 선사해줍니다. (켄 리우의 작품이 유독 저에게 잘 읽히는 것은 테드 창 + 곽재식 스러움이 물씬 풍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중 가장 곽재식 스러운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단백질 접힘 (Protein folding)의 알고리즘은 분자생물학의 최고 난제 중의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결승문자 (매듭문자, 結繩文字) 전통과 결합하여 이야기를 풀어낸 ‘매듭 묶기 (Tying Knots)”는 켄 리우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에 새삼 감탄하면서 짜릿한 쾌감을 맛보는 작품입니다. 




마지막 수록작인 ‘모든 맛을 한 그릇에 (All the Flavors)’는 영문판 종이동물원에 실려 있었지만 한국판에서는 빠져 아쉬움을 샀던 바로 그 작품입니다. 홀로 실크펑크(Silkpunk)라는 장르를 만들어내고 장르 내부에서 그것을 납득시킨 켄 리우의 실크 펑크로서의 첫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바로 그 작품으로 삼국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동아시아 독자로서는 삼국지를 모르는 북미 독자들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면서 미국인이지만 ‘중국계’라는 이방인성을 가지고 있는 동양계 작가로서의 비애도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10여년 전에 비해 SF 소설 판매량이 5.5배 증가했다는 소식도 전해질 만큼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716/101990984/1) 최근 우리나라 출판계는 SF 문학 장르가 전성기라고 하는데 그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해외 유명 작가의 오리지날 작품집이 출간되는 좋은 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 SF 팬으로서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SF를 공상에 방점을 둔 공상과학소설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켄 리우도 머리말에서 이야기하듯 SF는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현재의 이야기를 단지 다른 도구를 활용하여 바라보는 관점을 다르게 할 뿐입니다. SF에서 주로 활용하는 방법이 바로 외삽(外揷, Extrapolation)인데 원래 외삽은 ‘실험이나 관측에서 도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영역 밖의 값을 추정하는 과학적 예측 기법 혹은 방법론’을 의미하지만 SF에서는 ‘현재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지 않고 현재의 과학 기술이나 체제, 사상, 역사를 보다 발전시키거나 아니면 방향성을 틀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법론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이야기라면 차마 하지 못하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라도 논리나 체제를 극단으로 끌어올리는 SF라면 이야기를 충분히 전개할 수 있을 정도의 상전이를 이끌어내어 관점의 새로움을 제시’하기 때문에 지금 현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종이 동물원 (The Paper Menagerie)’에서 종이로 만든 호랑이가 살아 움직인다고 해서 허황되다생각하고 감동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요? ‘즐거운 사냥을 하길(Good Hunting)’에서 구미호가 나온다고 해서 말도 안되다 생각하고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른 전통의 쇠퇴와 열강의 침탈에 대한 비감을 느끼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미래 과학 기술의 휘황찬란한 향연도, 미래 기술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켜 러다이트 운동을 일으키자는 것도 아닌 단지 켄 리우가 전해주는 이야기 중심에는 사람과 그 사람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을 뿐입니다.  




앞서 소개한 작품 이외에도 너무나도 훌륭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 책을 들어 켄 리우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 빠져들어 봅시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아쉬어 하지 맙시다. “은낭전(The Hidden Girl and other stories)”과 두번째 오리지날 단편선 “신들은 죽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민들레 왕조 (The Dandelion Dynasty) 2부 “폭풍의 벽(The Wall of Storms)”까지 켄 리우의 작품은 계속 출간될 것 같으니 말이지요.







#한국오리지날단편선,#켄리우,#몽실북클럽,#황금가지,#장성주,#몽실서평단,#어딘가상상도못할곳에수많은순록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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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력 코드 - 인공 지능은 왜 바흐의 음악을 듣는가?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박유진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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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은 창조력(Creativity)을 가질 수 있는가?’ 무거우면서도 매우 큰 질문입니다. 하지만 꼭 짚어봐야 할 질문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에도 진행 중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인공 지능에 의한 직업 대체가 가속화될 것인데 만약 인공 지능이 창조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하면 인공 지능에 의해 대체되는 직업군에 창조력이 필요한 직업도 포함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의력으로 번역하기도 하는 창조력은 새로움과 가치를 가져야 합니다. 새롭기만 해서는 안되고 가치를 가져야 하는데 그러한 가치의 창출은 최초의 프로그래머로 알려진 에이다 러브레이스부터 최근까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치부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만의 영역으로 생각하던 많은 영역들이 AI에 의해 잠식 당하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인류사의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알파고 대 이세돌 대국’으로 잘 알려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인공 지능이 과연 창조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느 정도 힌트를 줄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자칫 흔하디 흔한 자기 계발서로 오해 받기 쉬운 제목을 가진 “창조력 코드 (마커스 드 사토이 著, 박유진 譯, 북라이프, 원제 : The Creativity Code: How AI Is Learning to Write, Paint and Think)”입니다. 저자인 마커스 드 사토이(Marcus du Sautoy, 1965~)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학교수로 재직 중인 분으로 그의 저작 중 상당수가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최근에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마커스 드 사토이 著, 박병철 譯, 반니, 원제 : What We Cannot Know: Explorations at the Edge of Knowledge)”를 통해 한국 독자와 만난 바 있습니다.

저자는 수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으로도 유명하지만 바로 리처드 도킨스의 후임으로 시모니 석좌교수 (Simonyi Professorship)에 재직하면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후임이 된 것에 대한 그의 부담감은 전작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에 보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저자는 “창조력 코드”를 통해 창조력은 인간이 수백만년의 진화를 거쳐 발달해온 인간 코드라고정의하면서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계가 창조적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다음 창조력에 대한 정의를 시도합니다. 저자는 인지과학자 마거릿 보든(Margaret A. Boden, 1936~)을 인용하여 창조력을 ‘탐구적 창조력’, ‘접목적 창조력’, ‘변혁적 창조력’ 등 세가지 관점에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는 이러한 창조력이 알고리즘적이거나 혹은 규칙적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며 이를 음악, 미술, 문학을 향한 인공지능의 창조력에 대해 접근을 수학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비록 인공지능의 현재 수준 혹은 근미래에 도달할 결과물에 대해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이 창조력를 판단할 수 없을지 언정 인공지능이 진정한 창조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아 (self)에 대한 의식이 필요할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으며 아마도 우리는 그러한 인공지능을 만들어낸 다면 서로 간의 공감과 이해가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마커스드사토이, #창조력코드, #박유진, #북라이프, #인공지능, #기술적특이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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