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오류들 - 고장 난 뇌가 인간 본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들
에릭 R.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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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캔델 (Eric Kandel, 1929~)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신경과학자이자 신경계 신호 전달 연구에 대한 업적으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신경계 신호 전달’은 바로 뉴론에서 일어나는 기억에 대한 생리학적 작용을 의미하며 에릭 캔델은 기억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홀로코스트를 겪을 뻔한 끔찍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점령한 직후 가까스로 그곳을 탈출하여 미국으로 이주하였기 때문입니다. 이후 그는 당시 가장 발전했던 곳 중의 하나가 가장 ‘악’으로 변하게 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탐구하고 싶어 했고 그 근본인 정신과 뇌를 연구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에릭 캔델의 개인적, 학문적 삶은 “기억을 찾아서 (에릭 캔델 著, 전대호 譯, 랜덤하우스코리아, 원제 : In Search of Memory)”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마음의 오류들 (에릭 캔델 著, 이한음 譯, 랜덤하우스코리아, 원제 : The Disordered Mind)”은 신경과학의 최고 권위자 중의 하나인 에릭 켄델이 마음의 문제로만 치부되었던 각종 정신병리학적 증상들을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에릭 켄델이 평생동안 천착했던 분야인 뇌가 인간의 마음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마음의 오류’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기억, 행동, 의식 등을 통찰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마음에 관한 생물학적 연구에 대해 뇌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뇌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치료법을 제공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휴머니즘에 대한 정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 위해 뇌의 기능이 어떻게 차이를 보이는지, 인간의 공통적인 특성과 개별적인 특성을 먼저, 그리고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책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 조현병, 치매, 파킨슨병과 헌팅턴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중독 등 다양한 뇌 기능 장애에 대해 유전학적, 신경과학적 원인과 원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또한 이를 통해 보다 심화된 뇌 기능이자 현대 과학의 수수께기인 의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확장합니다. 이 책을 통해 뇌의 기능 장애로 인한 마음의 오류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미래 전망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의식과 휴머니즘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의오류들, #교양과학, #정신질환, #에릭캔델, #문화충전200, #서평이벤트, #도서이벤트, #서평단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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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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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장르 자체가 구미권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그 근간이 되는 과학 기술 역시 현대에 들어와서는 구미 중심으로 발전하다보니 SF의 중심은 영미를 중심으로 한 구미권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미권을 제외한 다른 문화권에서도 훌륭한 SF 작가들이 많았지만 훌륭한 작가들이 있었지만 주류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백인 남성 중심 SF의 견고한 흐름에 균열을 내는 한 작가가 등장합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온갖 상을 다 휩쓸어버린 천재 테드 창(姜峯楠, Ted Chiang)이 바로 그 작가입니다. 하지만 그는 지독한 과작(寡作)으로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팬들을 절망시킵니다. 30년 동안 불과 17편의 중, 단편만을 발표하였으니 말이지요.


이후 중국계 미국인 켄 리우 (刘宇昆, Ken Liu)가 등장하면서 구미권 중심의 SF 장르 주류에 동아시아적인 가치라는 새로운 흐름을 뚜렷하게 나타내게 됩니다. 그는 2011년 ‘종이 동물원 (The Paper Menagerie)’이라는 작품으로 메이저 3관왕(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이라는 전무한 기록을 남깁니다. 테드 창과 함께 같은 동아시아계 작가로 묶이긴 하지만 작품에서 동아시아적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테드 창과는 다르게 켄 리우의 작품에서는 동아시아적 정체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과작의 테드 창과는 다르게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장편 시리즈인 민들레 왕조 (The Dandelion Dynasty) 2부 “폭풍의 벽(The Wall of Storms)”을 기다리던 중 난데 없는 낭보에 환호를 질렀습니다. 그의 단편집이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출간된다는 것입니다.


네.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著, 장성주 譯, 황금가지)”가 바로 그 책입니다. 이 책은 원서가 없습니다. 바로 “종이 동물원”을 통해 우리나라에 켄 리우를 소개하였던 장성주 번역가가 켄 리우와의 협업을 통해 작품을 고르고 번역하여 엮은 해외 어디에서도 출판된 적이 없는 한국 오리지널 단편선이거든요. (참고로 장성주 번역가는 재미없는 작품은 번역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가진 번역가로 바로 “종이 동물원”을 통해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의 느낌은 ‘참 아름답다’였습니다. 책 표지를 장식한 요시마사 츠치야 (土屋仁応, 1977~)의 나무 조각상부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 냅니다. 

퇴근하고 늦은 밤 읽기 시작했고 바로 새벽까지 다 읽어버렸습니다. 보통 작품집이라 하면 한 두 작품은 취향에 맞지 않거나 재미가 떨어지는 작품이 있는 법이지만 이 책은 (번역가의 지론처럼) 단 한 작품도 빠지는 작품이 없습니다. 




Memento Mori. 그렇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생에 그 끝이 있음을 압니다. 누구나 원의 영원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지만 시작과 끝이 분명한 호(弧)와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녀는 죽은 자의 몸을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호의 끝을 붙잡고 살아가지요. 그녀에게 한 남자가 다가옵니다. 그 남자는 호의 끝을 시작과 이어 영원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만들지요. 그녀는 그 남자와 함께 영원히 젊음을 누리며 살아가는 원(圓)으로 살아가려 하지만 결국 다시 호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첫 수록작인 ‘호(弧, Arc)’의 내용이었습니다.




 ‘심신오행 (心神五行, The Five Elements of the Heart Mind)’는 최근의 연구 결과 중 하나인 공생 진화한 장내 미생물이 인간의 행동과 성격에 미치는 연구를 바탕으로 전통 의학과 결합한 스페이스 & 이세계 SF로 읽는 내내 뭐라 말할 수 없는 유쾌함을 선사해줍니다. (켄 리우의 작품이 유독 저에게 잘 읽히는 것은 테드 창 + 곽재식 스러움이 물씬 풍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중 가장 곽재식 스러운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단백질 접힘 (Protein folding)의 알고리즘은 분자생물학의 최고 난제 중의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결승문자 (매듭문자, 結繩文字) 전통과 결합하여 이야기를 풀어낸 ‘매듭 묶기 (Tying Knots)”는 켄 리우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에 새삼 감탄하면서 짜릿한 쾌감을 맛보는 작품입니다. 




마지막 수록작인 ‘모든 맛을 한 그릇에 (All the Flavors)’는 영문판 종이동물원에 실려 있었지만 한국판에서는 빠져 아쉬움을 샀던 바로 그 작품입니다. 홀로 실크펑크(Silkpunk)라는 장르를 만들어내고 장르 내부에서 그것을 납득시킨 켄 리우의 실크 펑크로서의 첫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바로 그 작품으로 삼국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동아시아 독자로서는 삼국지를 모르는 북미 독자들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면서 미국인이지만 ‘중국계’라는 이방인성을 가지고 있는 동양계 작가로서의 비애도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10여년 전에 비해 SF 소설 판매량이 5.5배 증가했다는 소식도 전해질 만큼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716/101990984/1) 최근 우리나라 출판계는 SF 문학 장르가 전성기라고 하는데 그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해외 유명 작가의 오리지날 작품집이 출간되는 좋은 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 SF 팬으로서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SF를 공상에 방점을 둔 공상과학소설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켄 리우도 머리말에서 이야기하듯 SF는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현재의 이야기를 단지 다른 도구를 활용하여 바라보는 관점을 다르게 할 뿐입니다. SF에서 주로 활용하는 방법이 바로 외삽(外揷, Extrapolation)인데 원래 외삽은 ‘실험이나 관측에서 도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영역 밖의 값을 추정하는 과학적 예측 기법 혹은 방법론’을 의미하지만 SF에서는 ‘현재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지 않고 현재의 과학 기술이나 체제, 사상, 역사를 보다 발전시키거나 아니면 방향성을 틀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법론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이야기라면 차마 하지 못하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라도 논리나 체제를 극단으로 끌어올리는 SF라면 이야기를 충분히 전개할 수 있을 정도의 상전이를 이끌어내어 관점의 새로움을 제시’하기 때문에 지금 현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종이 동물원 (The Paper Menagerie)’에서 종이로 만든 호랑이가 살아 움직인다고 해서 허황되다생각하고 감동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요? ‘즐거운 사냥을 하길(Good Hunting)’에서 구미호가 나온다고 해서 말도 안되다 생각하고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른 전통의 쇠퇴와 열강의 침탈에 대한 비감을 느끼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미래 과학 기술의 휘황찬란한 향연도, 미래 기술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켜 러다이트 운동을 일으키자는 것도 아닌 단지 켄 리우가 전해주는 이야기 중심에는 사람과 그 사람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을 뿐입니다.  




앞서 소개한 작품 이외에도 너무나도 훌륭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 책을 들어 켄 리우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 빠져들어 봅시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아쉬어 하지 맙시다. “은낭전(The Hidden Girl and other stories)”과 두번째 오리지날 단편선 “신들은 죽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민들레 왕조 (The Dandelion Dynasty) 2부 “폭풍의 벽(The Wall of Storms)”까지 켄 리우의 작품은 계속 출간될 것 같으니 말이지요.







#한국오리지날단편선,#켄리우,#몽실북클럽,#황금가지,#장성주,#몽실서평단,#어딘가상상도못할곳에수많은순록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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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력 코드 - 인공 지능은 왜 바흐의 음악을 듣는가?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박유진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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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은 창조력(Creativity)을 가질 수 있는가?’ 무거우면서도 매우 큰 질문입니다. 하지만 꼭 짚어봐야 할 질문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에도 진행 중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인공 지능에 의한 직업 대체가 가속화될 것인데 만약 인공 지능이 창조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하면 인공 지능에 의해 대체되는 직업군에 창조력이 필요한 직업도 포함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의력으로 번역하기도 하는 창조력은 새로움과 가치를 가져야 합니다. 새롭기만 해서는 안되고 가치를 가져야 하는데 그러한 가치의 창출은 최초의 프로그래머로 알려진 에이다 러브레이스부터 최근까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치부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만의 영역으로 생각하던 많은 영역들이 AI에 의해 잠식 당하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인류사의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알파고 대 이세돌 대국’으로 잘 알려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인공 지능이 과연 창조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느 정도 힌트를 줄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자칫 흔하디 흔한 자기 계발서로 오해 받기 쉬운 제목을 가진 “창조력 코드 (마커스 드 사토이 著, 박유진 譯, 북라이프, 원제 : The Creativity Code: How AI Is Learning to Write, Paint and Think)”입니다. 저자인 마커스 드 사토이(Marcus du Sautoy, 1965~)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학교수로 재직 중인 분으로 그의 저작 중 상당수가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최근에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마커스 드 사토이 著, 박병철 譯, 반니, 원제 : What We Cannot Know: Explorations at the Edge of Knowledge)”를 통해 한국 독자와 만난 바 있습니다.

저자는 수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으로도 유명하지만 바로 리처드 도킨스의 후임으로 시모니 석좌교수 (Simonyi Professorship)에 재직하면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후임이 된 것에 대한 그의 부담감은 전작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에 보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저자는 “창조력 코드”를 통해 창조력은 인간이 수백만년의 진화를 거쳐 발달해온 인간 코드라고정의하면서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계가 창조적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다음 창조력에 대한 정의를 시도합니다. 저자는 인지과학자 마거릿 보든(Margaret A. Boden, 1936~)을 인용하여 창조력을 ‘탐구적 창조력’, ‘접목적 창조력’, ‘변혁적 창조력’ 등 세가지 관점에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는 이러한 창조력이 알고리즘적이거나 혹은 규칙적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며 이를 음악, 미술, 문학을 향한 인공지능의 창조력에 대해 접근을 수학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비록 인공지능의 현재 수준 혹은 근미래에 도달할 결과물에 대해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이 창조력를 판단할 수 없을지 언정 인공지능이 진정한 창조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아 (self)에 대한 의식이 필요할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으며 아마도 우리는 그러한 인공지능을 만들어낸 다면 서로 간의 공감과 이해가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마커스드사토이, #창조력코드, #박유진, #북라이프, #인공지능, #기술적특이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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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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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만은, 자신의 가족만은 특별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가 된다. 아직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았을 뿐.

여느 날처럼 퇴근 중인 게이브, 교통 체증 때문에 귀가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사이가 좋지 않은 아내에게 늦겠다고 연락을 하려 하지만 자동 응답기로 넘어갈 뿐. 뒷 유리에 스티커로 도배한 앞차에서 언뜻 여자아이를 봤는데 ‘아빠’라며 입 모양으로 벙긋합니다.. 틀림없이 자신의 딸, 이지입니다. 앞차를 추적하지만 놓치고 맙니다. 휴게소에 들려 집에 전화하지만 경찰이 전화를 받습니다. 경찰은 게이브의 아내와 딸이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3년 여의 시간이 흐르지만 게이브는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딸을 목격했다고 생각한 바로 그 도로의 휴게소를 전전하며 딸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아무도 그를 믿지 않지만…


바로 스릴러 소설 “디 아더 피플 (C.J. 튜더 著, 이은선 譯, 다산책방)”의 인트로 부분의 내용입니다.

C.J. 튜더는 다크 웹에서만 접속 가능한 범죄 커뮤니티 ‘디 아더 피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종횡으로 구조화하여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게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아내와 딸이 살해당했지만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로와 휴게소에서 딸을 찾으며 살아가는 게이브. 무언가에 쫒기며 도피생활을 수 년째 계속하는 프랜과 그녀의 딸 앨리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지만 바람나 도망가버린 남편 때문에 휴게소에서 웨이트리스 생활로 살아가는 싱글맘 케이트. 항상 누워만 있는 정체 모를 소녀.  그리고 게이브에게 도움을 주지만 그 의중을 모르는 의심스러운 남자, 사마리아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스릴러 특유의 서늘함을 넘어선 호러물과 비슷한 느낌의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데, 유령이나 괴물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아닌 웹 깊은 곳에 숨어 있지만 직접 맞딱뜨릴 수도 있고, 겪을 수도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인 공포입니다. 

또한 게이브를 비롯해 범죄 피해를 당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중반부까지 각자의 이야기와 사연을 들려주지만 종반부에 들어 그 이야기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수렴하면서 드디어 작품의 클라이막스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모든 의문이 풀려가는 시점에서 장르 소설 특유의 짜릿한 쾌감을 우리에게 던져 줍니다.


무더운 여름, 서늘하면서도 짜릿한 느낌을 얻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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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매혹적인 숫자 이야기
리여우화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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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 미국이나 영국 혹은 일본 중심에서 벗어나 중국 작가의 대중과학서적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중국의 과학굴기(科學堀起)의 영향으로 중국 내에서 대중과학서적들이 많이 출간되고 그만큼 좋은 작가군이 많이 출현했기 때문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전문연구자(2019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를 중국은 636명 보유함으로서 미국에 이어 2위로 부상하였습니다. 출처 :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1120500106.)에 의한 연구성과도 중요하지만 대중과학서에 의한 일반 대중의 과학에 대한 관심 및 흥미를 끌어올리는 것 역시 과학 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현대 정부의 정책은 과거와는 다르게 시민의 합의 혹은 용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명분과 합리성이 중요하지요. 이것을 문민 통제 혹은 시민 통제 (Civilian control) 라고 합니다. 과학 정책 및 예산 집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자들이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산이 필요한데 이걸 결정하는 것은 시민의 영향을 받는 정치인, 행정가들입니다. 특히 현대 과학은 이미 거대과학이 되어버려 과거처럼 한 사람의 천재에 의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없고, 그에 따라 연구에는 반드시라 해도 좋을 만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의 과학적 지식 혹은 과학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현대 과학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강입자충돌기 (LHC)나 거대 전파망원경을 만든다고 할 때, 혹은 달 탐사선을 띄운다고 할 때, 이게 무슨 ‘필요’가 있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중과학서 등을 통해 과학에 대한 공감대가 시민사회에 형성되어 있다면 굳이 그런 질문을 하지 않더라도 ‘쓸모 없음의 쓸모’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에 대한 예산을 보다 수월하게 집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좋은 대중 과학서 출간은 중국의 지속적인 과학 발전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리여우화 著, 야오화 畵, 김지혜 譯, 강미경 監, 미디어숲, 원제 : 老師沒敎的數學)”는 그러한 중국의 대중과학서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수학책이라기 보다는 수학에 대해 보다 쉬운 접근을 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러 수학 이론에 대해 흥미로운 아티클 위주로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또한 각 수학 이론의 난도에 따라 레벨을 5단계로 구분하여 장을 구성하고 있는데 모든 장과 파트를 굳이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본인이 흥미로운 부분만 발췌독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장을 일독하는 것을 권합니다.)


책에 나온 내용 중 몇가지 흥미로운 아티클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인류는 수학이라는 도구를 고도로 발전시켜 왔음에도 불구하고 삼체 문제(Tree Body Problem)는 많은 수학자들을 좌절시켰습니다. 삼체 문제란 세 물체 간의 중력의 작용과 그 결과로 인한 궤도 움직임을 다루는 문제로 일반해가 없는 것으로 증명되었으며 카오스 이론에 영향을 준 수학 이론입니다. (참고로 삼체에 있어 일반해를 구할 수 없다는 문제는 바로 류츠신(劉慈欣, 1963~)의 ‘삼체’라는 걸작 SF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미적분학을 발명한 뉴턴 (Sir Isaac Newton, 1643~1727) 역시 삼체 문제를 풀지 못했으며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가 단지 3개의 특수해를 찾아냈을 뿐으로 이게 그 유명한 라그랑주 점입니다. (오일러가 발견했는데 왜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 1736~1813)의 이름이 붙었는지는 책에서 확인바랍니다. ^^) 이후 푸앙카레(Jules-Henri Poincaré, 1854~1912)가 삼체의 일반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면서 삼체는 혼돈 상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였고 이것은 바로 카오스 이론의 탄생을 이끌게 되지요. 푸앙카레의 증명 이후 수학자들은 삼체의 일반해가 아닌 특수해를 구하는 것으로 목표가 바뀌게 됩니다. 이러한 수학자들의 노력은 점차 삼체의 특수해 숫자를 늘려나가 지금에 와서는 약 600여개 정도의 특수해를 발견했다고 하니 단지 3개의 물체의 움직임만 해도 수학적으로 정말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수학에서 어려운 개념 중 하나는 바로 ‘무한’입니다. 무한대를 설명할 때 예를 많이 드는 것이 바로 힐베르트의 무한 호텔 역설(Hilbert's Paradox of the Grand Hotel)입니다. 무한대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고 있죠. 그리고 무한소는 바로 수학 위기라고 불리오는 사태를 야기하였습니다. 미적분을 발명한 사람 중 하나인 라이프니츠 (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1646~1716)는 미분에 무한소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미분이 가지는 오류를 해결하고자 하였는데 이는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무한소는 0과 매우 닮았지만 0이 아니라는 정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미분은 훌륭한 도구였지만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수학자들이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코시(Augustin Louis Cauchy, 1789~1857)가 현대미적분을 창시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노이만(John von Neumann, 1903~1957)은 심지어 ‘미적분의 엄밀성은 코시가 새로 정립하였다’라고 까지 이야기할 정도이니 200여년 가까이 수학이라는 학문은 엄밀성에 있어 지속적으로 위기에 노출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수학 이론이나 사건들이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지레 겁먹고 멀리할 정도는 아니고 흥미로운 아티클들이 많고 상당한 지적 도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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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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