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동의하듯이 수학은 어렵습니다. 자연과 우주가 이야기하는 언어를 인간이 추상화한 학문을 수학이라고 한다면 그 언어는 인간이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뇌는 그렇게 진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자연과 우주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하니 당연하게도 어려울 것입니다. 자연과 우주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인간의 언어’를 동원하여 설명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는 자연과 우주를 설명하는데 적합한 언어는 아닙니다. 그렇기에 ‘수’ 혹은 ‘수학’은 자연과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모두가 수학을 잘 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과거부터 수학이라는 분야는 전문가의 영역이었습니다. 전문가가 필요한 수학에서의 영역은 학문으로써 수학이 발전하면서 점차 확장되어 왔지만 일반인들 역시 수학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한 예로 지금은 초등학생이라면 대부분이 쉽게 계산할 수 있는 사칙연산도 예전에는 수학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현대인이라면 확률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확률 이론이 처음 제기된 17세기에는 전문 수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였습니다. 앞으로 100년 후, 200년 후의 후손들은 우리보다 수학을 훨씬 잘 이해할 지 모릅니다.  


김민형 교수 (1963~,전 옥스퍼드대 교수, 현 워릭대 수학대중화 석좌교수)는 지난 2018년 “수학이 필요한 순간 (인플루엔셜)”을 통해 우리에게 수학적 사고방식이라는 수단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되는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著, 인플루엔셜)”을 통해 김민형 교수는 ‘질문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라는 주제로 8강에 걸쳐 또다시 수학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고 있습니다.


먼저 연령도 직업도 다양한 수포자들의 ‘수학’에 대한 대화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마 전작의 세미나 과정에 참여하였던 분들과의 대화를 책으로 엮은 내용인 것 같은데 많은 이야기들이 공감되었고 특히 ‘수학은 언어’라는 부분은 항상 제가 생각하던 부분과 딱 맞아 떨어지는지라 반갑기까지 했습니다. 


‘바리뇽의 정리’에 대해 보조선을 활용하여 증명하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떠올려 스스로 발견’하는 수학적 창의성은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예시였습니다.


공리, 정리 등의 개념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수학이 확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부분은 공리체계에 대한 개념인데 자세한 것은 책을 통해 확인바랍니다. 


 ‘수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기도 하고 생각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 ‘모든 것은 수’라고 믿었던 피타고라스가 수가 아닌 수, 즉 무리수를 발견 혹은 재발견했을 때의 충격, 그리고 이로 인해 이어진 유럽에서 기하학에서 ‘수’가 사라져간 이야기 등은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으면서 수학의 불확실성에 대한 확실한 사례이기도 하였습니다. 


‘디오판토스 방정식’은 저자에 따르면 '좀 유치하게 보이지만 수학의 모든 분야에 교묘하게 줄기와 가치를 펼치고 있는 이론'인데 이를 통해 기계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은 없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즉, ‘수학적인 활동 속에 알고리즘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굉장히 적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인데 수학적 정리의 상당 부분을 알고리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일반 상식 혹은 믿음에 반하는 사례라 놀라웠습니다. 


수학은 수천년간의 전통과 체계적 사고가 겹겹이 쌓인 학문 체계입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학문 체계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기초를 쌓아 올리고 체계 내에 편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저자는 이걸 기초 기술을 습득하고 반복 훈련을 하여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로 올라가다 어느 경지에 이르면 자유롭게 연주를 할 수 있는 피아노에 비유합니다. 피아노는 그런 훈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수학은 그렇지 않아 유독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책에는 어렵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습니다. 하지만 팟캐스트 강의에서 들었던 김민형 교수의 말투가 떠오르는 문장으로 조곤조곤 설명해주고 있어 재미있게 읽다보니 어느덧 다 읽게 되었네요. 제가 읽은 것은 총 4강까지만 묶은 가제본이라 정식 출간본을 통해 나머지 4강의 내용도 읽었으면 합니다.



#다시수학이필요한순간, #김민형, #인플루엔셜, #질문은어떻게세상을움직이는가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튀김의 발견 - 바삭 고소 촉촉 우리가 사랑하는 튀김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임두원 지음 / 부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튀김은 맛있습니다. (물론 튀김이 취향이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말에 동의할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구두도 튀기면 맛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왜 그럴까요? 책의 추천사를 쓴 박찬일 셰프에 의하면 튀김이 맛있는 원리에 대해서는 요리학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먹는 많은 음식이 튀김이거나 튀김의 원리를 활용하고 있는데 말이지요. 정혜경 교수에 의하면 유럽이나 일본에서도 튀김에 숨겨져 있는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튀김의 발견 (임두원 著, 부키)”는 튀김의 과학적 원리에 대한 교양 과학 서적입니다. 튀김과 과학이라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


 저자인 임두원 박사는 국립 과천과학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분으로 돈카츠 전문점을 운영하는 처가 덕분에 튀김 등 다양한 요리와 그에 얽힌 과학적 원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과학자이자 튀김 애호가로서 맛있는 튀김도 좋아하지만 튀김의 원리와 비밀을 이해하여 튀김이 왜 맛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 비밀을 파헤치면서 저자는 그 안에 물리적 연화 작용, 물과 기름의 교환 반응, 자연 대류, 압력에 따른 끓는점 변화, 글루텐 단백질, 다공질 구조, 호화 반응, 마이야르 반응 등 정말 많은 과학 원리가 숨어있는 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깨달은 튀김의 과학적 원리를 주재료로 하고 튀김이라는 요리에 숨어 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이야기를 양념 삼아 우리에게 맛있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튀김의 놀라운 세계, 그 중 인상 깊었던 이야기 몇 개를 소개할까 합니다.


무덥고 습한 여름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시는 캔맥주 하나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쳥량감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그런데 맥주 안주로는 어떤 것이 좋을까요? 사실 맥주는 땅콩, 오징어, 피자, 소시지, 치킨 등등 대부분의 안주감과 잘 어울립니다. 튀김도 맥주와 궁합이 잘 맞는 안주 중 하나죠. 그런데 맥주가 튀김을 더 바삭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저자가 넌지시 알려줍니다. 맥주에는 알코올과 탄산이 있는데 이것은 증기압이 물보다 훨씬 높아 기화가 쉽기 때문에 맥주를 튀김 반죽에 섞을 경우 튀기는 과정에서 기포 배출이 쉬워져 맥주를 섞지 않을 경우에 비교하여 튀김옷에 다공질 구조가 훨씬 많이 생겨 바삭한 튀김의 식감을 살려준다고 합니다. (당장 해봐야겠어요!)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의 ‘맛’은 바로 영양학적 유용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인간은 예로부터 그 맛을 통해 부족한 영양분의 함유 여부를 판단하도록 진화하였으니까요. 또한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하는 것 역시 소화 및 흡수의 효율이 그렇지 않은 음식에 비해 높기 때문에 자연스레 선호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튀김의 경우 고온으로 튀기면서 자연스레 연화가 되고, 튀기는 재료 자체가 식용유로 지방 성분으로 영양분이 풍부하므로 우리의 뇌가 ‘맛있다’라고 느낄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화식의 경우 소화 흡수 효율을 높여 장의 크기를 점차 줄이고 뇌를 키워 현재의 인류로 진화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하니 우리의 뇌는 튀김을 좋아할 수 밖에 없겠네요.


앞서 소개한 이야기 외에도 저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튀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많이 있으니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우는 교양 미술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CoVID-19로 인해 아이들 모두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가끔 아이들의 수업을 어깨 너머로 보곤 하는데 미술 수업을 선생님께서 진행하시면서 작품에 대해 아주 자세히 그리고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시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미술과 미술 작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어요. 요즘은 검색을 통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있는 미술 작품까지 찾아보더라구요. 세상 참 좋아졌어요.

그런데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미술 작품의 의미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묻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아, 이를 어쩝니까. 저는 정말 미술에 대해서는 단 하나도 모르는 문외한인 것을… 도저히 아이들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그래, 진짜 왜 그럴까? 너희들 생각은 어떠니? 같이 생각해볼까?’라는 이야기만 되풀이할 뿐이죠.


이런 고민 저만 하고 있나요?


마침 “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著, 박소현 譯, 동양북스, 원제 : How to Talk to Children About Art)”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우는 교양 미술’로 딱 저의 고민 해결에 맞춤한 책이네요.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미술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 법’으로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과 접근하는 관점, 그리고 아이들에게 미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법, 미술을 대하는 방식, 그림을 보는 방법, 미술과 친해질 수 있는 연령별 감상법 등 전반적인 미술 감상 가이드입니다. 


사실 부모는 미술을 전공하거나 전문적인 취미를 가진 분을 제외하고는 전문적인 지도를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나 아이들에게 양자역학을 가르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그렇기에 저자도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이 아주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어요. 

아이가 무엇을 보는지 살피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주도하게 하라는 것이죠. 아이가 경험하게 하고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록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미적 안목에 자신을 가지라는 것이죠. 문외한이라 쑥스럽다구요? (저도 그렇습니다.) 아이들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으로 함께 감상할 마음가짐만 있고 같이 이야기를 나눌 노력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제안입니다.


2부는 구체적인 미술 작품들을 통해 1부에서 제시하였던 미술 감상 가이드를 연령별로 다양한 감상 포인트를 제시하고 있어요.  


저자는 많은 작품들을 통해 아이들로부터 나올 수 있는 질문에 대한 감상 포인트를 예로 들었는데 그 중 야코포 틴토레토 (Jacopo Tintoretto, 1518 ~ 1594)의 가장 유명한 그림 ‘은하수의 기원 (The Origin of the Milky Way, 영국 국립미술관 소장)’을 소개해 볼게요.


제우스가 자신의 아들 헤라클레스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아내 헤라에게 젖을 물렸는데 너무 세게 젖을 빠는 바람에 헤라가 깨어나고 이때 새어나온 젖이 바로 은하수 (the Milky Way)가 되었다는 그리스 신화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5-7세 정도의 아이들은 이 그림을 보고 ‘아이를 빼앗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그림의 모티브가 되는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해주면 됩니다. 


11-13세 정도의 아이들은 비과학적이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옛날 사람들에게 자연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신의 의미가 지금과는 다르고, 인간과 닮은 신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을 이해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온 세계는 써 내려 가는 중인 시였으며, 우리 인간도 시의 일부였답니다.’라는 멋진 말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했네요.



이 책을 통해 아이와 함께 미술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고, 또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는 가이드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아이와미술에대해이야기하는법, #프랑수아즈바르브갈, #박소현, #동양북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린의 타자기 (황희 著, 들녘)”는 두 주인공을 등장시켜 번갈아 그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스릴러 소설입니다. 저자인 황희 작가는 2004년 데뷔한 이래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문장력과 이야기의 힘이 탁월하다 평가받는 작가로 이 작품에서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서영,  권력과 재력을 가진 집안의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그와 결혼하면서 자신의 꿈을 잃어버렸습니다. 시집 식구들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대우는 커녕 그녀를 돌아가면서 폭행하고 지하실 와인창고에 감금하는 등 온갖 악행을 행하지만 친정 식구들은 힘이 되기는커녕 자신들의 빈궁을 스스로 해결하려하지 않고 시댁로부터 돈을 얻어낼 볼모로만 생각합니다. 그녀는 꿈도 희망도 잃고 무력하게 길들여져 20여년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까요? 아니, 최소한 꿈틀이나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녀에게 어느 날 한 권의 책이 배달됩니다. ‘조용한 세상’이라는 제목의 책은 그녀가 잃어버린 꿈과 자신의 처지를 벗어날 의지 그리고 용기를 건네 줍니다.


류지하,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끔찍하게 싫습니다. 자신과 자신의 엄마 서영이 툭하면 갇혔던 지하 와인창고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누구의 것인지 타자기를 이용하여 항상 글을 씁니다. 그녀의 꿈인 작가가 되기 위해서 말이지요. 

또한 그녀에게는 남들은 모르는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순간이동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구하기도 하고 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동을 사용할 때마다 발생하는 데미지로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어느 날 그녀의 순간이동기술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발현되기도, 발현되지 않기도 하게 되는데. 

드디어 그녀는 그녀를 스스로 가두던 세상에서 벗어나 세상과 당당하게 맞서면서 자신과 자신의 엄마에게 스스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법을 배우고 가르쳐주게 됩니다. 




중간중간 이야기의 구조가 교차하는 부분에서 시점과 흐름이 달라져 다소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후반부에 각각의 이야기들이 합류하면서 자연스레 이해되므로 그런 경우에는 그냥 흘러가는 데로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몇몇 설정오류나 삐걱거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살짝 거슬리는 정도이고 무엇보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정도로 작가가 펼쳐내는 이야기의 힘이 소소한 단점들을 모두 뒤집을 만큼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PS. “경고” 책을 다 읽기 전에는 절대 책 뒷표지를 보지 마세요. 추천사 중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구절이 있습니다.  


PS. 작중 나서영의 설정은 아마도 모 언론사의 방계이자 모 호텔 오너의 집안에서 발생하였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추측됩니다.


#기린의타자기, #황희, #들녘, #액자소설, #다중액자구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지 않는 여자들 -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마야 뒤센베리 著,김보은,이유림 共譯, 윤정원 監, 한문화, 원제 : Doing Harm)”를 통해 뿌리 깊게, 그리고 은밀하게 자리잡은 의료계 내부의 성편견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쓰고 감수를 맡은 윤정원 원장부터 본인이 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받을 때 성편견을 겪었다고 하니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지요.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원인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여성에 대한 지식의 간극, 쉽게 이야기해 ‘무지’입니다. 즉, 일반적으로 의사는 여성의 몸, 그리고 여성을 괴롭히는 질환이나 건강 문제를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생의학 연구부터 남성이나 수컷을 대상으로 연구하고 여성에 대해서는 남성과 같으리라고 생각하는 성별적 차이를 무시하는 비과학적 추정에 근거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의료계 이외의 다른 분야는 어떨가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著, 황가한 譯, 웅진지식하우스, 원제 : Invisible Women: Exposing Data Bias in a World Designed for Men)”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원제에 이 책의 주제가 드러나 있습니다. 남자들을 위해 설계된 세계에서의 데이터의 젠더 편향 혹은 성 편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읽었던 몇몇 책들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책에서도 인류 역사에서 여성의 기록, ‘데이터가 누락되어서 생긴 커다란 구멍’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냥꾼, 전사라고 하면 으레 남자를 떠올립니다. 이건 젠더 편향적인 교육에 의해 세뇌된 집단 무의식의 결과에 가깝습니다. 최근 인류학의 성과에 의하면 고인류에 있어 ‘남자 사냥꾼 가설’ 등은 무너지고 있으며 여성 역시 동등한 혹은 우월한 경제 활동에서의 기여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전투나 전쟁에서도 동등한 참여를 했다는 것이 점차 밝혀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남성 전사의 유골로 생각하다 DNA 검사에 의해 여성 전사의 유골임이 밝혀진 경우도 그 사례의 하나이겠지요. ( https://www.sciencealert.com/new-dna-analysis-reveals-an-ancient-scythian-warrior-was-a-13-year-old-girl?fbclid=IwAR0StS4t6MLAe9vBqTfrm4pedUYXpHx34hzURHSIKSyeT7QVwuHsqR8vP28 )


결국 이러한 여성의 데이터가 누락되면서 여성의 역할이 기록 속에서 사라져버리고, 남성이 인류의 전체를 대변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인류의 나머지 반인 여성에 대해서는 ‘침묵’, 아니면 거대한 공백만 남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젠더 데이터 공백’에 대한 사례를 일상, 직장, 설계, 의료, 공공 생활, 재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증적으로 증명하며 주장하고 있습니다. 


핑크 택스 (Pink Tax)라는 말이 있듯이 여성들은 더 열등한 서비스를 동일하거나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제공받는 경우가 많은 데 “음성인식”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 소개된 2016년 워싱턴 대학교 언어학과 연구원인 레이털 테트먼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음성에 구글의 음성인식시스템이 정확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여성의 그것보다 무려 70%나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구글은 다른 음성인식시스템보다 그나마 나은 수준, 아니 시장에서 최고로 좋은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자동차 운행에 도움을 주는 차량 음성인식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통계적으로 여성의 발음이 남성보다 정확하고 더 느리게 말하는데도 (이론적으로 보면 인식률이 더 높아야 정상입니다.) 이놈의 기계는 그걸 알아먹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음성인식시스템의 학습 데이터가 바로 남성의 음성이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이유 하나입니다. 심지어 여성의 음성 데이터가 없는 것도 아닌데도 관행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젠더 데이터 공백’을 유발시킨 것이지요.  음성인식시스템만 그런 젠더 데이터 공백이 일어날까요? 아닙니다. 책에 따르면 번역, 이력서 스캔, 인터넷 검색 등을 훈련시키는 대부분의 사례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지금도 이러한 편향된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기계학습에 의해 발전하고 있는 AI에 있어 블랙박스 문제 (AI의 판단을 인간이 검증할수 없고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 없는 문제, 즉 AI의 판단에 ‘왜’에 대한 대답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의미함)와 이 젠더 데이터 편향 혹은 공백이 맞물리게 된다면 앞으로 도래할 세상의 AI는 남성만을 인식하고 여성을 지워버릴지 모릅니다. 

 

#보이지않는여자들, #케럴라인크리아도페레스, #황가한, #웅진지식하우스, #젠더편향, #성편견, #편향된데이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