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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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적어도 두 번 (김멜라 著, 자음과모음)”


저자의 첫 작품집이니 이름이 낯선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세상마저 낯설고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더구나 이 책은 첫 수록작부터 저를 당황하게 만들더군요.

제목을 김완선의 ‘리듬 속에 그 춤을’에서 따온 것이 분명한 ‘호르몬을 춰줘요’인 그 작품은 인터섹스 (Intersex)인 그 혹은 그녀의 이야기입니다. 

남성과 여성, 두 성이 살아가기 위한 체계와 구조를 가진 이 세상에서 인터섹스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혼란, 해방구를 찾아나서는 나름의 모험이 세밀하게 잘 그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 전혀 모르던, 아니 의식하지 않던 인터섹스에 대해 찾아 보았습니다. 실재하는 존재이며 그렇게 태어나는 비율도 낮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을까 생각하니 안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브컬쳐계에서는 이들을 존재하지 않는 양 비웃고 놀리고 상품화하였더군요. 


세상의 모든 구도림에게 응원을…




표제작인 ‘적어도 두 번’은 단어 치환 때문인지 혼란스럽고 불쾌한 작품입니다. 여기에서 불쾌감을 주는 작품이란 의미는 결코 나쁘게 사용한 것이 아닙니다. 작중 화자의 자기 변명을 통해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작가의 의도가 맞아떨어졌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제가 작가의 의도를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자가 만난 사람 형상의 생각은, 화자가 악수하기를 거절한 그녀는 아마도 죄책감이 아니었을까요?





“적어도 두 번”이라는 이 작품집을 통해 우리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과 그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도전하는 작가의 시선이 매우 낯설면서도 거대한 일반에 짓눌린 또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말 하나 :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른 작가의 시선에 싱크를 맞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300페이지가 안되는 단편집을 읽어내는 데도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렸을 것입니다. 그만큼 제가 ‘일반’이라는 것이겠죠. 이제 조금씩 다른 세계에 있는 분들을 우리 세계에 제대로 초대하기 위해 나의 시선을 좀 넓혀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말 둘 : 앤 레키가 쓰고 신해경님이 번역하여 아작에서 출간한 “사소한 기원”에는 인칭대명사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으(em)’라는 대명사가 나옵니다. 그와 그녀로만 이루어진 세상은 '으'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아직까지는 내어주지 않고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볼 것들이 정말 많이 생기는군요.

 


#적어도두번, #김멜라, #자음과모음, #소수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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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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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대중과학서들을 한 권 한 권 읽어 가다 보면 우리는 자칫 착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인간은 이 세상 모든 이치를 깨닫고 알게 되는 날이 오는게 아닐까? 한 때 과학자들조차 과학으로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하고 우주의 모든 비밀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와 자연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그것은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으며 미지의 무지 (Unknown unknown)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주와 자연이 그러한 이유를 인간의 언어나 사고체계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맞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여전히 알아야할 게 너무나도 많다는 것도 더불어 알게 되었죠. 저 멀리 하늘 저 편에 있는 별과 행성, 아주 작은 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 그리고 원자와 입자의 세계. 그리고 우리가 미처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세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살고 있는 그곳 땅 아래의 공간, 지하 세계입니다. 


우리의 시선은 위로는 저 하늘에 떠있는 수 광년 떨어진 별을 볼 수 있지만 아래로는 내 발 밑에서 멈춥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아래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려 할지도 모릅니다. 지하 세계라고 하면 저승의 신 하데스의 세계, 죽으면 묻히는 공간 같이 무의식적으로 음습한 느낌이 들기 때문일까요?


이러한 지하 세계를 저자가 거대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지질학적 시간을 직접 거슬러 탐험하고 6년에 걸쳐 집필한 “언더랜드 (로버트 맥팔레인 著,조은영 譯, 소소의책, 원제 : Underland)”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인 로버트 맥팔레인 (Robert Macfarlane, 1976~)은 세계적인 자연 탐사 작가로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 책이 번역되어 소개된 것은 이번 “언더랜드”가 처음입니다. 그의 저작으로는 “마음의 산 Mountains of the Mind: A History of a Fascination (2003)”, “야생 공간 The Wild Places (2007)”, “오래된 길들 The Old Ways: A Journey on Foot (2012)”, “랜드마크 Landmark (2015)”, “잃어버린 말 The Lost Words (2017)” 등이 있으며 이번에 번역 소개된 “언더랜드”는 2019년에 최초 발행된 그의 최근작입니다. 그의 작품들을 원작으로 BBC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 영화 등이 제작되기도 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우주에는 엄청난 양의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물질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숨쉬고, 입고, 먹고, 만지는 모든 것들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이 우주의 물질 중 15%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암흑물질은 전자기파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관측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 무한에 가까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물질을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의 정체를 밝혀 내기 위해 많은 물리학자들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하 900미터 ‘언더랜드’에서요. 우주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밝혀 내기 위해 땅속 깊은 곳에서 연구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모순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만 보이는 것도 있는 법’ (pp. 65~66)이지요. 하지만 지상 세계의 온갖 전자기적 소음은 미세한 상호작용을 검출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더랜드의 암석들은 이러한 전자기적 소음을 차단하기 때문에 그들은 이러한 언더랜드로 들어와 우주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언더랜드’의 관측소는 이 곳 뿐만 아닙니다. 일본의 버려진 광산 속 지하 800미터에 있는 초순수 (超純水, ultra-pure water) 5만 톤이 담겨져 있는 탱크, 슈퍼 가미오칸데 (Super-Kamiokande, スーパーカミオカンデ)는 1998년 중성미자 검출을 통해 중성미자에도 질량이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그는 언더랜드의 탐험을 통해 소중한 것을 지키는 은신처, 우리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것을 생산하는 생산지, 우리에게 위험하고 해로운 것을 처분하는 처리의 공간이 시대와 문화를 가리지 않고 서로 아우르며 반복되는 것을 알 게 되고 이 책을 통해 자세하게 하지만 강요하지 않는 어투로 담담한 말투로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그가 만나 본 언더랜드 중 한 가지만 소개해드렸는데 다른 언더랜드도 느껴보고, 알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덧붙이는 말 :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언더랜드”의 표지 그림은 저자의 친구 스탠리 돈우드 (Stanley Donwwod, 1968~)의 작품 “아래 (Nether)”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매우 큰 작품이라고 하니 검색을 통해 확인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언더랜드, #로버트맥팔레인, #조은영, #소소의책, #심원의시간여행, #지하세계탐험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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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무궁화 - 국가상징 바로잡기
강효백 지음, 김원웅 감수 / 이담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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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반론이자 비판글입니다. 책을 읽고 분노와 흥분에 사로잡히기 전에 비교해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www.redian.org/archive/14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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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 뇌과학과 성선택으로 풀어본 성적 미학의 탄생
마이클 라이언 지음, 박단비 옮김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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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택 (Sexual Selection)’은 ‘자연선택 (natural selection)’과 더불어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이 제시한 진화론의 주요 개념입니다. 찰스 다윈은 그의 책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을 통해 자연 선택의 주요한 요소 중 하나로 ‘성선택’을 제시하였으며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을 통해 이론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는 자연선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진화의 결과물이나 특성(포식자의 눈에 잘 띄는 수컷 공작의 화려한 깃털 장식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에 대해 번식 경쟁에서 상대 성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은 성차별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남성의 우월성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공격을 받았고 1970년대까지 주목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아름다움의 진화 (리처드 프럼 著, 양병찬 譯, 동아시아, 원제 : The Evolution of Beauty)”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성선택 이론에는 ‘암컷의 선호가 생물학적 다양성의 진화에 있어 강력하고 독립적인 힘이 될 수 있다’라는 가설을 내포하고 있는데 당시 과학자들은 이러한 가설에 대해 ‘암컷이 배우자 선택에 있어 자율적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인지능력이나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소리’라며 무시하였고 자연선택의 강력한 지지자이자 진화론의 공동 발견자로 유명한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 (Alfred Russel Wallace, 1823~1913)는 찰스 다윈의 성선택 이론을 무자비하게 공격하여 1970년대까지 진화생물학에서 잊혀버린 주제로 만드는데 일등 공신이 되었다고 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다시 연구되기 시작한 성선택 이론은 지금에 와서 동물행동학과 진화생물학의 핵심 이론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선택 이론을 신경 과학 관점에서 접목하여 설명하고 있는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마이클 라이언 著, 박단비 譯, 빈티지하우스, 원제 : A Taste for the Beautiful: The Evolution of Attraction)”이 출간되었습니다.


“자연은 철저히 본론에 충실하다. Nature usually gets down to business.” 

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한 행동, 예를 들어 잠자기, 식사 등에는 별다른 의식 없이 묵묵히 해야 할일을 끝마치기 위해 집중합니다. 하지만 섹스는 어떨까요? 책에 따르면 인간이나 다른 동물들은 섹스에 앞서 장황한 구혼의식이 필요하므로 ‘본론에만 충실하기’라는 태도로는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혼의식은 짝짓기 전략의 일환이며 색깔, 춤, 노래, 향기 등의 아름다움의 형태로 진화해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개체들에게 더 많은 자손과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저자는 이와 같이 서두를 통해 짝짓기라는 행위에서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대부분) 암컷에게 있고 수컷은 선택받기 위해 성적 아름다움 (형태, 색깔, 장식, 노래, 춤, 향기 등)을 진화하여 왔다는 성선택 이론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러한 성적 아름다움은 오히려 생존에 불리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자연선택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였고 이로 인해 찰스 다윈은 성선택 이론을 발전시킬 수 있었죠. 저자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생존은 짝짓기의 부차적인 수단일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한 성적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은 바로 두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성적 아름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적 두뇌를 이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성적 두뇌란 독립적 단위가 아니며 짝짓기와 관련한 감정 반응을 조절하는 모든 신경 영역의 보상 체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암컷 퉁가라 개구리 두뇌의 주요 청각 중추는 다른 종의 소리를 들었을 때보다 같은 종의 소리를 들었을 때 강력하게 반응을 일으키며 성적인 냄새에 이끌리는 노랑초파리의 경우에도 동일한 현상이 관찰된다고 합니다. 즉, 두뇌는 성적 아름다움이라는 자극에 의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며 이를 통해 보상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노랑초파리의 후각 수용체를 나방의 페로몬 수용기로 바꾸었더니 그 초파리는 나방의 냄새를 맡고 구애행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결국 성적 아름다움은 감각 수용을 통해 뇌에 전달하면서 감상하게 됩니다. 즉 두뇌가 성적 아름다움을 진화시켜온 성선택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이자 핵심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찰스 다윈의 ‘성선택 이론’의 핵심은 단순하며 직관적이지만 남성우월주의에 찌든 빅토리아 시대의 과학자들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교육받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며 자신의 수입이나 재산을 가질 수도 없고, 신체 자체가 아버지나 남편에게 귀속되며 때에 따라 체벌을 가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성별이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론을 그들이 받아들일 수는 없었겠죠.  점잖으신(?) 과학자들께서 대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성선택 이론은’ 동물의 많은 행동과 진화를 설명하는 핵심 이론이며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신경 과학으로도 설명이 되는 이론입니다. 

여기에서 소개드린 내용보다 훨씬 풍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여러 사례와 이론을 통해 책에 잔뜩 있으니 직접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뇌는왜아름다움에끌리는가, #마이클라이언, #박단비, #빈티지하우스, #뇌과학, #신경과학, #성선택이론, #성적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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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미생물 - 우리 몸을 살리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발효의 비밀
캐서린 하먼 커리지 지음, 신유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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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내 미생물은 39조 정도 ( http://scienceon.hani.co.kr/354921 )로 사람의 세포보다 약 1.3배 정도 많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사람의 몸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고 미생물과 공유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공진화해 왔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체 내의 미생물은 인체가 생산하지 못하는 비타민 B군이나 인체에 필요한 호르몬의 일부를 생산하며, 아토피, 천식, 당뇨, 암, 면역 및 심지어 정신 질환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 http://scienceon.hani.co.kr/431514 ) 어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변 내의 세균이나 특정 물질의 차이를 분석하여 조현병, 치매 등을 진단하거나 예측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인체 내 미생물 생태계를 ‘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이라 하는데 이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어떤 학자들은 이를 ‘제 2의 뇌’ 혹은 ‘제 2의 게놈’이라 부를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어떻게 잘 유지할 수 있을까요?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바로 ‘음식’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에 출간된 “식탁 위의 미생물 (캐서린 하먼 커리지 著, 신유희 譯, 현대지성, 원제 : Cultured: How Ancient Foods Can Feed Our Microbiome)”은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과 발효 음식 간의 관계를 자세히 이야기해주는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분명하게 개념을 잡은 부분 중 하나는 체내 미생물 群, 즉 마이크로바이옴은 음식 등의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동안 살아오면서 여기저기서 얻은 미생물들이 인체에 적응한 것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먹고 마시는 김치, 낫또, 유산균 음료 등에 들어있는 유익균(프로바이오틱스, probiotics)이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아니고 마이크로바이옴의 식량이 되는 것이라는 거죠. (마이크로바이옴의 식량으로는 프로바이오틱스 외에도 섬유질도 좋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식단은 섬유질, 유익균을 공급함에 있어 마이크로바이옴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발전해왔는데 19세기 이후 세균의 존재가 알려지고 이를 박멸하기 위한 많은 노력과 기술의 발전으로 유익균의 공급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식품 산업이 발달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드럽고 소화가 쉬운 음식, 즉 섬유질을 정제한 음식으로 인해 마이크로바이옴에 공급되던 섬유질은 줄어 들었다고 합니다. 즉 우리는 그동안 맛과 영양 만을 강조한 음식이 진리인양 받아들이고 우리 몸 속의 또다른 공생체가 먹을 음식을 빼앗아 왔던 것이죠.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은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일부 미생물은 사라질 경우 대체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분변 이식(fecal microbiota for transplants, 책에서는 대변 이식이라고 번역했습니다.)도 가능한 치료방법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튜브를 통해 타인의 분변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건강한 분변을 냉동하여 보관한 다음 항생제 치료 후에 이식하는 방법, 혹은 정제한 알약 형태로 이식하는 방법 등이 개발되고 있다고 하네요. 


특히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이러한 체내 미생물 群 혹은 미생물 생태계에 제대로 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인간들이 과거로부터 ‘경험적’으로 찾아냈고 전통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각종 음식에 대해 그 효능과 미생물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알리는 것입니다. 그로써 나와 나의 몸 속의 미생물 생태계로 구성된 ‘우리’를 잘 배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각광을 받고는 있지만 현재의 연구 수준은 초기 단계이며 너무 앞서 나가는 기대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분변이식의 경우도 환자가 사망한 사례도 있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FDA에서 경고한 바도 있습니다. 저자 역시 ‘체중 감량의 지름길이나 건강을 위한 기적의 치료법을 알려 주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 점은 분명히 짚어 놓고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Ps. 모 음료의 광고에서 나온 ‘장까지 살아서 가는 유산균’은 산 채로 먹힐 듯?


#식탁위의미생물, #캐서린하먼커리지, #신유희, #현대지성, #마이크로바이옴, #발효식품, #유산균, #아토피,  #알레르기,  #다이어트,  #프로바이오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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