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공포로 다가온 바이러스 - 생명의 정의를 초월한 존재
야마노우치 가즈야 지음, 오시연 옮김 / 하이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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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생명(生命), 생물(生物)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는 합니다. 생명의 사전적 정의는 ‘동물과 식물의, 생물로서 살아 있게 하는 힘’이고, 생물의 사전적 정의는 ‘영양, 운동, 생장, 증식을 하며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생활 현상을 유지하는 물체’입니다.


두 단어의 사전적 정의가 상호 순환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동물이나 식물, 심지어 미생물까지 생물의 특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직관적으로 보더라도 생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 (virus)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전적 정의로는 ‘동물, 식물, 세균 따위의 살아 있는 세포에 기생하고, 세포 안에서만 증식이 가능한 비세포성 생물’이라고는 하지만 바이러스가 생물인지에 대해서는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바이러스는 유전 정보를 가진 핵산과 단백질이나 지방을 가진 미립자인데 유전자의 설계에 의해 단백질을 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생물의 가장 중요한 특질 중 하나인 스스로 생활 현상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이러스는 다른 생물의 세포 안에서만 생명 활동이 가능합니다. 


이렇듯 생명의 정의를 초월한 존재인 바이러스를 다룬 책, "조용한 공포로 다가온 바이러스 (야마노우치 가즈야 著, 오시연 譯, 하이픈, 원제 : ウイルスの意味論――生命の定義を超えた存在 )"이 출간되었습니다. 저자인 야마노우치 가즈야 (山內 一也, 1931~) 박사는 바이러스학 전문가로 바이러스와 관련한 다양한 저술을 한 바 있습니다. 

이 책에는 많은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이러스는 놀랄 만큼 많은 종류가 있고 놀랄 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언제나 인간에게 불리합니다. 인간이나 가축에게 감염병이 일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가 창궐한 다음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거의 유일하게 인간이 완전한 승리를 거둔 것은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해서입니다. 1980년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해 완전 승리를 선언한 지 한참이 지난 2014년 통제 받지 않은 FDA 실험실의 냉장고에서 천연두 바이러스를 보관하는 병을 발견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심지어 그 병의 천연두 바이러스는 살아있기까지 했었습니다.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세균을 감염시키기 때문에 세균에 비해 훨씬 작습니다. 하지만 시베리아에서 발견한 3만년 전부터 동면한 바이러스는 1500나노미터로 대장균의 크기에 육박하는 거대한 바이러스라고 합니다. 크기도 놀랍지만 무려 3만년 동안 살아 있었던 바이러스라 더 놀랍습니다. 더구나 이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는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사라질 경우 그곳에 잠자고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살아나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불길하거나 두려운 존재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사실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인간은 더 많은 세균에 노출되어 많은 감염병에 시달렸을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인데 이 말은 세균을 감염시켜 파괴 켜 파괴한다는 의미입니다. 인체에도 세균의 수십 배의 박테리오파지가 존재하는데 이 박테리오파지가 없다면 인체 내 생체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박테리오파지는 항생제 내성균을 퇴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렇듯 이 책에는 적조 소멸에 관여하고 심해 생태계를 유지하는 해양 바이러스, 인간의 유전자에 기생하며 정보로만 존재하는 인간내재성레트로바이러스, 80도 이상의 초고열에서도 배양에 성공할 만큼 고온에 강한 바이러스, 거대 바이러스에 기생하는 위성 바이러스 등 지구 상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바이러스의 세계에 대해 직접 확인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조용한공포로다가온바이러스, #야마노우치가즈야, #오시연, #하이픈, #바이러스, #생명의정의를초월한존재,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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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코 페르미,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
데이비드 N. 슈워츠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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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드릴 책은 “엔리코 페르미,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 (데이비드 N. 슈워츠 著, 김희봉 譯, 김영사, 원제 : The Last Man Who Knew Everything: The Life and Times of Enrico Fermi, Father of the Nuclear Age)”입니다.


이 책은 엔리코 페르미 (Enrico Fermi, 1901~1954)의 생애를 충실하게 따라가며 그가 과학사에 남긴 업적과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엔리코 페르미는일반적으로 이론과 실험 한 쪽에 치우치게 마련인 현대 물리학계에서는 드물게   양 쪽 모두 업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로 유명한 페르마 (Pierre de Fermat, 1607~1665)와도 혼동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그가 이룬 업적에 비해 대중에게는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저자 역시 엔리코 페르미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심지어 잊혀져 간다는 생각에 그의 전기를 쓰기로 마음 먹고 4년 여에 걸쳐서 미국,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등을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조사하고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하여 이 책을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엔리코 페르미. 

그는 현대 물리학의 체계를 만든 거인 중 한 사람으로 세계 최초의 핵반응로 (시카고파일 1호)를 개발하였고 원자력 시대의 설계자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페르미 – 디렉 통계’, 

‘페르미 상호작용’, 

‘페르미 방정식’,  

‘페르미의 추정’, 

‘페르미의 역설’, 

‘엔리코 페르미 원자력발전소’,  

‘엔리코 페르미 연구소’, 

‘페르미 국립 가속기연구소’, 

‘엔리코 페르미 상’,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 

‘페르뮴’ 등


이렇게 구석 구석에 자신의 이름을 남겨놓았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이름이 친숙한 이휘소 박사 (Benjamin Whisoh Lee, 1935~1977)가 바로 앞서 언급한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 이론물리학 부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또한 그는 스스로가 탁월한 물리학자로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뛰어나 그의 제자들 중 노벨상 수상자가 에밀리오 세그레(Emilio Gino Segrè, 1905~1989), 오언 체임벌린 (Owen Chamberlain, 1920~2006), 머레이 겔만(Murray Gell-Mann, 1929~2019), 리정다오(李政道, Tsung-Dao Lee, 1926~ ), 양전닝(杨振宁, Chen-Ning Franklin Yang, 1922~ ) 등 6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엔리코 페르미의 업적 중 중성미자의 존재를 예측하고 입자 모형을 정립한 것이 있는데 이후 맬빈 슈워츠(Melvin Schwartz, 1932~2006)는 엔리코 페르미가 정립한 중성미자와 관련한 연구를 통해 198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의 아들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N. 슈워츠입니다. 이 에피소드가 재미있는게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있는 또다른 엔리코 페르미 평전인 “엔리코 페르미 평전 (지노 세그레, 베티나 호엘린 共著,배지은 譯, 반니, 원제 : The Pope Of Physics)”의 저자 역시 페르미 제자 중 하나였던 에밀리오 세그레의 조카라는 점입니다. 또한 두 평전 사이에는 공통점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부제가 각각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 ‘물리학의 교황’으로 페르미에게 극상의 상찬을 바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번역본에서는 부제로 붙었지만 둘 다 원제에서는 제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최고의 상찬은 전기 작가가 만들어서 붙인 게 아니라 당시 동료 학자들이 인정했던 표현이라고 하니 엔리코 페르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위대한 과학자의 평전을 읽다 보면 마치 소설처럼 재미있기도 하고 과학자의 인간적인 면모, 업적을 알아가는 것도 좋지만 현대 과학 체계를 정립하고 발전하는 현장을 간접적으로 목격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600페이지 가까운,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 차근 차근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현대 물리학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말 : 엔리코 페르미가 조국 이탈리아를 떠나 미국으로 향한 이유는 바로 유대인이었던 부인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신혼여행에서 그가 아내에게 맥스웰 방정식을 가르치려 했다는 대목에서 그와 아내의 부부싸움이 생각나기도 하면서 그의 교육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일화이기도 해서 정말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엔리코페르미, #모든것을알았던마지막사람, #데이비드N슈워츠, #김희봉,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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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역사 - 김 시스터즈에서 BTS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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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싸이’가 빌보드 차트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POP이 세계를 휩쓸고 이제는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언감생심, 꿈도 못꾸던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하는 장면을 우리는 목격하였습니다. 


우리는 ‘겨울연가’라는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지속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시적이며 변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임을 걱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러한 컨텐츠들이 점차 쌓이게 되면서 이제 한류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K-culture라 불리우는 한류에 대해 한 번쯤 아카이빙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마침 “한류의 역사 (강준만 著, 인물과사상사)”가 출간되었습니다. 


저자인 강준만 교수는 한 때 정치평론으로 명성이 자자하였습니다. 특히 ‘김대중 죽이기’, ‘노무현 죽이기’ 등 시리즈는 당대 인물 비평 중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인물과 사상’이라는 월간 비평저널을 창간하여 우리나라 현대사의 획을 그은 인물과 정치, 문화 비평에 대한 장을 엽니다. ‘인물과 사상’은 한국일보에서 선정한 ‘우리 시대의 명저’에도 선정되기 한 기념비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이후 언제인가부터 정치 평론보다는 문화 비평 중심으로 평론의 방향을 선회하였지만 여전히 핵심을 찌르는 주제의식은 날카롭게 살아 있습니다. 작가로서도 근 300여 권 가까운 저작 활동을 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는 ‘한류’라는 현상에 대한 역사를 아카이빙함과 동시에 문화 비평서를 출간한 것입니다.


강준만 교수는 한류의 토대를 미군 댄스홀, 미 8군쇼, AFKN 등 외국의 문화가 수입되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후발자의 이익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좁디 좁은 문화 생활을 누리던 한국인들이 엄혹한 틈바구니를 뚫고 새어 나온 문화의 향취로 인해 조금씩 성숙해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중 김 시스터즈는 1959년 미국에 진출한 아시아 최초의 걸그룹이자 최초의 한류 아이돌이었습니다. 김 시스터즈의 아버지는 유명한 작곡가인 김해송이며, 어머니는 바로 이난영이었습니다. 김해송씨는 어린 딸들에게 혹독한 음악 훈련을 시켰고 이러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사실 김 시스터즈가 미국으로 진출하기 전 데뷔했던 무대는 바로 미8군 쇼였는데 한국 연예인들이 이러한 쇼를 통해 당시 한국수출 총액과 맞먹는 연간 120만 달러 정도를 벌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미8군 쇼를 통해 음악적 실력을 인정받은 음악인들이 점차 대중을 대상으로 한 일반 무대에도 진출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한류의 시작이자 씨앗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한 한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 조금씩 싹을 틔어 오다 한일 문화 교류, 2002년 월드컵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1999년 2인조 그룹 ‘클론’과 2000년 초 H.O.T의 중국 베이징 공연은 공항에 열성 팬들이 몰려와 문이 부서지고 군중 통제를 위해 군대까지 동원되는 등 그야말로 난리였다고 합니다. 숙소는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접근 금지 구역으로 설정되었으며 공연장은 당시 영하 13도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 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도 합니다. 당시 공연에 대해 중국의 각 일간지는 ‘H.O.T가 궁런체육관을 불사르다’라는 제목으로 이러한 현상을 보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그러한 현상에 무관심하거나 일회성 이벤트 정도로만 인식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한류의 영향력에 대해 우리나라 대중이나 기업들이 인식하게 된 계기는 바로 ‘겨울연가’였습니다. 당시 우리로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그 일본에서 ‘겨울연가’는 그 동안 미풍에 불과했던 한류를 열풍으로 바꾸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3주간 방송을 일시 중단한 적이 있는데 항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천 통씩 올 정도로 열광적이었다고 NHK측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겨울연가’를 통해 불기 시작한 열풍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사랑의 불시착’, ‘킹덤’ 등을 통해 다시 일본의 10대부터 30대까지 다시 불어 닥치고 있다고 하니 한류의 저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전부터 한류는 3-5년이면 끝이 난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지만 여전히 한류는 살아있고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러워 할 문화 콘텐츠로 거듭 났으며 세계 시장에서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준만 교수는 그런 외형적인 성장에만 주목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도 분명하게 짚고 있는 군사주의적인 스파트타 훈련, 갑의 횡포와 인권유린으로 얼룩진 외주 제작사 문제, 저조한 독서 문화, 한 맺힌 듯한 최초, 최고주의 등 한류의 그늘들이 있습니다. 강준만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한류는 이제 외형적인 부분이 아니라 내부의 성찰을 통해 실질적인 부분까지 부러워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속 가능하고 자랑스러운 한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책을 마치고 있습니다.  


“한류의 역사”는 그 동안의 축적되어 온 한류를 모두 다루다 보니 700여 페이지의 두께라는 물리적인 무게로 그 역사를 느끼게 해줍니다. 하지만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익히 아는 대중문화를 다루고 있다 보니 생각보다 책을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읽을 시간이 부족한 분들은 흥미로운 아티클 하나 씩 따로 읽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덧 붙이는 글 : 김 시스터즈에 대해서는 김대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방의 푸른 꿈’에 김민자씨의 인터뷰와 주변 인물의 증언을 통해 당시 상황과 이야기들이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류의역사,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BTS, #기생충, #겨울연가, #K-pop, #k-culture,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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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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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적어도 두 번 (김멜라 著, 자음과모음)”


저자의 첫 작품집이니 이름이 낯선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세상마저 낯설고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더구나 이 책은 첫 수록작부터 저를 당황하게 만들더군요.

제목을 김완선의 ‘리듬 속에 그 춤을’에서 따온 것이 분명한 ‘호르몬을 춰줘요’인 그 작품은 인터섹스 (Intersex)인 그 혹은 그녀의 이야기입니다. 

남성과 여성, 두 성이 살아가기 위한 체계와 구조를 가진 이 세상에서 인터섹스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혼란, 해방구를 찾아나서는 나름의 모험이 세밀하게 잘 그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 전혀 모르던, 아니 의식하지 않던 인터섹스에 대해 찾아 보았습니다. 실재하는 존재이며 그렇게 태어나는 비율도 낮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을까 생각하니 안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브컬쳐계에서는 이들을 존재하지 않는 양 비웃고 놀리고 상품화하였더군요. 


세상의 모든 구도림에게 응원을…




표제작인 ‘적어도 두 번’은 단어 치환 때문인지 혼란스럽고 불쾌한 작품입니다. 여기에서 불쾌감을 주는 작품이란 의미는 결코 나쁘게 사용한 것이 아닙니다. 작중 화자의 자기 변명을 통해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작가의 의도가 맞아떨어졌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제가 작가의 의도를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자가 만난 사람 형상의 생각은, 화자가 악수하기를 거절한 그녀는 아마도 죄책감이 아니었을까요?





“적어도 두 번”이라는 이 작품집을 통해 우리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과 그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도전하는 작가의 시선이 매우 낯설면서도 거대한 일반에 짓눌린 또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말 하나 :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른 작가의 시선에 싱크를 맞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300페이지가 안되는 단편집을 읽어내는 데도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렸을 것입니다. 그만큼 제가 ‘일반’이라는 것이겠죠. 이제 조금씩 다른 세계에 있는 분들을 우리 세계에 제대로 초대하기 위해 나의 시선을 좀 넓혀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말 둘 : 앤 레키가 쓰고 신해경님이 번역하여 아작에서 출간한 “사소한 기원”에는 인칭대명사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으(em)’라는 대명사가 나옵니다. 그와 그녀로만 이루어진 세상은 '으'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아직까지는 내어주지 않고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볼 것들이 정말 많이 생기는군요.

 


#적어도두번, #김멜라, #자음과모음, #소수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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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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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대중과학서들을 한 권 한 권 읽어 가다 보면 우리는 자칫 착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인간은 이 세상 모든 이치를 깨닫고 알게 되는 날이 오는게 아닐까? 한 때 과학자들조차 과학으로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하고 우주의 모든 비밀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와 자연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그것은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으며 미지의 무지 (Unknown unknown)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주와 자연이 그러한 이유를 인간의 언어나 사고체계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맞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여전히 알아야할 게 너무나도 많다는 것도 더불어 알게 되었죠. 저 멀리 하늘 저 편에 있는 별과 행성, 아주 작은 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 그리고 원자와 입자의 세계. 그리고 우리가 미처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세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살고 있는 그곳 땅 아래의 공간, 지하 세계입니다. 


우리의 시선은 위로는 저 하늘에 떠있는 수 광년 떨어진 별을 볼 수 있지만 아래로는 내 발 밑에서 멈춥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아래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려 할지도 모릅니다. 지하 세계라고 하면 저승의 신 하데스의 세계, 죽으면 묻히는 공간 같이 무의식적으로 음습한 느낌이 들기 때문일까요?


이러한 지하 세계를 저자가 거대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지질학적 시간을 직접 거슬러 탐험하고 6년에 걸쳐 집필한 “언더랜드 (로버트 맥팔레인 著,조은영 譯, 소소의책, 원제 : Underland)”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인 로버트 맥팔레인 (Robert Macfarlane, 1976~)은 세계적인 자연 탐사 작가로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 책이 번역되어 소개된 것은 이번 “언더랜드”가 처음입니다. 그의 저작으로는 “마음의 산 Mountains of the Mind: A History of a Fascination (2003)”, “야생 공간 The Wild Places (2007)”, “오래된 길들 The Old Ways: A Journey on Foot (2012)”, “랜드마크 Landmark (2015)”, “잃어버린 말 The Lost Words (2017)” 등이 있으며 이번에 번역 소개된 “언더랜드”는 2019년에 최초 발행된 그의 최근작입니다. 그의 작품들을 원작으로 BBC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 영화 등이 제작되기도 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우주에는 엄청난 양의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물질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숨쉬고, 입고, 먹고, 만지는 모든 것들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이 우주의 물질 중 15%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암흑물질은 전자기파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관측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 무한에 가까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물질을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의 정체를 밝혀 내기 위해 많은 물리학자들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하 900미터 ‘언더랜드’에서요. 우주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밝혀 내기 위해 땅속 깊은 곳에서 연구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모순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만 보이는 것도 있는 법’ (pp. 65~66)이지요. 하지만 지상 세계의 온갖 전자기적 소음은 미세한 상호작용을 검출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더랜드의 암석들은 이러한 전자기적 소음을 차단하기 때문에 그들은 이러한 언더랜드로 들어와 우주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언더랜드’의 관측소는 이 곳 뿐만 아닙니다. 일본의 버려진 광산 속 지하 800미터에 있는 초순수 (超純水, ultra-pure water) 5만 톤이 담겨져 있는 탱크, 슈퍼 가미오칸데 (Super-Kamiokande, スーパーカミオカンデ)는 1998년 중성미자 검출을 통해 중성미자에도 질량이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그는 언더랜드의 탐험을 통해 소중한 것을 지키는 은신처, 우리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것을 생산하는 생산지, 우리에게 위험하고 해로운 것을 처분하는 처리의 공간이 시대와 문화를 가리지 않고 서로 아우르며 반복되는 것을 알 게 되고 이 책을 통해 자세하게 하지만 강요하지 않는 어투로 담담한 말투로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그가 만나 본 언더랜드 중 한 가지만 소개해드렸는데 다른 언더랜드도 느껴보고, 알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덧붙이는 말 :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언더랜드”의 표지 그림은 저자의 친구 스탠리 돈우드 (Stanley Donwwod, 1968~)의 작품 “아래 (Nether)”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매우 큰 작품이라고 하니 검색을 통해 확인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언더랜드, #로버트맥팔레인, #조은영, #소소의책, #심원의시간여행, #지하세계탐험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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