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주주 -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무기
데이비드 웨버 지음, 이춘구 옮김 / 맥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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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자본주의란 무엇일까요? 


사전적 정의로는 ‘생산 수단을 자본으로서 소유한 자본가가 이윤 획득을 위하여 생산 활동을 하도록 보장하는 사회 경제 체제’를 의미하나 엄밀한 의미에서 순수 자본주의는 대공황 시기에 실패했고 최근에는 수정 자본주의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그러나 1980년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에 따라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주주 자본주의와 효율을 강조한 나머지 이러한 수정 자본주의 역시 실패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의견입니다.


더구나 최근 들어 승자독식의 특징을 가지는 디지털 이코노미의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긱 이코노미’ 혹은 플랫폼 노동이라는 용어로 치장된 일시적 아웃소싱의 노동 형태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학자들은 AI 등 각종 기술의 발달로 인한 4차 산업 혁명으로 노동자의 생존이 지속적으로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노동 운동의 쇠퇴가 불가피하게 됩니다.


비정규직, 임시직이라는 노동 형태가 일반화되어 노동 시장이 유연화되면 당연스럽게도 직업의 안정성은 저하되고 이는 전반적인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복지 예산 등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하나 소득세, 부가세 등 세수 확충에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결국 기업의 법인세에 의존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노동 소득의 증가율과 자본 소득의 증가율 간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고 노동자 내부적으로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격차 역시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 많은 학자들이 승자독식, 약탈적 자본의 폭주로 인해 민주주의 체계마저 무너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으며 종래에는 자본주의 역시 몰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보수 우파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의 몰락을 막기 위해 기본소득이라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실질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다가 최근 CoVID-19로 인해 이에 대한 제한적 실험이 진행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궁극적인 대안이 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특히 향후 AI의 발달로 인한 노동 대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는 기본소득 계층과 자본소득 계층 간의 격차는 지금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정녕 우리는 소수의 자본이 대중을 통제하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밖에는 없는 것일까요?

점점 멸망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통제 장치는 정녕 없는 것일까요? 가능한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번에 읽은 “노동자 주주 (데이비드 웨버 著, 이춘구 譯, 맥스미디어, 원제 : The Rise of the Working-Class Shareholder: Labor’s Last Best Weapon)”는 이러한 자본의 폭주를 막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2018년 하버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한 책을 번역한 것입니다.

저자인 데이비드 웨버 (David Webber)는 미국 보스턴대학교 교수이자 주주 행동주의 연구자로 이름이 알려진 분입니다. 그는 노동 운동의 쇠퇴, 플랫폼 노동 환경으로의 변화, 자본의 폭주에 대항할 최후의 무기로 ‘노동자 주주 제안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책에서 말입니다.

각종 연기금은 당연히 노동자가 주인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연기금은 노동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데이비드 웨버는 연기금의 주인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급여 등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연기금은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데이비드 웨버의 주장은 기존 노동 운동의 프레임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 만큼 혁신적인 아이디어이며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입니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2003년 세이프웨이 파업, 2008년 금융 위기 및 연금 쟁점 등은 비록 미국적 상황에 대한 설명과 사례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민연금이라는 강력한 연기금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시사점과 인사이트를 이 책에서는 넘치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2019년 현재 700조 규모로 세계 3위 수준이며 그중 17%인 120조 정도를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으므로 현실적인 힘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쉽 코드(연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 연기금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에 대해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도입된 현재에도 기업 오너에 대한 견제 기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 책에서 주제로 삼고 있는 ‘노동자 주주’라는 대안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노동 환경은 너무나 가혹한 상황이고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난망하므로 책에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방안에 대해 현실적 고민을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말 : 연금 사회주의라는 용어는 피터 드러커 (Peter Ferdinand Drucker, 1909~2005)가 그의 책 “The Unseen Revolution, How Pension Fund Socialism Came To America”에서 미국 내 연기금에 의한 상장 주식 보유로 인해 ‘사회주의를 노동자에 의한 생산수단의 소유로 엄격히 정의한다면 미국이 지구상 최초의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다.’라고 주장한 내용에서 기인하였습니다. 특히 연기금의 대부분은 바로 노동자에서 나온 것이므로 노동자가 자본가가 되는 것이며 이는 연금 자본주의가 아닌 연금 사회주의라 하였습니다. 책 뒷 표지의 ‘피터 드러커의 연금기금사회주의를 최종 완성한 데이비드의 역작’이라는 의미는 바로 이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노동자주주, #데이비드웨버, #이춘구, #맥스미디어,  #연금사회주의, #하지만철저하게자본주의적인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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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삼킨 아이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 양미래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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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목소리를 삼킨 아이 (파리누쉬 사니이 著, 양미래 譯, 북레시피, 원제 : I Hid My Voice)”입니다.


작가의 이름이 매우 낯선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이란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소설가 이전에 사회학자이자 심리학자라고 하는데 작가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니 첫 소설인 “나의 몫 (허지은 譯, 북레시피, 원제 : Sahme Man)”이 이미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되어 있었더라구요. “나의 몫”은 이란에서는 판매 금지 조치를 두 번이나 당하기도 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 셀러에 오르기도 했다는 작품인데 번역 출간된 다른 나라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탈리아에서는 보카치오상까지 수상할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목소리를 삼킨 아이”는 그녀의 두번째 소설인데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 알려져 있네요. 이란에서는 2015년에 “Pedar-e aan digari(영어 : Father of the Other One, 페르시아어 : پدر آن دیگری)“라는 이란판 원제와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군요.


스무 살 생일날 샤허브는 어렸을 적 사진을 들여다보다 문득 당황해하며 평온함과 고요함을 찾아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네다섯 살 무렵의 어린 시절을 회상합니다. 

그 시절 그는 말을 할 수 없는 아이였습니다. 처음에는 사촌형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자신을 가리켜 ‘벙어리’라 불러 그 의미가 좋은 것인 줄 알았지만 스스로 ‘벙어리’임을 깨달았을 때 모든 것은 끔찍하게 다가왔습니다. 

그에게 아버지는 형인 아라쉬의 아버지, 즉 다른 이의 아버지이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고 그도 아버지의 아들이 될 수 없습니다. 그에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오직 내면의 자신 뿐.





아이마다 성장 발달이 모두 다르다고 하더라구요. 표준 발달 단계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표준일 뿐이구요. 말을 늦게 배우는 아이, 걸음마가 늦는 아이, 기저귀를 늦게 떼는 아이 등등. 다른 아이보다 단지 조금 늦을 뿐인데 마치 큰 일이라도 난 양 부모 마음은 급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 부모의 마음과 행동이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데 의외로 부모는 그런 상처를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 책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샤허브의 마음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의 마음을 투영해서 바라보게 되더라구요.


 


이란 출판본의 제목을 번역하면 “다른 이의 아버지”라는 뜻인데 한국판 제목은 미국 출판본의 제목에서 따온 느낌입니다. 직관적이긴 한데 책 전체적인 내용과 느낌을 생각하면 이란 출판본의 제목을 살리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말 하나 : 선택적 함구증 ( selective mutism )은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말을 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의 말에 언어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증상으로 과거에는 정신 장애로 분류하였으나 최근에는 불안 장애의 한 종류로 분류한다고 합니다.


덧붙이는 말 둘 : 신정일치 정치 체계를 가지고 있는 이란에서의 검열, 혹은 언론 자유에 대한 은유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소리를삼킨아이, # 파리누쉬사니이, #양미래, #북레시피, #이란소설, #나의몫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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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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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Stephen King, 1947~)


그는 “미저리”, “샤이닝”, “살렘스롯”, “그것” 등 호러 장르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의 작품은 장르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품활동을 한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대중과 비평가 모두를 납득시켜 왔습니다. 어떤 비평가는 그를 “토머스 하디, J. R. R. 톨킨, 세익스피어의 전통을 잇는 작가”라며 극찬을 하기도 했지요.


또한 그의 작품은 유독 영상화가 많이 되기로 유명한데 2017년 기준 영상화된 작품이 총 34작품으로 생존 작가 중 1위 ( https://lithub.com/the-living-authors-with-the-most-film-adaptations/ )라고 합니다. 2위가 니콜라스 스파크스 (Nicholas Sparks, 1965~)의 11작품이니 그 격차가 어마어마합니다.


70세가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한데 한국에서도 스티븐 킹의 작품들은 많이 번역되어 200여 작품 가까이 저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2020년에만 벌써 세 작품이 번역 출간되었는데 그 중 가장 신간이 바로 초능력 스릴러 “인스티튜트 (스티븐 킹 著, 이은선 譯, 황금가지, 원제 : The Institute)”입니다.


출간하자 마자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번역 출간한 유럽 각 국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뉴욕 타임즈 선정 “2019년 주목할 만한 100대 책”에도 선정되었으며 (출처 :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19/books/notable-books.html?searchResultPosition=1 ) 아래처럼 많은 리뷰어들의 찬사를 얻어 냈습니다.


“It’s a big shank of a book that reminded me instantly of many of the reasons I loved (love?) him.”

(Dwight Garner, The New York Times)


“As consummately honed and enthralling as the very best of [King’s] work.”

(Laura Miller, The New York Times)


“We all need to listen.”

 (William Sheehan, The Washington Post)


“The Institute is another winner”

 (The Boston Globe)


“This is King at his best.”

 (The St. Louis Post-Dispatch)


"His storytelling transcends genre."

(Marion Winnick, Newsday)


과연 그런 찬사를 받을 만한 작품인지 한 번 읽어 보겠습니다.


(이하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갓 12살이 된 소년이 있습니다. 그 소년을 지도한 선생님의 의견에 따르면 포괄적인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회성도 원만하고 부모님과의 관계도 유달리 좋은 그 소년은 MIT와 에머슨 대학에 입학이 승인되어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 괴한들에 의해 부모님은 살해되고 소년은 납치 당합니다.


소년이 납치되어 간 곳은 바로 ‘시설(The Institute)’.


시설에서는 소년의 천재성이 아닌 또다른 재능 TK (염동력, Telekinesis)에 주목하여 납치한 것입니다.


그 시설에는 그와 유사한 능력을 가진 소년, 소녀들이 있었는데 그는 거기서 온갖 인체 실험, 폭력, 고문을 당하고 얌전히 말을 잘 따르면 받는 보상으로 인해 점차 순응을 배워갑니다. 마음 한 구석에는 ‘탈출’이라는 단어를 품고 있지만 언감생심 실행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다른 소년이 실험 도중 발작에 이르게 되고 이로 인해 두 명이 죽게 되는 사건을 목격하면서 그는 자신의 순응과 속박을 벗어던지기로 결심하는데…


과연 소년은 또다른 주인공 팀 제이미슨을 2권에서 만나 어떤 활약을 하게 될까요? 


외부와 단절된 ‘시설(The Institute)’에서 온갖 실험과 폭력, 그리고 보상에 길들여져 가던 한 소년이 자신을 속박하던 모든 것을 끊어내고 탈출하는 과정을 스피디하면서도 긴박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심리에 대한 묘사가 섬세하면서도 탁월하과 동시에 최근 출간한 스티븐 킹의 작품 중 이야기 자체가 가진 최상급 재미까지 독자에게 선사해줍니다.


특히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가 연상되는 ‘시설’과 그 시설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묘사는 마치 필립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 같은 책에서 볼 수 있는 심리학 이론을 직접 목도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한 줄로 “스티븐 킹이 스티븐 킹했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결국 제 평가 역시 앞서 소개해드린 유수의 리뷰어들과 크게 다르지 않겠군요.


이제 얼른 2권을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덧 붙이는 말 :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책소개에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100% 동감이 가는 찬사이긴 하지만 어찌 미국인만 그를 사랑하겠습니까? 저 역시 그를 사랑합니다. 

 



 


#인스티튜트, #스티븐킹, #이은선, #황금가지, #초능력물,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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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 위기의 시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향한 새로운 시선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남효창 감수 / 더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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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인간에게 오랜 기간 동안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연을 극복하고 또 정복하려 하였습니다. 지금에 와서 인간은 얼핏 자연을 압도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일시적이며 찰나에 불과합니다.


지금에 와서 점차 자연에 대한 인간의 자성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고 있습니다. 화석 연료로 쌓아 올린 문명으로 인해 자연의 생태계는 붕괴하고 있고 점차 인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동안 인간의 문명은 자연을 적대시하고 반목의 관계를 만들어왔습니다. 자연은 인간의 삶이나 의지와는 관계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말이지요.




인간이 자연과 진정으로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어쩌면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띠(帶)는 혹시 더 이상 이어지지(連) 않는 것은 아닐까요?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페터 블라벤 著, 강영옥 譯, 남효창 監, 더숲, 원제 : Das geheime Band zwischen Mensch und Natur: Erstaunliche Erkenntnisse über die 7 Sinne des Menschen, den Herzschlag der Baume und die Frage, ob Pflanzen ein Bewusstsein haben)”는 이런 의문에 대해 저자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연대를 다시 되살려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책입니다.


저자인 페터 블라벤 (Peter Wohlleben, 1964~)은 독일 생태 작가이자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중 친화적인 글쓰기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가 저술한 많은 책들이 우리나라에도 상당수 번역 소개되어 있습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이미 티핑 포인트를 넘어선 상황으로 탄소 제로로도 파국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해당 주장의 진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이제 기후 변화에 의한 이상 기후는 일반 대중들도 체감할 정도로 심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과연 우리는 자연과의 파국적 반목으로 그 끝을 만나게 될까요? 


페터 블라벤은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에서 그렇지 않다고,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띠(帶)는 아직 훼손되지 않았으며 인간과 자연의 벽을 허물어 그 띠를 이어가야(連)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페터 블라벤이 이 책에서 들려주고 있는 인간과 자연의 연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나무를 사용하는 것은 친환경적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벌목된 지역에는 새로운 나무가 계속 자라므로 재생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고 또 한가지 이유는 나무 사용은 탄소 중립적인 행위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무 사용은 탄소 중립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합니다. 사용하는 나무만으로 보면 그 주장이 맞을 수는 있어도 나뭇잎, 나뭇가지, 열매 등이 부식토의 형태로 토양에 저장되는 것을 감안하면 종합적으로 봤을 때 결코 탄소 중립적인 행위가 될 수 없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또한 훼손되지 않은 숲의 경우 사람 손을 탄 숲에 비해 2배의 바이오 매스(생물량 혹은 생체량)를 저장할 수 있으므로 나무가 벌목되면 그 2배의 저장공간이 날아가게 됩니다. 즉 숲과 관련하여 벌목 등의 과정을 거치면 결국 기후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문명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대안이 필요한데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국 사용량을 줄여야 하는데 저자는 포장을 줄이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나무를 바이오 연료 혹은 친환경 재료나 원료로 보지 않고 기후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지만 나무와의 동맹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물리학의 인류 원리가 생각나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또한 인간만 홀로 자연과 반목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현대 문명의 인간은 자연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문명은 너무나 과도하게 자연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고 인간 역시 그 방향성대로 흘러온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제 지금에 와서는 조금 그 방향성에서 벗어나 나무와 자연이 이야기하는 것에 조금은 귀를 기울여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인간과자연의비밀연대, #페터볼레벤, #강영옥, #남효창, #더숲, #자연과의화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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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 1 : 수살우체국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2
고타래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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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이 낯선 분들은 그래비티북스를 잘 모르시겠지만 최근 SF 출판붐이 일어나기 전 한국 작가들의 SF를 꾸준하게 출판해주던 고마운 출판사입니다. 이산화, 해도연, 천선란, 심너울, 이경희 같은 훌륭한 작가들의 첫 책들이 바로 이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습니다. 


이러한 그래비티북스에서 이번에 “포스트맨 1 – 수살우체국 (고타래 著, 그래비티북스)”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처음 고타래라는 작가의 이름을 봤을 때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낯설었는데 책 날개에 있는 작품 목록을 살펴 보니 김두흠 작가의 새로운 필명이더군요. 하긴 그의 단편에서 몇차례 나온 익숙한 지명들과 우체국 집배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얼른 알아챘어야 했는데 말이죠. 


 

한 남자가 교실에 들어가려는 다른 사내를 막고 있습니다. 그리고 애원합니다. 그냥 돌아가달라고. 

하지만 어떤 아이를 없애야 한다며 교실에 들어가려는 이 사내는 막무가내입니다. 심지어 칼까지 꺼내 듭니다. 막아 서던 남자는 하릴없이 늑대인간으로 변신을 합니다. 


이제 둘은 본격적으로 대결을 펼칩니다. 하지만 늑대인간은 칼을 든 사내에게 전력을 다하지 않습니다. 칼을 든 사내는 그 모습에 더욱 화가 납니다.

그러던 중 둘의 대결에 난입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휴니멀들입니다. 나중에 등장한 휴니멀들이 늑대인간과 대치하던 중 칼을 든 사내는 몸을 빼 예의 아이를 죽이려 하고 휴니멀들의 파상 공세에 늑대인간은 치명적 상처를 입고 절규합니다.


자신을 지키려다 목숨이 위험하게 된 늑대인간의 절규를 들은 아이는 뮤턴트의 왕 뱀파이어로 각성하게 되는데…

 



“포스트맨 1”은 프롤로그부터 이렇게 강렬한 전투 장면을 보여주는 슈퍼히어로 뮤턴트물인데 절대 전형적인 장르물은 아닙니다. 물론 최근 SF나 판타지 장르 내에서도 크로스오버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장르를 특정짓는다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생활 밀착형 어번 판타지 정도 되려나요? 

앞서 프롤로그와 같은 전투장면이 본편에서도 나오지만 1편은 기본적으로 뮤턴트이자 킬러 집배원의 생활 밀착형 이야기입니다. 

‘포스트맨’ 시리즈를 6-7권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은 앞으로 계속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말 하나 : 킬러 집배원 이야기가 왜 생활 밀착형이냐구요? 그건 본편 첫 페이지부터 바로 아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말 둘 : 어찌하다보니 그래비티북스에서 출간된 모든 책을 다 읽고 소장하고 있습니다. 




#포스트맨1, #수살우체국, #고타래, #그래비티북스, #SF어반판타지, #장편슈퍼히어로물, #뮤턴트물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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