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합시다 새소설 6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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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복수를 합시다 (배상민 著, 자음과모음)”를 읽었습니다.


큼직한 활자체에다 작가의 말까지 포함해도 총 247p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읽는 데 큰 부담이 없는 분량의 장편소설입니다. 장편 분량이라기 보다는 약간 긴 중편 정도의 분량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배상민 작가는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데뷔한 작가로 그 동안 장편 2편과 소설집 1편, 엔솔로지 1편 등을 출간한 바 있으며 이번에 출간된 “복수를 합시다”는 3번째 장편소설이 됩니다.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병진씨는 원래 프로그래머였지만 지금은 게시판을 관리하는 직무를 가진 직장인입니다. 하지만 병진씨의 직장이 포탈 업종인데다 중소 규모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게시판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사연을 창작하기도 합니다. 아니 게시판 관리보다는 사연 창작이 주 업무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가구를 주문하여 배송을 받았는데 가구점 직원이 바로 고등학교 시절 병진씨를 왕따시켰던 바로 그 놈이었습니다. 병진씨는 트라우마에 빠지지만 이내 극복하고 철저하게 ‘합법적이고 일상적인 보통의’ 복수를 하기로 합니다. 바로 자신은 갑인 고객이고 ‘그 놈’은 을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복수의 쾌감은 오래가지 못하고 그 놈이 병진씨가 그 병진씨임을 알아챈 순간 바로 상황은 역전됩니다. 이제 가구 강매에다 쉬는 날 그 놈의 배달을 대신 해주기까지 해야 합니다. 

병진씨는 도움을 얻고자 자신의 치욕스러운 사연을 게시판에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수 모임에 가입하라는 제안을 받게 되는데…



이 책은 초반 병진씨가 겪는 답답한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하면서 보통의 그리고 일상의 복수라는 소재를 중반부까지 흥미롭게 끌고 가지만 후반부부터는 갑자기 사회적 이슈를 끌고 들어오면서 초반부의 흥미로웠던 일상의 복수라는 컨셉이 흔들리고 무너집니다. 

사회적 이슈 및 문제 제기는 소설이라는 이야기가 가질 수 있는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런 사회적 이슈를 너무 가볍게 소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초반의 소재와 설정을 끝까지 유지하거나 아니면 분량을 다소 줄여 중편 정도로 마무리 하였으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복수를합시다, #배상민, #자음과모음, #한국장편소설, #보통의복수, #일상의복수, #조공원정대, #페이크픽션, #콩고, #문화충전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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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파도 속으로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세연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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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삼각파도 속으로 (황세연 著, 들녘)”를 읽었습니다. 



일제 패망 전 아시아 각지에서 약탈한 금괴가 실려 있는 채로 침몰한 보물선을 둘러 싼 해양 미스터리 장르입니다. 해양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낯설기도 하지만 광막한 대양에서 고립된 배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생각하니 책을 읽기 전 흥미로울 것 같다는 기대가 많았습니다.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를 알 수 없던 보물선의 침몰 위치에 대한 단서를 발견한 남자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마침 그 남자의 집에 방문하였던 잠수사 최순석은 이상한 숫자를 발견하지만 괴한에게 습격을 받아 정신을 잃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들을 통해 보물선의 침몰 위치를 가늠한 최순석은 대학 동기 이상홍과 함께 보물선의 침몰 위치를 특정합니다. 그리고 보물 탐사 전문가인 이도형과 팀을 이루어 본격적인 보물 인양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인양 작업은 지지부진하고 큰 진척이 없습니다.

그러다 백금괴로 추정되는 물체를 인양하고 모두들 부자가 되는 스스로의 모습을 생각하며 기쁨에 들떴지만, 그 날 해적으로부터 습격을 받게 되고 게다가 불가사의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데…


잠수사의 작업 등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의문의 사건이 곧바로 일어난 등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초반부터 바로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만 흥미로운 케릭터들이 전형적인 인물이 되어 버리는 중반부부터 이야기의 힘이 급속히 빠집니다. 또한 해적 4명에 10여 명이 넘는 선원, 잠수사 등이 대항도 못하고 순순하게 복종하는 것 역시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분량을 살짝 줄이고 이야기의 밀도를 좀더 끌어올렸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과 차라리 밀실 살인과 같은 이야기에 보물을 둘러싼 탐사팀 내부의 갈등과 암투를 덧붙여 이야기를 끌고 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좋은 소재와 작가를 낭비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더 큰 독서였습니다.



#삼각파도속으로, #황세연, #들녘, #해양미스터리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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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에드워드 - 살아남은 아이, 유일한 생존자이자 신이라 불린 소년에게
앤 나폴리타노 지음, 공경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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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3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 샤를 드 골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447편 (에어버스 A330-200)은 대서양을 지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속도 감지 장치(피토관)가 얼어붙어 오토파일럿이 해제되면서 수동 전환이 되었는데 이때 속도 감지 장치가 잘못된 정보를 송출하였고 이에 따라 기장이 공기가 희박한 고도에서의 고도 상승과 가속 조작을 하다가 실속하면서 추락하고 맙니다. 이 사고로 탑승 승객 216명, 조종사 포함 승무원 12명 등 총 228명이 전원 사망합니다.


2010년 5월 12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O. R. 탐보 국제공항에서 출발하여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으로 향하던 아프리키야 항공 소속 771편 (에어버스 A330-202)가 경유지인 리비아 트리폴리 국제공항에서 조종사의 조종 오류로 인해 착륙 도중 추락하고 맙니다. 탑승 승객 93명, 조종사 포함 승무원 11명 등 총 104명이 탑승하고 있던 이 비행기의 추락 사고에서 단 한 명 만 살아 남습니다. 유일한 생존자는 네덜란드 국적의 9세 소년 루벤이었습니다.


앤 나폴리타노(Ann Napolitano)는 이 두 사고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집필하여 우리에게 내놓습니다.  바로 이번에 읽은 “디어 에드워드 (앤 나폴리타노 著, 공경희 譯, 쌤앤파커스, 원제 : Dear Edward)”입니다.

 

뉴욕의 뉴왁공항에서 LA 공항으로 향하는 트리니티 항공 소속 2977편 (에어버스 A321)는 콜로라도에 추락하고 맙니다. 

‘191명 사망, 단 한 명 생존’


생존한 아이의 이름이 바로 12살의 ‘에드워드 애들러’

에드워드는 간호사가 묻는 ‘괜찮니?’라는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기분이 어떤지 스스로도 알 수 없거든요. 

부모님과 형을 모두 사고로 잃어버린 에드워드는 이모네 집에서 살게 됩니다. 옆집 쉐이는 소년의 다리에 있는 흉터를 보고 해리포터와 같다며 에드워드가 마법사가 틀림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점차 일상을 되찾아 가지만 삶의 의미를 알 수 없던 어느 날. 


‘디어 에드워드’로 시작하는 많은 편지들을 발견하고 그 편지의 사연들을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면서 그는 스스로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소설 속 에드워드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형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죽을 고비를 넘겼지요. 주변에서 그를 신의 아이라 하지만 그 소년의 상실감은 어디에도 비할 바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그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사이의 허공은 빈 공간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어 살아갈 힘을 얻곤 하지요.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많은 좋은 사람들 같이요. 이 소설을 통해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디어에드워드, #쌤앤파커스, #앤나폴리타노, #공경희, #장편소설, #단한명의생존자, #베스트셀러, #의미있는삶, #서평단, #문화충전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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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럽
레오 담로슈 지음, 장진영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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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예일 대학교 출판부에서 2019년 출판한 책을 번역한 “더 클럽 (레오 담로슈 著, 장진영 譯, 아이템하우스,  원제 : The Club: Johnson, Boswell, and the Friends Who Shaped an Age)”입니다.


저자는  레오 담로슈 (Leopold Damrosch Jr., 1941~)는 하버드 대학 문학 교수이자 작가로 “루소 – 불평등의 발견자 (이용철 譯, 교양인, 원제 : Jean-Jacques Rousseau: Restless Genius )”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전미도서상 (National Book Award) 최종 후보에까지 오른 바 있습니다.


“더 클럽” 역시 출간 직후 뉴욕 타임즈 선정 ‘2019년 주목할 만한 책 100선’과 ( 출처 :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19/books/notable-books.html?searchResultPosition=1 ) 뉴욕 타임즈 선정 ‘2019년 최고의 책 10선’ ( 출처 : https://www.nytimes.com/2019/11/22/books/review/best-books.html )에 포함될 만큼 높은 평가를 받은 책입니다.


새뮤얼 존슨 (Samuel Johnson, 1709~1784)은 영국 시인이자 평론가인데 9년 동안 혼자서 영어 사전을 편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새뮤얼 존슨의 영어사전은 150년 후 옥스포드 영어 사전 출간 전까지 영국의 대표적인 사전이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영국 시인전’ 출간 등 영국 문학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임스 보즈웰 (James Boswell, 1740~1795)은 스코틀랜드 전기 작가이자 변호인으로 그가 쓴 자신의 친구 새뮤얼 존슨의 전기가 가장 유명하며 영어로 쓰여진 가장 위대한 전기로 손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좀 독특한 이력으로 프리메이슨 그랜드 마스터를 역임한 적이 있었다고 하네요. 제임스 보즈웰은 30살이 넘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더 클럽’의 핵심 인사인 새뮤얼 존슨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친구였지만 ‘더 클럽’ 멤버들이 마땅치 않아하여 창설된 지 거의 10년이 지난 1773년에야 비로소 멤버로 받아들여졌는데 그는 자신이 ‘더 클럽’ 멤버임을 자랑스럽게 여겨 저서에 ‘THE CLUB’이라고 대문자로 표기하였다고 합니다.


조슈아 레이놀즈 (Sir Joshua Reynolds, 1723~1792)은 영국 화가인데 초상화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는 로열 아카데미 초대 회장을 역임하고 수석 궁정 화가에 임명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영문 위키에 기록된 그의 업적 중 이 책의 ‘The Club’의 설립이 별도의 단락으로 중요하게 소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상 세 명이 ‘더 클럽’의 핵심 멤버이고 이외에도 ‘국부론’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 (Adam Smith, 1723~1790), ‘불신자’라며 새뮤얼 존슨과 제임스 보즈웰이 증오한, 하지만 그 자신은 “로마제국 쇠망사”를 통해 이름을 영원히 남긴 에드워드 기번 (Edward Gibbon, 1737~1794), 정치가이자 근대적 보수주의의 조종으로 추앙받는 에드먼드 버크 (Edmund Burke, 1729~1797), 셰익스피어를  영웅으로 만든 연극 배우이자 극장 경영자인 데이비드 게릭 (David Garrick, 1717~1779), 소설가이자 시인인 올리버 골드스미스 (Oliver Goldsmith, 1728~1774) 등 ‘더 클럽’의 기라성 같은 멤버들을 통해 “더 클럽”은 18세기 영국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어 그 시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줍니다.


“더 클럽”은 최근에 출간된 “진리의 발견 (마리아 포포바 著, 지여울 譯, 다른, 원제 : Figuring)”과 같이 집단 전기라는 장르에 묶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리의 발견”이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해 분투한 이들에 바치는 존경의 모자이크화라고 한다면 “더 클럽”은 ‘더 클럽’을 중심(좀더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새뮤얼 존슨을 중심으로)으로 모인 쟁쟁한 인물들을 씨줄 날줄 삼아 당시 영국의 시대상, 문화, 정치 등을 담은 직물을 아름답게 자아낸 것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18세기 영국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모임 ‘The Club’에 대한 생생한 모습은 이 책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말 하나 :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 600여 페이지의 묵직함과 함께 실리콘 재질 비슷한 느낌의 남다른 표지 질감이 느껴졌습니다. 책을 처음 만날 때의 이런 사소한 특별함은 언제 느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덧붙이는 말 둘 : 저자인 레오 담로슈는 하버드대 교수인데 왜 예일대학교 출판부에서 책을 냈을까요? 궁금하네요.


덧붙이는 말 셋 : ‘더 클럽’은 지금도 ‘런던 문예 학회 (London Literary Society)’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을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더클럽, #레오담로슈, #장진영, #아이템하우스, #새뮤얼존슨, #제임스보즈웰, #조슈아레이놀즈, #애드먼드버크, #데이비드개릭, #올리버골드스미스, #리처드셰리든, #엘리자베스린리, #헤스터스레일, #보니프린스찰리, #애덤스미스, #에드워드기번, #가브리엘피오치, #프랜시스버니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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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Book 핑크북 - 아직 만나보지 못한 핑크, 색다른 이야기
케이 블레그바드 지음, 정수영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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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원초적이며 본능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회적인 맥락에 의한 문화 공동체적 현상으로 후천적인 부분이 더 많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빨간 색을 예로 들어 보죠. 과거에는 빨간 색은 건강, 강인함과 더불어 신성함, 존엄을 의미하여 남자의 색이며 왕의 색을 의미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빨간 색은 혁명, 급진, 금지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는 붉은 악마와 2002 월드컵이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만.


 


빨간 색과 하얀 색의 조합인 분홍색은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여아의 색상으로 많이들 받아들이고 있으나 1950년 대 이전에는 남아의 색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여아의 경우는 파란색을 더 선호하였다고 하구요. 지금의 인식과는 반대의 맥락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출처 : https://425magazine.com/the-history-of-pink-a-changing-perception/ )


하나의 색만 하더라도 이렇게 다양한 의미와 시대적이며 사회적 맥락을 이해해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읽은 “핑크북 (케이 블레그바드 著, 정수영 譯, 덴스토리, 원제 : The Pink Book: An Illustrated Celebration of the Color, from Bubblegum to Battleships)”은 상징, 역사, 문화 등 전반적으로 분홍색 (Pink)에 주목하여 탐구한 결과물입니다.

저자인 케이 블레그바드 (Kaye Blegvad)는 영국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예술가라고 하는데 그녀의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 온라인 쇼핑몰과 책 2권을 출간했다는 정보 외에는 그다지 공개가 많이 되어 있지 않네요.


책은 상징으로서의 핑크나 핑크와 관련한 여러가지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재미있는 내용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보통 핑크하면 눈에 잘 띄는 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동차, 머리카락 혹은 강아지의 털색 등을 생각하면 쉽게 연상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군함의 색을 위장 목적으로 핑크로 칠했다면 믿어지십니까?

제 2차 세계 대전 중 영국 해군은 군함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었습니다. 군사적인 이유 뿐 아니라 섬나라인 영국으로서는 군함의 존재가 매우 중요했으므로 이런 피해를 줄일 묘안이 필요했죠. 해군 제독인 마운트배튼 경 (Louis Francis Albert Victor Nicholas Mountbatten, 1900~1979)은 군함의 피해가 집중되는 시간이 동틀 녘과 해질 무렵이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회색빛이 도는 핑크로 군함을 위장시켰다고 합니다. 이후 위장색이 효과를 발휘하는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효과는 비록 떨어졌지만 눈에 잘 띄는 색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특이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실제 6-70년대에까지 핑크 위장색은 활용되었다고 하네요. 바로 사막에서 활약하는 부대의 장갑차나 전차에 사막 분홍 (Dessert Pink)로 위장색을 사용했고 앞선 마운트배튼 경의 사례와는 다르게 이 위장색은 특정 시간대가 아닌 사막 모래와 어울려 지속적인 위장 효과를 부여 했다고 합니다.


핑크 택스 (Pink Tax)라는 용어를 혹시 아십니까? 이는 여성 전용 제품이나 서비스가 동일한 남성용 그것에 비해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극명한 예로 면도기를 들 수 있겠네요. 이렇듯 평균적으로 여성은 42%가 남성에 비해 더 높은 가격으로 동일한 제품을 구입한다고 하고 여성용 위생용품은 동일한 남성용에 비해 13%, 여성용 의류는 8%, 여성용 액세서리나 여아용 장난감은 7% 정도 비씨다고 합니다. 이런식으로 추가적인 여성의 지출은 연간 1300달러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니 핑크 택스는 여성의 피해망상적인 허구가 아니라 실재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색이 내포하고 있는 사회 맥락적 의미를 이해함으로써 우리 주변에 있는 갖가지 색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임과 동시에 색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핑크북, #케이블레그바드, #정수영, #덴스토리, #아직만나보지못한핑크, #색다른이야기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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