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선 자본주의 - 미국식 자유자본주의,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누가 승리할까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정승욱 옮김, 김기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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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구 소련 붕괴로 한때 인류의 1/3을 차지하던 국가 주도 계획 경제인 공산주의는 패배를 선언하였습니다. 이후 지구 상에는 사회경제 체제는 자본주의 하나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홀로 선 자본주의 (브랑코 밀라노비치 著, 정승욱 譯, 김기정 監, 세종서적, 원제 : Capitalism, Alone - The Future of the System That Rules the World)”라는 제목에서 ‘홀로 선’의 의미는 지구 상 유일한 사회경제 체제인 자본주의를 빗댄 제목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오늘날의 세계화는 ‘자본주의의 완전한 승리’와 필연적 결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를 넘어서 승리하였다 하더라도 지금의 세계화로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국제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공산주의의 이념이자 이상이었지만 실제로는 경제 자립적이며 민족주의적인 성격을 띄고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공산국사의 경우 상품이나 자본, 노동력의 국제간 이동은 미미했고 중세 중상주의적 쌍무거래 원칙에 머물렀고, 특히 그 성격상 팽창적인 성격을 가지는 자본주의와는 그 결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인류 역사를 통해 정치 체제의 명백한 승리 이후 곧바로 분열이 일어난 것을 자주 목격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기독교의 지중해 및 근동 일대의 승리 이후 분열, 이슬람의 정복 전쟁 승리 이후 분열 등이 그 사례입니다. 자본주의 역시 마찬가지인데 사실상 현재의 모든 인류가 영위하는 사회경제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로 분화하여 경쟁하는 것으로 보이며 각 체제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두 나라는 G2라 일컬어지며 향후의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이 두 흐름의 기원, 주요 특징, 모순과 단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라는 사회경제 체제는 지속적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을 맹신하던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는 진작에 비틀거리다 대공황이라는 경제 재앙을 불러오면서 종말을 고했습니다. 이후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성을 획득하기 위해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지만 80년대 이후 정부의 개입 최소화, 주주 이익 및 효율의 극대화라는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다시 비틀대고 있습니다. 특히 승자 독식의 디지털 이코노미 확산으로 양극화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기저 소비층이 취약해지면서 자본주의 시대의 종언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학자들의 이야기도 떠돌곤 합니다. 또한 CoVID-19로 인해 경제 성장의 후퇴, 중산층 이하 계층의 소득 감소 등 자본주의는 여러 난제들을 추가적으로 떠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 역시 이러한 자본주의를 대신할 실행 가능한 대안이 아직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 합니다. 다만 그는 ‘대중적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조심스럽게 제안합니다. 모든 사람이 거의 동일한 ‘비율’로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을 가지되 수입의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지본 비율의 증가가 개인 간의 불평등을 촉발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이를 위해 중산층에 대한 부동산과 금융 세제 혜택을 부여하되 부유층에 대한 높은 과세를 통해 부의 집중을 막고, 공교육에 대한 질적 향상을 통해 세대 간 세습을 줄이고 기회 평등을 현실화하며, 민족주의적 시민권을 재조명하여 시민과 비시민의 분리를 종식시키고 이주에 대해 보다 관용적이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정치 자금의 공공화를 통해 부자가 정치 과정을 지배하는 능력을 축소하는 등의 일련의 방안을 제안합니다. 

저자는 자유자본주의가 지금의 방식대로 진화한다고 하면 필연적으로 금권주의적 성격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불평등의 심화, 파괴된 도덕성의 표면화 등의 문제를 가지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이를 통해 오히려 국가자본주의적 유형으로 변화할 가능성조차 상존하며 이렇게 될 경우 돈과 권력의 결탁에 의해 엘리트에 의한 지배 체제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정치 혐오와 무관심은 오히려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고, 국민들은 정치에서 더욱 멀어지면서 악순환 구조에 접어들게 되면 이러한 현상은 거의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홀로선자본주의, #브랑코밀라노비치, #정승욱, #김기정, #세종서적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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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 지성의 모험 - 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
김호기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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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 지성의 모험 (김호기 著, 메디치미디어)”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호기 교수가 엮은 한국의 지성사 열전 (列傳)입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범위는 좌와 우를 넘나들며 독립운동가, 문학, 정치, 종교, 철학, 역사, 사회, 문화, 경제, 여성 및 환경 운동, 과학 등을 총망라하여 대표적인 60명의 지식인들의 저작을 중심으로 그들이 살아온 궤적과 정신을 담아 냈습니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 포함된 지식인들에게 중요한 것을 ‘시대정신’이라 정의하면서 현대사에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은 ‘민족해방’, ‘산업화’, ‘민주화’로 꼽았습니다. 이 세가지 시대정신이 현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지식인들의 '삶을 끌고 밀어’왔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문명의 미래, 주경철”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 1902~1985)의 ‘물질 문명과 자본주의’ 시리즈 (전 6권)를 번역하고 ‘문명과 바다 (주경철 著, 산처럼)’, ‘유럽인 이야기 (주경철 著, 휴머니스트, 전 3권)’를 집필하고 ‘근대 유럽의 형성 (주경철, 이영림, 최갑수 共著, 까치)’을 공저한 주경철 교수의 이름을 이 책에서 만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저자는 주경철 교수의 대표 저작으로 “대항해시대 (주경철 著, 서울대학교출판부)”에 주목했는데 저도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라 반갑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저자는 주경철 교수의 학문적 목표를 유럽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함으로 보고 15~18세기 세계사를 우리나라 학자가 독자적으로 조망한 것은 그만큼 우리 학문이 발전한 증거라며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 최재천”


최재천 교수는 그 자신이 세계적인 동물학자인 동시에 끊임없이 시민과의 소통을 이어온 지식인입니다. 책에는 소개 안되었지만 호주제 폐지를 이끌어내는 데 공을 세웠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사회 발전에 관심을 가진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최재천 교수에 주목한 이유를 학문적 깊이와 대중성을 겸비한 지식인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저자는 최재천 교수를 자연과학과 인문, 사회과학과의 소통을 강조한 통섭적 지식인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환경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생태학적 자기 계몽과 범학문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최재천 교수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1945년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지금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2019년 IMF 추정 GDP 기준)으로 70년이 안되는 기간 동안 초고도 성장을 이루어 냈습니다. 또한 군사적으로도 세계 10위 권 이내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어 (이 부분은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GFP의 2020년 Military Strength Ranking에 의하면 세계 6위권입니다. 물론 이는 공신력 있는 수치가 아니고 대략적인 참고용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군사력이라는 것 자체가 국가의 안보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보안사항이 많아 공신력 있는 지표가 있을 수 없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스스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BTS가 빌보드 HOT 100과 200에서 1위를 기록하였으며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이외에도 많은 한국산 드라마나 영화, 음악을 전 세계인이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우리가 밑바닥에서 전 세계의 정상권에 이르는 동안 사회, 정치, 경제, 문화, 학문 등의 분야에서 얼마나 크나큰 격동의 세월을 겪었을 지는 이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더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격동이 없었다면 오히려 성장할 수 없었고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 없었을 지도 모르지요. 


집단의 기억이 매체를 통해 기록될 때에야 비로소 역사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한국 지성의 모험”은 대표 지성인 60인에 대한 아카이빙을 통해 우리가 겪은 격동의 지성사를 정리하였다는 의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그들의 삶을 짧게 나마 따라가면서 얻은 바도 상당하구요. 하지만 언뜻 생각해도 저자에게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제목에 ‘모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나 봅니다.

 


#현대한국지성의모험, #김호기, #메디치미디어,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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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 - 일, 육아, 교육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이승욱 외 옮김 / 반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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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파울 페르하에허 著, 장혜경 譯, 반비, 원제 : Identiteit - und ich)”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심리적 병증의 양상이 과거와는 다르게 전개되는데 이는 직장, 학교 등에서 1980년 이후 급격하게 나타나는 신자유주의적 경향에 의한 지나친 경쟁, 성과, 효율주의에 의한 심리적 결핍이 원인이라 저자는 진단하며 인간성 회복에 필요한 시스템의 구축과 공동체와의 균형적 연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인상 깊은 진단과 마음에 와 닿는 대책으로 작가의 이름이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 (파울 페르하에허 著, 이승욱, 이효원, 송예슬 共譯, 반비, 원제 : Autoriteit)”라는 신간으로 다시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점점 전문가의 권위가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나무위키, 위키피디아, 네이버 등에서 검색한 지식으로 무장한 네티즌, 특정 이익집단에 부역하는 가짜뉴스, ‘안티백신운동’이나 ‘안아키’와 같은 반지성주의자들.. 

 전문가가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로서의 지식을 쌓아 올린 시간은 짧게는 십 수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에 달할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한 지식으로 무장한 네티즌은 고작해야 1-20분에 걸쳐 얻은 지식으로 ‘전문가만큼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그러면서 정보 평등으로 전문가의 헛된 권위를 깨부수고 있다고 생각하지요.


 권력은 권위가 없어도 권력은 무력, 정치적 권력, 부 등에 의해 홀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권력과 권위가 상호 배타적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권위는 권력의 양태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가끔 권력의 층위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현실적으로 권위의 정의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인간 사회에서 물리적 힘이나 돈은 권력을 부여하지만 권위까지 자동적으로 부여하지 않으며 더 많은 권력의 행사는 오히려 권위의 부족 혹은 부재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다만 권위는 자발적 복종을 의미하기 때문에 폭력과는 무관하며 저자에 의하면 권위 (authority)를 ‘도덕 그 자체로, 사회가 구성원들의 관계를 규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규범과 가치에서 탄생하는 강력한 힘’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권위는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를 규정하므로 사회의 성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데 신자유주의적 규범과 가치가 강력하게 발휘되는 현재의 사회에서는 권위보다는 오히려 권력이 사회적 관계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사회적 관계가 변화함에 따라 기존에 인정받던 권위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관습에 의한 자발적 복종 역시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새로운 권위를 찾아야 하는데 저자는 수평적 네트워크에 근거한 집단적 권위에 주목합니다. 이때 집단적 권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립의 순간이 발생하는데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전통적 구도로 대립의 해소가 발생되지 않고 집단적 일관성에 의해 대립의 해소가 비로소 일어나고 집단적 권위가 점차 쌓여가는 것이라 저자는 설명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권위(authority)가 정말 부정적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권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권력을 권위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어른’으로 상징되는 권위가 무너진 자리를 대신하여 차지하는 것은 ‘꼰대’, ‘진상’, ‘갑질’로 대변되는 소아병적이며 수직적인 권력 의식입니다. 우리는 다시 새로운 권위를 세워야 할 시점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저자의 제자가 학위 수여식에 그에게 해주었다는 아래의 말에 주제의식이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은 언제나 우리들 사이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분이세요. 교수님에게 있는 권력을 남용하지 않으시니까요.’


#우리는왜어른이되지못하는가, #파울페르하에허, #이승욱, #이효원, #송예슬, #반비, #일육아교육이갈수록어려워지는이유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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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 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인생과 신화’ 특강
조지프 캠벨 지음, 권영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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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조지프 캠벨 著, 권영주 譯, 더퀘스트, 원제 : Myths to Live By)”을 읽었습니다.


조지프 캠벨은 미국의 종교학자이자 신화학자로 일가를 이루었던 인물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학자입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의 저작도 상당히 많은 편인데 특히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시베리아부터 호주까지의 신화를 아우르는 그의 역작인 ‘신의 가면’ 4부작은 그의 필생의 역작으로 유명하지만 입문작으로는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최근 그의 대중 강연이나 인터뷰를 모은 작품들이 출간되고 있는데 “영웅의 여정 (조지프 캠벨 著, 박중서 譯, 갈라파고스, The Hero's Journey: Joseph Campbell on His Life and Work)”, “신화의 힘 (조지프 캠벨, 빌 모이어스 共著, 이윤기 譯, 21세기북스, 원제 : The Power of Myth)”이 대표적이며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도 역시 그런 맥락의 재출간이라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 (Joseph John Campbell, 1904~1987)이 1958년부터 1971년까지 쿠퍼유니언포럼(Cooper Union Forum)에서 진행하였던 신화와 관련한 25회의 강연을 12편으로 구성하여 1972년에 출간한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화와 함께 하는 삶 (이은희 譯, 이경덕 監, 한숲출판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절판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길벗 출판사의 인문교양 브랜드인 더퀘스트에서 다시 번역하여 출간하였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 듯이 이 책은 12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화에서의 영웅의 여정이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개인의 삶을 투영한 것이라는 조지프 켐벨의 사상을 생각하면 이 책의 각 장은 신화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인생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특히 첫 편인 ‘신화가 과학을 만났을 때’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60년 전의 강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지성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지금에도 유효한 질문으로 보입니다. 


책에 소개된 대화를 들어보죠.


아이 : 지미가 오늘 인류의 진화에 관한 숙제를 발표했는데 선생님이 걔 생각이 틀렸다고 했어요. 아담과 이브가 인류 최초의 조상이래요.

엄마 : 선생님 말씀이 맞지. 인류 최초의 조상은 아담과 이브야.

아이 : 네, 그건 아는데요, 그렇지만 이건 과학 숙제였다고요.

엄마 : 하여간 과학자들이란! 그건 그냥 이론일 뿐이야.

아이 : 네, 알아요. 그렇지만 사실을 근거로 증명됐는걸요. 뼈도 발견했다고요.


(조지프 캠벨 著,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권영주 譯, pp10~11)


조지프 캠벨은 우연히 마주친 이 대화를 통해 상징 및 권위로서의 신화와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학조차 진리를 말해주지 못하는 현실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그렇기에 과학은 진리인 척 하지 않고 최종적인 지식인 척 하지도 않습니다. 묵묵히 그리고 끊임없이 진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할 뿐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은 믿음(belief)의 대상이 아니라 신뢰(trust)의 대상일 뿐입니다. 

하지만 신화에 담겨진 많은 이야기들이 ‘거짓’은 아닙니다. 물론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거짓이라고 한다면 옳은 이야기이겠지만 실제의 사실이 아니라 인류가 가진 ‘정신의 사실’을 담은 그릇으로 본다면 온전히 거짓은 아니겠지요. 조지프 캠벨은 신화학자가 할 일은 신화가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사실을 분석하고 해석하여 우리의 내면과 외부 세계의 사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학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죠.


조지프 캠벨은 ‘신화’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언제까지고 영원히 다시 쓰여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다만 그 ‘신화’는 민족이나 국가의 목적이 아니라 바로 ‘개인’에 맞추어 그 ‘개인’을 깨워 스스로를 알게 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은 곧 그 신화를 듣고 보는 우리의 이야기이거든요. 


 #다시신화를읽는시간, #조지프캠벨, #권영주, #더퀘스트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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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1918 - 역사상 최악의 의학적 홀로코스트, 스페인 독감의 목격자들
캐서린 아놀드 지음, 서경의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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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전 세계가 CoVID-19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벌써 7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전 세계 시민들은 묵묵히 이 시간을 감내해내고 있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과거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뉴노멀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암담한 것은 감염병의 대유행 사태가 앞으로 더 잦아질 것이고 더욱 빠르게 전파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있다는 것입니다. 신종 감염병은 유행이 되고 난 다음 대응책을 마련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응 자체가 늦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항상 뒤 늦게 싸움에 필요한 무기를 준비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하지만 역사를 통해 우리는 배울 수 있습니다. 100여년 전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1918년에서 1919년 동안 전 세계적인 대유행이었던 ‘1918년 독감 대유행 (1918 flu pandemic)’을 말이지요. 일반적으로 스페인 독감 (Spanish flu)으로도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1918년 독감 대유행’ 시기를 다룬 역사책 한 권이 출간되었습니다. “팬데믹 1918 (캐서린 아놀드 著, 서경의 譯, 황금시간, 원제 : Pandemic 1918: The Story of the Deadliest Influenza in History)”이 바로 그 책입니다.


‘1918년 독감 대유행’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1918년부터 1919년에 걸쳐 일어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1N1)에 의한 감염병 대유행으로 당시 진행 중이던 제 1차 세계 대전으로 말미암아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켜 당시 전 세계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감염되었으며 그 중 1700만 명에서 5천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질병에 의한 사망자가 1억 명에 달하는 것을 보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저자는 당시 중국의 경우 다른 나라의 자료보다 턱 없이 낮은 사망자수를 기록해 재확인이 필요하다는 존 옥스포드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기존 연구에서의 사망자수가 과소평가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진 설명 : 1918년 미국 시애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전차 탑승을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1918년 독감 대유행’은 그 무서움에 비해 발원지는 알려져 있지 않은데 여전히 그 원인과 본질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어떤 연구자는 프랑스, 어떤 연구자는 중국, 어떤 연구자는 미국이 기원이라고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사실 ‘스페인 독감’은 스페인과 큰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 중립국이었던 스페인에서는 다른 참전국과 다르게 이 유행병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에 언론에서 주로 다루었고 이로 인해 ‘스페인 독감’이라는 표현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사진 설명 : 1918년 야외 이발소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으며 개인 간격도 지키고 있다.)


저자는 1918년부터 1919년까지 이어진 독감 대유행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그 질병에 맞선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 이 책을 저술했는데 아마도 그녀의 친조부모 역시 이 독감의 희생자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질병 대유행이나 전쟁 같은 경우 너무 큰 규모로 인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흔히 잊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한 사람 한 사람을 잊지 않고 기록해주고 있습니다. 



(사진 설명 : 1918년 독감 대유행은 총 3차례의 대유행이 있었으며 특히 유전자 변이에 의해 더욱 강력해진 바이러스로 인한 2차 파동 때의 피해가 가장 컸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강력한 기시감은 저만의 느낌이 아닐 것입니다. CoVID-19 초기 발생했던 수많은 시행 착오나 오류 등은 이미 ‘1918년 독감 대유행’ 시기에도 발생했던 것과 유사한 것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운 것을 너무나 빨리 잊어버렸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지금이라도 ‘1918년 독감 대유행’ 사례에서 배운 인사이트와 힌트를 통해 하루 속히 CoVID-19 팬데믹 국면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팬데믹1918, #캐서린아놀드, #황금시간,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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