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돈 - 금융 투시경으로 본 전쟁과 글로벌 경제
천헌철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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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돈 (천헌철 著, 책이있는마을)”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독특하게 금융의 관점에서 전쟁과 글로벌 경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금융업계에 현직으로 있으면서 쌓은 저자의 오랜 경험이 반영된 관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크게 ‘전쟁과 금융’, ‘글로벌 경제와 금융’ 등 2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워털루 전투, 미국의 남북전쟁, 이탈리아 독립전쟁, 프로이션-오스트리아 전쟁, 러일전쟁, 그리고 양대 세계대전을 통해 전쟁을 통해 바라본 금융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특히 러일전쟁 (1904~1905)은 일본이 서구 열강에게 승리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배를 인정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전쟁으로 관심이 가는 챕터입니다.

1904년 제물포의 해역에서 시작하여 미국의 중재로 1905년 포츠머스에서 조약을 맺음으로써 마무리된 러일전쟁은 이후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러시아에서는 혁명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하는 등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친 전쟁이었습니다. 




책에 따르면 당시 일본의 인구는 4,600만명으로 러시아의 약 30% 수준에 불과하였으며 추정치에 의한 국내총생산 역시 러시아의 30% 수준에 불과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러일전쟁에 투입한 전비는 러시아가 일본의 그것에 거의 2배에 가까웠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추정 국내총생산의 25%에 육박하였고 당시 연간 세수의 무려 8배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일본은 러일전쟁의 전비를 어떻게 충당하였을까요?  

바로 외화 국채를 통해 전비의 47%를 조달하였는데 그 금액은 무려 8.2억엔으로 연간 세수의 4배에 육박하였다고 합니다.


 


당시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리라 보는 견해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전쟁 채권은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었는데 일본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은행 부총재를 미국과 영국에 파견하기도 하고 전쟁 참관인을 허용하는 등 전비 조달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에 만전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결국 전쟁 채권의 상당수를 미국과 영국이 인수하게 되는데, 특히 미국의 인수 물량이 매우 많았다고 합니다.


앞서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소모한 전비는 연간 세수의 8배나 되는 막대한 금액으로 이는 개전 초기 예상했던 전비의 무려 4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일본의 국가 재정은 파산 직전이었으며, 심지어 러시아로부터 전쟁 배상금을 받지 못함으로써 재정 위기가 더욱 커졌는데 추가적인 채권 발행과 로스차일드의 인수 참여로 이 위기를 겨우 넘겼다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쟁을 정치적, 군사적 행위로 보는 경향이 많으며, 사가들 역시 이런 관점에서 기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쟁 역시 ‘돈’이 들어가는 행위이며 돈을 조달하는 데에는 각종 금융 기법이 사용됩니다. 저자에 따르면 많은 전쟁에서 세금을 통해 모든 전비를 충당한 전쟁은 거의 없으며 현대에 들어와서는 미국이 수행한 한국전쟁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이렇듯 전쟁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또한 2부에서는 국제 경제를 떠받치는 국제 무역에 있어 이를 지원하는 체제의 탄생부터 이를 둘러싼 환경과 변화에 대해 기술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관점에서 금융사를 바라보고 싶은 독자들은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



#보이지않는돈, #천헌철, #책이있는마을,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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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체론 - 천황제 속에 담긴 일본의 허구
시라이 사토시 지음, 한승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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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889년 제정/공포되어 1890년 시행된 대일본제국헌법의 제1장은 천황(천황)에 대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만세일계의 천황에 의해 통치되며 신성하여 범할 수 없고 국가의 원수로 통치권을 총람하며 제국의회의 협찬을 얻어 입법권을 행하고 법률을 재가하며 의회를 해산할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군 통수권자로 전쟁과 계엄을 선포할 수 있으며 일본의 모든 국민은 천황의 신민(臣民)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7t7l.pe.kr/772 )

전후 일본국 헌법은 1946년 제정/공포되어 1947년 시행되었는데 일명 ‘평화헌법’이라고도 하며 이때 천황은 과거 일본제국 헌법과는 다르게 ‘상징천황’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 출처 : http://world.moleg.go.kr/web/wli/lgslInfoReadPage.do;jsessionid=cTTO5151l3hTK3DtG1Q1pvFdMLnaWG6b9uBMzM45dRptn70c0KIpgXblzldgNFx6.eduweb_servlet_engine6?CTS_SEQ=42403&AST_SEQ=2601 ) 과거의 헌법에 비해 천황의 지위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일본국의 헌법은 일반 국민과 다른 신분, 즉 천황에 대해 헌법 차원에서 정의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헌법과는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헌법에서는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체는 국가의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따라 분류되는 국가의 형태를 의미하나 일본에서의 국체는 일본제국주의 시대의 사회이념으로 천황이 통치하는 체제 자체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국체론 (시라이 사토시 著, 한승동 譯, 메디치미디어, 원제 : 國體論 菊と星條旗)”에서 저자는 국체를 관점으로 하여 근현대 일본사를 파악하고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전전(戰前)에야 대일본제국 헌법에 의해 천황에 의한 통치가 가능했던 시대이니 국체로 일본을 바라보는 것이 가능하였지만 전후(戰後) ‘국체’는 사실상 기능하지 않으니 이를 통해 일본을 바라보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히 전후 일본을 바라볼 때에도 이 국체라는 개념이 일본의 핍색 (逼塞)을 설명하는 유일하다고 주장합니다. 천황 대신 그 자리를 미국이라는 나라가 차지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국체가 개편되고 유지된 ‘국화와 성조기의 결합’이 전후 국체의 본질이라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또한 저자는 전쟁 전의 국체가 결국 자멸로 이끌었 듯이 특이한 대미 종속 구조로 이루어진 전쟁 후 국체 역시 파멸의 길로 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이베 정권은 일본국 헌법 제 9조를 근거로한 일본의 평화주의는 소극적이며 이를 ‘적극적 평화주의’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미국과의 군사전략과의 일체화’이며 전후 국체의 정점이 바로 ‘성조기’임을 명시적으로 나타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또한 그는 일본의 번영을 이끈 냉전이 끝나면서 일본의 위기는 찾아왔고, 일본 우익은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신냉전 혹은 주변국의 안보 불안을 바라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일본 우익이 숭앙하는 국체와 적극적 평화주의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일본은 살아남을 수 없고, 살아남을 가치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강상중 著, 노수경 譯, 사계절, 원제 : 維新の影 : 近代日本一五〇年、思索の旅)”의 책을 통해  일본 국민은 여전히 메이지 유신을 긍정하며 ‘자신의 근대적 뿌리’이자 ‘영광스런 출발’로 여기고 있다는 주장을 접한 바 있습니다. 이때의 유신(維新)은 ‘복고와 동시에 혁신이라는 이율배반적 통합’이라고 강상중 박사는 정의합니다. 여기에서 복고란 천황 중심의 국가주의적 복고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유신을 긍정하는 정치문화적 체제는 결국 현대의 일본 역시 국가주의적 토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인데 “국체론”에서 시라이 사토시가 주장하는 이야기와 상당 부분 일맥 상통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신분제를 허용한 국가가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할지, 일본은 왜 천황제를 유지하고 있을지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일본 학자의 눈을 통해 일본 국체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현대 일본에서의 국체의 의미와 주변 국가에 미치는 영향까지 일람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현대 일본 정치와 국제 관계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 싶다면 필히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국체론, #시라이사토시, #한승동, #메디치미디어


ㅁ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 ( https://cafe.naver.com/booheong/197643 )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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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선택 - 세계 경제사 주요 사건으로 읽는 부의 지도
한진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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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선택 (한진수 著, 중앙북스)”을 읽었습니다.


요즘 COVID-19로 인해 경제가 많이 어렵습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경제 상황이라 하더라도 하루 하루 버티기 힘든 것은 서민이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다 같이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서점에 유독 ‘돈’, ‘부자’ 같은 제목을 달고 있는 책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번에 읽은 이 책도 제목만 보면 시류 영합적인 책으로 보이나 사실 그런 류의 책은 아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대중을 위해 경제사를 다룬 책이에요. 특히 문명이 시작될 무렵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경제와 관련한 여러 사건과 발견, 발명, 사회 구조의 변화 등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하였고 여러 경제 제도 등을 마지막 장에 설명함으로써 경제 자체와 경제 제도 등을 바라보는 안목을 높일 수 있는 책입니다. 일단 쉽고 재미있고 깊이도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장은 바로 ‘복지국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실 자본주의는 특성상 독점을 추구합니다. 돈은 누군가의 개입이 없으면 절대 스스로를 나누려고 하지 않고 뭉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시장을 장악하고 위험을 헤지하기에 가장 좋은 것은 독점이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정치적 권력까지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독점은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낳게 됩니다.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수차례에 걸쳐서 철저하게 실패하고 수정되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언뜻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메카처럼 보이지만 반독점법(Antitrust Laws)이라는 (독점을 추구하는 경제 주체에게는 너무나 무서운) 법이 시퍼렇게 살아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돈으로 대변되는 부, 경제적 번영은 바로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지속적으로 사람을 배제합니다. ‘돈이 존재하는 이유, 결국은 사람’이라는 마지막 장이 마음에 와 닿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복지는 절대 공짜일 수 없습니다. 복지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재원이지요. 이러한 재원 확보능력은 결국 경제 성장, 국가나 사회가 창출하는 부의 크기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복지를 통한 경제가 성장하고, 이러한 경제 성장을 통해 복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가 결국 사람을 위해 경제가 봉사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돈의선택, #한진수, #중앙북스, #경제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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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로부터의 생존자들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6
이시형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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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람들을 가르는 무엇인가가 나타납니다. 


아마도 그것은 장벽이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남과 북으로 가르기도 하고 특정 영역을 고립시키기도 합니다. 지구상 전 대륙에 걸쳐 나타난 그것의 모습은 하나가 아니며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끈한 직사각형의 블록이 뭉쳐져 있는 듯한 그것의 모습, 질감, 그리고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색감에 매혹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무지개벽이라고도 부릅니다. 

하지만 말랑말랑한 것처럼 보이는 질감과는 다르게 그것을 만지려는 사람을 다치게 합니다. 어떤 사람은 손이 절단되고, 눈이 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분명 눈에 보이는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그것은 구조조차 규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입니다. 누군가는 암흑물질이 뭉친 것이라고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고차원의 물체가 3차원 공간에 나타난 것이라고도 합니다. 

사람들에게 이것으로 인해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제 더 이상 자유로운 이동은 어렵습니다. 어느 순간 그것이 더욱 부풀어 올라버렸거든요. 벽이 생겨버린 후 사람들은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글로벌 공급 체계가 무너지면서 제조업은 점차 몰락하고 절대빈곤층이 늘어납니다. 사회 혼란은 가속화되고 매점매석이 성행합니다. 그리고 거대해진 탐욕은 협력과 연대보다는 분열과 배척을 불러옵니다. 한반도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전라 경상권과 경기 충청권을 갈라놓은 그것 때문에 대한민국은 또다시 분열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내전 뿐입니다. 

사람들은 지쳐갑니다. 그리고 피폐해집니다. 경제는 붕괴되고 중앙정부의 통제력은 사라져가고, 힘만이 진리이자 정의가 되는 세상. 게다가 격화되는 내전으로 서로 증오만이 남지 않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들의 영혼 뿐인데 그러한 영혼을 착취하는 종교가 등장합니다. 


어느날, 그것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흉측한 몰골로 말이지요. 마치 암처럼 전 세계에 퍼지다 그것의 높이는 갑자기 낮아지다 괴생명체를 토해냅니다. 거대한 파충류들을요.

이제 인류는 괴생명체들과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 바랍니다.)




최근에 읽은 “파멸로부터의 생존자들 (이시형 著, 그래비티북스)”의 인트로입니다.


설정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괴물체, 처음에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결국 인간과 사회를 구성하는 연대 네트워크를 부숴버리는 치명적인 물체로 작용합니다. 그로인한 인간의 갈등과 내전. 


그러나 딱 여기까지입니다.

너무 성급하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야기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일단 등장인물들의 말이 너무 많습니다. 한 사람이 한번 이야기하는데 1-2페이지 되는 대사도 자주 나옵니다. 그리고 대화 속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정도 되면 독자는 등장인물이 아니라 그냥 작가라고 생각해버립니다. 몰입감이 떨어져요. 

핍진성(逼眞性, verisimilitude)이라고 하죠.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관을 독자가 납득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한 장치들이 너무 부실합니다. 국가 단위의 전쟁을 하는데 군의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군 직책이나 계급체계가 이상한 것은 일단 넘어가더라도) 

그리고 고작 파충류 (중형 공룡 수준)에 불과한 적과의 전투를 너무 어렵게 풀어냅니다.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끊임없이 몰려오는 적들이라면 화력전으로도 쉽지 않겠지만 작중 묘사되는 파충류들은 그렇게까지 대규모는 아니잖아요.  아무리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난 생명체라도 그 수가 한정적인 이상 자동화기로 무장한 분대 이상의 정식 제대와 맞붙으면 몰살될 거에요.  

마지막에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악당이 있었다라는 도식적인 결말까지… 


차라리 장벽 이후의 전쟁물보다는 장벽이 있는 상황에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묘사하는 짧은 중편으로 구성했으면 훨씬 읽기 편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설정과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너무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파멸로부터의생존자들, #이시형, #그래비티북스, #장르소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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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언 - 기독교는 어떻게 서양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톰 홀랜드 저자, 이종인 역자 / 책과함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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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홀랜드 (Thomas Holland, 1968~)는 역사 저술가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입니다. 특히 이슬람과 페르시아, 로마와 관련한 수준 높은 역사 책을 저술한 바 있습니다. 그 중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은 “페르시아 전쟁 (이순호 譯, 책과함께, 원제 : The Persian Fire)”, “이슬람 제국의 탄생 (이순호 譯, 책과함께, 원제 : In the Shadow of the Sword: The Birth of Islam and the Rise of the Global Arab Empire)”, “루비콘 (김병화 譯, 책과함께, 원제 : Rubicon)”, “다이너스티 (이순호 譯, 책과함께, 원제 : Dynasty)” 등이 있습니다. 

톰 홀랜드는 그의 저작을 통해 새뮤얼 존슨상 (Samuel Johnson Prize, 현재는 Baillie Gifford Prize for Non-Fiction으로명칭 변경) 최종 후보, 헤셀-틸먼상 (Hessell-Tiltman History Prize) 수상, 런치먼상 (Runciman Award) 수상 등을 기록할 만큼 인정받기도 했지만 대중적으로도 사랑받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의 경력 사항 중 독특한 부분은 소설가로 경력을 시작했다는 점인데 실제 역사 저작에서도 대중 친화적인 글쓰기는 이런 경력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읽은 “도미니언 (톰 홀랜드 著, 이종인 驛, 책과함께, 원제 : Dominion: The Making of the Western Mind)”은 톰 홀랜드의 신작입니다. 이 책은 기독교 발생 이전인 기원전 479년 아테네부터 시작하여 2015년 독일 로스토크까지의 2500여 년에 걸친 시간 동안의 기독교가 영향을 미친 역사를 살피면서 기독교가 어떻게 서구 사회의 세계관과 가치 체계를 만들고 지배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실증을 통해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고대 로마에서 십자가형은 고통스럽고 경멸스러운 처형 방식이었습니다.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최악의 형벌 중 하나로 로마인들조차 이 형벌을 혐오스러워 했기에 십자가형에 처해지는 노예들은 가장 멀리 떨어진 벌판으로 데려가서 십자가에 매달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형에 처해진 노예는 잊혀져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형에 처해진 나사렛 출신의 한 유대인은 이후 2000년 간 가장 중요한 이름이 됩니다. 그가 당한 멸시, 불명예, 고통, 비참함, 공포는 끔찍했지만 이례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권력자에게 신성을 부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 신성이란 바로 적들을 죽여버리고, 고문하고, 못 박고, 십자가형을 내리는 권력입니다. 하지만 십자가형을 당한 그 유대인은 죽음으로써 신성을 획득합니다. 일부 권력자들에게 이것은 신성모독이었겠지만 이후 로마 황제들조차 “예수”의 신성 (Christos)을 인정하게 됩니다.

중요한 변화가 1070년 경에 나타납니다. 안셀무스 (Anselmus Cantuariensis , 1033-1109)의 기도문을 통해 예수의 인성을 강조하는 깨달음을 나타내게 됩니다. 하지만 십자가형의 처참함에 대해 로마인들의 혐오, 경멸과는 다른 반응이 나타납니다. 그들은 십자가에 메달린 예수의 모습을 보면서 동정과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꼴찌가 첫째되고 첫째가 꼴찌가 될 것이다.” ‘인내, 기도, 사랑’ 이것들이 바로 안셀무스가 규정한 기독교의 미덕이었습니다. 

이러한 십자가는 2000 여년이 지난 2014년 IS가 점령한 신자르 지방에서 형벌의 형태로 재현됩니다. IS는 그들이 점령한 이 지방에서 남자들을 십자가형에 처합니다. 이때 저자는 십자가형이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공포의 상징으로 지배권 (Dominion)을 성취하는 수단으로 정복자의 표식임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기독교인들은 그런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였지만 오히려 공포의 대리인이 되어버리고 약자를 어둠으로 밀어넣기도 했습니다. 


“도미니언”은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그리스도의 홍수 같은 물결이 흘러간 과정을 탐색”했다고 합니다. 그 스스로 고백했듯이 그 역시 기독교의 부외자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독교가 서구 세계에 마치 ‘공기처럼’ 존재하듯이 영향을 미친 과정을 최대한 물결의 뒤에 서서 특유의 탁월한 이야기 솜씨로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그가 이야기했듯이 최근 종교적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 따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많은 합의된 가치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전제 조건’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저자는 조심스럽게 그의 주장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만) 심지어 무신론의 대표적인 투사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 1941~)가 가지는 불가지론자, 세속주의자, 인도주의자로서의 면모 역시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이 책을 통해 서구의 가치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기독교가 미친 영향력에 대한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독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도미니언, #톰홀랜드, #이종인, #책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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