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의 취약성 - 왜 백인은 인종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그토록 어려워하는가
로빈 디앤젤로 지음, 이재만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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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의 취약성 (로빈 디앤젤로 著, 이재만 譯, 책과함께, 원제 : White Fragility: Why It's So Hard for White People to Talk About Racism)”을 읽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로빈 디앤젤로 (Robin DiAngelo, 1956~)는 백인성 (whiteness)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인종다양성 훈련 컨설턴트이며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백인의 취약성 (White Fragility)’이라는 개념은 저자가 고안해낸 개념으로 저자가 그동안 수행한 수많은 다양성 워크숍 현장에서 관찰한 백인 참가자들의 반응을 통해 도출해 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의 인종주의적 체제, 그리고 그에 순응하고 가담하는 백인의 행태 등을 저자가 지적하면 백인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갖가지의 방어적 반응을 내비쳤고, 그런 방어적 반응의 내면에 무엇이 있을까를 숙고한 끝에 고안해 내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저자가 말하는 ‘백인의 취약성’이라는 개념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한 사례를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한 워크숍에서 백인이 유색인에 비해 사회적, 제도적 권력을 쥐고 있음을 포함한 인종주의에 대한 정의를 막 제시합니다. 그러자 한 백인 남성이 주먹으로 탁자를 쾅쾅 내리치면서 ‘백인은 더 이상 일자리를 얻지 못해’라며 고함을 칩니다. 그러자 저자는 주위를 둘러봅니다. 직원 40명 중 38명이 백인입니다. 

저자는 생각합니다. 왜 저 백인 남성은 화가 났을까? 왜 저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그 자리에 있는 단 두명의 유색인종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일까? 왜 다른 백인들은 그에게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지? 

저자는 단지 인종주의의 정의만 이야기했을 뿐인데 말이지요.


저자는 이렇게 진단합니다.


미국의 백인은 인종 분리와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 그 혜택을 누리며 살아왔습니다. 그 결과로 인종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이점만 취할 수 있었지요. 그들은 그래서 인종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기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사회화 과정에서 (의식하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지만) 인종 우월의식을 내면화하게 되지만 그들은 인종 문제를 도덕적이고 착한 사람 대 비열하고 나쁜 사람의 문제로 인식합니다. 자신은 전자의 편이라 생각하지요. 그래서 그들은 인종에 대한 대화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 인종 주의적 주제가 나오거나 암시만 되고 매우 방어적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그렇게 방어적 반응을 보임으로써 그들은 다시 인종적 편안함을 되찾고, 인종적 위계에서 우위를 유지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상태를 ‘백인의 취약성 (White Fragility)’이라고 개념화하였습니다. 백인의 취약성을 촉발시키는 것은 불편함이지만 그 근간에는 백인이 우월하고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의식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는 약점이 아니고 다른 인종을 통제하고 백인의 혜택을 보호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결과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인종별로 투표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내에서  적극적 우대조치 (affirmative action)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인종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백인의 의식 속에 뿌리 깊숙히 박힌 인종에 대한 차별의식은 아직도 그리 바꾸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트럼프에 대한 지지 성향이 인종 차별과 인과 관계가 있다고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의 상관 관계는 있을 것이라 짐작하는 것은 그리 틀린 생각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러한 백인들의 투표 성향이 표면적 인종 우월의식이나 적극적 우대 조치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해석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보다 다층적이며 다면적인 해석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인의취약성, #로빈디앤젤로, #이재만, #책과함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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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월드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7
엄정진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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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의 SF를 출간하는 그래비티북스 시리즈가 벌써 17권이 되었네요. 이번에 작품은 “레일월드 (엄정진 著, 그래비티북스)”입니다.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니 유의 바랍니다.)


평소와 같이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우주선 임라나의 선장과 부관. 그들이 우주 항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항로에 무수한 조각 더미를 발견합니다. 자세히 관찰한 결과 그 조각 더미는 우주 쓰레기나 소행성 잔해가 아니고 수천 구에 달하는 생물체의 사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네모난 별. 유옌의 말처럼 정말로 평평하고 네모난 별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무려 47기가미터 (0.31 au에 해당하고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123.6배에 해당하는 길이)에 이르는 선로로 만들어진 거대한 구조물, 레일 월드입니다. 하지만 레일 월드는 이제 멸망의 위기에 처해있는데 레일 월드에 살고 있는 종족은 이 위기를 전쟁으로 타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과거 시리즈에서 훌륭하게 위기를 막아낸 경험이 있는 ‘선장’과 ‘부관’은 이 위기를 막아내고 ‘중재’해낼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을 쓴 엄정진 작가는 pilza2라는 필명으로 환상문학 웹진 ‘거울’에서 주로 활동하는 SF/판타지 작가입니다. 그의 필명으로 찾아보시면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그가 구축한 스페이스 오페라 세계관인 “우주선 임라나 시리즈”는 우주선 임라나를 타고 다니며 우주 연방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내추럴 ‘선장’과 인공지능 ‘부관’의 이야기를 다룬 연작 소설 시리즈입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만 해도 우리나라 작가로서는 드문 시리즈인데 더구나 더 드문 하드 SF적 세계관까지 함께 곁들이고 있으니 정말 귀한 시리즈입니다.

처음 이 시리즈를 시작한 게 2013년이니 벌써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쌓아 올려온 세계관을 가진 시리즈입니다. 이번에 읽은 ‘레일월드’는 시리즈 중 6번째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연작 시리즈 중 (아직까지는) 유일한 장편입니다. 

엄정진 작가가 만들어내는 매력적인 세계관과 인물들이 펼치는 우주 활극을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면 “우주선 임라나 시리즈”와 “레일 월드”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레일월드, #엄정진, #pilza2, #그래비티북스, #장르소설, #스페이스오페라, #하드SF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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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 - 거대 플랫폼은 어떻게 국가를 넘어섰는가
라나 포루하 지음, 김현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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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은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은 대선을 치뤘습니다. 오바마가 SNS를 적극 활용하여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SNS는 선거 전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는 가짜 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페이스북을 활용하여 이러한 가짜 뉴스를 확산시켰습니다. 페이스북이라는 단일 플랫폼에서 공유된 가짜뉴스에 대한 반응 (좋아요, 공유 등)은 800만 건이 넘었는데 이 수치는 기존 매체에서 가장 인기있던 기사에 대한 반응의 합보다 훨씬 많은 것이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2016년 미국 대선은 가짜 뉴스의 승리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유투브,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가짜 뉴스의 확산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 남의 일이 더 이상 아닌 듯 합니다.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거대 플랫폼은 이런 가짜 뉴스를 막을 생각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럴 능력이 없는 것일까요? 또한 거대 플랫폼의 문제는 이 것 뿐일까요?  “돈 비 이블 (라나 포루하 著, 김현정 譯, 세종서적, 원제 : Don't Be Evil)”은 공고해진 탐욕의 신디케이트, 모든 이들에 대한 감시, 플랫폼 노동에 내몰린 긱 노동자, 로비의 큰 손이 되었으며 이제는 정치 권력을 앞서기 시작한 빅 테크 기업, 점차 취약해지는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과정 등에 대한 거대 플랫폼의 ‘사악함’에 대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한 때 구글의 행동강령으로 알려졌던 문장입니다. 실제로 구글은 이 문장을 그들의 행동강령의 서문에 담아 가치를 지켜나가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행동강령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 책에서는 거대 플랫폼이 국가를 넘어섰고 점점 더 사악해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의 행동 강령의 변경은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실제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대 자본을 가진 집단은 언제나 정치적인 힘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이 당위처럼 보입니다. 이런 거대 자본은 민주주의가 가진 이념과 실체를 어그러뜨리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미국은 반독점에 대한 그토록 가혹한 법을 가지고 있으며 행사해 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FAANG이라 부르는 기술 기업들은 더 이상 기술 기업의 범주에 포함할 수 없습니다. 이들 기업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자본은 왠만한 국가의 부를 넘어서기 때문에 이제 그들은 거대 자본 세력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과연 이러한 기업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저자는 몇가지 해법 혹은 힌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자본주의에서 통용되는 규칙은 절대가치가 아니며 우리가 만들고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업계의 자율 규제는 말이 좋아 자율규제이지 실제로 작동한 적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먼저 그들 플랫폼에서 일어난 불법적인 일에 대한 면책권을 재고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익을 차지하려면 그 이익에 대한 책임 역시 가져야한다는 매우 타당한 이야기입니다. 또한 저자는 플랫폼 자체는 자연 독점과 같은 상태이므로 플랫폼과 상거래를 분리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구글의 앱 통행세나 네이버 쇼핑 독점  같은 이슈가 있었듯이 유념해서 받아 들여야 할 주장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막대한 이윤은 개인의 데이터를 거의 공짜에 가깝게 활용하면서 창출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들은 이러한 원료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공정하게 파이를 나눠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많은 플랫폼 기업들은 조세 피난지로 자산을 옮겨 막대한 탈세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조세 제도의 개선과 함께 고민할 경우 이익의 재분배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긱 근로자로 포장된 플랫폼 노동이라던가 플랫폼에 의해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는 플랫폼 기업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닙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자는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대안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카카오 역시 하나의 기업으로서 가지는 영향력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제 국가에 준하는 혹은 국가를 넘어서는 힘을 갖게 된 거대 자본 기업들의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해야만 할까요? 이 책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 마땅히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돈비이블, #라나포루하, #김현정, #세종서적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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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kealsion 2020-12-0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럼프가 가짜뉴스로 승리했다고요? 정신병자같은 소리좀 작작하세요. 오히려 빅테크는 민주당과 글로벌리스트의 편인데 무슨 정반대의 말을 하시는지.. 모르고 쓴거라면 본인의 무지를 반성하시고, 일부러 쓴거라면 본인의 악마적 선동에 대해 반성하세요.

Micca.Kim 2020-12-08 11:35   좋아요 0 | URL
글 어디에 트럼프가 가짜뉴스로 승리했다고 쓰여져 있나요?
또 어디에 빅테크가 민주당 편, 공화당 편이라고 씌여져 있나요?



요즘은 글을 못 읽는 사람도 글을 쓸 수 있나 보군요.

글 좀 제대로 읽읍시다. 한 두줄 읽고 자기 아는 글자 나오면 반가워서 앞뒤 없이 들이대지 마시고..


 
먹을 수 있는 여자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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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수 있는 여자 (마거릿 애트우드 著, 이은선 譯, 은행나무, 원제 : The edible woman)”를 읽었습니다. 


마거릿 애트우드 (Margaret Atwood, 1939~)는 “시녀 이야기 (김선형 譯, 황금가지)”, ‘미친 아담 3부작’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소설가이자 시인입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문학적 성과도 엄청나지만 그에 걸맞게 캐나다 총독상, 맨부커상, 아서 C. 클라크상 등 수상 경력도 엄청나게 화려합니다. 


참고 : https://micca.tistory.com/entry/%EC%9E%91%EA%B0%80-%EB%A7%88%EA%B1%B0%EB%A6%BF-%EC%95%A0%ED%8A%B8%EC%9A%B0%EB%93%9C-Margaret-Eleanor-Atwood


최근에는 “시녀 이야기”의 후속작인 “증언들 (김선형 譯, 황금가지, 원제 : The Testaments)”로 2019년 부커상(공동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제 남은 상은 노벨 문학상 정도이며 그 한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비평가도 있을 정도입니다. 아니 마거릿 애트우드의 문학적 성과와 업적을 고려할 때 노벨 문학상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녀의 문학 세계가 못한 것이 아니라 노벨 문학상조차도 그녀의 작품 세계에 비해 비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장르 소설가라는 호칭이 편견으로 여겨질 때에도 이미 거장이었던 위대한 작가이지만 그는 애초에 소설을 쓰던 소설가가 아니라 1964년 “ The Circle Game”이라는 시집으로 이미 캐나다 총독상을 수상했던 시인이었습니다. 

그녀가 처음으로 발표한 소설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여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993년 “케익을 굽는 여자 (정은선 譯, 새와물고기)”라는 제목으로 이미 출간되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 은행나무에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스포일러일 수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이제 백지처럼 하얀 몸이 만들어졌다. (중략) 이제 평범한 원피스 수영복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녀가 원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중략) 같은 색으로 미소를 머금은 분홍색의 도톰한 입술과 분홍색 신발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뭉툭한 두 손에 분홍색 손톱을 다섯 개씩 그렸다.’


메리언 매캘핀은 소설 후반부에 케이크를 여성의 몸을 본 딴 케이크를 만듭니다. 


‘ “너 맛있어 보인다. (중략) 너는 결국 먹히게 될거야. 음식의 운명이 그렇거든’


정성을 다해 만들어낸 케이크. 하지만 케이크는 결국 음식일 뿐. 먹히게 될 뿐입니다.


‘”하지만 내가 대역을 만들었어. 당신이 훨씬 좋아할 만한 걸로. 당신이 처음부터 진심으로 원하던 건 이거 아니야?” (중략) 피터는 그것을 먹어치우지 않았다.

그녀는 갑자기 허기가 졌다. 미치도록 배가 고파졌다. “발부터 먹어주겠어” 그녀는 결정했다.’


피터는 여체의 형태를 한 케이크를 보고 놀라서 자리를 떠나고 자신의 대체물을 스스로 먹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정상인 메리언 매캘핀이 소설 최후반부에 벌이는 일은 언뜻 섬뜩하면서도 그 상징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만한 대목이 많습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이미 밝혔듯이 본격적인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출간된 책으로 페미니즘의 주요 사상이 반영되었다기 보다는 페미니즘에 대한 선구자적 자리를 매김하고 있는 소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소설 속 메리언의 행동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먹을수있는여자, #마거릿애트우드, #이은선,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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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
박인조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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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 (박인조 著, 지식의숲)”를 읽었습니다.


최근 명화를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런 종류의 교양서입니다. 다른 책과 달리 독특한 점은 이 책에서는 명화 속에 드러난 인간의 마지막 순간, 즉 죽음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삶은 먼저 삶을 산 사람들의 조언이나 가르침이 있을 수 있지만 죽음은 그 자체로 마지막이며 죽음으로부터 돌아온 사람은 없기에 누구도 조언이나 가르침을 줄 수 없습니다. 또한 죽음은 (아직까지는) 빈부나 신분의 격차를 막론하고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종교인, 철학자, 과학자들은 죽음에 천착하였으며 죽음에 대해 알고자 하였을 것입니다. 화가를 비롯한 많은 에술가들 역시 마찬가지로 죽음에 대해 알고 싶어했을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24점의 명화와 이를 그린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자크 루이 다비드 (Jacques-Louis David, 1748~1825). 18세기 프랑스 혁명기에 걸맞게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갔던 예술가입니다. 무엇보다 그는 프랑스의 국기인 삼색기를 고안한 사람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루이 16세에 의해 중용되어 궁정화가로 활동하였으며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자코뱅파에 가담하여 루이 16세의 단두대형에 찬성합니다. 또한 나폴레옹 집권 후에는 나폴레옹 전속 화가로도 활동합니다. 극과 극의 인생을 살았던 그의 그림 중 죽음을 다룬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소크라테스의 죽음 (1787)’, ‘마라의 죽음 (1793)’ 등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의 그림의 소재인 소크라테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아테네의 정치인들에 의해 사회악으로 몰려 죽음을 당하게 된 소크라테스. 하지만 그는 그림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은 슬픔과 절망에 잠긴 표정이지만 그는 불안,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가 죽음에 대해 당당한 것은 그에게는 진리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자크 루이 다비드는 그러한 소크라테스의 당당함을 화폭으로 남겨냈습니다.


화가는 죽음이라는 그 자체로 마지막인 순간을 그려내지만 그 순간에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담긴 많은 이야기를 담고자 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는 명화 속의 죽음과 그 죽음에 관련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죽음을그린화가들순간속영원을담다, #박인조, #지식의숲,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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