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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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드라마 이어즈&이어즈에 등장하는 금융 전문가 스티븐 라이언즈는 금융 붕괴와 그에 따른 뱅크런으로 말미암아 전 재산을 잃습니다. 그래도 가계를 꾸려야 하기에 그는 금융 전문가라는 자존심을 접고 자전거 택배로 연명하며 살아갑니다. 굳이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현실에서도 최근 COVID-19로 인해 많은 자영업자와 근로자들이 자신의 일터를 잃고 쿠X이나 배X에서 긱 워커로 살아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에게 더 이상 플랫폼 노동, 긱 워커라는 말이 더 이상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승자독식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 주체들은 점차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고 지금에 와서는 한 국가의 영향력을 훨씬 넘어서는 강력함마저 갖추어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져 지속적으로 악화된다면 우리를 고용해주고 급여를 줄 얼마 안되는 고용주가 될 플랫폼 기업에게 고용 조건이나 노동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극도로 밀어붙인 사고실험이 여기 있습니다. 바로 이번에 읽은 “웨어하우스 (롭 하트 著, 전행선 譯, 북로드, 원제 : The Warehouse)”입니다.


‘주문한 물품을 한 시간 내에 문 앞으로 배송’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진 거대 유통기업 ‘클라우드’.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고객은 삶의 질이 달라졌고 클라우드가 없었으면 어찌 살았을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화장실에도 못 갈 정도로 등급 순위에 얽매여 시간에 쫓기는 근무 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그곳에 근무하는 근로자를 본다면 마치 불이라도 난 것처럼 느낄 정도로 다들 전력질주를 하며 겨우 겨우 컨베이어 벨트에 물건을 가져다 놓을 정도입니다. 


이 책은 SF 스릴러입니다. 심지어 재미까지 대단합니다. 하지만 상상의 영역에서 머물러야 하지만 현실에서 점점 악화되어가는 노동 환경이 떠올라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던 중 쿠X 직원 중 한 분이 또다시 과로사로 돌아가셨습니다. 과연 이 책은 작가의 상상의 영역일 뿐일까요, 아니면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세상을 그려낸 것일까요?



#웨어하우스, #롭하트, #전행선, #북로드,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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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에 관한 증명
이와이 게이야 지음, 김영현 옮김, 임다정 감수 / 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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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에 관한 증명 (이와이 게이야 著, 김영현 譯, 임다정 監, 클, 원제 : 永遠についての証明)”을 읽었습니다. 



‘지금부터 콜라츠 추측의 증명을 적는다’


몇 년 전 죽은 료지의 노트에 적힌 말입니다.


구마자와는 스승 고누마에게 이 노트를 보여주지만 고누마는 당연하게도 의심부터 합니다. 그럼에도 구마자와는 스승을 설득하고 료지의 노트를 연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위대한 수학적 난제에 도전한 한 천재가 그것을 성공시켰음을 짐작했을 때 그것을 물어볼 수 없었던 수학자는 그와의 추억을 되짚어 가면서도 천재가 남기 노트를 해독하기 위해 분투합니다. 마침내 그 윤곽을 잡아낸 순간 발표 내용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감동에 사로잡힙니다. 한 천재가 목숨을 바쳐 만들어낸 이론과 증명은 발표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감동으로 다가갔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콜라츠 추측 (Collatz conjecture)에 대해 궁긍해졌습니다. 수학 난제라고 일컬어지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그나마 앤드류 와일즈 (Sir Andrew Wiles, 1953~)에 의해 최종 증명이라도 되었는데 콜라츠 추측은 증명에 대한 접근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미래의 수학을 동원해야 풀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수학자가 있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로 유명하더군요. 


수학계의 난제 중 하나로 흘려 듣고만 말았을 소재를 가지고 이런 흥미롭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저자의 필력이 참 놀랍습니다. 또한 이 소설에는 음모도, 살인도, 전쟁도 나오지 않습니다. 오직 수학에 대한 수학자의 학문적 열정, 경쟁, 좌절, 질투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밋밋하면서 심심할 수도 있는 주제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스릴러나 미스터리 소설 못지 않은 긴장감과 더불어 감동까지 전해주는 참 독특하고도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영원에관한증명, #이와이게이야, #김영현, #임다정, #클,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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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의 이동 - 모빌리티 혁명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존 로산트.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진원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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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현대자동차는 미래 모빌리티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의 개념을 발표합니다. 현대자동차가 정립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은 UAM (Urban Air Mobility : 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Purpose Built Vehicle : 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 (모빌리티 환승 거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사람의 이동을 보다 자유롭게 만드는 미래도시를 구상하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개념들 중 바로 UAM의 요소 중 하나가 바로 PAV(Personal Air Vehicle : 개인용 비행체)인데 이게 바로 비행 자동차의 개념과 유사합니다. 우리가 21세기 하면 떠올렸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 말입니다. 이제 불과 몇 년 남지 않았습니다. 업계가 예측하는 상용화 시기는 2025년 정도로 완전 자율 주행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우리 곁에 다가올 것 같습니다.


이 뿐 아닙니다. 완전자율주행은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기계가 아닌 인류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과 공간 개념과 시장을 열어젖힐 것이며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하이퍼 루프는 마하의 속도를 넘나드는 지상 운송체로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여줄 것으로 예측됩니다.


바퀴는 인간에게 이동성을 부여하여 보다 넓은 지역을 개척하고 물류를 가능하게 하여 인류 문명을 바꿔놓은 몇 안되는 발명품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처음 만들어질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산물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더 이상 바퀴는 그 원형을 유지하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대 혁명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모빌리티 혁명’입니다.


하지만 기술 트렌드에 관심이 깊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변화라고 하기에는 그 폭이 너무 커 혁명이라 불리울 만큼 거대한 변혁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따라잡기도 벅차거든요. 

“바퀴의 이동 (존 로산트, 스티븐 베이커 共著, 이진원 譯, 소소의책, 원제 : Hop, Skip, Go: How the Mobility Revolution Is Transforming Our Lives)”은 이러한 모빌리티 혁명에 대해 다룬 책입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빌리티 기술 트렌드를 충실히 좇으면서 모빌리티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이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술 변화 혹은 기술 혁명이 가져오는 영향에 대해 마냥 긍정적으로만 묘사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가져오는 부작용과 부정적인 측면도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우리가 이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미래, 아니 지금 다가오고 있는 모빌리티 혁명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일독하면 좋을 책입니다. 







#바퀴의이동, #존로산트, #스티븐베이커, #이진원, #소소의책,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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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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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著, 노진선 譯, 쌤앤파커스, 원제 : American Dirt)”를 읽었습니다.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모여 제니페르의 성인식을 축하하는 자리에 마약 카르텔 소속 남자 세 명이 총알 세례를 퍼붓습니다. 총알이 아들, 루카에 맞지 않은 것은 순전히 운이었습니다. 엄마, 리디아는 루카를 꼭 감싸고 욕실에 숨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척이 죽고 난 다음 경찰이 왔지만 그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리디아와 아들이 살아있는 한 그들은 복수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라져야 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카풀코를 떠나야 합니다. 그들이 찾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아메리칸 더트로…



중남미 마약 카르텔의 힘은 막강하다고 합니다. 멕시코 카르텔의 경우 정치인, 검찰, 경찰, 언론인 등 자신들과 갈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암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들은 공포를 무기 삼아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SNS 등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하는 일반인들에게 까지 보복살인을 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의 보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인하기로 악명이 높기도 하지요. 심지어 탱크로 무장한 카르텔은 정부군과 치열한 전투를 치뤘고 이로 인해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고 있었으며 최근 멕시코 정부는 카르텔 토벌군을 해산하며 카르텔에 사실상의 항복 선언을 할 정도라고 알려졌습니다. 


이렇듯 멕시코에서는 일반인들에게도 마약 카르텔의 위협이 ‘실재’하는 위험이라고 합니다. 남편이 쓴 기사로 사랑하는 가족 모두가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오직 아들과 자신만 살아남은 리디아.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카르텔이 알 경우 아들과 함께 살해당할 것이 자명하기에 목숨을 걸고 미국을 향합니다. 


글로만 읽었던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난민의 잔혹한 여정이 이 책에는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들, 난민이라 불리우는 그들은 단지 살기 위해 아직도 자신의 땅을 떠나고 있습니다. 







#아메리칸더트, #쌤앤파커스, #제닌커민스, #노진선, #오프라북클럽, #문화충전200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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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갇히다 - 책과 서점에 관한 SF 앤솔러지
김성일 외 지음 / 구픽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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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갇히다 (천선란, 전혜진, 이지연, 이경희, 오승현, 송경아, 문녹주, 김성일 共著, 구픽)”를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참 좋은 책이다, 재미있는 책이다, 유익한 책이다라고 느끼는 경우는 많지만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은 일 년에 몇 권 되지 않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경험을 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책과 서점을 주제로 한 SF 앤솔로지인데, 하나의 사변을 극단까지 밀어붙였을 때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보여주는 SF 장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성일 작가의 ‘붉은구두를 기다리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입니다. 어떤 이유로 현대문명이 파괴되고 책과 문자가 사라져 버린 시대. 구전으로 선조의 전승이 대물림되는 시대에 책과 문자를 복원하려는 한 모험가와 그 모험가의 이야기를 전승하는 사람이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문녹주 작가의 ‘금서를 기다리다’는 목본 식물이 사라져버린 시대에 당연히 우리가 알던 책이라는 것이 함께 사라져버렸겠죠. 그런 시대에도 책은 존재합니다. 바로 지식 노예로 말이지요. 책이라는 주제로 노동권,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SF라는 장르가 아니면 담아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이경희 작가의 ‘바벨의 도서관’, 전혜진 작가의 ‘모든 무지개를 넘어서’, 천선란 작가의 ‘두 세계’ 등 앤솔로지에 수록된 모든 작품이 색다르면서도 수준이 매우 높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국 SF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시기를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덧붙이는 말 하나 : 이경희 작가, 천선란 작가, 김성일 작가, 문녹주 작가, 전혜진 작가 등 전작이나 연재작 등을 통해 이미 만나본 작가들이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말 둘 : 특히 문녹주 작가를 활자화된 책으로는 처음 만난 것 같은데, 너무 반가웠습니다. “아름다운 비나이다와 그녀의 짐승들”도 곧 출간된다고 하는데 연재 이후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네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책에갇히다, #천선란, #전혜진, #이지연, #이경희, #오승현, #송경아, #문녹주, #김성일, #구픽,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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