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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도둑 - 99%는 왜 1%에게 빼앗기고 빚을 지는가
그레이스 블레이클리 지음, 안세민 옮김 / 책세상 / 2021년 5월
평점 :
“금융 도둑 (그레이스 블레이클리 著, 안세민 譯, 책세상, 원제 : Stolen: How to Save the World from Financialisation)”을 읽었습니다.

‘이어즈&이어즈’라는 해외 드라마(BBC, HBO 합작)가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등장 인물 중 금융 전문가로 활동하던 스티븐 라이언즈는 뱅크런 상황에서 전 재산을 잃어버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은 사실 2007년 영국의 노던 록 예금 인출 사태 (bank run)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 틀림 없습니다. 바로 노던 록(Nothern Rock)이 영국에서 141년 만에 일어난 뱅크런의 주인공이며 이 책, “금융 도둑”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을 저자는 이야기해줍니다. 바로 금융화 (Financialisation)입니다. 금융화는 ‘국내와 국제 경제에서 금융 동기, 금융 시장, 금융 행위자, 금융기관의 역할이 증대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금융기관 (은행, 펀드 운용사 등)의 힘이 다른 경제 주체 (기업, 소비자, 정부 등)에 비해 커지면서 영향력 역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물론 금융의 성장은 새로운 경제 모델을 등장시켰으며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금융화는 경제의 메커니즘에 강력하고 돌이키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를 강요한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2008년 금융 위기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래된 자본주의적 믿음 중 낙수 효과(trickle down)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여 시설에 투자하고 고용을 늘리면 일자리가 창출되는데 일시적으로 불평등이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이윤이 재투자로 인해 부의 재분배가 일어나 결국 모든 이의 소득과 생활 수준이 올라간다는 환상적인 개념입니다. 물론 과거에는 197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개선되는 듯 보이면서 이 효과가 실제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금융화가 진행되면서 자본을 이미 축적한 사람이 성장의 혜택을 독점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낙수 효과는 신화 속의 용과 다름 없게 되어 버립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금융화 혹은 금융자본주의는 착취를 목적으로 기획된 체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금융화 혹은 금융자본주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자본주의의 원리를 왜곡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원리에 충실한 방식이라는 주장을 이어갑니다.
이 책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금융화 등 착취 경제가 야기한 부작용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이야기들을 통해 논거한 후 정치경제적 대안을 제시합니다. 특히 그는 계획 경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많은 부분이 시장 자율보다는 합리적 계획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특히 민간 영역에서는 벌어지는 대부분의 경제 활동은 계획되지 않은 경우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과거에 비해 정보 처리 기술 역시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계획 경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또한 그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사회주의적 정치 운동 역시 되살려야 할 대안 중 하나라고 주장합니다.
최근 G7 정상들은 글로벌 최소 법인세 세율안에 대한 찬성 의견을 밝히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제기되어 온 자본주의의 모순과 소득의 불평등에 대해 어느 정도 경각심을 가졌기에 이런 움직임도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본주의가 가진 모순을 지속적으로 고쳐 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문제 제기 및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정치경제 사상과 현실적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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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