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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이론 -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유산
윤성철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평점 :
“단 하나의 이론 (윤성철, 노명우, 김응빈, 김학진, 김범준, 김경일, 박한선 共著, RHK)”를 읽었습니다.

제목은 아마도 리처드 파인만 (Richard Phillips Feynman, 1918~1988)의 유명한 문장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기존의 모든 과학 지식을 송두리째 와해시키는 일대 혁명이 일어나. 다음 세대에 물려줄 자식이 단 한 문장밖에 남지 않는다면, 그 문장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리처드 파인만은 ‘세상 모든 물질은 원자로 되어 있다’라는 답변을 합니다. 아마도 인간이 이룩한 지식 중 가장 가치있는 지식은 원자론이라는 의미일텐데요.
최후의 이론이라는 것은 사실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공부한 내용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 질문에 대해 국내 유수의 학자들이 답변을 한 책이 바로 “단 하나의 이론”입니다. 물리현상, 인간의 실존, 철학적 명제 등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세계가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설명을 이 책에서 7명의 학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윤성철 교수는 ‘우주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노명우 교수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김응빈 교수는 ‘생명이란 우주의 메모리 반도체이다’, 김학진 교수는 ‘마음은 신체와 환경의 소통에 기인한다’, 김범준 교수는 ‘인류 지식의 원전은 엔트로피다’, 김경일 교수는 ‘인간의 욕구는 전염된다’, 박한선 박사는 ‘인간 정신은 진화의 결과다’라고 각각 답변했습니다.
그 중 윤성철 교수의 이야기를 자세히 알아보죠. 신의 질서 혹은 우주의 질서는 완전하기에 변화는 타락이라는 관념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숱하게 발견되는 논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 천문학이 발전하면서 우주는 정상 우주가 아니라 빅뱅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변화는 타락이 아니라 언제나 있어 온 것이며 이는 존재를 탄생시킨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합니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 우주가 그러하듯 미시적으로 보면 원자나 입자 역시 마찬가지인데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항상 운동하고 있는 원자로 인해 세상의 모든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윤성철 교수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주는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언제나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는 동사임을, 그렇기에 ‘내’가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김응빈 교수는 유전자에는 과거 특정 시공간의 자연환경에 대한 정보가 남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므로 유전자를 들여다보면 지나간 생명의 발자취를 알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생물학 이론 중 가장 혁명적인 이론 중 하나는 세포내공생 가설을 확장한 린 마굴리스 (Lynn Margulis, 1938~2011)의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원핵생물의 투쟁적 동거가 없었다면 진핵생물의 탄생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원핵생물들만 존재하던 원시지구에서 더 작은 원핵생물들을 잡아먹다 우연히 소화시키지 못한 피식자가 살아남았는데 (혹은 감염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우연히’ 서로 해를 끼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를 형성하면서 공생 관계를 구축한 것이 바로 진핵생물로의 진화라는 이야기입니다. 생물학자들은 훼손이 심한 역사책을 더듬어 복원하는 역사학자와도 같다고 합니다. 그 역사책이란 바로 DNA이겠지요. 최초 생명체는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베일에 쌓여져 있습니다. 하지만 생물학자들은 DNA에 남겨진 자취, 이렇게 조그마한 단서를 통해 연구하면서 하나 하나씩 그 윤곽을 그려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굳이 리처드 파인만의 질문이 아니더라도 ‘최후의 이론’이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가졌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지식 아카이브는 엄청난 것이고 그 아카이브에서 단 하나로 관통되는 질문이나 이론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학문은 서로 연결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 연결점을 통해 발전하는 것일테니까요. 이 책을 통해 과학, 인문, 사회 등 석학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는 것도 좋은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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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