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지음, 이나경 옮김, 코리 브렛슈나이더 해설 / 블랙피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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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著, 코리 브렛슈나이더 解, 이나경 譯, 블랙피쉬, 원제 : Decisions and Dissents of Justice Ruth Bader Ginsburg: A Selection)”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Joan Ruth Bader Ginsburg, 1933~2020)의 신념이 담긴 판결문과 의견서를 발췌한 책입니다. 자칫 판결문이나 법률 의견서는 따분하고 고리타분하다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세상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고담준론으로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법률과 법률에 대한 해석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갖는 많은 의문에 대한 답변이기도 합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법정 판결문이나 법률 의견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라는 법률가가 치열하게 남긴 우리에 대한 질문입니다. 


차별과 혐오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평생에 걸쳐 긴즈버그는 정의와 차별, 혐오에 대해 대중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왜 우리는 법 앞에 평등해야 하는지, 차별이 왜 부당한지, 인권은 왜 존중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는 분명 공리로서의 명제이지만, 단순히 명제로만 받아들인다면 그것을 공격하는 궤변 앞에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긴즈버그는 자신의 판결문을 통해, 의견서를 통해 일관되게 주장합니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라고. 누구나 존중받고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며 평등한 사람. 그것이 정의라고 이야기합니다. 

2020년 타계하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긴즈버그는 미 연방 대법원의 대법관이지만, 그의 진실한 질문은 미국에서만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그녀가 남긴 인권에 대한 사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이미 세계화되어버린 지구촌에서 누구도 차별과 혐오의 물결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긴즈버그가 평생에 걸쳐 우리들에게 던진 질문을 누구나 알아야 할 것입니다.


R.I.P. The Notorious R.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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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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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와일드카드 1~2 - 전2권 와일드카드
조지 R. R. 마틴 외 지음, 김상훈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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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카드 (조지 R.R. 마틴 외 共著, 김상훈 譯, 은행나무, 원제 : Wild Cards Series Vol.1: Wild Cards, 전 2권)”를 읽었습니다. 1987년에 시작되어 2021년 현재까지 진행형인 초대형 시리즈의 첫편이 되는 연작 소설입니다.


와일드 카드 시리즈는 하나의 세계관에 SF 및 판타지 작가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연작 소설 시리즈입니다. 장르적으로 구분하자면 대체역사물이자 슈퍼히어로물로 볼 수 있습니다.


제 2차 세계 대전 직후인 1946년 외계인들은 자신들이 만든 와일드 카드 바이러스를 테스트할 장소로 지구를 선택합니다. 비윤리적인 행위에 반대하는 외계인 타키온은 이를 막으려 하지만 실패하고 미국 상공에서 바이러스를 담은 용기가 터지게 됩니다. 

그 후 바이러스에 노출된 많은 사람 중 감염된 사람의 90%는 무조건 사망하게 됩니다. 나머지 10%는 유전자가 변형되면서 더 이상 인간이라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그 중 90%는 조커라는 돌연변이체가 되어 온갖 박해를 받고 사회의 최하위층이 되고, 나머지 (감염자의 1%, 생존자의 10%)는 인간의 외모를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초능력을 갖게 됩니다. 이들을 에이스라 부릅니다. (사실 에이스도 월등한 능력을 가진 에이스와 그렇지 못한 능력을 가진 듀스로 또 구분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능력을 국가의 이해관계에 활용하려는 전체주의적 세력과의 마찰이 발생하게 되며 집단적 광기의 희생양이 되기도 합니다.


조지 R.R. 마틴이 세계관의 기초를 다지고 로저 젤라즈니, 빅터 밀란, 존 J. 밀러, 하워드 월드롭 등이 세계관을 확장한 “와일드 카드”.

읽다 보면 SF와 판타지의 거장들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각 작가들의 색깔이 분명하게 살아 있으면서 (로저 젤라즈니가 쓴 ‘슬리퍼’라는 작품을 보면 이름을 가리고 봐도 로저 젤라즈니가 쓴 작품인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자기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계관에 충실한 작품들이 쭈욱 이어집니다.

다만 조지 R.R. 마틴만 예외인데 ‘프롤로그’를 통해 세계관의 기초를 세우고 ‘막간’을 통해 지속적으로 세계관의 유기성을 만들어내는데 주력하면서 일부러 자신이 색채를 빼고 전체 세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SF가 현실을 담아내는 훌륭한 그릇임을 감안하면 대체역사로 표현된 미국과 유럽의 현대사, 그리고 그 현대사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와일드 카드 시리즈는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29권까지 출간된 워낙 방대한 프로젝트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번역 소개되기 힘들다 생각했는데 김상훈 번역가와 은행나무 출판사가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부디 “Wild Cards”를 시작으로 “Aces High”, “Jokers Wild”, “Aces Abroad” 등 초기작부터 “Mississippi Roll”, “Low Chicago”, “Texas Hold 'Em”, “Knaves Over Queens”, “Joker Moon” 등 최신작에다 내년에 출간 예정인 “Three Kings”까지 지속 출간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덧붙이는 말 : 이 작품은 2010년 확장판을 기준으로 번역된 책이긴 하지만 원본이 1987년에 나온 작품이다 보니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과도한 오리엔탈리즘이 있는 작품들이 일부 있습니다. 감안하고 감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와일드카드, #조지RR마틴, #은행나무, #책과콩나무, #김상훈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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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 아는 존재 -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고현석 옮김, 박문호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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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떻게 ‘느끼는’ 존재가 되었을까요? 여기서 느낀다는 것은 감각기관이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감각’으로써의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마음 혹은 의식의 표상인 감정으로서의 느낌을 더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인지에 대한 연구가 발전하면서 인간 이외에 의식과 지능을 가진 존재들이 우리 주변에 이미 있었고 함께 살아왔다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그래도 인간만큼 고도의 의식과 지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 인간이 이렇게 의식과 지능을 고도화하였을까요? 의식이나 사유에 대한 연구는 자연과학의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여전히 인문학적이며 철학적이기까지 합니다. 현대과학에서 인간의 의식에 대한 연구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최근 들어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여전히 더뎌 보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의식, 그리고 감정에 대한 궁금증에 이런 저런 독서를 하지만 인간의 마음, 인지에 대해 궁금하지만 명확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책들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물음표만 가득하고 궁금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인간의 의식과 감정은 그것이 없더라도 생명체의 유지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른 생명활동에 비해 더 고차원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느끼고 아는 존재 (안토니오 다마지오 著, 고현석 譯, 박문호 監, 흐름출판, 원제 : Feeling, and Knowing: A Manifesto on Consciousness)”는 최근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 주제 중 하나인 마음, 지능, 의식에 대한 본질을 탐구하는 책입니다. 특히 저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 (António R. Damásio, 1944~)는 탁월한 심리학자이자 뇌신경학자로 책에서 인간의 경험과 의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느낌이며, 마음이 없다면 인간의 의식 역시 발현될 수 없었을 것이라 이야기 합니다. 또한 그는 진화 과정을 통해 정서는 생명 조절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으며 유기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합니다. 또한 저자에 따르면 앎이라고 하는 것은 ‘느낌을 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합니다. 의식은 유기체가 자신의 상태가 경험 및 정서에 대한 반응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발생하는데, 이런 비언어적인 지식을 내부적으로 구축하고 드러낸다고도 이야기합니다.



노학자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이 책을 통해 쏟아내고 있습니다. 항상 궁금하게 생각해왔던 의식의 본질에 한걸음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독서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느끼고아는존재, #인간의마음은어떻게진화했을까, #안토니오다마지오, #고현석, #박문호, #흐름출판,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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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러너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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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러너 (존 르 카레 著, 조영학 譯, RHK, 원제 : Agent running in the field)”를 읽었습니다.



번역서의 제목이기도 한 에이전트 러너 (agent runner)는 비밀에 접근 가능한 사람들을 포섭해 관계를 유지하고 비밀 확보를 위해 지시와 지원을 하는 고급 요원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이 작품은 47세의 첩보 요원, 내트가 자신의 에이전트 러너 활동이 끝나간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소설입니다. “에이전트 러너”는 올해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되었지만 원작은 2019년 10월에 발간되었으며 얼마 전에 타계한 존 르 카레 (John le Carré, 1931~2020)가 생전에 발표한 마지막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생전에 브렉시트를 맹렬하게 비판했던 작가가 이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첩보 소설의 형태로 표현해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존 르 카레, 작가 스스로가 매우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업 작가로 활동 하기 전에는 SIS (Secret Intelligence Service)와 MI6에서 실제 근무한 첩보원이었습니다. 전설적 이중 스파이인 킴 필비에 의해 그의 신분이 탄로나기 전까지는요. 그의 작품은 그가 첩보원으로서 활동하던 경험이 진하게 녹아 있어 매우 현실적인 묘사가 특징적입니다. 또한 선악이 분명치 않은 작품 스타일도 매우 인상깊구요. 그는 이러한 작품 스타일을 통해 이언 플레밍(Ian Lancaster Fleming, 1908~1964)과 함께 첩보 소설의 대가로 손 꼽히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그는 첩보 소설의 가치를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현실 정치 및 외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으로도 유명하죠. 그는 괴테 메달 수상, 타임즈가 선정한 위대한 작가 50인에 선정되기도 하면서 문학성을 인정받은 바 있고 문학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인류의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여 인본주의적 여론을 형성하고 인권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올로프 팔메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첩보 소설의 대가이자 위대한 작가가 남긴 마지막 소설, “에이전트 러너”를 읽으면서 냉전을 비롯한 현대사를 관통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지금을 통찰할 수 있는 기회가 더이상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제 그가 이 세상에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에이전트러너, #존르카레, #조영학, #RHK, #스파이소설, #첩보소설,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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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 소나무부터 코로나바이러스까지 비인간 생물들과의 기묘한 동거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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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참 독특한 작가입니다.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영위하면서 SF작가로 활동하는 점도 그렇고, 최소 학기로 카이스트를 졸업한 재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감은 우리의 일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향한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또한 구수한 입담과 외모와는 다르게 치밀한 조사를 통해 숨겨진 이야기까지 찾아내는 놀라운 집중력과 추리력 등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그 뿐인가요, SF작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곽재식 속도’라는 단위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의 관심사는 너무 넓어서 영화, 설화, 괴물, 과학, 문학 등 그 범위를 따라가기도 힘들죠. 그래서 그런지 이제 그의 이름을 달고 출간되는 책의 양은 왠만한 중소 출판사의 그것보다 많아 보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는 대중의 관심까지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곽재식 작가는 바로 그 자산이 과학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요. 오랜만에 그가 우리에게 대중과학책을 내놓았습니다.


“아파트 생물학 (곽재식 著, 북트리거)”입니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나무, 철쭉, 모기, 개미, 진드기, 곰팡이와 같이 너무 흔하기에 관심도 호기심도 없는 그런 존재들에게 곽재식 작가는 따스한 시선으로 그들을 알고자 합니다. 바로 그 결과물이 이 책입니다. 

아메바 하면 단세포 생물의 대명사처럼 쓰입니다. 하지만 아메바는 핵이 있는 진핵생물로 의외로 인간과 계통적으로 가깝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생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아메바를 연구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는데 바로 아메바가 세균을 농사짓듯이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지요. 아메바가 몸 속에 세균을 품고 다니다 세균이 살기 좋은 곳에 도착하면 이 세균을 풀어놔 왕성하게 자라게 하는거죠. 그럼 아메바는 푸짐하게 불어난 세균을 포식할 수 있구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농사짓는 아메바 에피소드인데 이 에피소드는 다시 봐도 참 재미있으면서도 신기합니다. 


우리는 흔히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익숙한 것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인데요. 한 두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면 의외로 아는 것이 적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주변의 많은 생물에 대해 좀더 알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곽재식의아파트생물학, #아파트생물학, #곽재식, #북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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