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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빠지는 방법 - 쉽고 재미있는 와인 가이드
그랜트 레이놀즈.크리스 스탱 지음, 차승은 옮김 / 제우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와인에 빠지는 방법 (그렌트 레이놀즈, 크리스 스탱 共著, 차승은 譯, 제우미디어, 원제 : How to Drink Wine: The Easiest Way to Learn What You Like)”을 읽었습니다.

표지부터 파란, 빨강, 노랑, 보라색 등이 가득 덮고 있는 예쁜 책입니다. 크기도 작고 가벼워서 심리적인 부담감이 확실히 적습니다. 그리고 살짝만 봐도 그림들이 많네요! 이런 작은 책에 와인에 대한 얼마나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와인에 대해 소개하는 책은 기본적으로 두께가 제법 있는 데 말입니다.
저자는 두 분인데, 먼저 그랜트 레이놀즈는 유명한 소믈리에인 듯 싶습니다. 2013년에는 와인&스피리츠의 최고의 신인 소몰리에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한 분은 크리스 스탱. 유명한 식당 평가 사이트를 운영하시는 분인데, 유머러스한 저널리즘으로 유명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저자들의 조합만 보면 와인에 대해 제법 전문적인 내용을 재미있게 쓴 글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책은 몇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꼭 알아야 할 용어’ 에서는 와인 용어 설명이 죽 이어집니다. 사전식으로 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내용이 제법 많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사실 이런 내용은 뒤에 내용을 읽다가 이해가 안가는 용어가 있을 때 다시 와서 읽어도 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한번 쭉 읽으면 기본적인 와인 상식에 대해서 제법 많이 익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와인은 다른 술에 비해 궁금한 점이 무척이나 많은 술입니다. 그래서 재미도 있지만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들’ 에서는 와인에 대한 여러가지 궁금증에 대해서 제법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와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와인에 기포는 어떻게 생길까, 내츄럴 와인이란, 와인을 어떻게 보관할까, 와인 오프너를 어떻게 사용하지, 와인은 어떻게 마실까 등등 어쩌면 너무 기본적이지만 그래서 쉽게 물어보지 못하는 것부터, 고급스러운 내용까지 망라하고 있습니다.
‘생산지 이야기’ 에서는 이제 세계 와인산지를 돌면서 주요 지역들을 소개합니다. 프랑스, 이태리, 미국, 스페인와 그 외 국가들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사전식으로 설명이 되어있어서 전부 기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독 후 중간중간에 필요할 때 찾아보기에도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제법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여기 있는 내용 정도는 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알 필요는 있다고 보입니다.
‘와인 29: 꼭 알아야 하는 와인들’. 제목만 보면, 죽기 전에 마셔봐야 하는 1001개의 와인들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얘기하면, 꼭 알아야 하는 와인들의 품종 및 지역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알바리뇨, 바르베라, 슈냉블랑, 베르멘티노 등의 품종들.
바롤로, 보르도, 끼안띠클라시코, 에트나 로소등의 주요 와인 지역들의 소개가 이어집니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생산자들’ 에서는 각 주요 생산 지역에서 추천 생산자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산자들입니다. 사전식으로 나열이 되어 있어서 이걸 줄줄 외우는 것 보다는 참고용으로 찾아보기 좋게 되어 있습니다.
‘왜 이런 것을 알아야 할까?’ 에서는 와인 라벨 해석하기, 와인 리스트를 잘 아는 것처럼 보이는 팁, 괜찮은 와인 가게에 대한 팁과 같이 어쩌면 너무 실용적일 수도 있지만 알아두면 나쁘진 않은 내용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페어링: 음식이 아닌 상황에 맞는 와인 고르기’가 이어집니다. 보통 페어링(pairing)이라고 하면 음식과 와인의 페어링이지만, 여기서는 상황과 와인의 페어링을 뜻합니다. 파티에 가져가면 환영 받는 와인, 피자와 와인, 바닷가 와인, 브런치 와인, 선물용 와인등을 소개하는데, 사실 음식에 대한 페어링보다 더 고민되는 것이 이러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서두에 나오는 말에 담겨져 있습니다. “당신이 어떤 와인을 왜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쉽고 재미있게 와인을 알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당신이 선호하는 특징들이 포함된 다른 와인들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얆은 두께지만 생각보다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조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미있게 글이 쓰여져 있습니다. 와인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알아야할 기초적인 내용을 주로 소개하고 있어 비교적 쉬운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책이지만, 그래도 제법 전문적인 내용이나 생산자 소개들도 수록하고 있어서 나중에 참고용으로도 이용될 수 있습니다.
중간에 그림들이 제법 소박한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재미있게 그려진 그림들인데, 하나하나 전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그림을 그려준 사람에게 저자들은 분명 무척이나 감사해 할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책의 수준이 한결 올라가고 접근성이 한결 좋아질 테니까요.
또한 역자 차승은씨의 변역도 훌륭합니다. WSET advanced 를 취득한 분 답게 와인을 아시는 분이 번역한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번역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말이 없을 정도로 보입니다.
와인에 대한 전문 교재가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에는 저자들의 주관이 무척이나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물론 장점이 될 수도 있는 특징이긴 하지만 ‘저렴한 바롤로는 맛없음. 다른 와인은 대부분 돈 낭비, 술 마시는 시간 낭비다. 워싱턴 와인은 대부분 와인 숙성에 사용된 오크통 맛이 날 뿐이다. 메를로에서 특별한 섬세한 풍미를 찾기 어렵다. 피노 그리지오는 슬픈 맛이다. 나쁜 와인이다.” 라고 개인적인 주관을 바탕으로 단정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모든 와인 애호가들은 자신만의 입맛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개인 블로그가 아닌 책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면 좀 더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주장을 이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개인적으로는 트렌티노 알토 아디제(Trentino Alto Adige)에서 생산되는 놀라운 피노 그리지오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와인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초보자를 위한 책을 쓰기 때문에 저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저자들은 아직 와인을 좀 더 마셔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생산자들을 소개하는 부분의 제목 자체가 ‘저자들이 좋아하는 생산자들’입니다.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신흥강자, 떠오르는 생산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서두에 잠깐 언급한 것처럼 저자들 생각하는 명성 수준에 못미치는 유명한 이름들은 저자들이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논란이 있을 수 밖에 리스트로 보입니다. 명성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가격에 비한 명성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래도 빠진 생산자들을 생각하면, 혹은 아직 보여준 빈티지가 몇개 없는 신흥 생산자들이 포함된 리스트를 보면 객관적 리스트라기 보다는 저자들의 취향에 의한 리스크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분명 여기에 있는 생산자들은 와인을 잘 만드는 생산자들로 보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구하기가 힘든 생산자들이 많습니다.
책 중간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다.
“8만원 정도 하는 캘리포니아 레드를 찾는데, 가벼운 쪽으로 찾고 있어요, 추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모든 와인 애호가들이 이정도 말을 할 수 있는 지식을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쓴 책입니다. 책 저자가 소믈리에라는 점에서 분명하다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소믈리에는 소비자들이 저렇게 이야기를 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훨씬 쉽게 와인을 추천해줄 수 있습니다. 모든 소믈리에의 바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적지 않은 가격을 지불하고 마시는 와인인데, 자신에게 마음에 드는 와인을 마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와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확실히 읽기 쉽고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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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