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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와인
카트린 제르보.피에르 에르베르 지음, 김수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한눈에 보는 와인 (카트린 제르보, 피에르 에르베르 共著, 김수영 譯, 시그마북스)”를 읽었습니다.

깔끔한 표지, 그리고 제법 두꺼운 두께를 가진 충실해 보이는 내용의 와인 책입니다. 처음 살짝 둘러본 느낌은 그림과 그래픽도 많은 읽기에 어렵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자 중 한 분인 카트린 제르보는 와인 전문 기자이자 작가라고 합니다. 와인에 대한 책을 쓰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인데, 와인 책 저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어 보입니다. 또 한명의 저자인 피에르 에르베르는 와인에 대한 교육 자료를 편찬하는 등 와인 전문가라고 하네요. 옮긴이 김수영은 불어 전문 번역가로 보여지는데 아마도 원래 책은 프랑스어로 쓰여진 책을 번역한 책인 듯 싶습니다. 대부분 한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외국에서 쓰여진 와인책들은 영어 번역본이 대부분인데, 그러한 점에서는 독특합니다. 와인하면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유명하니 영어권 와인책이 많이 출간된 것이 더 독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충실한 두께감에 걸맞게 내용도 와인에 대한 거의 모든 부분을 다 담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와인 이해하기’에서는 기본적인 와인이란 무엇인가? 부터 시작하여 와인 만들기, 와인의 종류, 병, 마개 등 다양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그래픽이 많은 유명한 책으로는 와인폴리 등이 있는데, 그 책과는 또 다른 귀여운 그래픽들이 설명을 돕고 있습니다.
‘와인 만들기’ 에서는 포도나무에 대한 많은 지식들, 가지치기, 포도나무 병해, 포도나무의 사계절, 그리고 프랑스에서 자라는 여러 포도 품종. 와인 양조, 숙성. 황, 유기농, 바이오다이내믹, 내추럴 와인 등까지 상당히 다양한 지식들이 역시나 깔끔한 그래픽과 함께 소개되고 있네요.
‘주요 포도 재배지 여행’에서는 프랑스 와인 재배지들이 소개됩니다. 각 지역마다 상당히 자세한 내용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재배지역에 대해서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자세한 내용에 감탄이 나옵니다. 그 외 지역은 간략한 언급정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 취향에 맞는 와인 찾기’ 에서는 내 취향에 맞는 프랑스 와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프랑스만 해도 굉장히 다양한 특징의 와인들이 있으니 온갖 스타일의 와인들을 찾을 수가 있다고 하네요. 와인의 스타일과 맛에 따라서 다양하게 구분되어 있는데, 비슷한 품종이나 지역을 알 수 있고 (대부분 프랑스 음식이긴 하지만) 음식 페어링 정보도 제법 쏠쏠합니다.
‘와인 선택과 구매’ 에서는 식당, 마켓 등에서 와인을 구입하는 팁, 라벨 읽는 법 등이 소개됩니다. 또한 추천 와인들이 상황별로 나누어서도 소개되고 있는데, 이러한 접근법은 꽤 실용적으로 보입니다.
‘와인 테이스팅’ 에서는 와인 서빙 방법, 서빙 온도, 보관법부터 시작하여 와인 테이스팅에 대해서 상당히 자세한 소개가 이어집니다. 여전히 그림과 아로마 휠 등의 그래픽들이 많아서 어렵지는 않습니다. 테이스팅 연습법에서 와인과 건강까지 다양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와인과 음식 페어링’ 에서는 기본 와인 페어링 규칙, 항상 성공하는/성공할 수 없는 페어링 추천 등 실용적인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외 프랑스 음식에 대한 페어링 소개, 치즈, 디저트 페어링까지 역시나 추가적인 지식도 알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보너스 팁’에서는 와인에 대한 편견에 대한 소개, 프랑스 지역별 대표 와이너리들 소개, 특별한 포도 재배지 등 재미있는 사실들 소개,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 와인 에피소드 등 와인 술자리에서 풀어내기 좋은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앞서 언급한데로 그림과 그래픽도 제법 많고 초보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도 많아 두고두고 참고서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습니다다. 마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책 같은 느낌이죠.
예를 들어,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 와인 접목 방법, 포도나무 병 등은 다른 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정보들입니다. 저자들의 와인에 대한 내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보입니다. 또한 프랑스 주요 포도밭의 ha당 가격, 프랑스 지역 소개는 왠만한 와인 수험서를 빼면 가장 자세하게 나와있는 정보일 듯 합니다. 심지어 WSET 수험서에도 프랑스 포도밭 가격은 안 나오는 것으로 압니다.
또한 책 중간중간 ‘와인 센스’ 및 '알고 있었나요?' 에서 토막으로 나오는 유용한 상식 및 팁들은 재미있기도 하고 유용해 보입니다. 어느 정도 와인 지식이 쌓이고 나면 이러한 상식들이 더욱 재미있거든요. 마지막 파트 ‘보너스 팁’에서는 이러한 정보들을 모아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어요.
‘에노투어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는 여행정보 및 사진들도 좋습니다. 세계의 특별한 포도 재배지 사진들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흥미를 끄는 토막 상식을 익힐 수 있는 정보들로 보입니다.
이 책은 프랑스 저자들이 프랑스 와인에 대해서 쓴 책입니다. 따라서 프랑스어로된 와인용어가 많이 나옵니다. 옮긴이의 주석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영어로 된 와인용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프랑스어를 모르면 좀 어렵게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리쿼리 화이트 와인’ 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는데, 읽다보면 의미는 파악이 되지만 한국에서 그리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아닌 듯 싶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프랑스 지역들이 많이 나오는데, 원어 지명이 모두 생략되어 있습니다. 괄호 안에 프랑스어를 넣으면 글자가 너무 많아질 것 같은 느낌은 들긴 하지만 그래도 프랑스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이 한글 지명만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프랑스어 전문가 번역가답게, 프랑스 발음은 정확하게 번역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사실 프랑스어는 알파벳을 사용하는 언어 중에서도 발음을 유추하기가 쉬운 언어는 아니다 보니 이런 점은 아쉬웠습니다 .
프랑스의 와인에 대한 현실, 프랑스 포도 재배지, 프랑스 농림부 승인, 프랑스의 와인 유통 등의 내용도 그대로 번역이 되어 있다. 역자가 책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주석으로도 한국의 현실도 조금 더 넣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 책은 프랑스 와인에 대한 충실한 교본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프랑스는 세계 최고의 와인 생산지역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고, 국제 품종이라고 일컬어지는 세계적인 포도 품종들도 거의 대부분 프랑스를 기원한 품종들입니다. 따라서 ‘프랑스 와인에 대해서 아는 것’은 ‘와인을 아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와인을 완전히 모르는 초보 와린이에게는 좀 더 다양한 지역의 와인을 소개해주는 책부터 시작한 뒤 이 책을 읽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프랑스 와인을 좋아하거나(대부분 와인 애호가가 그렇긴 합니다만) 특별히 프랑스 음식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훌륭한 자료로 선택될 수 있는 책이듯 싶습니다. 프랑스 음식과의 페어링에 대한 정보나 와인 재배지에 대한 정보가 이렇게 자세한 책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곳곳에 숨겨져 있는 토막 정보들, 깨알 같은 와인 상식들은 와인을 약간만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흥미를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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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