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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줄리아 보이드 지음, 이종인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9월
평점 :
“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줄리아 보이드 著, 이종인 譯, 페이퍼로드, 원제 : Travelers in the Third Reich)”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양차 대전 사이의 전간기를 다룬 역사책인데 매우 독특한 관점에서 서술한 역사책입니다. 보통 이 무렵의 역사책들은 주로 양차 대전의 전쟁 시기를 다루거나 (이 책처럼) 가끔 전간기를 다루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보통 이러한 역사책들은 정치, 외교, 경제적 관점에서 서술하는 책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당시 정치, 외교, 경제적 상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당시 독일에 여행을 간 ‘여행자’들의 증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당시 독일의 상황과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흔히 절대악이 등장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에서는 절대악은 정말 드물고 비록 우리가 ‘악’이라 규정하는 존재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선과 악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존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하였던 절대악에 가까운 집단이나 개인을 선택하라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치 (Nazi) 독일이나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를 꼽는 데 동의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일반적으로 나치가 집권하던 시절의 독일에 대해 모든 것을 국가나 정부기관이 통제하고 있는 전체주의 국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당시 독일에 여행자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독일은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는 미국 관광객을 겨냥한 당시 독일의 관광 홍보 책자의 표어라고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전쟁을 겪고 난 이후에도 독일의 자연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대체로 당시 전투의 대부분은 독일 국경 바깥에서 이루어졌기에 대부분의 독일의 도시 역시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아 아름다운 도시 미관을 자랑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독일에는 유럽 각국의 수학여행지로 각광을 받기도 했으며 직업적 이유로 독일을 여행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특히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전쟁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친척 내지는 믿을 수 있는 거래 상대로 여기는 경향이 매우 강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향성은 독일을 여행한 미국이나 영국의 관광객이 다른 나라의 관광객을 압도하는 통계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고 당시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독일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마저 형성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독일은 나치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 Nationalsozialistische Deutsche Arbeiterpartei)이 통치 하에 있었으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전체주의적, 인종차별적, 집단주의적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고 있었다고 합니다. 거리에 넘쳐나는 제복, 인종차별적 구호, 행군 등을 당시 관광객들은 충분히 보고 들었지만 ‘독일인은 원래 그래’라고 하며 대단하지 않게 넘겨버렸다고도 저자는 전합니다.
당시 독일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 문제점이 표면에 점차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치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거나 공감하는 여행자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여행자라 하더라도 당시 독일 내의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그건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버리는 부류도 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당시 독일을 여행한 많은 여행자들의 기록을 통해 당대성을 되살려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이제 80년이 되어 갑니다. 이미 역사 속의 사건이 되어버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당시를 숲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듯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독일을 여행하던 사람들 대부분은 숲 전체가 아니라 나무 하나 하나를 바라보면서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갔을 것입니다. 이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의 시간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일들, 그리고 우리들을 후대인들이 평가할 때 어떤 식으로 평가할지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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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 ( https://cafe.naver.com/booheong/209010 )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