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의 사육사
김남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인의 사육사 (김남겸 著, 아프로스미디어)”를 읽었습니다.




김남겸 작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인 “로하의 세상”을 통해 만난 적이 있는 작가인데 이번에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우리를 다시 찾아왔군요. 전혀 다른 장르로 연달아 만나게 되 김남겸 작가의 신작은 어떤 재미를 선사할 지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내 마지막, 잘 부탁해’

한 동물원의 맹수격리실. 사자 앞에 선 여자는 사자에게 이렇게 부탁합니다.

그녀는 사자를 포옹할 듯 두 팔을 벌리고 한 걸음씩 다가가고 턱을 들어 기꺼이 목을 사자에게 내어줍니다.


이 소식에 여자의 남자친구이자 동료사육사인 도수는 망연자실합니다. 결혼 이야기까지 나오던 여자친구가 사자에게 목숨을 잃다니. 현실을 외면해버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도수는 운택으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맹수격리실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사람이 도수일지도 모른다는…

CCTV도 고장났고 야간조는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맹수격리실에 안들어갔는지도 모르는 상황. 결국 도수는 연인을 잃고 직장도 잃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밝혀진 진실.

8인의 사육사. 먹이를 주고 길들이듯이 그들은 행복을 만들어주면서 그녀석을 ‘사육’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방법은 틀렸습니다. (중략) 복수는, 예술의 영역입니다.’








 

  

이 소설은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이야기를 만들어낸 구조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먼저 작가는 프롤로그를 매우 파격적이면서도 독자에게 의문을 던져 놓습니다. 

스스로 사자에게 목을 내어 준 여자.

프롤로그에서는 그 이유를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몇가지 단서를 던져놓습니다. 

‘그 인간 냄새 때문에 그래?’

이제 독자는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이 여자는 왜 사자에게 목을 내어준 것일까?


이제 독자는 하릴없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그 이유를 알아내야겠지요. 그리고 작가에게 받아든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허겁지겁 책을 읽어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뭔가 이상합니다. 숨겨진 의미가 있는 것일까, 무엇인가 핀트가 안맞는 흐름이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와 진술들이 종반부에 이르러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때 진실은 드러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퍼즐과도 같은 이야기 구조에 담아냈을 때 소설을 읽는 독자의 만족도가 이렇게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8인의사육사, #김남겸, #아프로스미디어, #리뷰어스클럽, #소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스트 듀얼 - 최후의 결투
에릭 재거 지음, 김상훈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스트 듀얼 (에릭 재거 著, 김상훈 譯, 오렌지디, 원제 : The Last Duel : A True Story of Trial by Combat in Medieval France) ”을 읽었습니다. 





저자인 에릭 재거 (Eric Jager, 1957~)는 미국 출신의 문학 비평가이자 UCLA 영문학 교수입니다. 특히 그는 중세 문학의 전문가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의 학문적 역량과 문학적 재능을 결합하여 “라스트 듀얼’을 통해 14세기 프랑스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마지막 결투 재판 (trial by combat)를 역사 소설로 재탄생시켰습니다. 


1386년, 추운 겨울 어느 날, 수 천명이나 되는 군중들이 파리의 한 수도원 공터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목숨을 건 두 기사의 결투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입니다. 일반 평민들만 이 결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 국왕 샤를 6세도 호화로운 관람대에 신하들과 함께 앉아 있습니다. 프랑스 국왕은 단순히 즐기기 위해 이 결투를 참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결투가 바로 재판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왕은 그 결투재판을 주재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결투의 당사자는 장 드 카르주(Jean de Carrouges, 1330?~1396)와 자크 르 그리 (Jacques Le Gris, 1330?~1386)입니다. 장 드 카르주는 자신의 아내 마르그리트를 강간한 자크 르 그리를 규탄하며 결투 재판을 신청합니다. 하지만 사실 결투 재판이 그리 흔하게 허용되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전망은 밝지 않았습니다. 1354년 이래로 파리 고등법원이 강간 혐의의  해결을 위해 결투를 인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며 수없이 결투 재판을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침내  프랑스 국왕과 고등법원은 두 사람 간의 결투 재판을 허용하게 됩니다. 




만약 장 드 카르주가 이기면 자크 르 그리는 죽게 될 것이고 자크 르 그리가 이기면 장 드 카르주가 죽는 것은 물론 마르그리트는 고대의 관습에 따라 산 채로 화형에 처해질 것입니다.

 



이 소설은 전설적인 결투이자 당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던 ‘카루주-르그리 결투’ (1386년)’와 관련한 연대기, 소송 기록 등 각종 사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등장인물의 발언과 주장, 장소, 일시와 심지어 날씨까지 실존하는 사료에서 인용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반 소설과는 다르게 작중 지도나 삽화, 사진 등의 자료를 통해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세밀한 당시의 묘사들은 마치 14세기 중세 프랑스를 그대로 책에 가져다 놓은 것처럼 생생합니다.  결투나 등장인물의 갈등 구조도 흥미롭지만 중세 문화를 느끼거나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도 읽으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추천드립니다.

 



덧붙이는 말 : 이 책은 최근 개봉한 영화 “라스트 듀얼 : 최후의 결투 (리들리 스콧 監)”의 원작 소설입니다. 이 영화는 거장이라 불리우는 감독의 작품일 뿐만 아니라 멧 데이먼, 밴 애플릭, 조디 코머 등의 명배우들이 참여하여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원작에 깊이 감명 받은 멧 데이먼과 밴 애플릭은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고 하는군요. 



#라스트듀얼, #에릭재거, #김상훈, #오렌지디, #리뷰어스클럽, #역사소설, #영화소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인의 사육사
김남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흥미로운 이야기를 퍼즐과도 같은 이야기 구조에 담아낸 수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스트 듀얼 - 최후의 결투
에릭 재거 지음, 김상훈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투나 등장인물의 갈등 구조도 흥미롭지만 중세 문화를 느끼거나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도 읽으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라네시
수잔나 클라크 지음, 김해온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라네시 (수재나 클라크 著, 김해온 譯, 흐름출판, 원제 : Piranesi)”를 읽었습니다.





정말 긴 시간을 기다려온 수재나 클라크 (Susanna Clarke, 1959~ )의 신작 소설입니다. 수재나 클라크는 영국 출신의 소설가입니다. 그녀는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중단편 중심의 작품 활동을 이어가다 첫 장편소설인 “조나단 스트레인지와 마법사 노렐 (이옥용 譯, 문학수첩, 원제 : Jonathan Strange & Mr. Norrell, 전 2권)”을 통해 휴고상, 로커스상, 세계환상문학상,  Mythopoeic Award 등 굵직한 문학상들을 수상한 바 있고 2004년 맨부커상 롱리스트에도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건강 문제로 큰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16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출간했습니다. 그 책이 바로 바로 이번에 읽은 “피라네시”입니다. 


‘집은 헤아릴 수 없이 아름답고, 무한히 자애롭다.’

무한한 방과 복도, 그리고 수없는 조각상이 놓여 있으며 홀 안에 바다가 있는 집.  피라네시는 그 곳을 탐험합니다.

나는 서른에서 서른다섯 살 사이인 것으로 짐작되며 세상이 시작된 이래 첫번째 사람입니다. 그리고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나를 포함해) 열 다섯 명입니다


‘나’는 이 세상 어딘가에 위대하고 은밀한 지식을 발견하면 어마어마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나머지 사람’과 일주일에 두 차례 만나 그 지식을 찾기 위해 의논합니다. 

그는 나를 ‘피라네시’라 부릅니다. 내가 기억하는 한 그 이름은 내 이름이 아닌데 이상한 일입니다.


그리고 존재를 입증할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이 있다는 증거가 나타납니다. 

열여섯째 사람인 ‘당신,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여행자인가, 아니면 이곳의 거주자인가?

‘세상에는 산 자가 두 명 있고 죽은 자가 열세 명 있습니다. 그 다음이 선생님’입니다. 


이 책을 읽으려면 초반의 혼란을 참고 견디라는 이야기를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전작보다는 덜 하지만 서사가 거의 없고 사변적이 내용이 많아 초반 몰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혼란을 딛고 좀 더 나아가면 마술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맞닥뜨리게 되는 본질적 진실, 세상과의 화해.


‘집은 헤아릴 수 없이 아름답고, 무한히 자애롭다’.


덧붙이는 말 : 옮긴이의 말에도 나오는데 제목을 보자마자 이탈리아의 예술가 지오반니 바티스트 피라네시 (Giovanni Battista Piranesi, 1720~1778)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상상의 감옥이라는 제목으로 16(!)개의 판화를 제작했는데 아마도 수재나 클라크는 자신의 투병생활을 피라네시의 작품과 연관지어 피라네시의 이름을 짓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피라네시, #수재나클라크, #김해온, #흐름출판,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