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잔류 인구
엘리자베스 문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평점 :
“잔류 인구 (엘리자베스 문 著, 강선재 譯, 푸른숲, 원제 : Remnant Population)”를 읽었습니다.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몇 번을 다시 봤습니다. 엘리자베스 문 (Elizabeth Moon, 1945~)의 작품이 신간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까지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엘리자베스 문의 작품은 “어둠의 속도 (정소연 譯, 북스피어, 원제 : The Speed of Dark)”가 유일한 것이었습니다. SF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엘리자베스 문 이후에는 자주 등장하긴 하지만) 소수자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정상성(正常性, normality)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등을 통해 작가와 교감할 수 있는 훌륭한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후 엘리자베스 문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었지만 척박한 국내 SF 시장에서는 요원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푸른숲 출판사에서 “어둠의 속도 (정소연 譯, 푸른숲)”를 복간하면서 그녀의 유이한非시리즈 장편소설 중 하나인 “잔류 인구”까지 번역 소개해준 것입니다.
오필리아는 ‘다리도 아직 튼튼하고 손도 노화와 노동으로 옹이투성이일지언정 아직 쓸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0년 가까이 살아온 이곳, 심스 벵코프 콜로니를 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이야기합니다. ‘컴퍼니가 사업권을 잃었어요’ 어떤 의미인지 말을 되풀이하지만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떠나야 한다는 뜻이죠. 그들은 콜로니를 버릴 거에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입니다.
단지 이주지만 선택할 수 있을 뿐. 이제 집과 고향을 강제적으로 버려야 합니다.
‘40년이라는 세월은 누군가에게는 평생이고 누군가에게는 그 이상’인데…
그리고 오필리아는 결심합니다. 이곳에 남기로….
이곳에 남게 되면 모자를 쓰라고 그를 들볶이지도 않을 것이구요.
네, 맞습니다.
이제 그녀는 처음으로 그녀의 삶을 온전히 스스로의 것으로 할 수 있습니다.
늦은 깨달음.
엘리자베스 문은 ‘쓸모없음’으로 대표되는 70대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과연 인간의 ‘쓸모’가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물어보고 있습니다. 노동력, 경제력, 번식력 등 어떤 것인 인간의 쓸모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작중에서 쓸모없는 노인으로 취급받던 사람이 어느 순간 가장 인류에게 가장 중요하고 쓸모 있으며 필요한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의 쓸모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며 결국에는 인간의 쓸모란 없으며 인간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제 의식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퍼스트 컨택트 (first contact) 이후 비아(非我)를 받아들이는 과정과 흐름을 읽는 것도 이 책의 또다른 묘미가 될 것 같습니다.
지인들에게 반드시 읽기를 추천드리는 책 목록에 한 줄이 더 늘었습니다.
#잔류인구, #엘리자베스문, #강선재, #푸른숲,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