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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평점 :
“우리가 혹하는 이유 (존 페트로첼리 著, 안기순 譯, 오월구일, 원제 : The Life-Changing Science of Detecting Bullshit)”를 읽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존 페트로첼리 (John V. Petrocelli)는 사회심리학자이자 웨이크포리스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분입니다. 특히 사실과 왜곡을 뒤섞은 헛소리(책에서는 개소리로 번역되었지만 개에 대해 차별적이며 개혐오 발언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므로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헛소리로 씁니다)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포착하고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대중들에게 적극 공유하고자 한다고 합니다.
이 책, “우리가 혹하는 이유” 역시 그런 의미에서 집필한 책으로 ‘헛소리 (Bullshit, 다시 이야기하지만 책에서는 개소리로 번역되어 있습니다)’를 탐지하는 방법을 대중에게 알려주기 위한 책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헛소리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아니 이제는 과거에는 평생 듣던 헛소리의 총량을 하루에 (헛소리 총량을 연구한 학자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하루라고 하죠) 다 듣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보통은 그런 헛소리를 무시하며 살아가지만 어떨 때는 헛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랄 때도 있습니다. 사실 정말 다행인 순간입니다. 깜짝 놀랐다는 것은 그게 헛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헛소리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마음 속에 ‘확신’으로 자리잡을 때가 가장 문제입니다. ‘우리는 혹하고 속는 존재가 됩니다. 확인에 차서!’
책에는 많은 헛소리와 가당치 않은 확신들의 사례가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시의성 높은 사례 하나만 골라볼까요? 바로 MBTI (Myers-Briggs Type Indicator)입니다. 유사품으로는 별점, 혈액형 성격론 같은 것들이 있죠.
‘MBTI는 저명한 심리학자가 만든 정교한 심리 검사인데 왜 헛소리라는거죠?’라고 말하고 싶은 분이 있는 것은 압니다. 아뇨, 만든 사람이 심리학자도 아니고 정교한 심리 검사도 아닙니다. 그냥 오락용 게임이었을 뿐이에요. 애초에 성격이 경계면이 딱 잘라져 있게 극단으로 나누어져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낮은 타당성, 신뢰도, 포괄적이지도 않고 독립적이지도 않음 범주를 측정하는 사이비과학(pseudoscience)에 불과함에도 불구한 흥미용 성격 테스트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런 헛소리를 믿는 사람들 때문에 미국에서만 1억 2500만 달러라는 엄청난 돈이 낭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MBTI 컨설턴트나 코치가 되기 위해 개인들이 지불하는 돈과 시간 역시 낭비되고 있지요.
인간은 반복적으로 노출된 사실에 대해서 대체로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록 MBTI를 믿지 않더라도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에서 친구들이 MBTI 테스트를 수행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면 (비록 그것이 재미로 본 것이라 하더라도) 사실로 믿어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런 개소리, 아니 헛소리들을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왜’가 아닌 ‘어떻게’라는 질문이라고 합니다. 책에는 여러가지 헛소리를 구분하는 방법들을 질문의 형태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세상 살아가기 참 힘듭니다. 진실과 사실만 가지고도 힘든 세상인데 우리의 돈과 시간, 믿음을 노리는 헛소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살아가야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헛소리들의 사례와 이를 탐지하는 방법 등을 알아두면 그나마 조금은 살아가기 편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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