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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올 더 타임 - 재미있고 섹시하고 똑똑한 미친 와인 입문서
마리사 A. 로스 지음, 이보미 옮김 / 티나 / 2022년 1월
평점 :
“와인 올 더 타임 (마리사 A. 로스 著, 이보미 譯, 티나, 원제 : Wine. All the Time.: The Casual Guide to Confident Drinking)”를 읽었습니다. ‘재미있고 섹시하고 똑똑한 미친 와인 입문서’ 라는 설명이 부제로 표지에 쓰여져 있습니다. 정숙하고 근엄한 와인 교과서 같은 느낌은 아닙니다. 어떤 책이길래 이런 도발적인(?) 문구를 사용한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저자는 마리사 A. 로스 (Marissa A. Ross)입니다. 많은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나 간단히 찾아보니 다양한 온라인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와인 컬럼리스트인 듯 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와인 올 더 타임’은 그녀의 블로그 제목입니다. 아마도 블로그에 올린 와인글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취미가 낮술, 밤술? 하하. 어떤 분일까 살짝 느낌이 오는 것 같죠?
이 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볼까 합니다. 일단 10+1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각 장별로 살펴보도록 하지요.
0 ‘와린이를 위한 와인 입문 용어’. 와인 용어들을 먼저 사전식으로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알파벳 순서로 용어들을 소개합니다. 첫인상이나 구성으로 봐서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냥 용어를 소개하는 인트로 부분부터 이렇게 재미있다니요! 이 책의 시작이 블로그로부터 라는 느낌이 바로 다가옵니다. 저자의 많은 드립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용어 소개가 끝나 있습니다.
1 ‘와인은 수학이 아니다’. 고2때 처음 마신 화이트 진판델과의 끔찍한 경험부터 시작하여 2달러, 5달러, 12달러짜리 와인들로 점점 와인세계로 빠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근데 고 2요?) 점점 이분의 인생에 대해서 알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생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들도 들을 수 있죠.
2 ‘와인은 포도가 전부가 아니다’. 포도 수확, 분류, 분쇄, 침용, 발효등 와인을 만드는 법이 소개됩니다. 레드,화이트부터 시작하여 오렌지 와인까지 각자 다른 양조방식이 소개됩니다. 와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러한 내용까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건강을 생각한다면 와인의 성분에도 신경쓰자’. 여기서 이분의 취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바이오다이나믹, 유기농, 내츄럴와인 등의 내용을 한 챕터 내내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츄럴 와인에 대한 예찬이 가득하죠. 싸구려 저품질 와인에 대한 비판에는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4 ‘보고 맡고 맛을 느껴라!’ 와인 테이스팅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차향, 2,3차향 등에 대한 디테일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에서 비롯한 글이므로 그림같은 것이 거의 없는 책인데도 이 장에는 무려 도표가 있습니다!
5 ‘나만의 와인 테이스팅 노트 공개’ 여러가지 와인 품종을 소개합니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저자의 와인 내공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각 와인 품종의 소개에 비유가 함께 하고, 상당히 다양한 품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이런 설명들은 매우 흠미있고 유익합니다.
6 ‘와인 한잔 하면서 세계일주’ 와인을 알려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여러가지 나라들의 소개와 함께 기본적인 정보가 함께 제공합니다.
7 ‘이케아 조립 설명서보다 쉬운 와인 라벨 읽기’. 프랑스와 이태리의 와인 라벨을 기준으로 라벨 읽는 법을 소개하면서 두 나라의 와인 등급 체계까지 알려줍니다.
8 ‘와인 리스트를 정복하는 법’. 어떻게 와인을 사고 주문을 할까. 저자의 조언 및 팁들이 가득합니다. 상당히 새롭고 흥미로운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9 ‘와인의 진정한 즐거움’. 집에서 와인 모임을 주최하고 손님을 접대할 때의 팁, 음식과의 페어링, 와인과 음악의 매칭까지 소개합니다.
10 ‘와인 잔을 들고 인생을 항해하는 법’. 이 책의 제목이 본격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담겨져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와인 마시기, 여러가지 술자리 상황 대처법, 술에 취해서 하면 안되는 행동 등 현실적인 내용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특징을 꼽자면 저자의 내공과 함께 ‘재미’입니다. 재미 측면에서 특히 ‘많이’ 재미있는 책입니다다. 오히려 책이라기 보다는, 우연히 재미있는 블로그 글을 읽었는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그 블로그에 있는 다른 글들을 정주행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읽다보면 이 작가의 성격, 취향, 연애경험, 음주경험등 여러가지를 알게 됩니다. 가식이라고는 조금도 없고 모든 것을 다 털어놓는 듯한 느낌까지 들죠. 그리고 그것들이 쌓여 와인 지식으로 변환됩니다.
또한 이 책에서 저자가 하는 와인에 대한 여러 조언들이 마음에 다가오는 부분이 많습니다. ‘와인 앞에서 도전의식을 발휘하라’, ‘와인을 마시고 원하는 말을 마음껏 하라’ 같은 어디에선가 들었지만 잊어버리고 있던 조언도 있지만, ‘좋은 와인샵을 찾아라’, ‘수입자와 유통업자를 고려해서 와인을 사자’, ‘레스토랑에서 와인 리스트에 많이 있는 와인 종류를 고르자’ 등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당히 유용한 조언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언들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집에서 와인 모임을 열었을 때 와인을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가?’ ‘와인을 들을 때 어떤 음악을 함께 들으면 좋을까?’ 이런 정보부터 시작해서 ‘술 취했을 때 하면 안되는 행동들(예를 들면, 온라인 쇼핑이나 아껴둔 와인 따기 등)’, 그리고 커피 컵에 와인 넣어서 들고 가기, 심지어 보안이 엄격한 장소에 갈 때 와인 가지고 가기(여기에 소개된 팁은 개인적으로도 새로웠습니다.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등까지의 내용입니다. 책에 이런 내용도 있어도 되냐 싶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면 가능하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내츄럴 와인 매니아이라 이에 대한 내용이 매우 많습니다. 스파클링 제조법 중에서 펫낫을 별도로 소개할 정도이니까요. 만일 내츄럴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가슴깊이 다가오는 내용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번역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번역을 담당하신 이보미씨는 아마도 프랑스어 번역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듯 싶은데, 매우 깔끔한 번역이 돋보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번역서가 아니라 그냥 한글로 쓰여진 블로그를 읽는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이니까요. (‘조지는 개뿔도 모른다. 제기랄 무지막지하게 달다’ 등). 책 마지막에 ‘옮긴이의 말’에서 번역하신 분이 특별히 와인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다고 하셨는데, 전체적인 와인 내용도 거의 틀린 내용 없이 정확하게 번역을 하셨더군요. 이런 좋은 번역가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장점으로 꼽았던 블로그스러운 글이 또한 단점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취향과 의견이 많습니다. 물론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와인에 대한 취향은 당연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하게 주관적인 부분이 눈에 뜹니다. (물론 객관적이어야 하는 와인 정보에 대한 내용은 상당히 정확합니다. ) 과도하게 개인의 취향이 그대로 노출되는 점이라던가 객관적이어야 하는 내용이 필요한 경우에도 주관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단점이긴 한데 저자가 좋아하고 추천하는 와인들은 캘리포니아에서는 구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와인이 많습니다. 비뉴 베르데, 까리냥의 매력은 충분히 잘 알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수입되는 양이 무척 적죠. 쿠누아즈, 피노 도니스, 발디귀에 등 같은 품종은 수입이 되는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프랑스 아니면 캘리포니아에서만 구할 수 있는 와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책 자체의 단점이라기 보다는 한국 와인씬의 현실에 따른 문제이긴 하겠지만 저자 개인의 취향 자체가 좀 독특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그게 나쁜 의미로서의 독특함은 아닙니다.)

그리고 글에 미국적인 표현이 무척 많습니다. 미국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블로그로 시작했으니 당연하긴 하겠지만, 이런 내용까지 이해한다면(예를 들어 올리비아 벤슨 형사가 누군지 안다면) 더욱 흥미로운 책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역자가 주석으로 설명을 해주기도 하지만 드립 전체를 커버하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드립 전체를 이해하지 못해도 재미 면에서는 굉장히 탁월한 책입니다. 하여간 저자가 글을 참 재미있게 쓴다는 점은 정말 인정합니다.
옮긴이의 말 중 한 구절이 이 책을 적확하게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좀 놀아본 언니가 술자리에서 썰을 푸는 느낌’.
그거네요.
약간 과장을 더해서 책 두 페이지마다 한번씩 어른의 사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연애 경험도 많은 매력적인 ‘언니’지만, 이러한 내용을 와인 얘기로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그래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쫑긋 세우며 재미있게 와인을 배울 수 있습니다.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와인 취향. 개인적으로 100% 동의하는 바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와인은 아직 안 마셔본 와인이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 저자의 취향은 말그대로 너무나 취저입니다. 또한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와인 책 중에서 독보적으로 재미있는 와인 책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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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