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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
조예은 외 지음 / 고블 / 2022년 1월
평점 :
“펄프픽션 (조예은, 류연웅, 홍지운, 이경희, 최영희 共著, 고블)”을 읽었습니다.

펄프 픽션. 싸구려 잡지에 실리던 소설을 일컫는 말입니다. 주로 말초적인 재미나 흥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먹히던 싸구려 소설이었죠. 하지만 글이 실릴 공간을 찾지 못하던 미스터리나 SF 같은 장르 문학들이 대거 펄프 픽션에 합류하면서 미국 B급 문화의 대표적인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SF, 판타지, 미스터리, 그리고 최근 대유행 중인 슈퍼히어로물들이 바로 이 펄프 픽션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역시 과거 비슷한 환경이 있었습니다만 단절적인 발전으로 인해 맥이 끊겨버린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적 펄프픽션을 정립하겠다는 야심을 가진 엔솔로지. 참여한 작가의 면면도 B급 정서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작가진들입니다.
홍지운 작가, 과거 dcdc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졌죠. 두 말 할 것 없이, B급 정서를 다루는데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작가입니다.
이경희 작가, 묵직한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입니다. 출간된 작품들을 보면 다소 이해가 안가겠지만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이름을 알린 작가임을 감안하면 이경희 작가 역시 펄프픽션적 작가 중 한 사람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류연웅 작가,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로 갑자기 다가온 작가입니다. 근본을 무시하는 B급 컬쳐의 선두 주자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예은 작가, 이 작가가 왜 이 엔솔로지에 참여했지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지만 첫 장편소설이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임을 떠올리고 납득했습니다.
학원 괴담, 뱀파이어 (뱀fire), 외계인, 영능력, 살인로봇 등 일반 문학 작품에서는 절대 등장할 리 없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특유의 감성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엉성해보이고, 말이 안되고, 저급해보일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그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진들이 그 분야에서는 대가급인지라 더더욱 그렇죠.
하지만 B급의 감성은 원래 그런 것입니다.
주류적 감성에서 다루지 못한 것을 다루거든요.
주류를 의도적으로 비틀고, 그렇게 오버해서 치열하게 엉성하고, 과도하게 저급하게 보임으로써 현실의 페이소스를 진하게 우려낼 수 있습니다.
젠체하며 멀리 떨어져 있지 말고 한 걸음 더 들어와, 이 책을 통해 그 감성을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같이 킬킬거려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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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