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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소피 유니버스 - 29인 여성 철학자들이 세상에 던지는 물음
수키 핀 지음, 전혜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3월
평점 :
“필로소피 유니버스 (수키 핀 編, 전혜란 譯, RHK, 원제 : Women of Ideas: Interviews from Philosophy Bites)”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수키 핀 (Suki Finn)이 철학적 주제에 대해 여러 철학자들과 나눈 인터뷰를 엮은 대담집입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여자란 누구인가’, ‘남과 여의 본질’, ‘도덕’, ‘동물권’, ‘불평등’, ‘ 사회적 박탈감’, ‘다문화주의’, ‘자유주의’, ‘편견’, ‘혐오’, ‘취향 차이’, ‘언어와 맥락’, ‘전쟁’, ‘불교’, ‘철학과 대중의 삶’ 등으로 매우 다양하고 범위가 넓습니다. 그리고 그 주제 하나 하나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번이라도 의문을 떠올렸을 법한 주제들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인터뷰이(interviewee) 중 눈에 띄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마사 C. 누스바움 (Martha C. Nussbaum)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책들이 소개되어 잘 알려져 있으며 저명한 법철학자이자 정치철학자입니다.
마사 C. 누스바움은 고전, 교육, 정치까지 넘나드는 지적 여정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그녀가 천착하고 통찰하는 주제는 바로 사랑, 연민, 혐오 같은 감정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그녀가 다룬 주제 역시 바로 혐오라는 감정입니다. 그녀는 “혐오와 수치심 (조계원 譯, 민음사, 원제 : Hiding from Humanity: Disgust, Shame, and the Law)”에서 혐오라는 감정을 위험한 사회적 감정이라 정의한 바 있습니다. 혐오라는 감정이 개인에 그치지 않고 다른 집단에 투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사회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혐오를 다른 집단에 투사하는 것은 인간의 무의식적인 행위의 발로로 자신의 동물성을 인식하는 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방편 중 하나라는 것이 마사 C. 누스바움 주장의 핵심입니다. 다른 사람, 다른 사람들을 자신과 별개의 집단으로 만든 다음, 가까이 해서는 안될 집단으로 취급해버림으로써 자신은 안전해지는 것이지요.
철학(哲學)은 무엇일까요? 삶과 거리가 먼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영철학, 정치철학, 인생철학 등등 우리는 의외로 철학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곤 합니다. 철학(哲學, philosophy)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근본 원리나 본질을 찾기 위해서는 왜 그러한가를 물어봐야 하는데, 이것을 보면 철학은 질문을 하며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학문이라 봐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에 질문하는 법을 잊어가고는 있지는 않은가 하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모든 것이 풍족하게 주어진 상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손바닥 위의 기계를 조작해 검색만 해보면 나오는 시대. 좀더 진지하고 깊은 질문이 의미가 없어진 시대.
하지만 이런 때에야 말로 삶에 대한, 현상에 대한 질문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철학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이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책에서 질문과 답을 이어가는 철학자들이 모두 여성들이라는 점입니다. 역시 여성인 편자(編者) 수키 핀은 런던대학교 로얄할러웨이에서 철학을 강의 중인 철학자로 이 책, “필로소피 유니버스”가 처음으로 쓴 대중서적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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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