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역설 (보급판) - 폭력으로 평화를 일군 1만 년의 역사
이언 모리스 지음, 김필규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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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역설 (이언 모리스 著, 김필규 譯, 지식의날개, 원제 : War! What Is It Good For?: Conflict and the Progress of Civilization from Primates to Robots)”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이언 모리스 (Ian Morris)는 영국의 역사학자로 우리나라에는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최파일 譯, 글항아리, 원제 : Why the West Rules—for Now: The Patterns of History, and What They Reveal About the Future)”를 통해 만나 본 적 있는 저자입니다. 이 책, “전쟁의 역설” 역시 2015년에 번역된 바 있는데 이번에 보급판의 형태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부제가 ‘폭력으로 평화를 일군 1만 년의 역사’에서 주제의식이 드러나듯 이 책, “전쟁의역설”은 고대 로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전쟁이라는 최악의 폭력이 어떻게 평화로운 시대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역설(paradox)’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전쟁은 ‘더 큰 사회를 만들었고, 그 사회는 더 강력한 정부에 의해 통제’되므로 결국 평화와 번영의 기반을 전쟁이 만들었다. 전쟁은 더 많은 폭력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게 되었다. 

전쟁은 평화를 만들어냈고, 전쟁으로 인한 파괴는 보다 많은 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전쟁은 마침내 스스로를 중단시켰다. 


이 책의 핵심 주장입니다. 책에서 저자는 전쟁이 보다 평화로운 시대를 만들어냈으며, 전쟁이 전쟁 없는 시대로 이끌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제시한 방대한 논거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그러한 저자의 믿음에는 의문이 듭니다. 

전쟁은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분명 지금의 인류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을 만들어내게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전쟁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좀더 빨리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지 굳이 전쟁의 선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해 전쟁이 없어질 수 있다고 하는 논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기가 고도화되고, 미국을 제외한 각국 간의 전력의 차이가 줄어들게 되면서 전면전의 형태가 줄어들었을 뿐, 그리고 서구권이 인식하는 형태로서의 전쟁이 줄어들었을 뿐 전쟁은 여전히 파편화되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클라우제비츠(1780~1831)는 전쟁을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고자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 행동’으로 규정하며 ‘정치적 연장선’이라고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형이상학적 정의는 끄덕거리게 할 수는 있지만 그 이면에 수많은 죽음과 피해를 다 담아내지는 못합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우리는 뉴스로 전쟁을 소비하지만, 전장 한 복판에 있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수많은 폭력과 죽음에 노출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전쟁에 대한 역사서로 접한다면 매우 훌륭한 책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의역할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전쟁의역설, #이언모리스, #김필규, #지식의날개,  


ㅁ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 ( https://cafe.naver.com/booheong/213543 )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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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테러
힐러리 로댐 클린턴.루이즈 페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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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트 오브 테러 (힐러리 로댐 클린턴, 루이즈 페니 共著, 김승욱 譯, 열린책들, 원제 : State of Terror)”를 읽었습니다.


저자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루이즈 페니입니다. 

루이즈 페니(Louise Penny)는 피니스아프리카에 출판사에서 번역하여 출간하고 있는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로 국내에도 확고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작가입니다. 오직 하나의 시리즈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루이즈 페니는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이 작품들을 통해 캐나다 훈장 (Order of Canada)을 수훈받기도 한 뛰어난 작가입니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 (Hillary Diane Rodham Clinton). 미국의 전 영부인이었고, 연방 상원의원과 국무장관을 역임하였으며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인물 자체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였다는 의미 깊은 상징성 뿐 아니라, 2016년 대선에서 선거인단에서 아깝게 패배하기는 했지만 전체 득표수에서는 앞섰을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던 인물입니다.


이 책, “스테이트 오브 테러”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 루이즈 페니라는 작가적 명성에 힐러리가 무임승차했을지 모른다는 감정과 함께 루이즈 페니의 근작을 이렇게 빨리 읽어볼 수 있다는 기쁨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첫 페이지를 넘긴 순간, 힐러리 로댐 클린턴의 이름이 왜 앞에 와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유명 정치인에 대한 예우 차원이 아니더군요. 세밀한 묘사와 묘한 긴장감 등 내부자가 아니면 알거나 느낄 수 없는 시선과 감정들이 작품 내 엄청난 핍진성을 발휘하여 독자를 순식간에 몰입시켜버립니다. 사실 이 작품을 마지막까지 읽은 다음에도 루이즈 페니가 전체 플롯과 사건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맡고 힐러리가 디테일을 채우는 형태의 공동작업을 생각했습니다. 영상통화를 통해 공동 작업을 했을 뿐 아니라, 500페이지가 넘는 초고를 힐러리가 썼다는 작가의 말을 읽은 다음 다시 한 번 깜짝 놀랬고, 그 세밀한 내부자적 시선들이 어떻게 작품 속에 녹아들 수 있는지 단번에 이해해버렸습니다.


이 책에는 미국이, 미국 정부가 정말 두려워 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이나 이란의 핵에 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되는 책이라 할까요? 과도한 반응이라 할 수도 있지만 미국은 이미 9.11이라는 말도 안되는 테러를 경험한 나라이기에 그런 히스테리컬한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테러리스트가 핵을 테러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이라는 가정이 과거에는 망상이었다면 이제는 현실성을 충분히 가진 가정이 되어버린 상황일테니까요. 또한 현재의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 중근동이나 러시아 등 미국이 직면한 국제 질서에서 미국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기도 합니다. 단순한 스릴러나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라 한 편의 국제정치 관련 서적을 읽은 느낌도 들 정도입니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아프가니스탄, 오만, 이란, 파키스탄 등 전 세계를 누비며 벌어지는 정치 스릴러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을 감상하는 또다른 관전 포인트로 중요한 부분은 바로 엘런과 벳시의 우정에 대한 것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맺어온 두 여성의 우정이 결혼이라는 과정을 지나면서도 남녀 간의 사랑과는 또다른 색깔로 단단해지면서 국제적 테러와의 싸움에서 빛을 발하는 과정 말입니다. 


너무 거창하다 느껴질 수 있습니다. 네, 다루고 있는 사건은 정말 거대합니다. 하지만, 그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디테일하면서도 속도감있게 진행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말 하나 : 엘런의 첫 순방지인 한국에서의 실패는 무엇이었을까요?

덧붙이는 말 둘 : 루이즈 페니 팬이라면 정말 반가운 지역과 인물이 등장합니다. 행인 1 수준으로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해결에 큰 공헌을 합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스테이트오브테러, #힐러리로댐클린턴, #루이즈페니, #김승욱, #열린책들,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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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13
이디스 해밀턴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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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디스 해밀턴 著, 서미석 譯, 현대지성, 원제 : Mythology: Timeless Tales of Gods and Heroes)”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이디스 해밀턴 (Edith Hamilton)은 교육자이자 저술가로 유명한 분입니다. 이디스 해밀턴의 특이한 점은 교육자로 활동을 계속하셨고, 교육자로서의 삶을 은퇴한 이후 60대에 접어들어 그리스와 로마 문명과 관련한 다수의 저작을 남겼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읽은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역시 초판이 1942년에 출간되었으니 저자가 70대에 집필한 놀라운 작품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책들 중 상당수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의 가장 큰 단점은 신이나 영웅 등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몰입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바로 인물을 중심으로 서사를 엮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쉽게 접근이 가능합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다른 지역의 신들과는 다소 다릅니다. 물론 신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에 인간으로서는 범점이 불가한 존재이긴 하지만 그들 역시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욕심을 내고, 본능에 구애 받으며, 배고파하고, 질투하며, 다툽니다. 신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 신화 속에 묘사된 그들의 삶은 사실 인간과 다르지 않지요. 

저자는 그리스 로마의 신들은 당시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이 바라본 자연이나 감정 같은 미지의 대상을 의인화한 대상이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신들에게는 공포가 배제된 신성을 부여함으로써 자연의 불가해성을,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고자 했다는 해석입니다. 또한 다른 신화에서는 신에 의한 천지 창조가 중요한 주제이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신들 역시 천지 창조 이후에 등장합니다. 즉, 우주가 신을 만든 것이지요. 

즉 그리스 사람들에게 신은 바로 자신들의 투영체였습니다.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자신들의 염원과 두려움, 그리고 이야기를 담아 신들을 창조한 것이지요. 그리스 이전 인간과 다른 존재로서의 신, 창조자로서의 신을 통해 신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바로 인류가 우주의 중심이며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깨달음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세계적인 고전을 원전으로 하는 번역서들을 잇달아 출간하고 있는데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책들이라 매우 감사하며 읽고 있습니다. 이번 현대지성에서 출간한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한 명화들을 페이지마다 함께 수록하고 있어 묘사하고 있는 장면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원서 7부에서 북유럽 신화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는데 번역서에서는 이를 배제한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디스 해밀턴의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해석을 통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시 한번, 그리고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독서 경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해밀턴의그리스로마신화, #이디스해밀턴, #서미석, #현대지성, #이북카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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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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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가 (후안 엔리케스 著, 이경식 譯, 세계사, 원제 : Right/Wrong: How Technology Transforms Our Ethics)”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후안 엔리케스 (Juan Enriquez)는 기업인이자 저술가이며 HBS (Harvard Business School)의 생명과학 프로젝트의 창립자 중 한 사람으로 생명과학이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 분야 권위자로 인정받는 분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과격하고, 사악하며, 화도 많이 나있어요’


옳음에 대한 기준이 무너진 시대를 직면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고 이 책에서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자상하며, 공감한다고. 물론 의견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의견의 범위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좁아져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을 윤리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윤리 역시 중요한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규칙은 언제나 변한다’입니다. 특히 저자는 현대에 이르러 윤리의 기준이 되는 것을은 과거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진리의 기둥들은 쉴 새 없이 무너져 가고 있으며 새로운 기둥들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변화는 대부분의 경우 ‘좋은’ 쪽으로 향한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사람을 불태워 죽이지도, 노예를 부리지도, 광장에서 고문하거나 처형하지도 않습니다. 과거에는 그것들이 ‘옳은’ 것의 범주에 들어갔을 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분명하게 ‘그른’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옳고 그름은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윤리가 영원불멸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윤리가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라 믿고 있는 것은 매우 잘못된 믿음이며 그로 인해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다는 것을 착각이라 일갈합니다. 우리가 믿는 윤리의 기준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이는 도덕적 상대주의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옳음가 그름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한 때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안전해진다고 믿어왔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확실성’을 높여 옳음의 기준이 되어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과학과 기술문명이 발달할수록 과거의 준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과거에는 도덕율에 의한 판단만으로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준거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고 불확실성이 증가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시점은 어떤 준거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할 지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아노미 상태에 가깝습니다. 더구나 대의 명분과 옳음이 사라진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옳음의 기준을 세워야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철학자일 수는 없습니다. 

저자가 책에서 밝혔듯 이 책은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진실이라, 옳은 것이라 믿어왔던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는 시점에서 이 책, “무엇이 옳은가’는 그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는 독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무엇이옳은가, #후안엔리케스, #이경식, #세계사, #컬처블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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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 전염병 - 왕실의 운명과 백성의 인생을 뒤흔든 치명적인 흔적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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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 전염병 (신병주 著, 매일경제신문사)”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조선 시대에 벌어진 전염병 창궐에 대한 교양 역사서입니다. 





저자인 신병주 교수는 현재 건국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분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책들, “왕비로 산다는 것”, “참모로 산다는 것”, “왕으로 산다는 것”을 집필하기도 하는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역사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염병은 근대 이전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방은 커녕 치료조차 쉽지 않았던 시절에 전염병은 말 그대로 역신(疫神)이 강림한 재앙이었을 것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만 무려 2천여건 이상의 전염병이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어쩌면 당시 조선인들은 전염병과 함께 한 삶이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조선 건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바로 위화도 회군 (1388)인데 이때 등장하는 것도 바로 전염병입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요동 정벌 4불가론을 이야기하는데 그 중 마지막이 바로 전염병의 유행이거든요. 

또한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전염병에 대한 기록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조선이 건국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양주 회암사에 역병이 크게 유행합니다. 그리고 그 역병은 수개월 간 지속되지요. 

항상 역병은 기근과 함께 찾아옵니다. 심지어 현종 대에 임진왜란보다 역병이 더 무섭다는 실록의 기록이 있을 정도였으니 전염병이 조선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고, 그 영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염병으로 큰 피해를 본 백성에 대한 대책은 그다지 흡족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실록에 기록된 사망자는 고을 수령이 확인한 것일 뿐 부락이나 도로에서 죽은 자 들은 기록되지 못했다는 내용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더구나 각 고을 수령들은 중앙 정부에 보고하는 문서에서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고 공로를 부풀려 보고하는 바람에 피해가 축소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산에 여제단을 설치하여 일년에 두 번 제사를 치룸으로써 역병을 예방하려고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민간 뿐 아니라 조정에서도 무속에 의존하는 경향성도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당시 의학 지식으로는 역병의 유행을 신적 존재의 개입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던 탓일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적 조치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격리가 시행되었으며 활인서 등을 활용하여 환자들을 보살핀 기록 역시 있습니다. 물론 의학적 지식이나 병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아 근본적인 치유를 하는 것은 아니었고 증상이 악화되지 않고 체력을 온존하는 대증 요법 위주의 치료만 시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길고 길었던 팬데믹의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팬데믹 이후에도 팬데믹이 남긴 상흔은 굉장히 깊을 것 같습니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문명으로도 완전히 틀어막지 못하는 전염병의 무서움을 우리 인류는 이제 뼈저리게 알게 되었습니다. 현대에도 이럴진데 위생 관념이 투철하지 못했고, 의학이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던 근대 이전에 맞이한 전염병은 인류에게 어떤 상처와 흔적을 남겼을지 궁금하였는데 이 책을 통해 조선 시대에 벌어진 전염병에 대한 내용과 제한된 지식과 자원을 가지고 그 전염병과 싸워온 조선인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독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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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주관하는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필자의 주관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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