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즈 어웨이 안전가옥 쇼-트 12
배예람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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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즈 어웨이 (배예람 著, 안전가옥)”를 읽었습니다. 배예람 작가 이름으로 출간하는 단독 작품집으로는 이번이 첫 책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세 편 모두 좀비를 다루고 있고, 안전가옥에서 나온 책 답게 이야기로서의 완성도가 모두 높아 걸리는 것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최근 K-좀비다 뭐다 해서 좀비물이 다소 식상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배예람 작가의 이번 작품집의 좀비는 상당히 신선한 이야기들이더군요.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첫 작품은 “피구왕 재인”입니다. 여고생 둘의 우정과 사랑의 서사에 좀비를 한 스푼 정도 섞은 작품입니다. 작품 속 묘사를 보면 사랑의 함량이 조금 더 높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어쨌든 세 작품 중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작품입니다. 

좀비 브레이크 상황에서 생사와 행방을 알 수 없는 친구를 찾아 나선 여고생. 학교 곳곳을 뒤지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 포기하려는 찰나 단서가 발견됩니다.


두번째 작품은 표제작인 “좀비즈 어웨이”입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이후에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책에서 묘사하는 상황을 상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좀비를 먹으면 좀비화가 안된다는 헛소문에 좀비를 식재료로 취급하기도 하고, 식재료 확보 뿐 아니라 취업 가산점(네, 여기도 나옵니다. 취업 가산점)으로 인해 이제 좀비들을 사람들이 사냥합니다. 일반적인 좀비물을 뒤집었죠. 이런 상황에서도 동행자와의 우정은 나눌 수 있습니다. 비록 그 동행자가 목만 남은 존재라 할지라도. 그리고 살아있기에 무엇인가를 함께 성취하고 스스로를 구원합니다. 


세번째 작품은 “참살이 404”입니다. 이 작품은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작품집 전체로 보면 단순히 단편집이 아니라 동일한 세계관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연작소설이라는 추정을 강하게 해주는 연결점 같은 작품입니다.  이 소설을 마지막에 배치함으로써 독자의 쾌감을 극대화합니다.  


이 책은 한국 장르문학 출판사 중 괄목할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안전가옥의 쇼트 시리즈 12번째 책입니다. 안전가옥 출판사의 시스템은 특이하게도 PD와 창작자의 협업을 통해 ‘스토리’를 엮어내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안전가옥에서 출간되는 많은 책들이 신진 창작자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르 문학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하곤 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처음 시작할 때 두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를 이겨내고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몇 년 전 성수동 안전가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들의 안식처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잘 녹아 있는 공간이었죠. 지속적으로 좋은 이야기 발굴하고 개발해주시기를 응원드립니다.  


또한 배예람 작가의 작품은 예전에 “대스타”에 수록된 ‘스타 이즈 본’을 읽어 봤었는데, 이렇게 단독 작품집으로 다시 만나니 새로웠습니다. 단순한 호러나 좀비물이 아니라 현실에서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고민을 충분히 녹여내어 개연성을 부여하는 이야기 솜씨가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아주 가끔 느껴지는 능청스러움과 더불어 연민도 느껴지는데 이는 작가의 본래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좀비즈어웨이, #배예람, #안전가옥, #리뷰어스클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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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수학책 - 4차원에서 가장 큰 수까지, 수학으로 세상의 별난 질문에 답하는 법 기묘한 수학책
데이비드 달링.아그니조 배너지 지음, 고호관 옮김 / Mid(엠아이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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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묘한 수학책 (데이비드 달링, 아그니조 배너지 共著, 고호관 譯, MID, 원제 : Weird Math: A Teenage Genius and His Teacher Reveal the Strange Connections Between Math and Everyday Life)”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모두 두 분입니다. 한 분은 데이비드 달링 (David Darling)으로 천문학 박사이자 과학 저술가라고 하는군요. 때론 학생들에게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치곤 했는데 이때 어린 아그니조 배너지와 인연을 맺었고 나중에는 책도 같이 저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머지 한 분은 아그니조 배너지 (Agnijo Banerjee) 인도 태생의 수학자로 2018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만점으로 우승한 경력의 소유자입니다. 두 분이 공저자로 저술한 책들이 꽤나 되는데 이번에 출간한 이 책 역시  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김민형 교수님의 “수학이 필요한 순간” 이후 부터일까요? 언제부터인가 수학 관련한 대중서적이 봇물 터지듯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양서(良書)를 고르기란 쉽지 않습니다. 단편적인 지식만을 나열하는 책들도 많고, 대중서 같지 않게 너무나 전문적인 내용으로 일관하는 책도 있습니다.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여기에 팁이 하나 있긴 합니다. 몇몇 검증된 저자의 책을 우선 선택하는 것 말입니다.

“기묘한 수학”를 읽기 전 많이 망설였습니다. 저자의 이름이 낯설어 (공저자인 데이비드 달링의 저서 중 일부는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책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검증된 저자가 아니라는 점과 더불어 유사한 제목을 가진 책들에게 실망한 적이 있다는 점이었죠. 하지만 역자와 출판사를 믿고 선택하여 읽었고 상당히 재미있고도 유익한 독서가 되었습니다.

이 책 역시 수학의 모든 분야를 다루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위상수학, 소수(素數, Prime Number), 프렉탈, 차원, 무작위성, 확률, 음악, 무한 등 저자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여러 분야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들었지만  수학에 대한 이야기는 왜 이리 흥미롭고 재미난 것일까요? 

현재까지 최고의 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는 상대성 이론조차 미시 세계에서의 중력 효과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는 과학이론이 틀린 것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근사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문 중 거의 유일하게 ‘절대적 확실함’을 추구하는 학문이 있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가능까지 합니다. 바로 수학입니다 단 하나의 반증도 허용하지 않는 ‘참’만이 명제와 정리가 될 수 있죠.. 수학의 묘미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책은 수학의 다양한 분야를 폭넓으면서도 깊게, 그리고 쉽게 설명해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수학이 펼치는 세계에 대한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책입니다. 수학에 관심있는 독서가가 대중 수학 서적을 고르던 중 이 책을 선택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묘한수학책, #데이비드달링, #아그니조배너지, #고호관, #MID,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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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 쌓일 만두 하지? - 일상의 빈틈을 채워주는 세상의 모든 지식
팀 교양만두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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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낵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러한 현상을 약간 우려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지식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은 인간에 대한 본성이고, 얕은 지식들이 많아야 깊은 지식으로 파고들어갈 동력이 생긴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입니다. 

특히 그 선봉에 유튜브나 팟캐스트가 있습니다. 가장 뜨거운 트렌드들이죠. 과학이나 역사를 비롯해 잡학 관련 컨텐트도 매우 풍부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컨텐츠들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잘못된 음모론, 유사과학, 사이비역사, 허위 정보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양질의 컨텐츠를 고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튜브 채널 ‘교양만두’도 양질의 스낵 교양 컨텐츠를 제공하는 채널 중 하나입니다. 물론 모든 정보가 100% 사실에 부합한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우수한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이 채널에서 제공한 컨텐츠를 책으로 엮어 출간한 것이 바로 이번에 읽은 “교양이 쌓일 만두 하지? (팀 교양만두 著, 다산북스)”입니다.


영상은 100여개가 넘는 방대한 양인데 그 중 책에서는 어떤 내용들을 다루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과거 역사에 대한 상식, 유명인의 흑역사, 문화사와 일상사 등을 총 4부에 걸쳐서 다루고 있군요. 

학용품, 밥그릇, 복권 등의 역사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궁금하게 여기지도 않았던 것들의 역사부터 유럽의 귀족들이 무도회를 즐겼던 까닭이나 요즘이나 있을 법한 티케팅 전쟁이 무려 300년 전에도 있었다는 사실들까지 깨알처럼 소상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중에 책에 나온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회전초밥집에서 초밥을 먹다 보면 좀 신기한 게 있어요. 어느 가게를 가나 (아주 비싼 종류의 초밥이 아닌 이상) 보통 한 접시에 두 개씩 초밥이 담겨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거 10개 정도 먹어도 그다지 배가 부르진 않잖아요. 그냥 국룰(國rule)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이 책에 따르면 전후 일본의 식량난으로 인한 역사가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물자난이 매우 심각했는데 전쟁 이후에는 이 현상이 더욱 극심해졌다고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게 그렇잖아도 물자가 부족했는데 식민지에서 수탈하던 식량이 끊겼으니 더욱 심각해진 것이겠지요. 또한 식민지에 나가 있던 일본인들이 수 백만명이 다시 본토로 돌아오게 되어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쌀값은 수백배로 뛰어오른 상황에서 일본은 음식점 영업과 외식을 금지하게 됩니다. 먹을 것이 귀하게 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그리고 식재료를 배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식당 주인들은 이제 음식을 팔 수 없게 되니 큰 일 난 거죠. 이때 상인들은 묘수를 제안합니다. 자신들이 초밥을 만들어서 파는 게 아니라 손님이 가져온 쌀을 가지고 초밥을 만들어주고 수수료를 받겠다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정부 당국은 이를 승인하되 1인당 가공할 수 있는 초밥의 양을 쌀 한 홉으로 제한하게 되었습니다. 한 홉이면 초밥이 10개 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또한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 생선도 넉넉치 않아 생선 한 종류에 초밥 2개 정도, 4-5종류로 제공했던 것이 전통처럼 굳어졌다고 합니다. 


음식의 역사의 많은 부분에 전쟁의 상처가 깊이 녹아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초밥에도 역시 그런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본 리뷰에서 언급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교양만두 채널을 구독하시거나 책을 읽어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책, “교양이 쌓일 만두 하지?”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나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리고 너무 사소해 궁금하게 여기지도 않았던 사실들까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매우 흥미로운 책입니다. 


 


#교양이쌓일만두하지, #팀교양만두, #다산북스,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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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시간 - 언제나 우리 곁에는 색이 있다 컬러 시리즈
제임스 폭스 지음, 강경이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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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시간 (제임스 폭스 著, 강경이 譯, 윌북, 원제 : The World According to Colour: A Cultural History )”를 읽었습니다. 


저자는 제임스 폭스 (James Fox)로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 미술사학과 학과장으로 재직 중인 분이라고 합니다. 미술사의 학문적 업적 뿐 아니라 대중적인 소통에도 매우 힘을 쓰고 있는 분으로 BBC와 CNN 다큐멘터리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 저자는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색 중에 검정, 빨강, 노랑, 파랑, 하양, 보라, 초록과 같이 인류 문명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색들을 골라 문명사적인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색은 가시광선 영역이라 불리우는 파장대를 가진 극히 좁은 영역의 전자기파가 반사된 것을 광수용기가 받아들임으로 인해 인식합니다. 광수용기 중 일부는 원뿔세포라 불리우는 세포가 있는데 이것들이 색의 지각을 담당합니다. 물질의 구조에 따라 전자기파의 상호작용이 달라지면서 특정 영역대의 전자기파가 반사되거나 흡수되면서 받아들이는 색의 차이가 나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개개의 원뿔세포는 색맹이라는 점입니다. 흡수된 전자기파의 파장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전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뿔세포의 종류에 따라 특정 범위의 파장에 민감하기 때문에 해당 원뿔 세포에서 출력된 데이터를 뇌가 비교하면서 색을 식별한다는 점이지요. 

이 말은 사실 내가 바라보는 빨간 색이 다른 사람이 인식하는 빨간 색과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빨간 색을 떠올려 보라고 50명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모두 서로 다른 빨간 색을 떠올린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즉, 같은 사물을 바라본다 하더라도 사람은 모두 사로 다른 색을 보고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색 자체를 다르게 볼 뿐 아니라 색에 부여한 의미도 문명사를 통사적으로 살펴보면 그 의미가 다의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검은 색의 의미가 일관된 의미로 유지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 색조차 의미가 변하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가장 다른 점 중 하나는 고도화된 인지 능력과 패턴화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지 능력과 패턴화는 어디서든 의미를 찾기 시작하였으며 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저자는 추측합니다. 물론 과거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색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다룰 수 있는 색의 범위를 점차 넓혀왔고, 각 색에서 의미를 계속해서 찾아냈습니다.


색의 시간은 특성과 의미의 시간이기도 하고, 인류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색의 의미와 역사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의미 깊은 독서가 되었습니다. 

 



#컬러의시간, #제임스폭스, #강경이, #윌북, #컬처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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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나무 - 9·11 테러, 치유와 재생 그리고 회복력에 관한 이야기 사회탐구 그림책 11
션 루빈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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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친구들과 맥주 한 잔을 하고 있었을 거에요. 아마도 호프집 사장님이 그랬겠지만, 뮤직비디오가 나오던 대형 스크린에 영화와 같은 어떤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화면을 지금 봐도 충격적인데 그때는 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시끌벅적하던 호프집이었지만 순간 사위가 조용해지더군요. 다들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테러, 공포, 충격.

20세기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느닷없이 그렇게 21세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세계는 더 이상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깊디 깊은 상처를 낸 그 사건은 후유증을 크게 남겼고 우리 일상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바로 이 나무 (션 루빈 著, 신형건 譯, 보물창고, 원제 : This Very Tree: A Story of 9/11, Resilience, and Regrowth  )”는 9.11 테러로 상처 받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치유하고 재생하며 회복하는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닙니다. 바로 테러가 있던 그날 그 자리에 서있던 콩배나무의 이야기이죠.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면서 그 잔해에 깔려 있다 몇 주 만에 구조된 ‘생존자 나무(The Survivor Tree)’. 




우리의 일생을 보면, 인류의 역사를 보면, 견딜 수 없는 폭력과 부당함에 굴복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내 우리는 일어나 다시 살아갑니다. 마음 깊은 곳에 상처는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띄우며 그렇게 살죠. 그런 미소를 다시 되찾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은 희망과 치유일 것입니다.  

우리도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테러 때문은 아니었지만 우리의 무능함에 우리의 아이들을 잃었습니다. 바로 눈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추모하고, 서로를 보듬고 어루만지면서,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 뿐입니다. 


도저히 소생 가능성이 없었던 ‘바로 이 나무’는 그렇게 살아났고, 자기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나무가 하던 일을 계속 합니다. 꽃을 피우고, 그늘을 드리우지요.


이 나무를 구조하고 다시 온전히 살려내고, 그리고 다시 그 자리에 돌려놓기까지의 과정을 감성적으로 잘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겪은 상처 역시 나무처럼 회복되고 치유되기를 기원합니다. 


#바로이나무, #션루빈, #신형건, #보물창고,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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