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리움
이아람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년이 열병에 시달리는 동안, 어머니는 떠났습니다. 정신을 차린 소년은 이내, 홀로 남은 자신을 발견합니다. 어머니를 기다렸지만, 반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았고,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음을 깨닫는 데에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항상 어머니와 함께 한 세월이었기에 어머니의 부재는 소년에게는 세상이 격변하는 것을 의미하였습니다. 


 




이제 세상이 새로워졌습니다. 새로운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제 벙커를 나가야 합니다. 


벙커를 나선 소년. 그 소년을 새까만 개 한마리가 따라 붙습니다. 스스로를 죽음이라 일컫는 존재입니다.




“테라리움 (이아람 著, 북다)”를 읽었습니다. 



제목의 테라리움은 식물이나 동물을 키우는 도구입니다. 이 테라리움은 폐쇄 생태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어머니가 소년에게 선물한 물건, 바이오스피어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동그란 유리병 안에 들어 있는 새우들은 내부에 발생하는 이끼를 먹고삽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빛. 이 유리병에는 빛만이 들어올 뿐 어느 것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도 나갈 수 없습니다. 완벽한 폐쇄 생태계. 마치 지구와 같습니다. 그리고 소년이 살던 벙커와도 같습니다.


평생을 벙커에서만 살았던 소년은 자신의 세상이 변했기에, 폐쇄된 생태계를 벗어나 ‘여행’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목적으로. 그렇게 벙커를 나섭니다. 그리고 존재들을 만납니다. 



독특한 느낌의 소설입니다.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지만, 그것은 명확한 답이 아니라 독백처럼 모든 정보를 다 담고 있지 않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메타포일지도, 아니면 인류 문명의 탐욕으로 인한 종말을 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죽음과 생명의 순환에 대한 이야기일지도요. 


주어진 정보에서 근사(近似)한 답을 도출하는 것은 독자의 몫입니다. 아니, 독자가 도출한 그 답이 정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테라리움 #이아람 #교보문고스토리공모전우수상 #북다 #장편소설 #장르소설 #SF #리뷰어스클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르모사 1867 - 대만의 운명을 뒤흔든 만남과 조약
첸야오창 지음, 차혜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이완(臺灣)은 인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지역입니다. 선사시대에 남태평양과 인도양 전반으로 퍼져나간 오스트로네시아 계열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와이와 마다가스카르, 필리핀, 피지, 뉴질랜드의 원주민들이 바로 그들이지요.

하지만 타이완이 역사에 등장한 것은 동아시아 국가로서는 드물게 비교적 근세입니다. 이는 원주민들이 남긴 문자 기록이 없고 이주한 한족 중심의 역사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또한 본토를 중심으로 한 중국 중심의 역사에 익숙한 나머지 대만의 역사에 그리 익숙하지 않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의 식민지, 정성공 (鄭成功)의 개국, 근대에는 다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국민당 정부가 국부천대 (國府遷臺) 했다는 정도의 개략적인 역사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타이완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생번, 숙번, 본성인, 외성인 등 여러 분류로 나눠집니다. 대만 원주민인지, 아니면 본토에서 넘어온 사람인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또한 언제 본토에서 넘어왔는지도 구분의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민족으로 구분하면 무려 40개가 넘는 민족으로 나누어지기도 합니다. 타이완이라는 곳에 살아가는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겠지요.


“포르모사 1867 (첸야오창 著, 차혜정 譯, RHK, 원제 : 傀儡花)”를 읽었습니다..

 

이 책의 프롤로그는 컨딩 해변, 팔보공주라고도 불리우는 네덜란드 공주의 사당과 관련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각종 괴력난신의 소재가 되는 이 사당에 대한 비밀을 밝혀내는 이야기입니다. 전설 속에 전해져 오는 공주의 연인은 베셀링이라는 외과의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에도 네덜란드 공주에 얽힌 많은 이야기들이 현지에서는 전해져 내려옵니다.  

팔보공주 이야기가 프롤로그에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 팔보공주에 얽힌 이야기에 오랜 기간 잊혀진 대만의 근현대사가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1867년 아름다운 섬, 포르모사의 컨딩 해변에서 벌어진 역사의 ‘나비’ 날개짓 말입니다. 이 날개짓은 이후 일본의 대만 정벌과 함께 이후 50년간의 강점을 불러오게 됩니다. 


그 역사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 “포르모사 1867”은 대만의 근현대사에 중요하지만 잊혀졌던 역사적 사건들을 엮어 이야기로 들려주는 흥미로운 역사 소설입니다. 익숙한 역사가 아니다 보니 초반에는 다소 이야기 흐름을 이해하기 다소 힘들었는데, 이후에는 빠져들 듯이 읽었습니다. 




#포르모사1867 #첸야오창 #차혜정 #RHK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공지능은 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가 - AI의 정치학과 자유, 평등, 정의, 민주주의, 권력, 동물과 환경
마크 코켈버그 지음, 배현석 옮김 / 생각이음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읽었습니다. 최근 각광받는 생성형 AI들 역시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다는 기사입니다. (https://www.mk.co.kr/news/it/10804735?utm_source=daum&utm_medium=link&utm_campaign=relatednews) 


예를 들어 chat GPT의 경우 진보적 스탠스를 취하는 반면, 메타에서 개발한 라마(LLaMA)는 다소 보수적 스탠스를 취한다는 것이죠. 시안교통대 펑 샹빈, 카네기멜런대 박찬영·리우 유한, 워싱턴대 율리아 츠베코프 연구진은 14개에 달하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대해 정치·사회적, 경제적 편향성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러한 편향성은 학습 데이터에 기반하기 때문이며, 어떤 언어 모델도 정치적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연구진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인공지능은 왜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가 (마크 코켈버그 著, 배현석 譯, 생각이음, 원제 : The Political Philosophy of AI)”는 인공지능의 정치적 편향성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자체가 가지는 정치적 성격까지 다르고 있는 책으로 인공지능이 가진 정치적 함의라는 주제에 대한 고민을 보다 발전시킬 수 있는 책입니다. 




책에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정치 철학적 관점에서 인공지능 자체의 정치적 성격과 영향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단순한 기술의 이슈가 아니라, 현실 정치나 사회적 측면에서 심도 깊게 다루어야할 주제이며, 자유, 인종차별, 정의, 민주주의와 같은 숱한 이슈와 더불어 매우 복잡한 규범적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야기할 수 밖에 없는 여러 규범적 문제는 정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주된 내용입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인공지능은 학습 데이터에 의한 편향성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결정을 내릴 때 편향성이나 차별성이 내재될 수 있습니다. 이는 인권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 지능이 특정 인종이나 성별에 대해 불공정한 판단을 내린다면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인공 지능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자유가 중요한 가치로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에서 특정 의견이 편향되게 제공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고찰은 인공 지능의 개발과 운용은 공정성과 권리를 보호하는데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공지능은왜정치적일수밖에없는가 #마크코켈버그 #배현석 #생각이음 #정치철학 #AI #인공지능 #리뷰어스클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著, 박춘상 譯, 황금가지, 원제 : 踏切の幽霊)”를 읽었습니다.

 

저자는 다카노 가즈아키 (高野和明). “13계단 (전새롬 譯, 황금가지, 원제 : 13階段)”, “제노사이드 (김수영 譯, 황금가지, 원제 : ジェノサイド)”의 작가입니다. 이외에도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김수영 譯, 황금가지, 원제 : 6時間後に君は死ぬ)”, “그레이브 디거 (전새롬 譯, 황금가지, 원제 : グレイヴディッガ-)”, “KN의 비극 (김아영 譯, 황금가지, 원제 : K.Nの悲劇 )”, “유령인명구조대 (박재현 譯, RHK, 원제 : 幽靈人命救助隊)” 같은 작품들을 통해 한국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작가였습니다. 


유독 열차가 자주 멈추는 사고가 일어나는 건널목에서 찍힌 사진 한 장. 그 사진에는 희뿌연 여성 한 명이 찍혀 있습니다. 누가 봐도 유령. 전문가들은 합성이 아니라는 의견을 들려줍니다. 그렇게 시작된 마쓰다의 취재. 

취재를 시작할 무렵, 마쓰다에게도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새벽 1시 3분, 알 수 없는 존재에게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의미를 가지는 음성이 아니지만 절대 장난일 수 없는 소리. 그 소리는 연기로 낼 수 있을만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죽음이 임박한 인간만이 내뱉을 수 있는 소리.

이상한 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건널목 주변에서 살인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도 분명 있고,  범인도 잡았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신원을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마치 누군가 피해자의 신분을 숨기려 하는 것처럼. 

왜, 그녀는 죽어야만 했는지, 그녀는 왜 건널목까지 걸어와야 했는지. 그리고 알게 되는 진실. 



다카노 가즈아키는 그 동안 과작(寡作)을 하는 작가라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이번 작품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꽤 긴 시간이 지나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건널목의 유령”을 통해 다카노 가즈아키는 여전히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긴 시간 기다림이 의미가 있음을 증명합니다. “건널목의 유령”은 기본적으로 미스터리 장르입니다. 피해자의 신분을 밝혀내는 이야기가 핵심입니다. 이 과정이 매우 흥미로운데 단순히 신분을 알아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심령물적 요소와 사회 비판적 요소들이 포함되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면서 흥미롭게 만들어줍니다. 


미스터리 장르의 팬이라면, 그리고 다카노 가즈아키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 중 하나로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건널목의유령 #다카노가즈아키 #박춘상 #황금가지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주하는 인류 - 인구의 대이동과 그들이 써내려간 역동의 세계사
샘 밀러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프리카 한 구석에서 처음 인류가 나타난 이후 수 백만 년이 지난 지금, 지구 위 거의 모든 곳에서 인류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모든 지역에서 인류가 저절로 나타났을 리 없으니, 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점차 살아가는 공간을 넓혀왔겠지요. 인류는 이렇듯 기나 긴 이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아프리카 한 구석에서 계속 살아갔다면, 어쩌면 이미 멸종해버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건 간에 인류는 생존에 위협을 주는 어떤 종류의 강력한 압력 (기후변화, 식량난 등)을 받고 이주를 시작했을 것이고 점차 세계 전역에 걸쳐 공간적 범위를 확장해 왔습니다. 

인류는 생존 위협에 대항하는 적극적이고 강력한 수단으로 이주를 택했고, 이주은 인류가 멸종을 피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동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주하는 인류 (샘 밀러 著, 최정숙 譯, 미래의창, 원제 : Migrants: The Story of Us All)”를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주의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주가 우리 사회와 문화, 그리고 문명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 역할을 탐구하면서 서양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이주 (migrant)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주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바꾸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주라는 현상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인류사 내내 이어져 온 필수적인 부분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역사, 혹은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이주민의 경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주 혹은 이민을 둘러싼 많은 논쟁들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면 역사를 통해 내내 반복적인 주제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의 주요 주제는 바로 우리 모두는 이주민의 후예이며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주하는 종으로 이주성이 굉장히 강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책의 주요 내용 역시 이러한 주제에 대한 역사적 근거를 밝히는 것입니다. 사실 인류사 수 백 년 간 인류는 이주(移住)의 역사를 거쳐 왔고, 인류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정주(定住)의 시기는 1%도 채 안되는 아주 짧은 시기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대한민국 국민들 대부분 단일민족이라는 신화 또는 프로파간다를 믿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국가 소멸단계에 이르게 될지도 모르는 출산율을 보고 있으면, 단일민족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이민과 이주 정책을 통해 국가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마침 좋은 사례가 있네요. 세계 최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은 16세기 이후 유럽으로부터 넘어간 이주민의 후예들로 건국된 나라입니다. 


그리고 유럽 경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독일 역시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도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주하는인류 #이주의역사 #인구대이동 #샘밀러 #최정숙 #미래의창 #북유럽 #bookulove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