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평생을 수치심과 싸워온 우리의 이야기
로라 베이츠 지음, 황가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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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 (로라 베이츠 著, 황가한 譯, RHK, 원제 : Fix the System, Not the Women)”을 읽었습니다.




제목만 보면 어떤 책일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평생을 수치심과 싸워온 우리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보아야 만 어떤 책인지 대략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그 짐작은 서문 격이라 할 수 있는 ‘목록’ 장에서 터무니 없이 긍정적이었음을 다시 깨닫습니다. 저자는 돌려 말하지 않습니다. 저자가, 그리고 저자가 운영하는 ‘일상 속 성차별 프로젝트 (Everyday Sexism Project)’의 사연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어린 나이부터 노골적인 차별에 노출됩니다. 여덟 살이 되기 전 결혼할 남자애를 골려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학교에 입학해서는 남자애들의 성추행이나 성폭력에 가까운 ‘놀이’에 시달립니다. 

학교 안 뿐만 아닙니다. 길을 걸을 때 캣콜링에 시달립니다. 여자아이는 그렇게 모르는 남자를 두려워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공공장소에서조차 안전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미디어에서는 ‘수치스러운 여자’들을 강조합니다. 군살과 똥배는 여성으로서 혐오해야 하는 대상임을 끊임없이 주입받습니다. 

심지어 교사들조차 성적 괴롭힘을 자행합니다. 대학에 가거나 사회에 진출하면 더더욱 노골적이 됩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이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성 평등에 대한 공헌으로 대영제국 메달 (British Empire Medal)을 수여받았으며, 영국 왕립 문학 협회 (Royal Society of Literature) 회원인 저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당했던 일들의 나열이자 ‘목록’입니다. 


하지만 사회는 여자들에게만 조심하라고 합니다. 옷차림과 태도를 바꾸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음을 굳게 먹으라고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바꿀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이상 여성은 여전히 일상 속의 차별과 더불어 공격을 지속적으로 당할 것입니다. 그리고 죽은 여성들과 여성을 탓하는 사회는 여전할 것입니다. 


저자는 여자들에게 무언가를 고치라(fix) 이야기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여성들을 고치기 위해, 안전을 지키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수십 년을 허비했고, 효과는 없었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애초에 여성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문제는 사회요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즉 여성이 아니라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Fix the System, Not the Women)




#목록 #로라베이츠 #RHK #황가한 #차별 #시스템 #리뷰어스클럽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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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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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당연히 이 책을 찾아봤는데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은 책이라 좌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드디어 출간되는군요~! 이름을 붙임으로 우리는 인식합니다. 자연 역시 이름이 없다면 인식체계 내에서 존재할 수 럾죠.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라 매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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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의 여신들 안전가옥 쇼-트 22
해도연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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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의 여신들 (해도연 作, 안전가옥)”을 읽었습니다. 중단편 세 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입니다. 


“위그드라실의 여신들” 수록작 중 ‘위대한 침묵’과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은 작가의 첫 소설집인 “위대한 침묵 (그래비티북스)”의 수록작이기도 합니다. 5년 정도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다시 읽다 보니 그때 느꼈던 장르적 경외감이 다시 느껴집니다. 


위그드라실 (世界樹, Yggdrasil)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생명수(生命樹)이자 우주수(宇宙樹)입니다. 위그드라실의 가지는 북유럽 신화 아홉 세계에 모두 닿아있어 존재 자체로 모든 세계를 담아낸다고 합니다.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 (Europa). 지구의 달보다 약간 작은 이 위성은 액체 상태의 물은 지구의 그것보다 더 많다고 추정하고 있어 지구 바깥에서 생명체 존재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천제 중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입니다. (작중에도 등장하지만 인류의 무분별한 탐사로 토착종이 멸종해버린 설정입니다.) 

수미, 세실리아, 마야 이 세 사람은 바로 이 유로파에서 지구외 생명체 탐사를 진행하고 있는 과학자들입니다.


그리고 그 생명체가 사후 세계를 인식하는 지성체임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해양 열수구마다 서로 다른 생태계를 가지고 있음도 알게 됩니다. 유로파의 바다는 그 자체로 우주이고, 해양 열수구는 각각의 행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미스터리가 남아있습니다. 남아있는 화석적 증거로 볼 때 완벽하게 독립된 여덟 개의 생태계가 동시에 시작하고. 그리고 동시에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세계들을 연결해주는 ‘세계수’가 있는 것일까요?

탐사는 계속될 수 없습니다. 90일로 예정된 철수 계획이 이제 6일로 앞당겨졌습니다. 지구의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로파 생태계 연구를 중단해야 할까요? 아니면 남은 시간 동안 과학자들은 유로파 생태계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을까요? 


장르적 다양성이 풍부한 해도연 작가이지만 특히 하드SF 장르에서 더욱 역량이 빛나는 작가입니다. 소프트한 SF 중심인 SF 문학계에서는 드문 재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집에서도 그리 길지 않은 중단편이지만 외계 생명, 페르미의 역설, 마인드 업로딩 등 다양한 과학적 소재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수록작인 ‘여담, 혹은 이어지는 이야기’는 미발표작으로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의 세 주인공에 대한 여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의 이야기를 다시 곰씹을 수 있어서 만족도가 매우 높은 이야기였습니다.

 







 



#위그드라실의여신들 #해도연 #안전가옥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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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 - 현대 과학이 외면한 인간 본성과 도덕의 기원
로저 스크루턴 지음, 노정태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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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은 어떠한가,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인간은 태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가, 인간에게 자유란 무엇인가, 인간이 가진 욕구는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생물학적으로는 사람아족(Hominina)에 속하는 모든 종을 일컫는 표현은 인류라고 하는데, 이 인류라는 종은 영장목에 속하는 유일한 사람종 (Homo sapiens)으로 사회학적으로 일컫을 때 인간이라 표현합니다.


인간에 대한 명백한 정의가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좀더 들어가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인간을 정의하는 여러 요소 중 생물학적 정의를 제외한다면 인간에 대한 정의는 상당히 모호해집니다.

예를 들어 감정, 욕구, 인지 능력을 통해 자아를 가지며 독립적인 의지와 판단 능력을 가진 존재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를 창조하고 이를 통해 지식과 가치관을 전달하는 존재라 볼 수도 있겠지요. 사회적 동물로, 집단과 조직 안에서 상호작용하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적 구조와 제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존재로 정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존재라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그에 속한 생물학적 범주를 벗어버린다면 모호하면서도 일반적인 정의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정의를 명확하게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 본질에 대한 복잡성을 탐험하는 일은 더더욱 모호해지기 마련이지요. 



과학은 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모든 것’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학문입니다. 진리를 추구하되 진리를 회의하는 학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학도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하는 사실들이 많습니다. 우주의 기원 이전에 무엇이 있는지,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우리의 의식 체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등 말이지요. 인간의 본질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로 인간의 형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냈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는 그것을 인간이라 부를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그것은 인체 더미 (dummy)  혹은 마네킹이라 부를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더미라 불리우던 것이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요? 이제 이것이 인간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적을 것이 확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인간이라 부르지 않는 사람들 역시 많을 것입니다. 

정말 인간이란 무엇일까? 위 상황에서 우리는 인간의 정의를 정확하게 내릴 수 있을까요?




이번에 읽은 “인간의 본질 (로저 스크루턴 著, 노정태 譯, 21세기북스, 원제 : On Human Nature)”은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독자는 저자의 물음과 답변을 따라가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인간의 본질은 철학적 미스터리로 인류 역사 내내 존재해왔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한 고대 철학자, 칸트나 루소 같은 근대 철학자들도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지속적으로 해왔고, 현대 철학자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이러한 통사적 의미 탐구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석학들의 고민과 결론을 접함으로써 인간 본질에 대한 철학적 관점에 보다 익숙해질 수 있게 됩니다.  


사실 기술 문명이 발달하면서 기술 중심주의 혹은 환원주의적 사고로 경도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생명의 많은 부분이 창발적인데 특히 인간의 의식이 더욱 그러합니다. 환원주의적 사고는 이러한 측면에서 창발성에 대해 경시하기 쉽습니다. 인간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맥락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과학과 본질의 간극을 철학적 질문으로 메꾸는 시도를 합니다. 


이 책, “인간의 본질”은 철학이 추구해온 유구한 질문 중 하나에 대한 심오한 여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질문에 훌륭한 통찰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간의본질 #21세기북스 #로저스크루턴 #노정태 #책과콩나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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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베이츠 지음, 황가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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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그 생생한 경험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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