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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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 共著, 이수영 譯, 자음과모음, 원제 : Pseudoarbejde: Hvordan vi fik travlt med at lave ingenting)”를 읽었습니다. 




가짜 노동?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제목을 곱씹을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아마도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대인의 노동에 대한 철학적 고찰인가, 아니면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인가 등등. 그런데 정말 말 그대로 현대인의 ‘가짜’ 노동과 낭비되는 시간에 대한 비판을 다룬 책이었습니다.


그럼 저자들은 무엇을 가짜 노동이라 정의했을까요? 저자들은 의미가 없고, 가치 있는 결실을 맺지 못하며 일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노동을 가짜 노동이라 정의합니다. 여기에는 고의성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대 뒤에서 조율하고 관리하는 노동 처럼 보이지 않는 노동이 가짜 노동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20세기 이후 급속하게 진행되는 산업화는 무대 뒤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급속하게 증가시켰고, 이는 조직의 관료화를 불러오게 되었다고 저자들은 이야기합니다. 과거에는 꼭 필요하였고 합리적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비합리성이 더욱 커져버리고 가짜 노동의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저자들이 지적하는 가짜 노동의 해악은 단순히 시간이나 자원의 낭비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 본질적 해악을 더욱 경계하고 있습니다. 많은 철학자들이 이야기했듯이 인간의 존재에 있어 노동은 필수적인 것이라는데 누구나 동의합니다. 가짜 노동은 의미 있는 작업 과정에서 멀어지게 함으로써 세계에서 소외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짜 노동이 만연할수록 가짜 노동임을 깨닫기 어렵게 됩니다. 소외된 정상성 안에 놓이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가짜 노동은 점차 자기 위에 반영되면서 더욱 많은 가짜 노동을 만들어냅니다. 점차 소외가 규범이 되고 그것이 인간의 본질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저자들은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가짜 노동을 없앨 수 있을까요? 책에서는 많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방법이 아닌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고도 이야기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보편적 기본소득입니다. 정말 의외의 해법인 의외의 장소에 등장한 듯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저자들의 논리 전개를 충실히 따라왔다면 이 해법이 가장 중요한 해법 중 하나라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상당히 과격하기도 하고, 불쾌한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노동 시간에 대해 되짚어 생각해보면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 책에서 논의하고 있는 담론은 단순히 감정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중요한 주장을 하고 있어 깊은 생각을 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짜노동 #데니스뇌르마르크 #아네르스포그옌센 #이수영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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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생후배선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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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著, 김승욱 譯, 알에이치코리아, 원제 : Livewired: The Inside Story of the Ever-Changing Brain )”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생후배선(livewired)이라는 신경과학적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한 동안 뇌가 가진 신경 가소성 (neuroplasticity)의 개념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신경가소성이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으로 학습, 기억등에 의해 신경세포 및 뉴런들이 자극-반응에서 적합하게 환경에 적응해가는 변화하는 능력으로 뇌가 가진 적응성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신경가소성이라는 개념이나 용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뇌가 가지는 특징을 모두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태어났을 무렵 뇌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태어나, 자라면서 상황과 환경에 맞게 적응하면서 모습을 바꾸고, 연결하고, 발전하는 개념으로 생후배선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기계나 전자 회로와 같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주제입니다. 물론 뇌가 아주 백지상태에서 태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생명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장착하고 있으며, 인간의 경우 언어를 흡수하고 다른 존재를 모방하는 능력 등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배운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빠와 엄마를 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태어나면서 장착된 기본 프로그램만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중 매체를 통해 접하는 뇌의 모습은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그 구역에서 각각 구체적인 일을 담당하고 있는 모습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형적인 뇌의 모습은 뇌를 설명하는데 아주 부족합니다. 뇌라는 시스템은 매우 역동적이고 주변 환경과 우리가 받아들이는 자극에 따라 항상 그 회로를 바꾸고 있습니다. 뉴런은 한번 연결된 상태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그 연결점을 찾아 헤메고 있다고 합니다. 뇌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항상 변하고 반영하며 조정합니다. 


이렇게 뇌는 역동적이며 항상 변화하는 존재입니다.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습니다. 태어났을 때 뇌의 2%만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10살이 되었을 때 80%까지 뇌를 성장시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https://www.lancs.live/news/local-news/boy-born-2-brain-beats-25794757 ) 이 기사를 읽으면서 이 책, “우리는 각자의 세게가 된다”에서 설명하고 있는 생후배선이라는 개념이 더욱 와 닿았습니다. 인간은 아직도 뇌를 비롯한 신경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많은 과학자들이 신경 과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일 수 있게 해주는 기관이지만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앞으로 더욱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던 독서경험이었습니다. 




#우리는각자의세계가된다 #데이비드이글먼 #김승욱 #알에이치코리아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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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 입문 - 새로운 물질성과 횡단성
문규민 지음 / 두번째테제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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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 입문 (문규민 著, 두번째테제)”는 신유물론에서 논의되는 주요 테마들을 설명하면서 주요 이론가들의 사상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신유물론은 단일한 이론이나 학파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가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이를 새로운 물질성(new materality), 횡단성(transversality)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에서 신유물론의 다양한 이론들과 이론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최근 포스트휴먼이라는 주제를 통해 잘 알려진 철학자 로지 브라이도티 (Rosi Braidotti)에 대한 내용이 눈길을 끕니다. 


유물론 (唯物論, materialism). 오로지 물질만이 있다는 형이상학적, 철학적 입장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관념론에 대비되는 개념이지요. 과학적 방법론을 가능하게 했던  이 유물론은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이 발견되면서 물질의 경이로움, 행위성, 능동성 등에 주목하는 새로운 존재론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신유물론 (新唯物論, new materialism)입니다.


저자는 신유물론이라는 용어가 오해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 신유물론이라는 용어는 ‘구유물론’에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라 최근 유물론의 다채로운 이론적 사조를 통칭하는 우산 용어(umbrella term)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로지 브라이도티가 이야기한 ‘유물론의 새로운 형태 (a new form of materialism)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달라졌기에 ‘새로운 형태 (new form)’나 ‘신(new)’으로 개념화를 했을 텐데, 그 새로움이 무엇일까요?

고대와 근대의 유물론은 물질이 수동적이며 창조적이지 않는 종속적인 존재로 이해하고 있는데 반해, 신유물론은 물질의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존재로 이해한다는 차이가 가장 크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이런 물질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현대 과학의 성과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즉, 물질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정의가 신유물론이 기존의 유물론과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로지 브라이도티의 저작을 읽으면서 신유물론에 대한 기초와 전반적이며 개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이 책, “신유물론 입문”을 통해 어느 정도 충족이 되는 독서 경험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신유물론입문 #새로운물질성과횡단성 #문규민  #두번째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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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패밀리 안전가옥 오리지널 21
안세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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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더스트 패밀리 (안세화 著, 안전가옥)”을 읽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우연찮은 기회로 초능력을 얻게 되어 비정규직 스파이로 살게 된 배씨 일가족. 

어느 날 능력이 사라져버리게 되고, 정신병원에 갇히게 됩니다. 온 가족 모두 ‘망상장애’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정말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라졌을까요? 아니면 애초에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팍팍한 현실을 견디다 못해 온 가족이 망상장애를 가지게 된 것일까요?


‘원래 미친 사람들은 자기가 미친 줄 몰라요’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려는 생각을 가진 배씨 가족.

그러다 자신들이 망상장애가 아니었음을 알려주는 결정적 단서를 발견합니다. 

온갖 소동을 벌이면서 드디어 탈출 성공!


하지만 이내 이어진 배신 그리고 세상을 정화하겠다는 빌런의 등장.

온 가족이 힘을 합쳐도 이겨낼 수 없는 능력을 가진 빌런입니다. 능력을 주면 공평하게 줘야지 왜 이렇게 차별을 하냐구요!


연 이은 시련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배씨 가족. 어떻게 이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미소를 띄우며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현실의 페이소스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스타더스트 패밀리”는 어반 판타지 계열의 장편소설입니다. 마치 단맛과 쓴맛이 조화롭게 이어지는 커피와 같다고나 할까요? 



빠르게 읽어 나갈 수 있도록 높은 가독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야기 구조 역시 탄탄해서 흥미롭게 읽었고, 책장을 덮으면서 안세화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덧붙이는 말 : 안세화 작가는 ‘의외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더군요. 하지만 장르물을 위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남매의 탄생 (비룡소)”를 통해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스타더스트패밀리 #안세화 #안전가옥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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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섹타겟돈 - 곤충이 사라진 세계, 지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올리버 밀먼 지음, 황선영 옮김 / 블랙피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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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흥미로운 뉴스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꿀벌 집단 실종 사건입니다. 전국적으로 관찰된 이 사건은 군집 붕괴 현상의 하나로 여러 원인이 지목되었는데 기후 변화와 과도한 농약 사용이 유력한 원인으로 파악되기도 했습니다. 꿀벌의 군집 붕괴 현상은 농산물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2006년 미국에서 벌어진 꿀벌 군집 붕괴 현상으로 인해 밀과 콩, 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꿀벌은 생태계의 중요한 일원일 뿐 아니라 인간이 영위하는 산업의 한 축을 지탱하기도 하는데, 농작물의 1/3이 곤충의 수분에 의지하고 있고, 그 80%는 꿀벌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꿀벌이 사라진 후의 세계는 그야 말로 암울하기만 합니다.


“인섹타겟돈 (올리버 밀먼 著, 황선영 譯, 블랙피쉬, 원제 : The Insect Crisis: The Fall of the Tiny Empires That Run the World )”에서 알려주는 현실은 더욱 두렵습니다.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하나의 사례를 볼까요?

‘지난 27년 동안 동물보호구역에서 날아다니는 곤충의 총 생물량(biomass)이 75%이상 감소했다’라는 연구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독일의 자연보호구역 63개소에 서식하는 곤충의 개체군을 장기간 연구했는데 1989년 이후 관찰된 곤충의 연간 무게가 무려 76%나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심지어 여름철에는 82%나 감소했다는 충격적인 사실 역시 밝혀 냈습니다. 




무려 ‘보호구역’에서 조차 이렇게나 많은 곤충들이 사라지고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 상상 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많은 언론에서는 곤충의 멸종이 이미 시작되었다며 ‘생태학적 아마겟돈’이라 일컬으며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학자들은 보다 차분한 어조로 중요한 사실을 일깨웁니다. 총 생물량의 감소도 중요한 경고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종’의 감소임을 말이지요. 총 생물량의 감소는 회복이 가능하지만, ‘종’의 감소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선 논문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종의 멸종은 생태계라는 거대한 천을 이루는 실이 하나 둘 씩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곤충을 일반적으로 방제의 대상으로 봅니다. 앞서 이야기한 꿀벌이나 나비가 아닌, 모기와 파리 등을 생각해보면 쉽게 공감할 것입니다. 이렇듯 보통의 우리는 곤충을 공존해야 할 생태계의 일원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곤충은 동물종의 70%가 넘는 80만 종에 달하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으며 지구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생태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일원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곤충이 소리 없이 멸종하고 있습니다. 당장에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우리 주변을 날아다는 곤충의 수는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이미 늦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생태계는 붕괴하고 있을테니까요.





#인섹타겟돈 #올리버밀먼 #황선영 #블랙피쉬 #리뷰어스클럽 #생태환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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