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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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케이틀린 오코넬 著, 이선주 譯, 현대지성, 원제 : Wild Rituals: 10 Lessons Animals Can Teach Us about Connection, Community, and Ourselves)”는 흔히 인간들만이 행할 것이라 생각하는 각종 의례들을 코끼리를 비롯한 각종 동물들 역시 행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만이 이 지구 위의 유일한 지성체이자 인격체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저자인 케이틀린 오코넬 (Caitlin O’Connell)은 수십 년 간 코끼리의 행동과 사회를 연구한 생물학자로 동물들의 다양한 의식 ( 儀式) 혹은 의례 (儀禮)를 보여줍니다.


한창 쥐가 많던 시절, 집에서 기르던 개나 고양이가 쥐를 잡아 주인에게 자랑하듯 보여주거나 선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개나 고양이 뿐만 아니라 매우 많은 동물들이 사랑이나 관심을 구하기 위해 선물을 활용한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선물이라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이 역시 매우 지적인 활동의 소산임을 깨닫게 됩니다. . 먹을 것이나 물건의 소유권을 포기하고 상대방에게 주어 상대방의 관심이나 사랑을 구하는 것은 ‘나’를 인식하고 상대방을 인식해야 가능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갈라파고스제도 에스파뇰섬에 살고 있는 코끼리거북들을 소개합니다. 이 거북들은 절반 정도 ‘디에고’라는 거북의 자손이라고 합니다. 110살 정도 된 디에고는 많은 자손을 남겼는데 여기에는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구애할 때 꼭 선물을 상대방에게 한 것이지요. 특히 야생토마토는 아주 중요한 선물로 활용되었습니다. 

동물들이 꼭 구애에만 선물을 활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심을 얻고자 하거나 의사소통의 방식의 하나로 선물을 활용하기도 하지요. 또한 기존 관계를 보다 개선하고 끈끈하게 만드는데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물을 주고 받는 행위는 인간이나 인간이 아닌 동물 모두에게 동일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의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죽음을 인식하는 동물들은 아주 많습니다. 책에서는 한 얼룩말 가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얼룩말은 누워서 잘 경우 흔히 죽은 것처럼 착각하기도 하는데 한 얼룩말이 죽었을 때 저자는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고, 책에서 이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죽은 것인지 잠을 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얼룩말이지만 가족들은 꼼짝 못하고 누워있는 얼룩말이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아는 듯 했고, 가장 나이가 많은 암컷 얼룩말은 죽은 얼룩말에게 코를 비비며 애도했다고 합니다. 

죽음, 그리고 추모. 친인(親人)의 영원한 부재에 대한 애도와 추모를 담아 인간은 장례식을 치룹니다. 문화권에 따라 다양한 장례 문화와 절차가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죽은 이에 대한 추모와 애도와 함께, 살아있는 사람들을 치유하고 위로하며 앞으로의 삶을 격려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언뜻 장례, 즉 죽은 이에 대한 애도와 추모는 인간의 것일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코끼리와 고래, 까치 역시 죽은 동료에 대한 애도를 깊이 할 수 있는 것을 동물학자들은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인간’만의 의례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코끼리도장례식장에간다 #케이틀린오코넬 #이선주 #현대지성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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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소개서 - 45억 년을 살아온 행성의 뜨겁고 깊은 이야기 인싸이드 과학 4
니콜라 콜티스 외 지음, 도나티엔 마리 그림, 신용림 옮김 / 풀빛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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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소개서 (니콜라 콜티스, 로망 졸리벳, 장 아르튀르 올리브, 알렉산더 슈브넬 共著, 도나티엔 마리 畵, 신용림 譯, 풀빛, 원제 : La Terre à l’œil nu)”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지구 과학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으로 풀빛출판사에서 기획하고 시리즈로 나오는 ‘인싸이드 과학’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과학서입니다.  


우리는 지구 위에 살아갑니다. 가끔 지진도 일어나고, 화산도 폭발하지만 우리는 단단한 땅 위에 살아간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지구가 지각과 멘틀로 된 층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지각은 마치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처럼 멘틀 위에 얹어져 있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대륙은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지요.

사실 대륙이동설의 바탕이 되는 판 구조론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논란이 많은 가설에 불과했습니다. 메커니즘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을 뿐더러 근거 역시 희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진에 대한 연구 데이터가 쌓이면서 이러한 판구조론과 해저 확장설은 근거를 가지게 되고 정설로 굳어지게 되었죠. 특히 핵실험을 감시하기 위한 관측소에서 지진파 측정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더욱 많은 데이터로 연구할 수 있게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GPS를 활용하여 관측하게 되면서 대륙이동설은 더욱 확고한 정설이 되었지요. 실제 GPS로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 대륙판은 연간 2~4 cm의 속도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지구는 태양계를 구성하는 행성 중 하나입니다. 지구 주변에는 지구와 유사한 지구형 행성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금성과 화성이지요. 화성은 미국이나 중국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화성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해야 형성될 수 있는 광물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과거의 화성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고, 생명체 존재의 가능성을 높여준 것이지요. 하지만 아직까지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아직까지 태양계 내에서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그리고 존재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는 행성은 단 하나, 지구 뿐입니다. 하지만 이 지구에는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구에서는 지금까지 수 차례의 대멸종이 진행된 바 있는데 이번에 진행되는 대멸종은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과거의 어느 대멸종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특징과 함께 바로 인간이라는 단 하나의 종이 일으킨 활동에 의해 촉발된 대멸종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 하지만 이 지구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원래 익숙한 것에는 관심이 덜 가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우리는 지구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혹독한 대가를 미래세대에게 치르게 할 지 모릅니다. 비록 청소년용 과학서적이지만 흥미로운 과학 지식이 많이 담긴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 읽기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지구소개서 #니콜라콜티스 #로망졸리벳 #장아르튀르올리브 #알렉산더슈브넬 #도나티엔마리 #신용림 #풀빛 #이북카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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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나라 조선 - 그 많던 조선의 모자는 왜 그렇게 빨리 사라졌을까?
이승우 지음 / 주류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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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帽子). 사전적 의미로는 머리에 쓰는 물건의 하나. 예의를 차리거나 추위, 더위, 먼지 따위를 막기 위한 것을 의미합니다. 현대에도 패션 용품으로 애용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사극을 통해 갓, 삿갓, 면류관, 족두리, 사모, 고깔,  패랭이 등 다양한 모자를 보아왔습니다. 하지만 조선 시대를 다룬 사극에서 그렇게나 많은 모자를 보아왔음을 우리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모자의 나라, 조선 (이승우 著, 주류성)”은 사소하지만 인식의 전환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외국인이 조선을 여행하면서 남긴 기록들을 살펴보면 모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정말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프랑스 화가 조제프 네지에르는 조선을 ‘수많은 모자를 만들어 낸 모자 천국’이라 표현하기도 했고, 퍼시벌 로웰은 조선 모자에자에 대해 자신의 저서 ‘조선,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한 챕터를 할애해 묘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조선에 여행온 서양인들 눈에 비친 조선은 아마도 모자의 나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 “모자의 나라, 조선”을 통해 저자는 다종다양한 조선 모자의 모습과 용도를 사진과 상세한 설명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바로 갈모 (葛帽)입니다. 평상 시에는 줄부채처럼 접어 다니다 비가 오면 머리에 쓸 수 있게 고안된 이 독특한 모자는 우산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자입니다. 처음에는 아마도 갓을 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것이라 추정되지만 이후에는 대중화되어 우천 시에 비를 막기 위한 용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활용했을 것을 보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 후기 조선을 방문한 많은 외국인들이 이 갈모에 대해 묘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보기에도 매우 독특한 모자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 시대 모자는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이나 패션 아이템으로써만 기능한 것이 아니라 엄격한 신분제 사회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한편 모자가 가진 의미 또한 당시 조선인들에게는 매우 컸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책에 따르면 태종이 일본 국왕에게 준 물목 중에는 죽모자 (竹帽子)와 초모자 (草帽子)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외교용 선물에도 모자가 포함될 만큼 조선 사회가 모자를 중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성인이 되면 관례(冠禮)라고 하여 일종의 성인식을 치루게 되는데 ‘갓’을 쓸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의미로 ‘관혼상제’의 중요한 예식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도 모자가 가지는 위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모자의 나라, 조선”은 모자를 통해 조선사회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다양한 사진을 통해 실제 조선 시대에 사용한 다양한 모자와 쓰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쁨을 주는 책으로 많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말 : 책에서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모자(帽子)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일본식 한자로 알고 있는데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될 만큼 우리 땅에서 오랜 기간 동안 사용된 단어라는 것입니다. 


#모자의나라조선 #이승우 #주류성 #이북카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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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공격 - 삶을 무너뜨리는 일상의 편견과 차별
데럴드 윙 수.리사 베스 스패니어만 지음, 김보영 옮김 / 다봄교육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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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공격 :  삶을 무너뜨리는 일상의 편견과 차별 (데럴드 윙 수, 리사 베스 스패니어만 共著, 김보영 譯, 다봄교육, 원제 : Microaggressions in Everyday Life: Race, Gender, and Sexual Orientation)”를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혐오와 차별, 편향과 편견이 미치는 피해 뿐 아니라 가해자의 정신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 작동 방식에 대해서도 상세한 연구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microaggressions’을 행하는 가해자는 장기적으로는 결국 감정적, 도덕적으로 다양한 심리사회 비용을 대가로 치룰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 책에서는 밝혀내고 확인합니다. 

억압자, 즉 차별과 편견의 가해자는 특권과 혜택만을 가져가지는 않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그러한 특권과 혜택은 언제나 그에 수반되는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회피적 인종차별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기만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각이 무디어지고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인종차별의 메커니즘은 가해자에게 인지와 지각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왜곡된 신념으로 인해 실제 자기 모습을 부정하면서 거짓된 세계를 믿게 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을 연구 결과 확인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결국 지배집단의 구성원은 자신의 믿음을, 편견을 합리화하기 위해 세상을 왜곡하고 스스로를  경직시켜 버리는 결과를 나타내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에 읽은 “미세공격”은 인종차별 전문가인 리사 베스 스패니어만 (Lisa Spanierman) 박사가 공저자로 참여한 2020년 개정판을 번역한 책입니다. 2010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일상적인 편견, 편향, 차별이 미치는 유해한 영향을 다룬 책으로, ‘microaggressions’라는 개념을 통해 이전까지 거대담론으로 다루어지던 편견과 차별에 대한 논의를 일상 속의 아젠다로 전환시킨 바 있습니다. 이 책 이전에는 일상적인 소소한 편견과 차별에 대해서는 불편하지만 막상 대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대응되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데럴드 윙 수 (Derald Wing Sue)가 ‘microaggressions’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오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단일민족 신화를 가진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우리에게 인종 차별은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종 차별도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우리는 다양한 차별과 편견에 사로잡혀 삽니다. 그리고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그런 차별과 편견을 일상 속에서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과 편견은 결국 피해자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가해자 역시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룬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차별과 편견, 혐오는 결국에는 우리가 사는 이 사회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미세공격 #삶을무너뜨리는 #일상의편견과차별 #microaggressions #데럴드윙수 #리사베스스패니어만 #김보영 #다봄교육 #리뷰어스클럽 #사회학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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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있던 자리 - 중세 유럽의 역사에서 발견한 지속 가능한 삶의 아이디어
아네테 케넬 지음, 홍미경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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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있던 자리 (아네테 케넬 著, 홍미경 譯, 지식의날개, 원제 : Wir konnten auch anders: Eine kurze Geschichte der Nachhaltigkeit )”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미래 지향적이라 생각하고 있는 많은 개념들을 근대 이전 유럽의 여러 공동체 혹은 시도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흥미로운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이전의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과연 ‘가난’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책이지요. 


물론 절대적인 부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가난’한 삶을 살아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현대인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라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근대 이전 유럽인들은 반나절만 일했고, 휴일의 수도 현대인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고 합니다. 13~14세기 연간 1400~1600시간의 노동시간은 1800년대 들어 급속히 늘어나 3000시간이 넘게 되었고 현대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13~14세기의 노동 시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현대 한국 노동자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13~14세기 인류의 삶이 지금 현대인의 삶보다 훨씬 윤택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위기에 대한 취약성이 분명했고, 특히 감염병에 취약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자는 과거를 미화해서는 안된다고 단언하면서도 당시의 노동 시간과 식단 등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음을 또한 강조합니다. 


특히 저자는 중세 수도원의 공유 경제의 성공을 주목합니다. 소유는 어쩌면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에 속하는 개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유는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촉발합니다. 또한 소유를 위해 인간은 불필요한 노동과 시장 활동 참여를 강요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세 수도원이 보여주었듯 공유 경제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 필요에 따른 적절한 노동 시간 등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플랫폼 기반의 공유 경제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현재 플랫폼 기반의 공유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으며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저자는 역사 속에서 찾은 미래적 개념들을 실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단기적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기후위기일 것입니다. 이 기후위기는 마치 전설 속의 불가사리처럼 무한 증식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에 기인한 바 큽니다. 언제나 성장해야 하고 발전해야 하는 자본주의 속성은 미래 자원까지 현재화하여 급속하게 소모하고 있기 때문에 인류는 필요보다 훨씬 많은 소비를 촉진받게 되는 것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는 성장만이 우리에게 윤택한 생활을 가져오는 것일까 하는 새로운 질문과 함께 공동체에 의한 연대 그리고 분배가 답은 아닐까 하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필요로 합니다.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대안이 없음을 강요합니다. 하지만 정말 대안이 없는지는 우리가 갇혀 있는 ‘새장’에서 나와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깨닫게 해줍니다. 성장 중심적 사고 방식에 갇혀서는 기후위기를 비롯해 현대 인류 문명이 마주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을 수 없고 성장 중심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그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겠지요. 역사에서 찾아낸 많은 미래 지향적 개념들은 바로 우리에게 지금의 방식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미래가있던자리 #아네테케넬 #홍미경 #지식의날개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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