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뱀 메소드 안전가옥 오리지널 22
정이담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사뱀 (相思蛇). 욕망을 이루지 못한 전생을 그리워하는 환생체인 전설 상에 존재하는 뱀. 하지만 끝내 그 욕망을 이루지 못하고 마지막을 비참하게 맞이하는 존재.

아마도 상사뱀은 욕망이 앞서기에 수단을 가리지 않고, 그로 인해 파멸하는 존재.


여기 그 상사뱀을 닮은 여자가 있습니다. 뱀은 마침 그녀의 삶의 처음부터 함께 했기에 뱀과 닮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애초에 그녀는 뱀이었을지 모릅니다. 사람이었으나 이제는 뱀인 존재, 상사뱀. 


압니다. 그녀가 마침내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가 가는 그 끝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상사뱀 메소드 (정이담 著, 안전가옥)”를 읽었습니다.




정이담 작가는 “괴물 장미 (황금가지)”, ”불온한 파랑 (황금가지)”, ”순백의 비명 (아작)” 등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로맨스, 호러, SF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폭 넓은 문학적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이담 작가의 작품에는 일관성 있는 소재가 등장합니다. 바로 퀴어적 소재입니다. 

이번에 읽은 “상사뱀 메소드” 역시 이 소재를 중요한 사건의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작가가 연대의 소재로 활용했던 것에 반해 이번 작품에서는 파멸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소설 전체적인 느낌은 “괴물 장미”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또 다릅니다.

전작의 그것이 구원적 서사였다면 파멸의 서사를 다루기 때문일까요? 


어찌 되었건 언제나 멈춰있지 않고 항상 유동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에게 경이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도 굉장히 만족하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상사뱀메소드 #정이담 #안전가옥 #몽실서평단 #몽실북클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이드
니타 프로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이드 (니타 프로스 著, 노진선 譯, 마시멜로, 원제 : The Maid)”를 읽었습니다.


내가 청소를 마치면 당신의 방은 새 방 같아진다.


 당신이 남긴 먼지와 때는 망각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방은 마치 아무도 머무른 적이 없는 듯 하다. 당신의 오물과 거짓, 기만이 모두 지워진 듯하다.


‘나는 당신의 메이드다.’


나는 당신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하지만 당신은 나에 대해 뭘 아는가?



이 책은 미스터리&스릴러에 속하는 장르 소설로 분류할 수 있는데 꽤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클래시컬한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에서나 느낄 수 있는 풍미가 느껴지는 소설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고전적인 기법이나 트릭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제대로 재해석하여 이야기의 재미를 끌어올린 작품이기 때문에 낡은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저자는 니타 프로스 (Nita Prose)로 이 작품, “메이드”가 데뷔작이라고 하네요. 이 작품으로 굿리더초이스어워드에서 최고 미스터리 장편소설상을 수상하고 곧 영상화된다고도 하니 데뷔작으로는 보기 드문 큰 성공을 거두었다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그칠 작가가 아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고전적인 미스터리 기법을 제대로 활용한 미스터리 작품을 최근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100년이 넘어가는 소재를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법과 트릭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음을 니타 프로스는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기에 다음 작품도 또한 기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메이드 #니타프로스 #노진선 #마시멜로 #문화충전 #문화충전200

 



※ 본 포스팅은 네이퍼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주관하는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필자의 주관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둑맞은 뇌 (대니얼 샥터 著, 홍보람 譯, 인물과사상사, 원제 : The Seven Sins of Memory Updated Edition: How the Mind Forgets and Remembers )”를 읽었습니다. 2006년 한숭출판사에서 “기억의 일곱가지 죄악”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읽은 버전은 2021년 출간된 업데이트 에디션을 번역한 책입니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기억에 의존하고 살아갑니다. 법정에서도 기억에 의한 증언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기억이라는 것은 불완전하고 소멸되고 왜곡될 수 있습니다. 막연하게나마 우리는 이것을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경과학이 발달하면서 기억이라는 것은 불완전하고, 왜곡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기억이 일으키는 오류를 7가지로 분류하고 그와 관련한 임상례, 문화적 증거와 사례들을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억의 소멸은 언제나 일어납니다. 개인적으로도 일어나고 집단에서도 일어나지요. 

흥미로운 사례 하나를 책에서 제시합니다. 

O.J. 심슨 케이스를 기억하시나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NFL 슈퍼스타였습니다. 아내를 살인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고 모든 증거들이 그가 살인자임을 말해주었지만 법정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 재판에서의 무죄 평결은 하나의 사건이 되었고,  1995년 당시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뒤흔든 사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억은 소멸하게 마련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평결 이후 불과 5개월 후에 절반의 대학생 정도만이 판결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기억해냈으며 3년이 흘렀을 때는 그 비중이 30%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를 증명한 것은 헤르만 에빙하우스라는 철학자이며 시간에 따라 기억이 소멸하는 정도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을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이라고 합니다.


좋습니다. 기억이 소멸되고 점차 잊어간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언제나 경험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기억은 또한 왜곡되기도 합니다. 현재 경험하고 있는 순간이 과거의 경험과 똑같다고 느끼는 확신과 그 다음에 무슨일이 일어날 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착각하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곤 하는 데자뷔 역시 기억 혼란 혹은 기억 왜곡의 현상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일어났다고 기억하는 현상이나, 기억의 오귀인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 있습니다.


이렇듯 기억은 많은 오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억의 오류는 사실, 현대인이 살아가는 데 다소 불편한 점은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기억의 오류는 진화의 산물이며 인류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즉, 과거의 경험을 재조합하여 새로운 경험을 창조해내는 기억, 뇌의 능력은 새로운 상황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가설이지요.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기억의 오류로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 역시 인류가 발전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관점이라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저자인 대니얼 샥터(Daniel L. Schacter)는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기억 왜곡의 뇌 기제에 대한 연구를 하는 분이라고 합니다. 기억, 기억 왜곡과 관련한 대중서적도 상당 수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둑맞은뇌 #대니얼샥터 #홍보람 #인물과사상사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금리의 역습 - 금리는 어떻게 부의 질서를 뒤흔드는가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임상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금리(金利). 우리 삶에 매우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 지표 중 하나입니다. 물가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또한 기준 금리는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 제도 하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도 굉장히 관심을 갖는 부분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한 나라의 기준 금리는 자국 화폐의 가치, 즉 환율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필요한 돈의 흐름을 통제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앙은행은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을 도구로 삼습니다.



금리, 즉 돈에 대한 시간적 가치를 의미하지만 현대에서는 통화 정책 등을 수행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에 읽은 “금리의 역습 (에드워드 챈슬러 著, 임상훈 譯, 위즈덤하우스, 원제 : The Price of Time: The Real Story of Interest)”는 이러한 금리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책입니다. 




이자에 대한 논쟁은 역사가 깊습니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이자를 금지하고 있기도 하고, 예로부터 높은 금리로 이자를 받아내는 것을 고리대금이라 하여 금기시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정치인은 이자는 도둑질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불평등과 가난의 원인이라 진단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런 논쟁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유사 이래로 이자라는 개념을 받아들였고 현대에는 거래와 정책의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21세기에는 거의 0에 가까운 금리가 가능한 시대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일본이나 유럽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자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엔데믹으로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각국들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초저금리 시대가 드디어 끝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국가들이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유동 자금의 양이 매우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하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고 늘어난 통화량을 그대로 유지했었는데 이제 통화량 조절을 시작한 것입니다. 최근 빅 스텝(Big Step)이니 자이언트 스텝 (Giant Step)이니 하면서 언론에 오르내리는 용어가 바로 그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시장에 풀린 돈의 양이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들 때까지 당분간 이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금리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 역사적 증거들은 무엇이 있는지를 탄탄한 이론적 바탕 하에서 사례 중심으로 알려주는 책입니다.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금리가 어떤 역사를 거쳐 왔고, 어떤 이론적 바탕 하에서 논쟁을 이어 왔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영위하는 경제와 미래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 “금리의 역습”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금리의역습 #에드워드챈슬러 #임상훈 #위즈덤하우스 #리뷰어스클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가시노 게이고 (東野圭吾)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著, 김난주 譯, 재인, 원제 : 希望の絲)”입니다.


‘원한? 금전? 치정?’

동기가 무엇일까?



메구로구 지유가오카에 있는 카페에서 살해당한 여성이 발견되었습니다. 

‘하나즈카 야요이’



경시청 소속 마츠미야 슈헤이는 피해자의 주변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수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차 밝혀져 가는 진실. 


그리고 마츠미야는 자신도 몰랐던 비밀에도 접근하게 됩니다.  



1년에 2-3편 이상의 작품이 번역되어 출간되는 다작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범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마저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하는 작가이지요.  장르와 소재의 다양성은 다른 작가들이 범접할 수 있는 그 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작품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작가입니다. 



또한 그의 작품 중 유독 시리즈물이 많은데 가가 교이치로 (加賀 恭一郎) 시리즈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와 함께 히가시노 게이고 브랜드의 대표 시리즈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특히 가가 형사는 ‘관계’에 중심을 두어 수사를 하는데 가가 형사가 가진 특유의 매력으로 인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수많은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지난 2019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 (김난주 譯, 재인, 원제 : 祈りの幕が下りる時)”를 통해 가가 시리즈의 ‘막’이 내려져 팬들의 많은 아쉬움을 산 적이 있는데 이번 작품 “희망의 끈”을 통해 다시 이 매력적인 캐릭터, 가가의 모습을 작품에서 볼 수 있어 반가운 마음 뿐이었습니다. 다만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가가 교이치로가 아니라 가가 형사의 사촌 동생인 마츠미야 슈헤이 (松宮脩平)라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위키 상에 본 작품이 가가 시리즈가 아니라 논 시리즈 (non series)로 분류된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젊은 형사의 이야기도 이미 가가 시리즈를 통해 팬들에게 충분히 빌드업되어 왔기 때문에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금새 이야기에 빠져들지요. 단 한 편의 이야기로 끝내기에는 마츠미야의 캐릭터성도 만만치 않습니다.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이냐, 아니면 가가 형사의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1회성 스핀오프로 끝나느냐는 다음 작품을 기다려 봐야 알 것 같습니다. 



#희망의끈 #히가시노게이고 #김난주 #재인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